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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208화 (208/342)

Chapter 208 - 사랑 받는다는 것.(1)

배가 꺼진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렇게 배가 불러버린 걸까.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보다 많이 지나기는 했지만서도ㅡ

"흣, 아기가 힘이 아주 좋구나."

조금 활발한 아이인지 배를 뻥뻥 차댄다.

태어나면 축구 선수라도 시켜볼까봐.

봐, 지금도 힘이 어찌나 좋은지 뻥뻥 발을 굴러대니까.

"우와, 이 안에 아기가 있는 거야?"

"그렇단다. 동생이 될지도 모르는 아이니까 인사해야지? 자, 이리 와서 조심스럽게 만져보렴."

툭툭.

"움직였어!"

"그렇지? 레이나가 반가워서 그런거 같구나."

아이의 녹색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내 뱃속에 들어있는 아이가 상당히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나도 처음 임신 했을 때는 이 배 안에 아기가 들어있다고는 상상도 못했었지.

설마 이 정도로 익숙해질지는 몰랐지만서도.

'...이건 아서의 정력이 이상한 거니까.'

내가 변태 같다던지 그런게 아니었다.

그냥 그 우람한 자지가ㅡ

"그만 생각하자."

"응? 왜 그래, 마마?"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방긋 웃으며 불룩 튀어나온 배를 슬금슬금 쓰다듬었다.

전부 좋지만 툭 튀어나온 배 때문에 전신이 결리는 건 어쩔 수 없달까.

그렇다고 아이를 탓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부디 건강하게만 태어나주렴."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니, 그에 대답을 하듯이 뱃속의 아기가 내 배를 툭툭 차댔다.

정말, 태어나기 전부터 이렇게나 활발하면 태어났을 때는 어느 정도일까.

리에와 디르ㅡ 두 고양이 아이들처럼 활동적인 아이일까?

그 두 아이를 돌보느라 언제나 기진맥진인 세 수인들을 떠올리며 후후 웃어보였다.

"엄마는 그렇게 못 뛰니까, 조금 정도는 봐주렴."

자그마한 아이가 아장아장 뛰어가는 걸 쫒는 상상을 하니,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뭔가 그것마저도 제대로 못 쫒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ㅡ

설마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 응.

"레이나는 어떤 아이가 태어날 것 같니? 남자 아이? 아니면 여자아이?"

"으응, 마마랑 똑같은 예쁜 여자애가 나왔으면 좋겠어!"

"그렇구나..."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지금은 그냥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그러니까ㅡ

"흐윽?!"

"마마?!"

ㅡ이번에도, 제발.

"마마, 괜찮아?!"

"응, 괜찮, 괜찮아..."

"다른 사람들 불러올게!"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방 밖으로 빠져나가는 아이에 미소를 지었다.

물론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표정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지만서도.

"우그, 흑..."

아이를 낳는 고통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곧 100만 명의 아이를 전부 낳았을 때가 아닐까.

배는 쪼그라드는데 뱃속의 아기는 그대로 잠들어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터져버릴 것 같달까, 아니면 찢어질 것 같달까.

"으, 으으으읏..."

아랫배가 푹 꺼지는 느낌이 들어서 보니, 양수가 터져서 줄줄 흐르고 있었다.

엄청나게도 쏟아내는구나.

가까스로 앉아있던 몸뚱이를 눕혀,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데 편한 자세를 취했다.

아무런 이상 없이만 나와줘, 제발.

"흐, 흐아아아악!!!"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분명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으앙, 으앙, 으아아아앙...!!"

"...흐아, 흐아윽..."

눈물은 왜 또 나는지.

어째 아기를 낳을 때마다 울보가 되는 것 같았다.

안 우려고 했는데, 내 품 안에서 앙앙 우는 아기를 보면 나 또한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흐아아아앙...!!!"

"쉬이, 착아지... 착하지, 착해..."

"우으, 우흐으으으..."

"옳지, 옳지."

천천히 울음을 그치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익숙해진 것 같네.

수유 정도야, 뭐.

이제는 가뿐하지.

"아리엘!"

"아리엘 씨!"

"아리엘냥!"

그렇게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를 잠시.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사람들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서, 엘리, 랴뇨리, 벨, 미코, 레이나, 에리, 디르ㅡ

"으앙, 으아아아앙...!"

"쉬이이잇! 아기가 깨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이렇게 보이고 보니까 다들 여자 아이들 밖에 없구나.

남자 아이라고 한다면 케룸 뿐이었으니까 말이지.

...아서를 닮은 남자아이가 태어난다면 좋겠지만.

"몸은 괜찮으세요?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시죠?"

"그래, 괜찮구나. 걱정해줘서 고맙다."

역시 엘리 밖에 없었다.

아서는 내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또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왜 저런 얼굴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어차피 전부 내 뱃속에서 태어난 아기들인데.

"아서."

"...응."

"이번에도 예쁜 공주님이야."

해맑게 웃으며 품에 안긴 아이를 쭉 내밀었다.

봐, 봐봐. 엄청 자그마해서 귀엽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작은 덩치의 아기에 묘한 향수가 일어났다.

