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8 히어로는 고난 중에 있습니다(1)
13호는 무방비하게 드러난 스페이드의 비부를 손가락으로 쓸어올렸다. 등골을 젖히는 스페이드.
“말투, 조금쯤 고치는 게 좋을 거야.”
“크, 으으으...... 이런 식으로 하는 놈한테....”
“우리 보스가 히어로들을 엄청 싫어하거든.”
어?
갑자기 화제가 바뀌어, 스페이드는 의아한 눈으로 돌아봤다.
“그런데 히어로들을 붙잡아놓고 아무 짓도 하지 않아서 불만인 모양이야.”
“아무 짓도 하지 않다니... 지금 이딴 짓을 하고 있으면서?”
“양호하잖아.”
정말 모진 빌런 조직에 붙잡히는 히어로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겪기도 한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서,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도 있다.
반대로 히어로도, 빌런으로 지정된 자들에게는 가차 없이 단죄의 철퇴를 내린다. 목숨을 끊는 것은 약과고, 부대에 따라 고문을 가하기도 한다.
문명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지만, 개개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강해지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기도 하다.
히어로와 빌런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히어로와 빌런이라면 무슨 짓을 하고, 무슨 짓을 당해도 불평할 수 없는, 치외법권 같은 영역이다.
“보스는 불만인 모양이야. 붙잡은 히어로들을 좀 더 괴롭혀야 되는 거 아니냐고. 보스는 히어로라는 족속들을 무지하게 미워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직접 뭔가 지시하지 않는 건, 너희들 얼굴을 보니 모질게 대하기 힘들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
“참 웃기지? 너희 히어로들은 우리한테 하고 싶은 대로 온갖 폭력을 다했는데, 정작 빌런인 우리들은 모질게 대하지 못하고 있어.”
스페이드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확실히, 조금 희롱을 당하긴 해도 대우 자체는 썩 나쁘지 않고,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것도 아니고 폭력을 당하는 것도 아니다.
그에 비하자면, 히어로로서 정의의 이름으로 폭행을 일삼았던 자기가 더 악이 아닌가 어렴풋이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진짜로 심하게 팼었지.
아, 아니, 그치만 그건 정의를 위해서였고. 애초에 이놈들이 나쁜 짓을 해서....
“아응.......”
13호의 손가락이 비부를 찔걱이자, 스페이드는 반사적으로 달콤한 신음소리를 흘렸다.
“이제 손 내려도 돼. 그리고 말투는 좀 더 신경 써 줘. 적어도 보스가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도록 말야. 가능하면 고문 같은 건 하고 싶지 않거든.”
“.......”
“할 말 있어?”
스페이드는 분한 듯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바보 같아. 그냥 니들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잖아. 뭘 귀찮게 신경 쓰고 있어? 지금까지 하던 대로 마구 범하고, 마구 괴롭히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그래야 이 팔찌가 풀리고 능력이 돌아오면 늬들 멱살 잡고 마음껏 패줄 수 있으니까!”
날카로운 적의를 담아 소리쳤다.
13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고집이 세잖아, 이 여자.
그런데,
“......주인님!”
“응?”
갑자기 스페이드의 입에서 튀어나온 엉뚱한 단어에, 눈을 깜박였다.
“너랑 있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존댓말이고 뭐고 말투에 신경 쓸 수가 없으니까... 적어도, 끝에 이것만 붙여줄게... 주인님.”
“.......”
“......뭐라고 말이라도 해 봐, 주인님!”
“미안. 지금 갭 때문에 감동하여서, 잠깐 마음을 삭힐 시간을 좀.”
“터무니 없는 변태네 주인님!”
“어떡하지, 스페이드 따위한테 반해버릴 것 같다니...!”
“나랑 싸우자는 거지, 주인님?!”
굳이 그 호칭을 쓰는 게 경어를 쓰는 것보다 부끄럽지 않나 싶었지만, 취향에 맞으니 별다른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거기다 주인님 소리를 할 때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게 챠밍 포인트다. 지금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7번대 기지에 착불로 보내버리고 싶어질 만큼 가슴을 울린다. 오오오오...!
변태 맞네, 나.
“이제 갈 거니까! 볼 일 없으면 따라오지 마 주인님! 말도 걸지마 주인님! 그리고 귀중한 산소를 낭비하지 않게 1시간쯤 숨도 멈춰줘 주인님! 그럼 간다! 콱 넘어져서 뒤통수 깨지고 뒈져버려, 주인님!”
