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2 - 행복, 사랑, 그리고.(5)
에밀리도, 린도, 메이아도 없는 어두운 공간.
오직 서로의 얼굴만이 보이는 장소 안에서 시선을 마주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까스로 다스린다.
아서, 아서, 아서.
네 얼굴을 보기 위해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어.
에밀리가 생각보다 끈질겼다, 라고 말해야 할까.
결국 다른 아이들이 전부 잠들 시간대가 되어서야만 겨우겨우 시간을 낼 수가 있었다.
"아서, 혹시 많이 기다렸느냐?"
"응."
"...그건, 미안하구나."
설마 이렇게 바로 '응'이라고 대답할 줄이야.
입술을 비죽 내밀자 장난스럽에 웃으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누가 봐도 아이 취급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지만, 애정 만큼은 겨우 장난으로 끝날 정도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장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평 하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뭔가, 엄청 오랜만인 것 같아서 어색하구나..."
"...그렇네."
마치 처음 관계를 나눌 때처럼 어색하게 팔과 다리를 휘적인다.
서로의 몸에 손을 올리고 온기를 느껴야 할 시간인데, 미묘한 거리감 때문에 감히 먼저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거리감.
거리감이라.
팔만 뻗어도 닿을 거리에 있는데 거리감이라니, 이 정도로 우스운 일도 없겠지.
"...아서."
"응, 아리엘."
자그맣게 흘러나온 내 이름에 조금이지만 어깨를 움츠렸다.
관계를 나눌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는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닐까?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는 관계 속에서 그의 사랑을 계속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천천히 손을, 동시에 몸을 기대서는 그대로 아서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나랑, 아기 만들래? 후흐..."
"...!!"
스스로가 들어도 확실한 유혹의 목소리였다.
내가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니.
동시에 닿은 아서의 피부가 잔뜩 움찔거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무언가 스위치를 건들어 버린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나를 위해서 억눌러 왔던 본능의 스위치를ㅡ
"꺄아ㅡ?!"
"...지금까지 어떻게 참아왔는데."
"아, 아섯?!"
"그렇게 유혹 해버리면, 점잖은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잖아."
나를 밀어 넘어뜨린 아서가 그대로 내 머리 양 옆으로 손바닥을 찍어눌렀다.
아서,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이 됐어.
정확히 말하자면 수컷의 얼굴이라고나 할까.
최근 들어 자주 보여주었던 풀린 표정이나 장난기에 물든 표정이 아닌, 상대를 잡아먹겠다는 듯 강렬한 표정이었다.
'자, 잡아먹힌ㅡ'
"햐으으읏...?! ♥"
물고, 빨고, 핥는다?
그런 느낌의 애무가 아니었다.
아서가 하는 행위는 말 그대로 나를 '잡아먹기 위한' 행동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본다면 마치 나를 강제로 범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아서가 지금까지 참아왔던 욕망의 결정체ㅡ
"...와 줘, 아서♥"
팔을 쭉 벌렸다.
내 젖가슴을 씹어먹을 기세로 앙, 물어버린 아서의 등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쪽은 아기들을 위한 곳인데.
속으로 자그맣게 불만을 토해냈지만, 이미 스위치가 켜진 이상은 멈출 수 없었다.
그것에 꼭 아서만의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나 또한 그저 너털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지만.
주륵ㅡ♥
'...뭘 얼마나 했다고 벌써부터...'
가랑이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무언가에 눈을 깜빡였다.
그저 아서의 온기가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만으로도 이 몸뚱이가 멋대로 아기를 받아들을 준비를 해댔다.
이래서야, 애무가 딱히 소용 없잖아.
아니, 여기서는 효과가 너무 좋다고 해야 할까.
"아서, 그렇게 가슴에만 집요하게 달라붙으면 안 된다구?"
"...미안."
"그, 딱히 미안할 필요는 없지만..."
젖꼭지부터 시작해서 아서의 입술까지 주욱 이어진 투명한 실에 창 밖의 달빛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을 냈다.
정말, 관능적이구나.
아서의 온기가 떨어지자마자 순식간에 식어버려서는 싸늘하게까지 느껴지는 가슴에 반사적으로 팔을 들고, 흉부를 가렸다.
동시에 보이는 흉악한 크기의 물건을 보며, 나는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엄청 커져있어...'
조금 전의 행동이 기폭제라도 된 걸까.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로 깜빡깜빡 아서를 올려다 보니, 천천히 제 얼굴을 쓸어내린 아서가 슬쩍 무릎을 움직였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짧디 짧은 전희는 이것으로 끝.
지금부터 곧바로 본 경기에 들어갈 터였다.
꾸욱ㅡ
"...흐, 읏."
"아리엘, 넣어도 돼?"
"..."
몇 번이고 사용했음에도 깨끗하게 닫혀있는 균열을 아서의 대가리가 쿡, 찍어눌렀다.
이대로 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분명 안으로 들어오겠지.
지금까지 느꼈던 그 어떤 온기보다 따뜻한ㅡ 아니, 뜨거운 감각에 반사적으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넣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그 감각.
쾌락의 노예가 되어버려,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관계만 나누어 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만 둔다면 충분히 그만 둘 수 있어.
