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88 - 사랑을 가장 닮은 그대에게.(4)
여자의 감, 이라고 할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고 할까.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아이들을 방 밖으로 내보낸지 얼마 되지 않아, 작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망설이고 있구나.'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제 어머니께 제 죄를 고백하는 것과 같은 느낌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노크를 한 사람은 다른 아닌 아서겠지.
내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잦아드는 노크 소리에 살풋 웃음이 튀어나왔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슬슬 갔으려나, 싶을 정도의 침묵.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아직 가지 않았구나. 여전히 내가 자기를 무서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들어와, 아서."
내 한 마디를 기다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아서에 괜히 심장이 찌릿하고 그랬다.
그건 슬픔에서 나오는 느낌이 아닌, 다른 이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쾌락이었다.
그렇지만, 이것마저도 사랑이겠지.
천천히 열리는 문을 응시하며 입꼬리를 끌어올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기다리던 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
내 사랑. 유일한 내 것. 내가 가장 원하는 것.
결국, 가지게 된 것.
언제나 손기락에 끼고 있던 반지는 그 크기가 맞지 않아서 엄지에 달랑달랑 매달아놓은 상태였다.
신체적인 이유로 반지를 낄 수 없었지만, 절대 떼어내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런 내 엄지 손가락에 시선을 준 아서의 눈썹이 찡그려지는 것을 보며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아리엘, 괜찮아? 이제 무섭지 않은 거야?"
"애초부터 무서웠던 적이 없는데?"
물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이라도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진실이 되는거 아닐까?
나는 내가 아서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것이 비록 몸이 작아진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싫었다.
그렇기에 잔뜩 허세를 부렸다.
마치 그런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하."
"......아서?"
그렇게 잔뜩 강한 척을 하는 나를 보며, 아서가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내 정수리를 쓰다듬기 시작하는데, 그 손길이 마치 자신보다 한참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미묘했다.
내 몸이 작아지기 전에도 이런 행동을 종종 하기는 했지만, 진짜 어린아이인 몸인 채로 아이 취급을 받으니 조금 뭐랄까...
"에헤..."
"...어렸을 때의 아리엘은 엄청 귀여웠구나."
"뭐야, 어렸을 때가 아니라면 귀엽지 않다는 듯인 건가?"
"아니, 어른일 때도 귀여워. 그런데, 나보다는 미코나 린이 귀여운 것처럼 나도 어른인 너보다 아이인 네가 더 귀여울 뿐이야."
말은 잘 하네.
뭐, 그래도 미코나 린은 귀엽게 보고 있나보구나.
...에밀리나 레이나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건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이겠지만서도.
그래도 뭐, 듣기 나쁜 소리는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듣는 건 어느 때라도 기분 좋았으니까.
"그리고 말이지 아서. 겁은 네가 먹고 있었잖아?"
"..."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건데. 내가 아직도 그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게 무서워? 아니면, 또 다시 나를 상처 입힐까봐?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뭐가 무서워서?"
"나는ㅡ"
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아서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런, 이렇게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는데.
억지로 밝은 척 하는 것을 받아주는 것도 몇 번 정도지, 계속해서 억지로 웃는다면 결국 스스로의 감정을 속이는 것이 되어버리는 법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아서의 모습을 보는게 싫어.'
거짓됨 없이, 오로지 진실만으로만 나를 대해줬으면 좋겠다.
비록 그것이 짙은 죄책감과 아픔이라고 해도, 전부 쏟아내줬으면 좋겠다.
사랑이란 애초부터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대에게서 찾았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나를 봐, 아서. 내가 무서워? 아니면, 너 스스로가 무서워? 그렇다면 내 눈을 봐. 내 눈에 비친, 네 모습을 봐. 지금 네 모습이, 무서울 정도야?"
"...아니. 무섭다기보다는, 엄청나게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네."
"한심하지 않아. 나한테는 언제나 멋진 얼굴이니까."
조금 오글거리기는 했지만, 아서의 자기 비하를 씻어내리기 위한 진실이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두두두 뱉어냈다.
거짓말은 아니니까 괜찮아.
실제로도 엄청 멋지고. 잘생겼으니까 말이지.
"아, 그래도 이 몸으로는 안 돼! 지금은 범죄니까, 으응..."
"아무리 그래도 지금 상태에서 덮치지는 않아!"
내 말에 깜짝 놀랐는지, 아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물론 아서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응.
그냥 농담이라고나 할까 뭐라고 할까...
키득키득 웃으며 아서를 놀리니, 뺨을 꾹 붙잡아 왔다.
"아파."
"아프라고 잡은 거야. 어른을 놀리는 꼬마는 혼나는게 당연한 거잖아?"
"체, 체벌은 나쁜 거야..."
"이런 체벌은 괜찮아."
그 뒤에는 뭐어, 눈물이 찔끔 흘러나온 때까지 마구 잡아당겨졌다.
