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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249화 (249/342)

Chapter 249 - 행복, 사랑, 그리고.(2)

어머니, 당신이 얼마나 사랑 받아 마땅한 사람인지 알고 계십니까?

어머니, 당신이 얼마나 가련한 사람인지 알고 계십니까?

어머니, 그런 당신을 제가 얼마나 귀애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울지 마세요.

그러니까 부디, 울지 마세요.

당신은 눈물보다 미소가 더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박해보다는 박애가 더 걸맞는 사람입니다.

"부디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말아주세요, 어머니."

"...린."

자그마한 몸뚱이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껴안겨 있었지만, 그 안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다.

느낄 수 있는 건 오직 부드러움과 따뜻한 뿐.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를 품으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거였어.

내가 원하던 온기가, 바로 이거였어.

"어머니."

"...그래."

"엄마."

"...응."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언젠가 보았던 황금색의 눈동자 속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이 기꺼웠다.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더 자라지 않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것은 언젠가 겪었던 행복한 순간에서 머무르고 싶다는 욕망ㅡ

그리고 그녀의 미래를 바쳐 얻어낸 마법사의 등가교환.

"다시 만나서 정말 좋네요."

행복한 미소가 꽃피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얼굴은 감격과 환희로 젖어있었다.

눈물을 흘리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 저도 불효녀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뺨 위로 떨어지는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사랑, 행복, 환희.

지금의 나에게는 오직 그것만이 남아있는 상태였으니까.

"지금까지 잘 지내셨나요?"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

"다행이네요,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하지만, 네가 없어서ㅡ"

너무, 괴로웠어.

한숨을 토해내듯 내뱉어지는 말에 슬픔보다는 기쁨을 느꼈다면 거짓말일까.

나를 통해 당신이 괴로워한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꼈다면, 잘못된 일일까.

하지만 스스로에게도, 어머니께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저는, 행복해서 정신이 몽롱할 지경이랍니다.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지금까지 괴로워 해주셔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의 인연으로 끝내주지 않아서.

가족 놀이가 아닌 진짜 가족으로 남게 해주셔서.

그리고, 그 무한한 사랑의 수혜자가 되게 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린, 린, 린..."

"네, 어머니."

단 세 글자.

겨우 세 글자로 이토록 심장이 미어지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던가.

제자인 에밀리도, 부모와도 같던 스승님도, 하물며 나를 낳은 부모까지도ㅡ

그 누구 하나도, 나에게 이런 울림을 선사하지는 못했건만.

"정말, 정말 고맙구나."

어떻게 당신만이, 저에게 이 정도의 감동을 줄 수 있는지.

***

조금이지만 아이의 시선이 변한 것 같다.

매일마다 멍한 표정을 하고 있고,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모를 눈빛이었는데 말이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안에는 이상하게도 린의 모습이 잔뜩 비치고 있었다.

아, 정확히는 내 품에 안겨있는 린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느꼈던 것이지만.

아무튼, 이맘때의 아이는 이상했다.

"린, 조금만ㅡ"

"괜찮아요."

"..."

"괜찮아요. 지금은 제 차례니까."

감정이 희미한 편인 린에게 있어서 이런 행동과 말은 꽤 격한 표현일 터였다.

나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다.

그런 욕망에 충실하기에 이토록 꼭 붙어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슬슬 젖을 먹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 응?"

"...어쩔 수 없네요."

슬쩍 일어난 린이 내 허벅지 위에서 비키는가 싶었지만, 이내 한쪽 허벅지만 차지하고 다시 앉았다.

이 이상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볼에 마구 뽀뽀를 해줬다.

표정이 변화하지 않아서 기뻐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기뻐하는 것이겠지.

"자, 이리 온."

손을 뻗어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는 린보다 조금 작은 크기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젖을 먹었다.

다른 음식은 먹지 않는다고나 할까, 젖을 너무 늦게 떼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는 했지만 아이를 배불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내 젖으로 배가 부를지도 미지수였지만.

"흐읏..."

이빨이 자라서 그런지 젖을 물때 특히 더 아팠다.

다행히 떨어져 나갈 정도로 물지는 않아서 피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감각 만큼은 아무리 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사실 전부 알고 그러는게 아닐까 모르겠구나.

열심히 식사를 하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었다.

그런 아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린이 뭔가 부러워 하는 것 같아서, 다른 손으로는 린의 머리카락도 쓰다듬었지만서도.

"어머니랑 정말 똑같이 생겼네요."

