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22 - IF : 마왕님만 기억이 없는 리트라이 - 후일담. (2)
솔직히 말하자면,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 엘리였기 때문에 엘리를 고른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성녀이기도 했었고.
에밀리나 할리벨 같은 경우에는 나를 껄끄러워하니까 별로 하고 싶지 않았고.
아리엘 같은 경우에는 뭐ㅡ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서 녀석이 있으니 따로 손을 대기는 싫었다.
"엘 씨는 뭐랄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네요."
"...신이라서 그럴 거예요. 신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니까."
"흐응, 그게 비법인 건가요? 아무것도 안 먹는거?"
"마시지도 않아야 하고요."
이 성녀는 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해서 내 어깨를 핥아내리고 있었다.
아니, 핥는 것 뿐만이 아니라 물고, 빨고, 뺨을 비볐더랬지.
교단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요상한 것까지 가르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달까.
단순히 입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움츠릴 줄은 몰랐는데.
"흐앙♡"
"헤에..."
"자, 잠깐! 바, 방금 건 방심해서 그런 거라구요...?"
어깨를 핥던 혀가 쇄골 근처에 닿자, 내 입에서 간드러지는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뭐야, 방금.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지만 엘리의 표정은 이미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표정으로 바뀐 채였다.
마치 놀리기 딱 좋은 약점을 찾았다는 것처럼.
"솔직히 말이죠, 저는 제가 모시는 신이 이런 쪽으로 무척이나 해박하고 강할 줄 알고 있었거든요?"
"..."
"그런데, 지금 보니까 전혀 아니네요. 무슨 처녀 같은 반응이나 하시고."
할짝♡
"히약...?!♡"
이번에는 어깨에서 한층 더 내려온 쇄골.
진득하게 핥아내리는 새빨간 혓바닥에서 투명한 타액이 주욱 이어져 내렸다.
...위험해. 진심으로, 위험해.
전희로만 겨우 이 정도.
허벅지를 웅크리며 참아내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지 않아도 스스로의 상태가 어떤지 눈에 훤했다.
"아리엘 씨가 민감했던 건 엘 씨를 닮아서 그런 거였네요."
"...읏♡"
"보세요. 이렇게나 끈적끈적하고."
넣은 것도, 만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살짝. 피부 위에 아주 살짝만 스쳤을 뿐인데도 엘리의 손가락에 끈적한 애액이 질척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아직 이 아래로는 내려가지도 않은거, 알고 있어요? 이제 겨우 쇄골이라구요?"
"...흣, 흐읏, 흣...♡"
애액이 묻은 검지 손가락으로 쇄골을 쿡쿡 찔러댄다.
그에 맞춰서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감각에 신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입을 틀어막아 어떻게든 참아냈다.
아니, 이걸 참아냈다고 보는 편이 맞을까.
엘리가 찌른 부분에서부터 열기가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신의 타액은, 미약과도 같지.
그게 설마 자기 자신에게도 통하는 건지 몰랐지만서도.
"하악... 흐아...♡"
"좋은 표정이 되어버렸네요. 설마, 스스로의 타액에 취하기라도 하신 건가요? 아니면, 진심으로 제가 좋아지셨다거나?"
"아, 아니거든요?!"
이건 그냥, 내 몸이 민감해서 일어난 일일 뿐이었다.
아아, 그래. 첫 경험 때도 그랬지. 그 커다란 물건을 안에 넣는다고 했을 때는 조금 무서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잔뜩 헐떡거렸더랬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이 몸뚱이는 우스울 정도로 이런 방면에 면역이 없는 듯 싶었다.
"애, 애초에 신은 육체와 혼의 관계가 희미해서 육체의 쾌락이 영혼에까지 전달되서 그런ㅡ 흐아아앙♡♡"
프싯♡ 프시잇♡
"앗, 차...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우셔서 그만..."
어, 라. 방금, 뭘 했지?
허리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과 동시에, 가랑이 사이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그러니까, 엘리의 손이 쇄골 밑으로 내려갔지.
그러고는 갈비뼈를ㅡ
꾸욱♡
"흐악?!♡"
"귀엽네요. 마치 누르면 물이 나오는 장난감을 보는 것 같아요."
"흐아♡ 흐악♡ 아학!?♡"
엘리가 뻗은 두 손이 갈비뼈 사이사이를 움켜쥘 때마다 몸이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거짓말. 거짓말이지? 겨우 전희 따위로 이렇게 가버린단 말이야?
바르르 떨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이 빌어먹을 몸뚱이는 이미 상대에게 항복한지 오래였다.
그만, 그만둬. 여신으로써 자존심이 있지, 제 성녀한테 엉망으로 함락 당해서는ㅡ
"네, 이제 함락♡"
"갸흣...♡"
허리와 갈비뼈가 만나는 그 지점. 그 자그마한 틈새 사이로 손가락 끄트머리를 집어넣는 순간, 머리에서 번개가 튀었다.
오래간만의 자극에 몸이 잔뜩 흥분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더 자극을 더 받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확실하게 더 받고 있었다.