어째 말은 더 심해진 것 같지만, 저 붉어진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좋아 졌다.
13호는 멍하니 선 채 언짢아 보이는 걸음걸이로 떠나가는 스페이드를 배웅했다.
...............어라? 근데 저 옷, 뭔가 이상한데.
“둘이 뭔 얘기를 한 거야?”
“어라, 도로시. 봤냐?”
“변태 새끼가 평소대로 변태 짓을 하는 건 봤는데.”
언제나처럼 부스스한 머리에 백의차림의 도로시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데 저 계집, 왜 저 옷을 입고 있는 거야?”
“참모가 내기에서 져버려서, 제대로 된 옷을 입히기로 했거든. 사실 좀 더 야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아니, 내 말은 저 여자가 왜 저 옷을 입고 있는 거냐고. 저거 내가 참모한테 부탁받아서 만든 옷인데.”
“......뭐?”
도로시는 뚱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최근 참모의 거듭된 부탁과 대량의 뇌물(고급 초콜릿 2박스) 때문에 만들게 된, ‘물에 닿으면 녹아버리는 천’으로 만든 옷이라고 한다. 그게 어쩌다 내 쇼핑 물품 사이에 끼어든 걸까.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13호, 죽여버리겠어~~~~~~!』
얼마 안 있어, 땀 때문에 옷이 녹아버린 스페이드의 비명이 온 기지 안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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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히어로들의 아지트 탈출기
하앙...... 아응...... 아흣.......
삐걱삐걱, 침대의 스프링이 작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파겸용의 침대가 놓여진 방은 작은 개인실로, 【시궁쥐】의 새로운 아지트에 있는 ‘고문용’ 방이었다.
고문이라고 할까, 히어로들은 전부 여성들이고, 납치한 히어로들을 상대하기 위한 방이니 이루어지는 행위는 한가지 밖에 없었다.
2번대의 C급 히어로 린다는 3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범해지고 있었다.
하읏... 익...... 흐읏......!
그녀는 ‘신체강화’가 특기인 히어로로, 스페이드보다 급은 낮지만 단순히 강화개조 수술을 받거나 이상한 무기를 달고 오는 빌런들 정도는 손쉽게 해치워나갔었다.
【시궁쥐】의 습격 때도 나름 선전했으나, 갑작스레 능력이 봉해지는 바람에 결국엔 잡히게 되어, 어제까지 실험실에서 마력을 잔뜩 짜이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변덕인지, 아니면 더 이상 마력이 필요 없는 것인지 오늘 아침에야 풀려나 이 방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쉴 틈도 없이, 그런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남자들이 방 안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오오, 이 여자, 모유도 나와! 마력을 짜내기 편하도록 닥터가 개조했다고 하더니.”
“헤헤, 그런 것보다 아랫입이야. 그 슬라임한테 며칠이나 미약 점액으로 절여졌으니, 맛있게 익어서 좋다고.”
“그래서 이렇게 내 자지에서 입을 떼질 못하는 거구만~. 혀가 착착 달라붙어서 기분 엄청 좋다고오!”
이름도 모르는, 거기다 오늘 처음 본 상대. 심지어 히어로의 적인 빌런들을 상대하면서도, 미약 점액으로 잔뜩 달아오른 린다는 명령하는 대로 손을, 입을, 허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라인 채로 남자들 사이에 서서, 앞과 뒤를 차분히 관찰된 뒤, 모두에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유방과 성기를 만져졌다. 가슴의 탄력을 시험하듯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집게로 찝히기도 하고 잔뜩 주물러지고, 노출된 성기의 상태는 어떠한지 손가락으로 벌려지며 안쪽 깊숙이까지 들여다보이기도 했다. 항문의 감도를 확인한다면 손가락을 넣어보고, 그녀의 입에 넣어 깨끗하게 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미약 때문에 머리가 멍하던 그녀는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웃......! 싼다아...! 다 마셔라, 히어로!”
고조된 선언과 함께, 그녀의 입과 보지에, 그리고 가슴에 비릿한 백탁액이 부어졌다. 입 안에 부어진 것은 차마 다 삼키지 못해, 기침과 함께 조금을 뱉어냈다.
하아, 하아...... 몸이 뜨겁다....
한차례 남성의 것이 부어졌는데도, 아직도 몸은 더 원하고 있다. 몸이 달아오른다.
“그런데 이 여자를 여기에 뒀단건, 더 이상 마력을 뽑을 필요 없다는 거야?”
