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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217화 (217/342)

Chapter 217 - 토끼의 유혹.(1)

역시 자칭 타칭 천재 마법사라는 걸까.

순식간이라고 할 정도로 토끼 수인으로 변하는 약을 만든 에밀리가 뭔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찾아왔다.

어찌나 당당한 모양새던지 턱을 조금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 장군 같은 모양새였다.

"어때, 내가 반드시 만들고 말겠다고 했지?"

"고맙구나."

아이의 정수리를 슥슥 쓸어내렸다.

머릿결이 많이 상했네.

자세히 보면 눈밑에 다크 서클도 상당하고.

아무래도 잠도 제대로 자지 않은 채로 계속 만드는 것에만 몰두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잠은 자가면서 하지 그랬니. 몸이 가장 중요한 건데."

"너나 아서를 닮은 아기, 최대한 빨리 보고 싶은 거잖아.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ㅡ"

"그러면 된거지, 응?"

에밀리가 제 손에 들린 포션을 내 품에 안겨줬다.

일단은 하나 밖에 만들지 않았지만, 완성작이 만들어졌으니 이제부터는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게 조금 신나보였다.

왜 저렇게 신난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뻐하니까 보기는 좋네.

꿀꺽.

"아, 그리고 한 가지 주의 사항을 말해주자면ㅡ"

"...응?"

"...마실 때는 천처히 마시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새 다 마셨네."

힘이 빠져나간 듯한 목소리와 함께 에밀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째 어린아이가 사고를 친 모습을 본 부모 같은 모습인데.

쿵쿵 뛰기 시작하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조금이지만 몸을 움츠렸다.

아프다기보다는 뭐랄까, 심장이 나머지 몸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고나 할까ㅡ

"윽, 흐윽...?!"

"너도 낳아봐서 알겠지만, 토끼 수인의 성체는 별로 큰 편이 아니야. 고양이 수인이랑 비슷하거나 그것보다 조금 작을 정도? 뭐, 내 몸으로 실험 했을 때도 줄어들었으니까 그것보다 더 작을지도 모르겠네."

"...흐읏."

팔과 다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우와, 뭐야 이게.

기다랗게 내뻗은 소매에 파묻혀 손이 보이지를 않았다.

대체 얼마나 줄어든 거야.

멍하니 눈을 깜빡꺼리며 고개를 올려다 보니, 에밀리의 얼굴이 뭔가 엄청나게 크게만 느껴졌다.

"어때? 어디 속이 안 좋다거나 그런 건 없지? 몸이 불편한 건?"

"으응, 움직이는 건 별 이상 없는 것 같은데ㅡ 으핫?!?!"

슬쩍 일어나려다가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밟고 넘어졌는데, 다행히 에밀리가 잡아줘서 바닥에 부딪히지는 않을 수 있었다.

...에구, 몸이 작아져서 그런지 균형을 제대로 못 잡겠어.

어쩌면 그냥 내 운동 신경이 바보인 걸지도 몰랐지만.

"으으응... 저기 말이지, 에밀리?"

"...왜?"

"귀를 만지는 건 조금 느낌이 이상하구나..."

원래라면 얼굴 양 옆에 귀가 있어야 정상인데, 토끼 수인이 되니 머리 위로 귀가 길게 뻗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거울이 없어서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에밀리가 만지작거리는 손길 덕분에 아주 잘 알아차릴 수 있다고나 할까.

지그시 눌러대는 감촉이 조금 간지러워서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거렸다.

"이러니까 네 딸 같네."

"...그래?"

"머리 위에 토끼 귀가 달려있다는 것만 빼면."

에밀리가 귀를 머리 위로 누르자, 길게 내려온 귀가 눈을 살짝 가렸다.

와아, 토끼 귀다.

손을 뻗어 슬쩍 만져보니 보들보들한 감촉이 잔뜩 느껴졌다.

이게 내 머리에 달려있다니, 너무 귀여운게 아닐까.

"그나저나, 토끼 수인으로 변한 건 좋지만 다른게 문제구나."

"무슨 문제?"

"그게 말이지ㅡ"

슬쩍 손을 들어올려, 하복부 위에다가 올려두었다.

여기서 하나, 둘, 셋ㅡ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인 것 같은데.

몸뚱이의 형상은 성인의 그것을 축소시킨 모양새였지만, 어디까지나 작아진 건 작아진 것이었기에 아서의 물건이 전부 들어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 걸 안에 넣었다가는 분명 심장이 꿰뚫려서 죽어버릴 거야.

"이것 보거라. 내가 봤을 때, 아서가 넣으면 여기까지 닿는다만."

"...그냥 끝까지 넣지 않는 방법도 있지 않아? 아니면 아서 녀석의 정액만 자궁 안에 넣는다던지."

"그러면 아서가 불쌍하지 않느냐."

쾌락 없는 책임이라니, 그만큼 슬픈 일도 없겠지.

어쩔 수 없이 방법을 찾아봐야겠는걸.

작게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저 멀리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커지니까 저렇게 멀리까지 있는 소리도 들리는구나.

괜히 신기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니, 옆에서 에밀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말해주자면, 토끼 수인에게는 발정기가 있어."

