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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266화 (266/342)

Chapter 266 - 그냥,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3)

술에 취해 울먹이기 시작하는 에밀리를 달래고, 그런 에밀리를 놀리는 고르돌을 말리고, 한숨만 푹푹 쉬는 아서를 다그쳤다.

사람들 많이 있는 곳에서는 그렇게 한숨 푹푹 쉬면 안된다고?

심지어 술자리에서 그러면 안 좋은 일 때문에 한숨을 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해주니 내 눈을 빤히 쳐다보는데, 뭔가 조금 찔리는게 있는 것 같았다.

"...아리엘."

"그래, 아서. 일단 취한 것 같으니 방으로 돌아가자. 여기에 계속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솔직히 세계수의 바로 밑이라서 그냥 자도 입이 돌아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잠을 잘거라면 방에 들어가서 자는 편이 나을 터였다.

많이 취했다, 봐.

얼굴도 엄청나게 빨갛게 변했잖아?

"에밀리를 잘 부탁하마, 고르돌."

"이 꼬맹이 스승한테 잘 데려다 놓을 테니 안심 하게, 하하!"

고르돌도 코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지만, 정신이 날아간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 드워프는 드워프로구나.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서를 부축하니, 묵직한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무거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지만, 취한 사람을 옮기는 건 꽤나 고역이었다.

"...그냥 세계수에게 취기를 없애달라고 하면 안 되려나."

조금 불경한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서도 아서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

오늘따라 조금 취하고 싶었다거나 그런 것들.

"끄응, 역시 덩치 차이가 너무 나서 그런지 무겁구나..."

"...아리, 엘."

제 힘으로 걸어준다면 찾 좋겠지만, 지금의 아서는 그저 계속해서 내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나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는게 아닐까.

물론 나도 아서를 엄청나게 좋아하기는 했지만서도.

"...미워하지, 말아줘."

"내가 너를 미워할 리가 없지 않느냐. 이미 너무 많이 미워해서, 더 이상은 미워하고 싶지도 않고."

설마 그것 때문에 고민을 했던가?

내가 자신을 미워하게 될까봐. 예전과 같이 끝 없는 증오로 자신을 마주하게 될까봐.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오히려 조금 실망감이 들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나에 대한 믿음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그 정도로 믿음을 주지 못했던 걸까?

"자, 일단 눕거라. 자세한 이야기는 제정신일 때 하도록 하고."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아리엘."

"...정말이지."

잠만 재우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렇게나 간절하게 나오면 또 그럴 수가 없잖아.

침대에 누운 채로 나를 올려다 보는 시선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그래, 그렇네.

이렇게 된 이상 오늘은 아서와 함께 있을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안해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 어디에도 가지 않으니 조금 하거ㅡ 히얏?!"

"..."

"...아서?"

갑자기 내 팔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몸이 풀썩 쓰러졌다.

어라, 그러니까ㅡ 아서?

이름을 불러봤지만 아서는 내 팔을 붙잡은 채로 빤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옆에 있어줄 텐데 말이지.

"가지, 마."

"어디에도 안 간데도? 아니면, 그래. 오늘은 나와 함께 자고 싶은 것이냐?"

"...같이 자주는 거야?"

"당연하지."

여기서가 실수였다.

'같이 잔다.'라는 것에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는 걸 순간 까먹어 버리고 말았다.

아직 인간의 문화에 대해서 제대로 몰랐다ㅡ 라는 변명은 조금 무리가 있겠지, 응.

아무튼, 그래.

현재 상황을 말해보자면ㅡ

"아, 서?"

"..."

분명 조금 전까지는 아서가 누워있고, 내가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뭐, 침대 위에 눕혀져서는 그대로 팔을 붙잡힌 채였다.

마치 덮치기 일보 직전의ㅡ 아니, 덮친 직후의 상황이라고나 할까.

나를 뚫어져라 내려다 보는 눈빛이 엄청나게 강렬했다.

술에 취한 사람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너를 사랑하게 된 건, 그저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어. 너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다는 것도, 너에게 한 짓을 떠올리기 싫어서 그런 것만이 아니었어."

"응, 다 알고 있어, 아서."

"미워하지 말아줘."

"미워하지 않아."

저항할 생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간절하게 매달리는 사람을 내칠 정도로 정이 없지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진심을 터뜨리지 않으면 분명 마음 속에서 곪다가 썩어버릴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사랑해, 아서.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해.

아니면, 이런 말로도 부족한 거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까?

"너를 용서하지 않고 사랑했다고 말한 건, 전부 너를 위한 거였어."

"..."

"네가 한 모든 일들을 용서했다고 말하면, 네가 '나는 용서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하며 자책할까봐."

잘못을 용서하지 않고, 대체 어떻게 사랑하겠어?

작게 속삭여지는 말에, 그의 녹색 눈동자에 자그마한 물방울이 맺혔다.

눈물이구나.

이번이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흔히 볼 수는 없던 걸로 알고 있는데.

싱긋 웃으며 아서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줬다.

"뚝 해야지, 아서. 응?"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무얼, 그렇게까지야."

