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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8 히어로는 고난 중에 있습니다(3) (*참모 주의) (38/271)



〈 38화 〉#8 히어로는 고난 중에 있습니다(3) (*참모 주의)

“대, 화라고요...?”

“예, 대화입니다. 간단한 내용이에요. 친한 친구에게 ‘어떤 음식이 좋아?’ 라고 묻는  같은.”

“당신과 전...... 친구가 아닙...니다.”

“서운하네요. 이렇게 저를 원하고 계시면서.”

참모가 클럽의 겨드랑이를 살살 간지럽히자, 클럽은 주체못할 열기로 몸을 떨었다. 검붉은 욕망이 화산처럼 터져 나올 것 같은 지금의 그녀에게, 이 미미한 자극은 고문과도 같았다.


“아라 양은 좋아하는 남자가 있나요?”


“없......습니다, 그런 거.”


“왜죠?”

“남자들은...... 바보고... 그리고.......”


“그리고?”


“당신......이.”


“저요?”

“남자들은... 당신 같은 쓰레기...일 것 같아서.......”

“너무하네요. 그럼 스페이드 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스페이드 씨는...... 동경하는... 선배.......”


“좋아하는 음식은?”


“...투레트앙의... 허니모카빵.......”

“국내의 유명한 빵집이죠, 투레트앙. 저도 거기 좋아해요.”

참모의 의미없어 보이는 질문이 계속됐다.

질문을 하면서도 클럽의 온 몸을 간질이고, 핥고, 잘근 깨물고, 주무르고, 톡톡 두드리기를 계속하는 바람에, 클럽은 신경을 건드리는 듯한 자극에 계속 노출됐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전히 한 번도 갈 수가 없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뭐가 됐든 좋으니 가고 싶다. 절정을 맞이하고 싶다. 이대로 머릿속이 완전히 잊혀져 새하얗게 되어버리고 싶다.


참모의 손에 기댄 채, 몸을 힘없이 뒤로 젖히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 클럽에게선, 더 이상 외부의 일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다만 참모가 귓가에 속삭이는 질문에는 입이 멋대로 움직이며 알아서 답해주었다. 실상 참모입장에서는 제대로 언어도 되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단어의 연속이었지만.

탈진하기 일보직전인 얼굴로,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도 모르겠으면서 뭐라도 답하려 하는 필사적인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워, 참모는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지었다. 아아, 이대로 이 달콤한 소녀를, 한 입에 먹어버리고 싶다....


“아라 양... 또 질문하겠습니다... 아직 제 목소리는 들리고 있겠죠...?”

“예........에.”

“장해요, 클럽, 당신은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목덜미에 닿는 짧고 고운 흑발을 쓸어넘기자, 그마저도 쾌락으로 받아들이는지 클럽은 따뜻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라 양. 당신의 계획을, 내게 알려주지 않겠어요?”

이곳에서 도망친다는, 그 계획을 말이죠....


“아......응......?”


잠깐, 실신했던 걸까. 아니면 인내력의 한계에 달해 잠깐 정신을 놓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몽롱한 머리로는 생각이 돌아가지 않았다. 몸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뜨겁고, 벌어진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고, 눈에서는 미친 것처럼 눈물이 흐르고, 하악거리며 가쁜 숨소리를 흘리고 있는데도, 그런 자신의 몸이 조금도 제어가  됐다. 언제부터 자신이 서있었는지도  수가 없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온 것 같다. 내 의지로는 움직여지지 않고, 오로지 느끼는 것만 가능한 인형.

그리고 그런 인형의 눈 앞에,

“자, 아라 양. 얼마든지 오셔도 됩니다.”

자애롭고 부드럽게 웃으며 선, 전라의 남성. 부드럽고 가녀린 자신과는 다른, 두껍고 단단한 몸. 남자의 형체. 남성이라는 것.

클럽은 그런 그의 몸을 향해 좀비처럼 다가가, 그 앞에  순간. 후들거리던 다리가 허물어지며 넘어졌다. 참모에게 기대는 형태로.

“아......!!!!!”

도달했다. 지금껏 참아왔던 욕망이, 절정이. 단순히 남자의 몸에 기댔을 뿐인데, 그 단단한 가슴팍에 안겼을 뿐인데, 남자의 체취와 페로몬을 맡았을 뿐인데――단숨에 가버렸다.


