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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화 〉#23 히어로 VS 시궁쥐(2) (110/271)



〈 110화 〉#23 히어로 VS 시궁쥐(2)

“체크 대원, 괜찮을 것 같아?”

“......메르 대장. 마, 어쩔 수 없으니 괜찮시요. 그보다 메르 대장은 괜찮은교? 그 저주――”


“나도 괜찮다고 해야겠지. 약한 소리 할 수는 없잖아? 대장인걸.”

메르는 뺨에 난 문양을 어루만지며 쓰게 웃었다.

현재 이번 작전의 선행부대인 두 사람은 【시궁쥐】의 아지트로 짐작되는 호텔 안에 들어와 있다. 작전대로라면 그들끼리 【시궁쥐】 핵심 멤버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소수 정예인 만큼 발목잡히는 일 없이 단숨에 그들의 머리까지 파고드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상당히 눈에 띄네.’

메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메르의 흰 전투복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이목을  많이 끄는 모양이었다. 거기다 본인 스스로도 자각하는 것이, 그녀는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상당히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히어로의 대장에다 아름다운 미모까지 맞물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도 했다.


“그런데 체크 대원은  차림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안 보네? 신기해.”

“아아, 마력으로 기척을 확 낮춘 겁니데이. 중국에 있을 때 배운 기술인데,  앞에 있어도 못 알아본다니께.”

무엇보다 옷을 입을 수 없는 저주 때문에 모포를 몸에 두르고 있는 체크는 본래라면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만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체크를 주시하지 않았다.

마력을 이용해 기척을 극단적으로 낮춰, 존재감을 없애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다.

베테랑이자 실력파 히어로인 그녀다운 우수한 기술이었다.

적성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더라도 마력을 이용하면 마법과도 같은 다양한 현상을 일으킬  있다.

“후우...... 가능하면 능력을 쓸 일은 없으면 좋겠네.”


메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받은 저주는 ‘조절불가’.


아무래도 지금의 그녀는 힘을 조절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젓가락 하나를 들려고 해도, 무심코 힘이 너무 들어가 그대로 악력으로 두동강 내버릴 정도다.


그건 단순히 완력에만 적용되는  아닌지, 능력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위력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오기 전에 잠깐 시험해보려고 1kg 정도의 중압을 인형에 줘보려 했는데, 역시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그만 지하 100m까지 묻어버렸다. 이 힘을 사람에게 썼다간 삐끗이고 자시고 그대로 직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걱정마소. 내가 있으니께.”

“후후, 믿음직하네. 모포 아래로 알몸이라는 점만 빼면.”


“앗, 우우우우...그건 말하지 말아주이소....”


체크는 가볍게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데 이상한 걸.”


“뭐가 말인교?”

“라헤가 호텔 측에 미리 말해둔다고 했거든. 시궁쥐 소탕 작전을 실시할 테니, 히어로협회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적당한 때에 퇴거시켜 달라고.”


적이 눈치챌 가능성도 있으니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작전개시에 맞춰 단숨에 대피시키도록 준비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 호텔 안에 사람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태평하다. 아무도 이곳에서 히어로가 작전을 수행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


이상함을 느낀 메르가 호텔의 지배인을 불렀다.


그리고 듣게 된 대답은 그녀를 아연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그런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람.

체크는 눈살을 찌푸렸다.


적어도 부하인 그녀는 라헤의 꼼꼼함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그녀에 한해서 실수한다거나 까먹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생각할 건 적의 술수다. 이쪽의 연락을 가로채고, 자신이 호텔 지배인인 척 대신 전화를 받는다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메르 대장, 이제 어떻게――”


“정말로 연락 받은 게 없나요.”


메르가 한걸음 앞에 섰다.


그녀는 슬며시 미소짓고 있었지만, 도저히 숨길  없는 위압감에 지배인은 식은땀을 흘렸다.


“예,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런 연락 같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


지배인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 태도에, 메르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사람들을 대피시킬 준비를 해주세요. 이곳은 곧 전장이 됩니다.”


“저희도 절차란 게 필요합니다. 갑자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만....”

“히어로협회 3번대 지부의 대장으로서 하는 말입니다. 서둘러주세요. 급한 일입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카드키가 필요하겠네요. 호텔 모든 방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도 필요하고. 전부 지금 당장 내놓으세요.”


메르가 자신이 대장임을 증명하는 수첩을 보여주며 오만하게 말하자, 지배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바로는 못합니다. 각종 절차를 마치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기다려주세요.”


“얼마나요?”

