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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226화 (226/342)

Chapter 226 - 동족.(4)

둘만 있고 싶은 사람과 절대 둘만 두지 않으려는 사람의 신경전, 이랄까.

주물주물.

"..."

"...읏."

첫날에는 분명 허리만 쓰다듬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어깨를 꾹꾹 주물러댄다.

뭔가 얼마 전의 진득한 관계 때가 떠올라서 반사적으로 신음을 토해냈는데, 그 사실이 좋았는지 아서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메이아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서도.

"메이아, 미안하지만 찻잎을 조금 가져다 줄 수 있나?"

"네, 마왕님.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아서에게 무어라 말을 하기 위해서, 딱히 마시고 싶지 않던 차를 찾았다.

메이아는 영문도 모른 채 곧바로 방 밖으로 나갔고, 그렇게 메이아가 방 밖으로 나간 순간ㅡ

츄읍. 츄읍, 츄으..

"읍?! 자, 잠깐ㅡ 아, 아서?!"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너는 모를 거야."

갑자기 입술을 맞춰오는 아서에 잔뜩 당황해서 그 가슴팍을 밀어냈다.

물론 아무런 쓸모도 없는 행동이었지만서도.

내 혀를 뽑아낼 기세로 당겨오는 거친 키스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으, 오랜만에 이런 진한 키스를 하니까ㅡ'

속이 쓰리다고 할지,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고 할지.

금방이라도 본방으로 들어갈 것 같은 아서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이러다가는 메이아가 돌아와버려.

들키면, 들키면ㅡ

"들키면 어때서?"

"읏..."

그의 말대로 들켜도 상관은 없을 터였다.

이런 말을 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마왕이고 메이아는 마족이었으니.

하지만 그녀를 충격 받게 두고 싶지 않았다.

나와 같은 마음을 공유한 사람에게, 심지어 인간들에게 강제로 당해 가지게 된 아기를 잃은 존재에게 나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건 기만인 것 같잖아.

'마왕이 용사와 사랑에 바쪄서는 몸을 겹치는 일을 보여주라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절대 그럴 생각도 없었다.

물론 권태기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그녀를 설득할 때까지는 미뤄두고 싶을 뿐이지.

"후으, 후♥ 흐으...♥"

"아리엘, 지금 표정 엄청나게 야한거 알고 있어?"

"...몰라."

금방이라도 몸을 무너뜨릴 것 같아서, 아서의 옷깃을 붙잡고는 가까스로 버텼다.

진짜, 뭐야.

조금만 기다려주면 내가 알아서 다 해결 한 텐데, 대체 왜...

"마왕님, 다녀왔습니다."

"흣?! 으, 으응... 고맙구나..."

메이아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건 오직 나 뿐이었다.

아서는 조금 전과 같이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메이아는 그저 멀뚱히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얼굴에 걱정이 조금 들어있기는 했지만, 조금 전까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싶었다.

'...악취미야, 진짜.'

고개를 돌려 턱 근처로 흘러내린 침을 몰래 닦아냈다.

어떻게 이런 키스를 하고도 표정 하나 안 변할 수가 있는 거지?

나 말고는 만나는 여자도 없을 텐데.

"아리엘, 몸이 안 좋으면 쉬어도 좋아."

"...괜찮다."

네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 멍청아.

아서의 뻔뻔함에 입술을 비죽 내밀려다가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런 하찮은 모습마저도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걸 보면, 나도 마족들의 앞에서는 마왕으로 있고 싶어하는 듯 싶었다.

***

아서가 뭘 노리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나를 안달나게 하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어쩌면 그걸 노리는 걸지도 모르지.

결국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틴 끝에 내가 자신을 원하며 매달리는 모습을 메이아에게 보여주는 것을 말이다.

너무해.

그 말이 절로 나왔지만, 딱히 불평을 토해내지는 않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변태인 듯 싶었다.

주물ㅡ

"히약..."

"? 마왕님?"

메이아의 시선이 닿지 않으면 가슴께를 쓰다듬거나 목덜미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섬짓하게 느껴지는 감촉에 작은 비명을 토해내면, 내 충직한 메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라면 이상함을 느껴도 확실하게 느끼고 있겠지.

아서가 무슨 짓을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 아니... 오늘따라 몸이 조금 좋지 않구나. 조금 오한이 드는 것 같아..."

"이불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아니! 아니, 아니다. 그냥 가지고 오는 편이 좋겠어."

메이아가 이불을 가지러 간 사이에 희롱 당할까 순간 부정을 내뱉었지만, 그 잠시만 버틴다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온몸에 이불을 둘둘 두르고 있으면 어디를 어떻게 손대던지 크게 반응하지는 않겠지.

더 이상 만지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표시이기도 했고.

"내가 만지는게 그렇게 싫었어?"

"..."

메이아가 나간 뒤, 아서가 물었다.

은근한 열기를 담은 시선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뻔 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했지만서도.

관계를 가지지 못해서 괴로운 건 너 뿐만이 아니란 말이야.

입술을 비죽 내밀며 아서를 바라보자, 또 무엇을 자극했는지 내 양 어깨 위로 손을 올려댔다.