“하응...! 잇......! 좋아아아아아아......!”


참모의 몸을,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로, 다리로, 뱀처럼 꽉 붙들어 매달리듯 엉겨붙었다. 자신의 유두가, 어깨가, 배가, 하복부가, 허벅지가, 소중한 그곳이 참모의 몸에 꽉 달라붙으며, 다시 한 번 가버렸다.

찌르르- 몸이 떨리며, 애액이 분수처럼 그녀의 보지에서 쏟아졌다.

“여기도, 실례할게요 공주님.”

“히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그리고 드디어, 지금껏 애타게 기다리던 그녀의 보지에, 참모의 손가락이 들어갔다. 단번에  개의 손가락을 삽입하자, 질 속을 눅진하게 적신 점액이 찌걱, 소리를 냈다.

“좋아요......! 좋아, 좋아,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히그읏......?!”


자신의 것과는 전혀 다른 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보지를 헤집자, 금세 질 안이 수축하며 손가락을 꽉 조였다. 점액이 손가락을 푹 적셨다.

단숨에 이뤄진 세 번의 절정. 이것만으로 그녀의 정신은 아득히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하읏?! 거기인?!”

참모는 애액이 잔뜩 묻은 손가락을 그녀의 보지에서 빼내, 그녀의 항문을 자극했다. 손가락에 묻은 애액을 항문 주변에 바르고, 손가락을 천천히 삽입한다.

“으힉~~~~! 더러운 곳인데......! 느껴엇......!”

 손으로 항문을 자극하고 비어있던 한 손으로 잔뜩 발기해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젖은 음핵을 집어주자, 클럽은 몸을 활처럼 젖히며 다시 한번 절정했다.

네 번의 절정. 그러나 아직도 끝낼 생각은 없었다.


“영~차.”

참모는 네 번의 절정 끝에 그의 품 안에서 힘이 빠진 클럽을 붙들고, 자신의 침대 위에 던지듯 눕혔다. 그리고 그 위를 덮치듯이 올라탔다.

미미하게 봉긋한 둔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슴, 그 끝에 오똑하게 선 유두를, 참모는 혀끝으로 굴렸다. 그 자극조차 참을 수 없다는 듯, 클럽은 몸을 경직시키며 뜨거운 한숨을 흘렸다.

참모의 물건이, 잔뜩 젖어 달콤한 냄새가  것 같은 클럽의 보지에 닿았다.

“자아, 들어갑니다.”

“히, 히그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참모는 거들먹거리듯 천천히, 그녀의 질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넣었다. 넘치는 애액이 찔걱, 하는 음탕한 물소리를 냈다.


참모의 육봉 끝이 그녀의 자궁구에 닿자, 클럽은 얼굴은 눈과 코, 입에서 나온 온갖 액체로 범벅이 된 채,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참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참모의 목을 감싸 안고 자신에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코 한가득 남자의 체취가 다가오자, 그것만으로 그녀는 쾌락에 온전히 몸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찌걱찌걱찌걱찌걱-!


“응, 그으으으읏~~~~~~!”


또 다시 절정. 참모의 몸을 꼭 안은 채  다시 절정으로 몸을 떤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 그녀의 안에 쌓여있던 욕망의 불길은, 아직도 그녀의 안에 남아 그녀를 마구 부추겼다. 쾌락에 얼룩진 채, 그녀는 음란한 암캐처럼 참모의 몸을  조이고, 더더욱 갈구했다.

“하악, 흑, 윽, 하아, 히윽...! 더, 더 와줘요...! 아으, 뜨거워, 뜨거워요...! 하아, 흑...! 그치만, ...좋아아아...... 하우우우......!”

몇 번인가 절정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참모의 앞에 엎드린  음부를 내밀고 있었다. 팔로 자신의 몸을 지탱할 힘조차 없어, 무릎 꿇은 채 앞으로 엎드렸을 뿐인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고, 참모는 격렬하게 피스톤질을 이어하고 있었다. 쾌락에 적셔진 한숨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은 망가져 버린 듯한 웃음만을 계속 짓고 있다.