“...일단 기다려주시죠. 휴게실로 안내해드릴 테니, 그곳에서 잠시――”

지배인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허리가 숙여지고, 온 몸이 긴장으로 경직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수 없었다.

메르의  눈이, 또렷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오만하면서도 차가운, 서리여왕 같은 두 눈. 그저 그 뿐이다.

그러나 마치 오백 톤은 되는 듯한 중압감에 시달려, 지배인은 숨조차  수 없었다.

“저희는 급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빌런들은 더 멀어지겠죠. ...이봐요 지배인 씨, 나라가 망하는 책임을 당신이 질  있나요? 그 왜소한 어깨로?”

지배인이라는 업무는 언제 어느 때든 체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올바른 자세를 만드려면 체력부터, 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그는 키도 체격도 상당했다. 적어도 메르가 두 명 있더라도 그의 몸 하나로 가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지금, 메르의 앞에 선 그는 어째선지 자신이 난쟁이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자신을 올려보고 있을 메르가 어느샌가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뱀의 앞에 선 개구리처럼, 지배인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메르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당했군.’

히어로들은 다들 모종의 능력을 사용하는 각성자들이지만, 적어도 일반인인 그들에게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건 능력조차 아니다. 대장급이라는 사람을 얕봤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등 뒤에 어마어마한 원령을 달고 사는 녀석들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히 일반인으로선 겪을  없는 수라장을 겪은 그녀에게, 기에서 눌린 것이다.

“지배인님...?!”


근처에 있던 직원들도 이상을 깨달았는지, 경계하며 두 사람을 에워쌌다. 체크가 경계하며 품 안에서 손을 움직였다. 언제든 무기를 꺼낼 수 있게 준비한다.

바늘 하나만 찔러넣으면 당장 터질 것 같은 풍선같이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 속에서, 지배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떨리는 입술을 가까스로 제어하며 입을 열었다.


“여기 마스터키입니다. 【시궁쥐】 분들은 21층부터 24층까지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다만  층은 엘리베이터가 멈추지 않습니다. 17층의 엔터테인먼트 플로어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그 쪽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지금부터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됐습니까?”


당장에라도 꼬일  같은 혀를 가까스로 제어하며 평탄하게 말을 마친 지배인의 모습에, 메르는 살짝 감탄했다.


그리곤 웃으며 그 손에서 키를 빼앗았다.

“감사합니다. 가자, 체크 대원.”

“알겠데이, 메르 대장.”





두 사람이 떠나고  후, 지배인은 그제야 주박에서 풀려난 것처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배인님, 괜찮으십니까?”

“아, 감사합니다....”

지배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밀어진 손수건을 공손히 받아들어 이마를 훔쳤다. 손수건은 식은땀으로 순식간에 푹 젖어버렸다.

푹 젖어버린 손수건에 죄송함을 느끼면서도, 그는 황홀한 표정으로 손수건에 뺨을 문댔다.


“방금 그 두 사람은 히어로였죠?”

“예, 그렇습니다.”


이상하게도, 지배인은 손수건을 건네 준 직원에게 높임말을 쓰며, 공손한 어조로 그녀의 말에 응답했다.


“애플 님, 히어로들을 직접 보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안경을 쓴 직원의 얼굴이 별안간 흐릿해지나 싶더니,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뀌었다.

이번에 세뇌해 수족으로 만든 코코의 능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으로 변장해 있었던 것이다.


“일단 저주는 제대로 먹힌  같네요. 실패한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거든요. 지배인님도 제 지시에 따라 잘 움직여주셔서 고마워요. 거기다 ‘적’을 직접 보니 설레네요.”

“애플 님이 기뻐하시니 다행입니다.”


지배인의 헌신적인 태도에, 애플은 후후 웃으며 주머니에서 통신 단말기를 꺼냈다.

“붙잡아 놓은 히어로들은 말한 대로 배치해뒀죠?”

“예. 지금쯤 엔터테인먼트 플로어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올라간 두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히어로의  사람은 유도한 대로 17층으로 향했다. 이제 그들을 위해 준비해  함정이 빛을 발할 때다.

【시궁쥐】가 쳐놓은 쥐덫에 히어로들이 걸리는 장면은, 분명 무척이나 감미로울 것이다.


“하하, 빌런 조직 하나에  나라의 히어로가 붙잡혀 노예가 되어버리면 참 재미있겠죠. 이제 곧  나라에서 히어로가 사라집니다. 지배인 씨도 기대되지 않나요?”


“애플 님께서 기대하신다니, 저도 가슴이 터질 것처럼 기대가 됩니다.”