"흑, 흐아♡ 흐아흐...♡ 쟈, 쟘깐만혀...♡"
"아직 아래쪽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구요? 벌써 이렇게 되어버리시면 제가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잖아요."
그러면서 손가락은 가만히 두고 있지를 않잖아.
움직임 자체는 멈춰 있었지만, 멈춰 있는 위치가 문제였다.
내 몸에서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갈비뼈 바로 밑쪽.
바로 그곳을 꾹꾹 짓누르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작은 몸으로도 진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건가요? 엘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게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
"...읏♡"
천천히 떨어지는 손가락에도 상당한 쾌락이 밀려들었다.
이대로라면, 바보가 되어버려.
아리엘을 위해 아이를 낳는 건 좋았지만, 매번 이런 걸 느껴버린다면 조금 무서울 것 같기도 했다.
...당장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뭐ㅡ"
툭, 툭툭.
"아...♡"
"이 정도로 반응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겠네요."
하복부를 자그맣게 두들겨 오는 손가작질에, 하반신이 지레 겁을 먹고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어라... 그보다 나, 언제부터 다리를 벌리고 있었지.
이런 식으로 다리를 벌리면 전부 보여져 버리는데...♡
숨을 헐떡이며 어떻게든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야해요, 엘 씨."
"...으긋♡"
질척...♡
천천히 하복부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마치 사람의 다리처럼 살금살금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자그마한 균열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손가락에게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머리와는 달리 몸은 이미 받아들을 준비를 전부 마친 상태였다.
어서 오세요, 저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하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엘리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붉게 달아올라 부풀어 오른 둔덕 위로 향하는걸 그저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자아... 어때요?"
"쟈, 쟘꺈...♡ 거,거긴 안댸해...♡"
"여기를 문지르면, 어떤데요?"
"아학?!♡ 으흣♡ 으호읏...?!!!?♡♡"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오기 적전 이루어진 방문에, 나는 형편 없는 소리를 흘리며 자지러질 수밖에 없었다.
'바, 반칙♡ 반칙이야...♡ 가, 갑자기 그런 곳을 문지르면...♡'
잔뜩 젖어버린 균열 위쪽에 있는 돌기를 건드리자, 몸이 고장난 것처럼 이리저리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거짓말. 겨우 손가락 정도로, 이런ㅡ 큿♡
이를 악물고 버텨보려고 했지만, 버티면 버틸수록 쾌락의 정도는 더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질ㅡ꺽♡
"어흑...♡"
그리고 마침내 엘리의 손가락이 균열을 파고든 순간, 고개가 젖혀졌다.
...
..
.
. . .
"흐헤?♡"
"어머, 깨어나셨어요? 순간 잘못된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지, 지금 머하고 있는ㅡ♡"
질꺽ㅡ 질꺼억ㅡ♡
"갸오으으으으ㅡ?!?!?!♡♡♡"
가버, 렷...♡
정신이 날아갔던 건 둘째로 쳐도, 정신이 날아간 동안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쾌락을 억제하려는 본능이 잔뜩 망가진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쾌락을 더더욱 증폭시켜서는 내 뇌를 마구잡이로 범하고 있다고나 할까.
"흐엑..♡ 하으악...♡ 가읏...♡"
"겨우 이 정도로 고개도 가누지 못하면 어떻게 해요? 이러면 제가 안아들어야 한다구요?"
"머... 멀라혀어...♡"
혀에는 힘이 풀려서 발음이 엉망진창. 그건 몸도 마찬가지라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엘리가 받쳐주고 있는 팔에 닿는 감촉조차 쾌락으로 치환되어서, 질 안에 들어온 손가락이 꼼지락거릴 때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느껴지는 쾌락으로 인해 잔뜩 가버리기 일쑤였다.
...이제는 어떻게 되어도 좋아.
제 성녀였던 이의 기술이 이 정도로 좋을 줄 몰랐다는 것이 바로 자신의 실책이었다.
"엘 씨. 슬슬 시작할까요?"
"...?"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것마저도 전희에 불과했다는 듯, 엘리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 그랬지. 이건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 하는 행위였지.
겨우 손가락 따위로 가버리는 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다음에 해야 할 건ㅡ
"엘 씨에 비하면 부끄러운 몸이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아핫♡"
나를 침대 위에 눕힌 엘리가 천천히 옷을 벗어내렸다.
처음에는 머리 위에 얹어진 베일, 그 뒤에는 상의. 이어서 하의까지.
내 쪽에서는 엘리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서 혹시 전혀 젖어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나를 희롱하는 것만으로도 흥분했는지 그녀의 것 또한 잔뜩 젖어있는 채였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하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이 처음이랍니다. 어떻게 보자면 첫 경험이라구요?"
"..."
"따지고 보면 당신 때문에 처녀를 잃어버리기도 했었으니까 말이죠."
싱긋 웃는 얼굴이 무섭게 보인다면 기분 탓일까.
아무래도, 그녀는 나를 여러 의미로 괴롭힐 생각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