"고, 곧 있으면 예전처럼 돌아갈 테니까 조금만 참으면 안 되겠느냐?"

"그 곧이라는게 마족들 입장에서 곧일 수도 있잖아?"

"아니, 그건ㅡ"

"나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많이 참았어, 아리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던 손이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

내 팔을 지나 안쪽으로 내려가, 허리를 쓰다듬고 그 뒤에는ㅡ

끈적ㅡ

"봐, 이렇게 젖어있잖아."

"아, 아니야! 이, 이건 그냥ㅡ"

"이건 그냥, 뭐?"

"그, 그냥... 그냥, 몰라!"

툭, 하고 아서의 가슴팍을 내려쳤다.

퍽, 도 아니고 툭, 이라니.

스스로의 약함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러면 앙탈 부리는 것 같잖아.

아서의 표정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됐으면서도 안달은 나만 나고 있으면 너무 불공평 하잖아, 응?"

"자, 잠깐ㅡ 읏?!♥"

질꺽, 질꺽♥

"흐, 흐앙♥ 흐윽♥ 으극♥"

손가락이, 뚜거운 손가락이 질척하게 젖은 균열을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받아들이는 무언가에 질내가 기쁨으로 가득차 내 머릿속으로 짙은 쾌감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기분 좋은 건데.

대체 왜ㅡ

"자, 잠깐♥ 메, 메이아가 오ㅡ"

꾸욱♥

"ㅡ오, 오오으으윽♥♥♥"

프싯♥ 프시잇♥ 픗♥

직선으로 뻗어져 있던 손가락이 갈고리 형태가 되자, 내 질 속의 푹 파인 지점이 강제로 짓눌려졌다.

겨우 그런 자극에도 천박한 소리를 참을 수 없어, 고개를 앞으로 주욱 빼고는 엉망으로 몸을 경련해댔다.

...조수를 뿜어낸 건 덤이고.

"너, 너무, 햇..."

"너무한 건 너야, 아리엘. 내 손을 이렇게 더럽혀 놓고서는 이제 그만하자고?"

"아니, 그게 아니ㅡ"

끈적하게 젖은 손을 들어 내 앞에서 흔들어댄다.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 듯한 행동에 멍하니 그의 손을 바라봤다.

뭘 원하는 건데.

깨끗하게 만들기라도 하라고?

어떻게?

침대 시트를 더럽힌 김에 차라리 그 손도 닦아내는 건 어때?

"츄으♥ 치, 침대 시트가♥ 더 더러워지면, 안 되니까... 츄읍♥"

"..."

그래, 그런 거야.

그냥 이건, 침대 시트를 더 더럽히지 않다는 것 때문에 하는 행동이니까.

그러니까ㅡ

"...이러고도, 나보고 참으라고 했던 거야?"

"그, 그거언...♥"

툭ㅡ

"꺄앗?!"

"아리엘?!"

한 가지 실수한 것이 있다면, 마시던 찻잔을 침대 위에 올려놨다는 점이었다.

그래, 침대 위에다가 올려뒀으니 이런 짓을 하면 당연히 흘릴 수밖에 없겠지.

다행히 엄청 뜨겁지는 않았지만서도.

"마왕님, 이불을 가지고 왔ㅡ 마왕님?!"

"메, 메이아..."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아서가 나를 덮치기 직전에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이었다.

만약 아서가 나를 덮치는 순간 메이아가 들어왔다면 분명 손에 들고 있던 이불을 내팽겨치고 철퇴부터 꺼내들었었겠지.

내 옷과 침대 시트를 진득하게 적시고 있는 액체가 식으며 조금이지만 몸이 싸늘해졌다.

"그게, 차를 흘려버리고 말았구나. 괜히 손이 가게 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마왕님. 그건 마왕님의 잘못이 아니라 마완님께서 차를 쏟을 때까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용사의 잘못입니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그래도 방금 전까지 이상한 짓을 하던게 들키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런 추한 모습 따위 보여줄게 못 되니까 말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모습, 아서한테 말고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추우실 테니 어서 닦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구나, 메이아."

보고 배우란 말이야.

더러워졌으면 치우는 시늉이라도 하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하아, 흐으..."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오르가즘의 후유증에 숨을 몰아쉬었다.

아서한테 너무 당해버렸어.

이게 전부 주도권을 빼았긴 채로 관계를 나눠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아서의 약점 같은거 전혀 모르는데, 아서는 내 약점을 전부 꿰뚫고 있는 것 같고.

"...바보."

나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아서에게 작게 투덜거렸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는 건데.

어쩌면 그냥 내가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는걸 즐기는 걸지도 몰랐다.

아니, 모르는게 아니라 확실했다.

"마왕님, 침대 시트를 갈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응, 으응?! 그래, 고맙구나."

혹여 내 체액의 냄새라던지 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눈치를 채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바닥에 젖은 시트를 내리고, 침대 위에 새 치트를 덮어 씌우는 것을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눈치재지 못해서.'

하마터면 메이아에게 용사의 손가락으로 가버리는 변태 마왕이라는 못볼 꼴을 보여줄 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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