기묘할 정도로 절묘한 힘 조절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역시 용사라서 그런지 능력이 엄청나구나.
분명 아픈데 부풀어 오르지는 않은 뺨을 슥슥 문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뭔가 옷이 작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니, 이건 몸이 작아졌다기보다는 마치ㅡ
"아서."
"응, 아리엘."
"아무래도 나, 다시 커지고 있는 것 같아."
어깨에 걸쳐져 있던 원피스 끈이 살을 파고들 것 같이 푹 들어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살을 뚫어버릴지도 모르겠는걸.
살짝 원피스 끈을 붙잡아 내리니, 아서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내 알몸이란 알몸은 전부 봤으면서 부끄러워하기는.
"차라리 이번이 기회이지 않느냐? 내가 성장하는 모습은 앞으로 절대 보지 못할 텐데."
"..."
"어서 봐라, 아서. 마왕이 성장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볼거리가 아니니까 말이야."
살짝 소매를 잡아당기자, 그제서야 다시금 고개를 돌린다.
그의 얼굴을 물들인 홍조는 과연 부끄러운 때문일까 아니면 흥분 때문일까.
그런 아서를 바라보며 천천히 옷을 벗어내리자, 시야가 조금 높아졌다.
응, 가슴도 조금 커졌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크기로 보이느냐? 열둘? 열셋?"
"...미안."
"? 대체 왜 사과는 하는 거지?"
"아니 그냥, 뭔가 사과를 해야할 것 같아서..."
푸흐, 그게 대체 뭐야.
슬쩍 팔을 들어올려 가슴을 가리자, 점점 커져가는 살덩이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포션의 약효가 점점 떨어지고 있구나.
확실히, 몸이 갑자기 커지는 것보다는 천천히 커지는 편이 더 낫겠지.
옷 같은 경우에는 엘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줘도 되니, 굳이 찢어먹을 필요는 없을 터였다.
"이제야 조금 내가 알던 아리엘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네."
"그건 또 무슨 뜻이지?"
"야해지고 있다고."
"...읏."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마지막으로 관계를 나눴던게 언제였더라?
내 어깨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에 작은 신음을 토해냈다.
옛날에는 아서의 손길에 비명을 내뱉던 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런 관계가 되어버렸구나.
이제는 공포보다 행복을 기다리는 것이 익숙해진 상태였다.
'대체 뭘 무서워했던 걸까, 나는. 그리고 아서도.'
"아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잊으라고는 말하지 않으마."
"..."
"하지만 우리는 그 일들을, 그 이상의 행복으로 채워나갈 수 있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고, 또 행복해지면 언젠가 과거의 일을 떠올려고 아무렇지 않아질 수 있겠지.
그리고 동시에,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갈 터였다.
그러니까 아서ㅡ
"ㅡ우리 오랜만에, 아기 만들기 할까?"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
뜨거운 공기로 가득찬 방 안에서, 내 밑에 깔려있는 아리엘의 얼굴을 바라봤다.
분명 눈물로 가득 차있지만 행복 가득한 미소를 걸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더 이상은 스스로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리엘, 내가 얼마나 너를 갈망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그 어떤 샘물도 이 목마름을 없앨 수 없었다.
오직 너만이, 내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었다.
"흐, 아읏...♥ 아서, 너도 기분, 좋지...?"
"응,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아."
"기뻐♥"
단순한 삽입만으로도, 그녀는 기쁨에 겨워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오래간만의 관계라서 그런지 더욱 민감해진 탓일까.
커다란 육봉을 조여오는 압박감에 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방심하면 금방 쥐여짜인다.
그녀가 몽마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더더욱 방심할 수 없었다.
질꺽♥ 질꺽♥
"아서, 엇♥ 가,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갓...♥ 배 밖으로 자지 튀어나와버렷♥"
허리를 둥글게 휜 아리엘의 배가 제 좆으로 인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나도 정말 엄청나게 쌓아있었나 보구나.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허리를 붙잡으니,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아리엘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아리엘, 갔어?"
"가, 가써어... 가버려써...♥"
오래간만의 절정에 정신을 못 차리는 아리엘에 괜히 못된 마음이 들었다.
제 귀두를 맛있다는 듯이 쯉쯉 빨아대고 있는 자궁.
그 야하디 야한 방을 잔뜩 놀려주고 싶었다.
"아리엘, 이쪽이 자궁이지?"
"아학?!♥ 쟈, 쟘꺈♥ 거길 만지며는ㅡ♥"
퓨슛♥ 퓨슛♥
"흐악♥ 아흑, 아흐윽...♥"
귀두가 불룬 튀어나온 곳의 윗부분을 꾹, 하고 누르니 접합부의 틈새에서 조수가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다.
다리를 쭉 뻗고는 바르르 떠는 모양새가 가련하기 짝이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