"...음, 정확히는 내가 이 아이를 닮은 것이겠지만."

쪽쪽 빨아대는 감촉이 무뎌질 즈음에서야 신음 소리가 멈췄다.

아이들 앞에서는 이런 소리 내는 걸 자제해야 할 텐데.

조금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민망함에 살짝 고개를 돌리자 옆에서 찌르는 듯한 시선이 내 뺨을 마구 두들겼다.

"...왜 그러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린에 아, 하고 소리를 뱉어냈다.

그러고 보면 린은 언제나 책을 손에 쥐고 다녔었지.

책이라고 하면 얼마 전에 에밀리가 담당하게 된 서고가ㅡ

...두 사람, 만났으려나 모르겠네.

좋은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혹시, 에밀리는 만나봤니?"

"아니요."

"...어째서?"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있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담담한 목소리가 일품이었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말해오는 린에 나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구나. 나와 함께 있는 걸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구나.

에밀리가 조금 안쓰럽기는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미안, 에밀리.

너에게는 조금 안타까운 일이지만 린은 너보다 나를 선택했단다.

"에밀리를 만나보고 싶지는 않니?"

"만나보고 싶어요. 지금 말고, 나중에."

평탄한 어조로ㅡ 마치 국어책을 읽듯이 말한 린이 그대로 제 뺨을 내 어깨에 비벼댔다.

뭔가 엄청나게 도도한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는 것 같네.

문득 고양이 수인들이 떠올라서 린에게 안겨줄까 싶기도 했지만, 린은 소란스러운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관뒀다.

아니, 애초에 주변에 사람이 몰려 있는 환경 자체를 싫어하려나.

"만약 여신이 기억을 되찾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그래도 똑같을 것 같구나."

배가 찼는지 만족스러운 숨을 토해낸 아이의 뺨을 살짝 붙잡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기억을 되찾게 되겠지.

하지만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었다.

언젠가 또 내 꿈 속에 나타날 여신을 설득해낸다면 분명 좋은 가족이 될 수 있을 터였다.

원수로써 싸우는 것보다는 가족으로써 함께하는 편이 훨씬 좋을 테니 말이다.

"서로를 상처 입히며 싸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랑하는게 낫겠지."

"...그렇네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린에 살풋 웃음을 지었다.

이해 해주니 고맙구나.

다른 아이들을 전부 경을 치며 안된다고 반대하던데.

특히 미코의 표정이 아주 볼만했더랬지.

"그래도, 조금 정도는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충고 고맙구나."

확실히, 여신이 기억을 되찾는다면 날붙이로 배를 찔러올 것 같기는 했다.

마지막에 본 얼굴을 보면 그 정도로 화가 난 듯 싶었으니까 말이지.

심지어 언제 기억을 되찾을지 모른다는 점이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는 것이었고.

"분명 어머니라면 여신 또한ㅡ"

"엄마, 일어났다는 소식 듣고 왔ㅡ"

그렇게 린이 내 말에 답하려는 순간, 방문이 열리며 사람 하나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내 품에 안겨있는 린과 시선을 마주하는데, 두 사람의 눈동자 색이 기묘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채도가 짙은 쪽과 연한 쪽.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는 짙은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과 상봉하는 것처럼.

"...스승, 님?"

"...에밀리."

떨리는 목소리가 머뭇머뭇 튀어나왔다.

마치 자신의 눈앞에 있는 린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진짜야.

그런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이자 에밀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엉망으로 변했다.

울고 있구나.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울고 있네.

"죄송, 죄송해요... 울면, 안 되는데..."

"..."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에밀리가 손을 들어올려 제 눈가를 가렸다.

손바닥을 타고 흐른 물방울이 바닥을 향해 뚝뚝 떨어지는 것이 한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정도로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걸까.

울음을 참아내며, 동시에 울고 있는 에밀리의 모습은 그 누가 봐도 애처롭게 보일 터였다.

그런 에밀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울어도 된답니다, 에밀리."

"..."

"저를 다시 만나게 되어서, 기쁜거잖아요.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울어도 된답니다."

"스승, 스승, 님..."

천천히 린의 허리에 팔을 두른 에밀리가 그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분명 에밀리의 키가 조금 더 컸지만, 품에 안기기에는 충분했다.

정말 감동적인 재회구나.

그런 둘을 보고 있자니 조금이지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정말 잘 됐구나..."

작은 중얼거림이 흘러내렸다.

행복한 어느 한 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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