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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242화 (242/342)

Chapter 242 - 행복해지고 싶어.(1)

아이들이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 쯤은 진즉 알아차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이 변했다고 느꼈을 때?

어떻게, 라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기는 했다.

그저 어머니의 감, 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나에게 오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해도 좋단다."

마족, 정확히는 마왕과 있는 것보다는 같은 인간과 함께 있는 것이 더 마음 편할 터였다.

나 같은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마족에게 죽은 아이가 마왕의 손을 들어주다니, 웃기지도 않지.

그래, 어쩌면 찾으러 올 필요도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냥 그대로 놓아두었다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니요."

하지만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부정이었다.

"당신ㅡ 아니, 엄마랑 같이 있을래요."

주변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같이 데리고 있던 사람들의 눈마저 크게 변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본인이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말해준 듯 싶었다.

그렇지만, 어째서?

이 중에서 가장 이 현실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기억하고 있을 텐데...'

미아의 경우처럼, 아이 또한 마족에게 살해 당할 당시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나와 함께 있는 걸 선택했다고?

천천히 내 앞까지 다가온 아이를 내려다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어찌나 억지로 끌어올렸던지 입가가 파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돌아가요. 다른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다른 녀석들이라니?"

"쌍둥이들이요. 나머지 여섯 명."

...그 애들을 쌍둥이라고 하는구나.

전혀 닮지 않았는데도.

그 사실이 새삼 가슴에 와닿아, 슬며시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래, 그렇구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고맙구나... 정말, 정말 고마워."

눈물이 나올 뻔한 것을 꾹 참았다.

이런 좋은 날에 눈물을 흘릴 수는 없잖아, 그렇지?

***

"아리엘."

"으응..."

아이가 잠든 밤.

슬쩍 내 방 문을 열고 들어온 아서가 은근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신ㅡ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동안 관계를 나누지 못한 것 때문에 꽤나 쌓여 있는 듯 싶었다.

인내심도 한계에 달한 것 같았고.

최근 들어 아이를 돌보며 정신이 하나도 없던 나로서는 아서와의 관계에 굶주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를 원하지 않는다면, 글쎄.

"이리 와, 안아 줄게."

전부 내려놓고, 팔을 활짝 벌렸다.

괜히 그를 꼭 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잔뜩 들었다.

지금까지 고생했어.

그리고, 아이를ㅡ 여신을 죽이지 않아줘서 고마워.

천천히 내 몸을 끌어안는 듬직한 몸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나는, 내가 낳는 아이들 대부분이 나를 싫어할 줄 알았어."

어떻게 보자면 린 같은 경우가 특이 케이스였다.

반 인간 반 마족이기에 가능한, 그런.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틀려도, 단단히 틀렸지.

사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마족이나 마왕을 향한 증오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던 모양이었다.

혹시 그 아이만 기억이 돌아온 건 아닌가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도 저마다의 추억을 꺼내는 것을 보며 결국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아, 나를 미워하는 아이만 태어나는 건 아니구나, 하고.

"나를 향해 엄마라고 불러주던 그 목소리가 얼마나 달콤하던지..."

"다행이네, 아리엘."

"...그러네."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뻗어, 천천히 옷을 벗겼다.

내가 아서의 옷을, 아서가 내 옷을.

두 사람 모두 알몸인 상태였지만, 부끄러움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느껴지는 건 오직 서로를 향한 부드러운 사랑 뿐.

"관계를 가지는 건 또 오랜만이네."

"기다렸어?"

"목 빠지게 기다렸지."

"...미안."

자그맣게 사과를 하자, 너무 그러지 말라며 너털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네, 지금이라도 다시 관계를 맺게 되었으니까.

싱긋 웃으며 천천히 상체를 뒤로 빼냈다.

조금 노골적인 모습이기는 했지만, 아서는 내 부끄러운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까 말이지...

'만약 용사가 아니었다면, 분명 카사노바로 자랐을 거야.'

이 여자 저 여자 전부 손 대는, 전형적인 얼굴 잘 생긴 양아치 같은 어른이 됐겠지.

지금도 조금 못된 버릇들이 많기는 하지만, 나 하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남자라서 다행이었다.

"아리엘, 혹시 만져도 될까?"

"응, 마음껏 만져줘."

내가 아이를 임신한 뒤로, 아서는 종종 나에게 이렇게 묻고는 했다.

만져도 될까? 만진다면 어디까지 만질까?

나의 욕망과 아서의 욕망.

그 둘 사이에 있는 적절한 곳까지 애정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인가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그랬더랬다.

'만져도 될까, 라.'

조금 어감이 야릇하기는 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애초에 그것들보다 훨씬 더 야릇한 짓들을 해온 우리들이니까 말이지.

그저 이번에는 어디까지 서로의 마음을 알아갈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할 뿐이었다.

사랑을 나눈다는 건, 그런 것이었으니까.