아직 부족하다. 이미 손가락 하나 까딱 할 힘도 없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더,  와주세요. 제 안에 부어주세요.


더, 더, 더, 더.

아직 더,   많이, 더욱 더 많이... 가고 싶어요.


두 사람의 땀과 애액으로 음탕한 냄새가 가득한 방 안에, 고기가 부딫히는 추잡한 소리와 클럽의 달콤한 교성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 *

......몇 번이나, 갔을까.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다. ......기분상으론 적어도 10번은   같은데.

클럽은 나른한 탈력감에 휩싸여, 옆으로 누운 채 멍하니 생각했다. 어느샌가 행위는 끝나고, 자신은 깜빡 졸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여긴 아마 참모의 방이다.

방 주인이 없는 걸 보니, 자신이 잠에 든 사이 어딘가로 가버린 것 같았다. 아니, 그것밖에 없잖아. 투명인간이 된 것도 아닐테고. 머리가 멍해서 도무지 돌아가질 않는다.

그리고 흐릿하게, 행위의 끝에 참모가 뭔가 암시를 걸었던 것이 기억난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암시를 걸었다는 건――‘키워드’를 입에 담았단 뜻이다.


“......녹음기.”

어찌나 격렬하게 했던 것인지,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과 무릎으로 침대 위를 엉금엉금 기어가, 근처에 벗어두었던 군복 상의를 뒤졌다. 주머니에서 또르륵, 분필 크기의 녹음기가 굴러나왔다.


잠깐 틀어보니, 듣는 것만으로도 요염한 한숨소리, 참모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조금 더 크게 틀면 훨씬 명료하게 들리리라.

‘직접 가져다 댄 것도 아니고, 주머니에 넣어놓았을 뿐인데 이 정도 음질... 과연, 대단한 발명품이네요.’

창고에서 봤을 때 훨씬 소형의 것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단말과 함께 사용하는 데다 신경 써서 보관하는 티가 났다. 그에 비해 이건 대량으로 있었던데다 대충 상자에 넣어둔 것뿐이라,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으니 한 두 개쯤 없어져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다.

클럽은 녹음기를 껐다. 제대로 녹음이 된  확인했으니 충분하다. 혹시나 녹음되어 버린 ‘키워드’를 듣고만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스페이드에게 확인해달라고 해야지.

“......제 신음소리를, 적나라하게 들려드려야 한단 건가요....”

한숨이 포옥 나왔다.

참모에게 범해지는 것보다, 동료이자 동경하는 선배에게 자신의 추태를 보여야한다는 것이 더 스트레스였다. 이상한 소리를 냈으면 어쩌지. 엄청 냈을 것 같은데.


뭐, 좋다. 일단 ‘키워드’를 입수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일단 여기를 탈출하고, 훗날 준비만전인 상태에서 이 녀석들을 붙잡으면, 그 때는 성기를 잘라서 13등분 해버리자. 그 놈들의  앞에서.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기운이 났다. 녹음기를 다시 군복 주머니 안에 넣고,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폭신한 침대에 몸을 맡겼다.

이 계획이 자신의 손으로 인해 파탄났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로.




* * *

맙소사. 좀 더 일찍 눈치챘어야 했다. 아니, 눈치채봐야 어쩌겠냐마는.

스페이드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눈 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거리의 모습은, 정말 별 다를 것 없이 여느 때와 같았다.


“그럼 스페이드, 갈까?”

“......진짜? 진짜로?”

“그럼 가짜야? 적어도 한 입으로  말은 안해. 제대로 에스코트 할테니까 얼굴 좀 풀어 주라?”

“너 같으면 얼굴이 풀리겠어? 이 상황에?”


스페이드는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믿을 수가 없어! 내가...... 빌런 따위의 여자친구 노릇을 해야한다니!!!”




* *


발단은 분명 어젯밤의 대화일 거다. 틀림 없다. 그것 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식탁에 둘러앉아, 어쩐지 힘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클럽을 걱정스런 눈으로 곁눈질 하며 언제나와 같이 지나치게 맛있는 식사를 음미하고 있는데,


“나, 영화가 보고 싶어.”


정말이지 뜬금없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깜박이를 키는 일도 없이.


정말 아무 맥락도 없이――13호가 그렇게 중얼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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