"...발정기?"

"아, 물론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암컷은 발정기가 딱히 없거든."

그렇다면 딱히 걱정할게 없는 것 아닌가?

발정이라는 단어에 별로 좋지 못한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 꺼려지는 감이 있달까.

"대신."

"대신?"

"주변에 발정한 수컷이 있으면, 암컷도 같이 발정한다는게 문제지."

"발정한 수컷이라니, 그게 무슨ㅡ"

절그럭, 하고 문고리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눈을 끔뻑이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천천히 문이 열리며 사람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금색의 머리카락에 녹색의 눈.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아서였다.

"...아리, 엘?"

"...아서."

에밀리를 지나 나를 본 아서의 눈동자에는 경악이 담겨있었다.

내가 이렇게 작아진 것도 작아진 거였지만, 아마 처음 봤을 때는 지금의 나를 커다랗던 내가 낳은 아이라고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실제로는 그냥 토끼 수인이 되는 포션을 마신 것 뿐이지만.

"어떻느냐? 크기가 조금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토끼 수인이라면 100만 명도 순식간에 낳을 수 있을 게다."

"..."

"...아서?"

멍하니 나를 내려다 보는 아서에 고개를 갸웃했다.

좌우로 흔들리는 귀가 심장 소리를 확실하게 잡아내, 상대가 얼마나 흥분했는지를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쾅쾅쾅쾅쾅쾅!!

이건 마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네.

당장 열고 가랑이를 벌리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경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부끄러운데 말이야.'

시선이 너무 따가워서 양 귀를 붙잡고는 그대로 얼굴을 가렸다.

머리에 비해 훨씬 큰 귀는 위에서 잡아당겨 얼굴의 반을 가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째 그런 행동을 하자마자 아서의 심장이 훨씬 더 빠르게 뛰었지만서도.

역시 이런 건 어울리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달까.

응, 갑자기 토끼 귀라니 누가 봐도 이상할 테지.

"...아, 서?"

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

어딘가 문제라도 생긴 거야?

조심스럽게 귀를 들어올려, 손가락으로 아서의 옆구리를 찔렀다.

안타깝게도 반응은 없었다.

조금 강도를 높여서 주먹으로 후려쳤지만 포옥, 하는 소리만 들릴 뿐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설마 선 채로 죽은 건가.

'아니, 심장은 분명히 뛰고 있는데...'

딱히 문제라던가 없는 것 같은데, 왜?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아서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뭔가 엄청 얼굴이 빨개져 있고, 숨을 거칠게 내뱉는 것 같기도 하고, 또ㅡ

큐읏♥

"...흣?!♥"

어라, 방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심장이 아니라 다른 곳이 엄청나게 뛴 것 같은 기분이...

"그리고, 토끼 수인의 암컷이 임신을 원한다면 주변에 있는 수컷을 발정시켜. 그렇게 발정한 수컷의 페로몬이 암컷을 발정시키고."

"그, 그러니까 그 말은ㅡ"

"너희, 발정한 거야. 문은 닫고 갈 테니까 적당히 하고. 임신하면 나한테 찾아와서 경과를 보도록 해."

"자, 잠깐ㅡ"

쿵, 하고 문이 닫혔다.

이제 방에 남은 거라고는 아서와 나 뿐.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고간의 모습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보면, 토끼의 자궁은 2개라고 했었나?

자궁이 2개가 되어버리니, 임신하고 싶은 마음이 두 배로 치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기를 가지고 싶어!

아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느낌으로.

평소의 감각이 핸드폰 스키퍼로 듣는 듯 했다면 이번 건 마치 이어폰을 낀 채 서라운드로 울려퍼지는 것만 같달까...

주르르륵....♥

"으, 으하♥"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다리 사이를 타고 희고 투명한 액체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발정했구나, 나.

어쩌면 지금까지 참았던 것이 최대의 인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 서어엇...♥"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다가가, 아서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이대로라면 못 참을 것 같은데.

아니, 지금도 못 참을 것 같은데...

비비적.

"아, 아서엇... 제발...♥"

끈적하게 젖어버린 고간을 아서의 허벅지에 잔뜩 비벼댔다.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가죽에 발정한 보지가 스칠 때마다 몸이 선득선득했다.

바보, 이렇게나 커져놓고는 왜 아직까지 가만히 있는 거야.

왜 이렇게나 망설이고 있는 거야?

순식간에 내 애액으로 젖어버린 아서의 바지춤을 향해 손을 뻗어, 천천히 벗겨내렸다.

"후아...♥"

거짓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올 정도로 달궈져 있었다.

강한 수컷의 상징.

내 배를 꿰뚫을 임신봉.

자궁 안에 미친 듯이 쏟아낼 아기씨의 그 새하얀 색을 떠올리니 머릿속이 똑같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맛있겠다.

꿀꺽, 하고 이번에는 마른침이 아니라 군침을 삼켰다.

'보는 것만으로도, 임신할 것 같아...♥'

두 개의 자궁이 서로 아기씨를 받아들이기 위해 쾅쾅 뛰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넣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있어.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아서를 안달나게 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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