진심에 진심을 더한 감사 인사는 고마웠지만, 일단 내 위에서 비켜주는게 우선이지 않을까.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부끄러워서 그렇다기보다는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감히 마주볼 수가 없었다.

술 들어간 사람이 제일 무섭다더니, 아무래도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은 먼저 자고ㅡ 으흡?!"

"..."

츄읍♥ 츄으읍♥ 츕♥

"푸흐... 하...♥"

"아리엘..."

기습적인 키스에 순간적으로 뇌가 하얗게 물들어 버렸다.

어, 어라. 이거 설마, 위험한 상황이라거나 그런 거야?

이런 전개는 상상도 하지 못해서 그런지 몸이 바짝 굳어버린 채였다.

아서, 아서? 아서?!

"저, 너무 취한 것 같으니까 일단 오늘은 자고ㅡ 흐걋!?"

"사랑해, 아리엘."

"나, 나도 사랑하기는 한다면ㅡ 흐읏...?!"

내 목덜미에 입술을 맞대오는 아서에 몸을 바짝 굳혔다.

그러고 보니까, 아서와 마지막으로 관계를 나눈게 언제였더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슬쩍 팔을 움직였다.

...뭐, 술에 취해서 진심이 나온다고 보면 또 나쁘지 않을지도.

지금 생각해 보니 술이 깬 다음의 아서를 놀리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나 내가 좋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좋아,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ㅡ"

나머지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채우도록 하는 걸로, 어때?

"..."

명백한 유혹.

이런 유혹에 아서가 넘어가지 않을 확률은 과연 몇이나 될까.

심지어 그게 술에 취한 아서라면?

"흐얏ㅡ?!"

"미안,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서..."

내 옷을 벗긴ㅡ 아니, 벗긴게 맞나?

단추가 전부 떨어져 나간 상의 밖으로 커다란 젖가슴이 툭 튀어나왔다.

술이 들어가니까 힘 조절이 어려운 모양이구나.

음, 일단 내일은 옷에 단추를 다시 달아야겠네.

입으로는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그런 태연한 생각을 했었더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흐앙♥"

"츄읍, 읍ㅡ"

"아, 아기도 아니고ㅡ 읏♥"

집요하게 내 가슴을 물고, 핥고 빨아대는 통에 따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정말이지.

이렇게나 진심이 되어버리면 적당히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

"자, 잠깐ㅡ 집요하게 젖꼭지만ㅡ 흐앙♥"

"예뻐서 그래. 봐, 아리엘."

"흐으...♥"

자극을 너무 줘서 그런지, 분홍빛의 첨단이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진짜, 변태야, 바보.

내 얼굴과 젖꼭지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아서가 내 눈에 입맞춤을 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은 그와 마찬가지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예뻐, 아리엘. 황금빛 눈도, 커다란 가슴도,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도, 전부."

"후흐, 미움받을 것 같아서 갑자기 칭찬이라도 하는 거야?"

"...그렇다고 하면?"

장난스럽게 묻자 녹색 호수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불안해 하고 있구나. 엄청나게.

단순히 나에게 미움 받는 것이 두려워서, 불안해 하고 있어.

그 사실에 기쁨을 느끼는 난, 과연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뻐."

"..."

"네가 내 행동 하나로, 너를 향한 나의 자그마한 감정 하나로 네가 불안해 하고 두려워 한다는게 너무도 기뻐."

사랑이란 참 재미있는 감정이어서, 자신으로 인해 상대가 곤란해진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를 보며 불안해 하는 아서의 모습이 미치도록 사랑스러워서ㅡ

"사랑해, 아서. 하지만 역시, 나를 보고 불안해 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네."

쪽, 하고 짧은 입맞춤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행복을 바라는 만큼, 너 또한 행복하기를 바래.

그러니까, 불안해 하지마.

"아서."

"...응, 아리엘."

"우리, 아기 만들기 할까?"

불안감에 일렁거리던 눈동자가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한 건 내 말이 끝난 직후부터였다.

부풀어 오른 고간과, 천천히 다가오는 신체.

그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천천히 아서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질꺽ㅡ♥

"흣ㅡ♥"

아랫쪽은 이미 충분히 젖어있는 상태였다.

아서가 내 가슴을 애무해서ㅡ 아니, 아서가 나를 덮친 그 순간부터.

...아서에게 변태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네.

"흣, 하...♥ 아무래도, 나도 너를 원하고 있었던 것 같아."

"아리엘."

"와 줘, 아서.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깊숙히, 더욱 깊숙히.

질 내의 세포 하나하나에 아서의 온기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내 체온보다 훨씬 더 뜨거운 열기.

사랑을 가득 담은 자지가 제 존재감을 드러내며, 내 몸 속의 가장 끄트머리를 두들겨댔다.

"흐, 흐아으으...♥"

너를 안으면 천박한 여자가 되어버리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처음에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걸, 너는 과연 알고 있을까?

"와줘, 아서♥"

"아리엘...!"

"흐앙♥"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서에 반사적으로 짙은 교성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짧게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술에 취한 사람은 자제력이 떨어진다고 하니까ㅡ

으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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