스윽, 슥ㅡ

"장하다, 장해. 아리엘, 참 장해."

"...어린애도 아니고."

"이렇게 칭찬 받아본 건 처음일거 아니야. 안 그래?"

"..."

가끔씩, 아서는 나를 어린아이 다루듯이 하고는 했다.

내 어릴 적의 기억이 없다는 들은 뒤로부터 그랬던가.

뭔가 그때의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서 시작한 것 같았지, 응.

물론 처음에는 엄청나게 꺼려했었다.

이 나이를 먹고 어린아이 취급이라니, 웃기지도 않다고 생각했었지.

"조금만, 더 쓰다듬어줘."

하지만 나는 이미 아서의 것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그 손길이 머리를 떠나려고 하면 나는 다시금 꼭 붙잡아 버릴 터였다.

바로 지금처럼.

그런 나를 보며 싱긋 웃어보이는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 또한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에 활짝 웃어보였다.

"사랑해, 아서."

"나도 사랑해, 아리엘."

쪽ㅡ 하고, 뜨거운 애정이 내 이마를 찍어눌렀다.

지금까지 쌓여있던 정욕의 열기가 전신으로 퍼져나가는게 느껴졌다.

오래 참았구나, 아서.

엄청나게 오래 참았어.

"아직까지도 꿈만 같아. 내가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꿈은, 언젠가 이루어지는 법이야."

"그렇네. 지금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서로의 뺨에 입술을 맞추고, 입술과 입술이 맞닿고, 틈새를 열어 사랑을 나눈다.

한참 동안이나 입 안을 훑어내리던 말캉한 살덩이를 떨쳐내고 나면, 둘 사이를 이어주는 투명한 실선이 하나 남을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서로의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얼굴은 붉어지고, 몸은 달아올라ㅡ

"...아서."

"...아리엘."

마침내 하나가 되어버린다는, 그런 이야기.

"흐, 흐아♥"

오랜만에 맛 보는 교접의 쾌락에, 머릿속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건 아서도 마찬가지인지 겨우 삽입만 했을 뿐인데도 허리를 제대로 움직이지를 않았다.

겨우 넣는 것만으로도 한계구나.

...나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와 줘, 아서."

"..."

"얼마든지, 해도 되니, 까흣?!♥"

그 한 마디가 아서의 어딘가를 자극했는지, 멈춰 있던 허리가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고깃덩어리를 두들기는 듯한 소리 사이에 물이 질척거리는 듯한 음성이 섞여들고, 잠시 뒤에는 잔뜩 가버린 암컷 하나가 토해내는 하악질이 하모니를 이루었다.

사랑, 속삭임, 숨결, 쾌락.

사랑, 속삭임, 숨결, 쾌락.

계속되는 하나의 패턴에 녹아내리고, 녹아내리고, 또 녹아내려ㅡ

뷰르르릇♥♥♥

"하아, 하아, 하으...♥"

"허억, 헉, 후우..."

드디어 첫 번째.

안쪽이 가득 찼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서도 그 어느쪽도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만족할 리가 없지.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겨우 접촉만 해왔던 우리들에게, 한 번의 사정으로 끝낸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내 배가 불룩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겠지.

아니, 배가 불룩 튀어나올 때까지 해도 멈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자, 와줘.♥"

다시금 팔을 벌렸다.

너무 기뻐서 그런지 눈물이 퐁퐁 솟아나, 시야가 흐릿하게 물들었다.

이러다가 버릇 들면 안 되는데.

아서와 하나가 될 때마다 울어버리면 보기 안 좋잖아.

"예뻐, 아리엘. 울어도, 웃어도, 무표정일 때도 전부 예뻐."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어떻게 읽었는지, 아서가 잔뜩 내 칭찬을 해줬다.

미안해, 아서.

이런 자존감 낮은 여자라서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나를 사랑해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우리, 나중에 때가 되면 자그마한 오두막에서 단 둘이 살자. 아니, 너 닮은 딸 하나 낳아서 셋이서 오순도순 사는 거야."

"...나는 너를 닮은 아들이 가지고 싶은데."

"그러면 넷이서."

순식간에 정정하는 아서에 피식, 하고 웃음을 토해냈다.

차라리 11명 정도 낳아서 축구팀이라도 만들어 버릴까?

지금도 11명은 넘게 낳았으니 그때가 되더라도 충분히 11명 정도는 낳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까 더 빨리, 더 많이 낳아야지."

언제나 해왔던 말이었다.

더 빨리, 더 많이.

약간의 조급함과 그 조급함을 덮어내는 애정 두 스푼을 넣어, 아서의 가슴께를 꼭 껴안았다.

아이들을 낳으면 낳을수록, 우리들을 닮은 아이가 기대 돼.

다른 사람의 아이조차도 그렇게 사랑스러운데 너를 닮은, 그리고 나를 닮은 아이라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행복해지자, 아서."

그 어떤 사람들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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