분명 이랬던 때가 또 있던 것 같은데...

'머리카락이 주황색이구나.'

마키나, 그 아이도 덩치가 작고 머리카락이 주황색이었ㅡ

"...설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잊고 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니 두근거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주황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자그마한 드워프 아이, 마키나.

내가 가장 처음으로 낳은 아이인 만큼 잊을 수가 없는 존재였다.

'분명 마키나는 그 망할 드워프를 하나도 안 닮았었지.'

그렇다면 엄마 쪽을 닮았다는 건데, 내 품에 안긴 아기는 아무리 봐도 마키나를 쏙 빼닮아 있었다.

아기의 모습이 마키나를 낳았던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더더욱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아서, 아무래도 이 아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

솔직히 말하자면, 마키나와의 이별은 그다지 좋은 이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물론 잘못된 이별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지만, 아이를 강제로 빼앗길 때의 그 심정이란 참...

그 망할 수염 드워프의 얼굴이 절로 떠올랐다.

다음에 만나면 그 수염을 확 잡아 뜯어버리고 말 거야.

"고르돌 씨의 아내 분, 맞나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나."

엘리도 그 망할 드워프의 아내 분의 얼굴을 알고 있었는지 한 눈에 눈치챈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마키나의 얼굴을 봤다면 처음부터 알 수밖에 없었겠지만서도.

"마키나를 쏙 빼닮았네요~ 아, 마키나가 이 아이를 닮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만약 내 예측이 맞다면 마키나가 아이를 닮은게 맞았지만 말이다.

이 아이가 더 늦게 태어났으니까 현재 나이로만 따지만 이 아이가 마키나를 닮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딸을 닮게 태어난 엄마라니, 역시 묘했다.

뭔가 다들 내 배를 통해 태어나면 전부 족보가 이상하게 꼬여버리는 것 같았다.

"혹시 고르돌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으응, 어디로 갔는지 대충 예상이 가기는 하지만요... 그곳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 된 세상에서 전령을 부린다는 건 사치에 불과했다.

하물며 먼 저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면, 일단은 아이가 자라서 기억을 되찾은 다음에 말해보는 걸로 하자꾸나."

그때가 되어도 늦지는 않을 터였다.

먼저 이곳에 남을지 고르돌이 있는 곳으로 떠날지 물은 다음에ㅡ

'그 다음에는?'

또 아이를 그 드워프에게 빼앗길 생각이야?

어차피 그 녀석은 이 아이가 태어난지 모르고 있잖아.

이 아이도 그 녀석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니까ㅡ

그러니까 내가, 그리고 다른 이들이 입만 다물고 있는다면 들킬 일 따위는 없을 터였다.

나를 떠나는 일은 더더욱 없을 테고.

"아리엘 씨?"

"응? 으응? 불렀느냐?"

엘리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하나 같이 걱정을 가득 담아서 바라보는데, 너무 눈동자가 많아서 부담스러울 정도랄까.

설마 이 정도까지 불러올 줄이야.

뭐어,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지만서도.

"이 엘프 꼬마가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던지냥. 분명 3층에서 소리를 질렀는데 1층까지 들렀다니까냐?"

"그건 그냥 우리가 고양이 수인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랴뇨리."

"아니다냥! 인간이었어도 분명 듣고 바로 달려왔을거라구냐!"

조곤조곤 말을 하는 벨에 랴뇨리가 격하게 반박했다.

뭐랄까, 어린 애들이 별 것도 아닌 일로 티격태격 하는 것 같네.

...아니, 그냥 그게 맞는 건가?

뭐어, 나도 한때는 저런 식으로 자주 말다툼을 한 적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렇다고 하기에는 인간이 한 명 밖에 없잖아."

"...에."

확실히, 인간이 거의 없었다.

고양이 수인 넷에 여우 수인 하나.

엘리는 뭐ㅡ 인간이지만 몸이 마족이었고, 아서는 인간이기는 해도 용사였으니까 말이지.

"에밀리랑 케이가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귀가 밝은 사람들만 온 것 같구나."

"으응, 그런 거냥..."

잠시 표정을 찡그린 랴뇨리가 불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정하기 싫지만 인정한다는 느낌이네.

어쩔 수 없나.

"후냣... 갑자기 뭐냥!"

"그래도 나는 랴뇨리가 맞다고 생각하니까."

"우, 우냐아... 이, 임자도 있는 사람이 엄한 수인 꼬시는거 아니다냐!"

정수리에 손이 닿을 때마다 귀를 움찔거린다.

상냥하게 한 마디를 하니 곧바로 와악 소리를 질러댔지만.

...딱히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꼬시는 건 절대 아니었고.

"아리엘, 바람은 절대 용납 못해."

"뭐야, 설마 진짜 질투 하는 건가?"

딱히 질투할 거리도 아니잖아?!

진심이 섞여 있는 눈빛에 조금이지만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여기서는 귀엽게 봐주는게 맞으려나.

나를 너무 사랑해서 랴뇨리에게도 질투하는 아서라니 참ㅡ

'주책이네.'

그래, 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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