잠시 쉬어가는 겸, 한 빌런이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가슴을 매만지며 희롱했다. 달콤한 교성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맞은편에 앉은 두 빌런이 낄낄 웃는다.
“마력이 다 떨어진 걸지도 모르지만, 실험실에 있던 다른 히어로들도 전부 방으로 옮겼다더라고. 그럼 마력은 더 필요 없다는 거 아냐?”
“그럼 이제 곧 완성되겠네. ‘각성시키는 약’.”
‘......각성?’
달아오른 몸, 흐릿한 의식 속에서 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그런가, 이 녀석들이 하려는 건 사람을 각성시키는 약 개발... 단원들을 각성시키기 위해서?
“안 그래도 히어로들 각성자라고 뻐기는 게 재수 없었는데. 사회는 각성자만 우대하는 데다, 각성의 여지도 없는 남자들은 차별하고.”
“진짜...... 나, 공무원 시험쳤더니 각성자 합격률이 95%인거 보고 빡 돌았잖아.”
“폭탄 싸매고 정부에 돌진하려다 잡혔댔지, 너?”
“뭐냐고 진짜. 공무원에 각성자 비각성자가 뭔 상관인데. 나 합격했다고 통보까지 받았거든? 근데 떨어진 놈들 중에 각성자 등록이 안 돼 있던 녀석이 있었나봐. 그 애 합격시킨다고 나를 떨어뜨리더라. 미친 거 아니냐?”
킬킬 거리던 빌런은, 금세 표정을 바꾸고 분하다는 듯 린다의 뺨을 붙잡고, 눈을 노려봤다. 분노를 감추지 않는 살기어린 표정에, 린다의 몸이 덜덜덜 떨렸다. 빌런은 혀를 찼다.
“야, 히어로. 듣고 있냐? ‘각성시키는 약’만 만들면, 히어로랑 빌런의 전면전이다.”
“......전...면전이요...?”
“그래. 빌런 연합에 속한 모든 빌런들에게 각성약을 싸게 팔거야. 그러면 각성한 멍청이 빌런들이 알아서 소란을 피우겠지. 그러면 히어로도, 나라도 보기 참 좋을 거야. ......썅, 니들만 사람이냐? 응?!”
“히익......!”
“야야, 때리지는 말고.”
“알아. ......화풀이 할 정도로 철 없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런데, 나 지금 다시 섰다.”
“좋아좋아. 나도 준비 됐어. 이번엔 아날 써봐야지~.”
빌런들은 다시 린다를 둘러싸, 다시금 짐승처럼 범하기 시작했다.
* * *
“으흣......! 히윽......! 시, 13호 너... 옷 정도는 제대로 된 걸...... 히약!”
“네가 고른 거잖아. 나한테 불평해 봐야.”
【어비스】 아지트의 ‘조교실’.
삐걱거리는 침대 위에서, 위를 보고 누운 13호에게 올라탄 스페이드는 필사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님이 만족할 때까지 봉사한다’라는 암시에 걸려 있는 그녀는, 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13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
‘봉사’에는 자신이 느끼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지, 아니면 암시로 몸도 민감해진 건지 그녀의 보지는 이상할 정도로 질척이고 있었다. 튀어오르듯 허리를 들어 올렸다 내릴 때마다, 척추를 타고 뇌를 주무르는 삽입의 쾌감이 그녀를 지배했다.
“그냥 알몸으로 지내도 되지 않아? 어차피 하루이틀 보여준 사이도 아니고.”
“시끄...러워, 응흣?!”
13호가 타이밍 좋게 허리를 쳐올리자, 스페이드가 높은 교성을 질렀다.
그 모습을 13호는 아래에 깔린 채 빙글빙글 웃으며 올려다봤다.
“차라리 어서 포기하고 나한테 몸도 마음도 다 바치는 건 어때? 완전한 노예가, 인형이 되겠다고 마음 깊이 선언하는 거야. 그러면 나도 편하고, 너도 쓸데 없는 생각 없이 하루하루 기쁨에 젖어 살아갈 텐데.”
“그럴......리가, 없잖아...... 썅...... 쓰레기........”
“이제 주인님은 안 붙여?”
“흐윽?!”
다시 한 번 허리를 쳐올리자, 스페이드도 그에 반응해 몸을 들썩였다.
“그보다 빨리빨리 움직여 스페이드. 이러다 밤이 새도 만족 못하겠어.”
“하......으.... 잠시만... 주인님.......”
13호는 느긋하게 웃으며 스페이드의 봉사를 기다렸다.
자, 오늘은 조금 특별한 메뉴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