혹시라도 아서를 말려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서."
"응, 아리엘."
"...여기서 그만 두자고 한다면, 그만 둘 수 있어?"
"..."
슬쩍, 한 쪽 입꼬리만 들어올려서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서는 뭔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만 두자ㅡ 같은 말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이런 장난을 쳤다는 사실이 그에게 있어서는 꽤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그런가? 지금까지 아서에게 이런 느낌의 장난은 한 번도 한 것이 없었나?
"당연히 그만둘 수 있지."
잠시 뒤, 정신을 차린 아서가 비장하게 말했다.
진지한 목소리 밑에 있는 커다란 물건이 위 아래로 거칠게 껄떡이는 모습을 보니 전혀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둘 수 있다고? 그걸 그렇게나 키워놓고는?
물론 말만이라도 고마웠다.
저런 상태의 아서를 멈출 수 있는게 자신이라는 것에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무슨 애도 아니고 이런 거에 기뻐하고 말이지, 나도 참 멀었구나.'
기억을 전부 다 되찾는다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그저 철부지에 불과할 뿐이었다.
사랑에 매달려, 사랑을 마시고, 사랑을 전하는 그런ㅡ
"...그러면, 어서 와줘."
일자로 쭉 뻗어져 있던 다리가 굽어, 무릎이 천장을 향해 툭 튀어올랐다.
아서가 잘 볼 수 있게 골반을 넓히고, 허벅지를 최대한 넓혀내니 끈적한 액체가 고간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너무 경박해 보일까?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이 불쑥 튀어올랐다.
그때는 너무 생각이 없었지, 응.
쾌락의 노예였었다고나 할까.
"넣을게, 아리엘."
"응, 아서.♥"
질척ㅡ
아서의 얼굴과 몸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몸 안으로 아서의 물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 사용하는 것처럼 닫혀있던 균열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내 몸뚱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아서의 것을 받아들였다.
충족감.
텅 빈 곳에 딱 맞는 무언가가 채워진 듯한 기묘한 만족감까지.
"어, 라?"
고개를 갸웃했다.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그런게 아니었다.
엄청나게 기분 좋은데, 뭐라고 할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가 다를까.
뭐가, 다르지?
"..."
"..."
쿵쿵, 하고 심장이 뛰었다.
분명 내 심장이 뛰고 있는데, 뭔가 아서에게도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아니, 분명 느껴지겠지. 아서도 살아있는 생명체인 이상은.
하지만 이 감각.
이건 대체ㅡ
쿵쿵쿵쿵쿵쿵쿵...
"아서."
"아리엘."
"우리, 심장 소리가 똑같아."
깔깔, 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자그마한 종이 울리는 듯한 웃음이었다.
내 입에서 이런 웃음이 나왔다고는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맑고 깨끗한 음성.
"...그렇네."
아서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울기 직전의 사람처럼 변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아서. 이렇게 좋은 날에.
쿵쿵거리며 뛰는 두 개의 심장은 여전히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평행선이 아닌, 완벽하게 겹쳐진 하나의 궤적.
나와 아서를 나타내는 말은 이제 '영원히 마주할 수 없는 평행선.' 같은게 아니라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ㅡ' 같은게 아닐까.
"나 말이지, 너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나봐. 심장 소리까지 똑같아지다니."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심장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후흐..."
작은 웃음 뒤에, 기습적으로 아서의 뒷목을 끌어당겼다.
힘으로 저항할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끌려온 녹색의 눈동자에 살풋 눈꼬리를 휘어보였다.
내가 뭘 할지, 알고 있지?
장난스럽게 물었다.
당연하지.
아서가 지지 않고 맞섰다.
'이럴 때 한 번 정도는 져주란 말이야, 바보...'
아무리 생각해도 무드가 없는 남자였다.
어렸을 적ㅡ 시골 마을에서 지내던 때와 별 다를게 없다고나 할까.
아서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겹치고는, 자그맣게 틈을 만들어 냈다.
그 안으로 빨려들어오듯 흘러오는 말캉한 혀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지금 엄청나게 야한거 알고 있어?"
"...그래?"
잠시간의 키스가 끝나고, 투명한 실타래가 서로의 중간 즈음에서 끊어져 내렸다.
평소와는 다르게 허리를 움직이지 않는 아서에 아랫배가 꾸욱 눌려왔다.
마치 나를 안달내려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그가 나를 위해 하는 배려라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상한 곳에서만 친절하고 말이야.
"계속 이런 모습만 보여주면, 또 빨리 끝나버릴지도 모르잖아?"
"나랑, 오랫동안 이러고 있고 싶은 거야?"
"당연하지."
사실 나도 그래.
방긋 웃으며 답하니 순간적으로 아서의 표정이 멍청해졌다.
엄청 웃긴 얼굴이네.
자그맣게 중얼거리자, 건방진 말을 하는 입술을 막아버리겠다는 듯 아서의 얼굴이 훌쩍 가까워졌다.
아아, 졌어요. 졌어~
다시금 입 안을 유린하는 살덩이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뜨거운 숨과 신음을 토해내는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