애플은 후후 웃었다.



* * *




“메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21층부터 24층에 【시궁쥐】들이 있다고 합니다.”

“더미는 아니었다는 거네.”

“그렇죠.”


연락을 확인하던 라헤가 말했다.

“그럼 이제 어쩔 거야? 우리도 돌입?”


“그렇습니다. 다만 지배인도 저쪽에 넘어간 것 같다고 하니, 이미 저쪽도  사람이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겁니다.”

하지만 고맙게도, 라며 말을 잇는다.


“메르가 호텔의 구조를 대강 파악해줬습니다. 도망칠 가능성이 있는 퇴로는 이곳 계단으로 이어지는 뒷문 하나뿐. 저희는 이곳으로 들어가 메르측과 함께 적들을 압박하겠습니다.”

그러다 ‘천칭자리’의 빌런이 나타나면 나를 던져놓겠다고 했다.


라헤도 같은 ‘천칭자리’인 만큼,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 같다.

“‘천칭자리’의 특성은 밸런스입니다. 상대가 강하면 강한만큼 본인도 강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런 저와 그 빌런이 맞붙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리아의 예지하길, ‘괴현상’이 일어나면서 주변 50km일대가 날아가버린다...고 했습니다.”

“뭐야 그거, 무섭잖아.”


라헤는 스스로의 강함을 폭격기에 비유했다. 하나만 있어도 도시 하나를 빠르게 파괴할 수 있는 폭격기가 서로 맞붙는데, 마치 무한순환의 나선처럼 서로 끝나지 않고 영원히 싸운다면 어디까지 피해가 확산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그거, 상대에 맞춘다는 뜻이면 약한 쪽으로 밸런스가 맞춰질  있는 거 아냐?”

1:1이나 100:100이나 비율은 똑같다.

밸런스를 맞춘다고 한들, 굳이 강해질 이유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라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저번에 말했죠. 제가 ‘정의’인 한 당신들이 얼마나 몰려오든 저를 이길 수 없다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적으로 지정한 건, ‘악’인 당신들 모든 빌런들입니다. 당신들 빌런들이 ‘악’이고 제가 ‘정의’인 이상, 저는 홀로 당신들 모든 빌런들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한쪽 접시엔 ‘정의’의 편인 라헤 본인이, 한쪽 접시엔 ‘악’이 올라가 있다.


‘악’이 모든 빌런들이라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선 ‘정의’인 자신은 그 모든 빌런들을 매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뭐야 그거, 치트잖아.

“그렇기에 저 한 사람을 상대한다는 건 모든 빌런들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뭐, 제약은 많습니다만 굳이 적인 당신에게 알려줄 건 아니죠.”

“......그런 너 같은 치트 캐릭터가 저쪽에도 있다는 거지?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상대가 악이라면 절대적인 힘을 가집니다만, 같은 히어로, 혹은 일반인들에게는 평범한 A급 히어로 정도의 힘밖에는 쓸 수 없습니다.”


왜냐면 그녀의 천칭의 상대는 ‘악’인 빌런들 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가 천칭에 올린 것이 ‘정의’인 히어로들이라면, 그는 히어로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겠지만 빌런인 나에게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천칭의 대상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만, 이것도 제약이 많아요. 무엇보다 당신으로 대상을 바꾸더라도 물벼룩 정도의 힘 밖에는 없을 테니, 역시 문제는 없겠네요. 그렇게 해서 저와 상대하는 일이 없도록 발만 묶어주시면 됩니다.”


물벼룩이라니... 너무해.






우리는 호텔의 뒷문으로 모여 섰다. 화려한 출입구는 많지만, 만약 빌런들이 도주로로 사용한다면 쓸법한 곳은 이곳 뿐이었다.

호텔 쪽은 아직 조용했다. 메르 쪽에서 신호를 보내면 우리도 바로 안으로 돌입하겠지. 그리고 지긋지긋한 【시궁쥐】들을 일망타진할 것이다.

라헤는 작전을 다시 한  살펴보는지, 작전용 자료 단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스페이드? 상태가 이상한데.”

“아...... 13호....”

 말대로, 스페이드는 하아하아 힘겹게 숨을 내쉬며, 얼굴도 살짝 붉어져있었다.
아, 저주 때문인가.


“또 발정난 거야?”


“......씨이. 그딴 소리 하지 마....”

스페이드가 짜증난다는 듯 나를 째릿 째려보았다. 그러나 발정으로 인해 허덕이는 상태라, 평소대로의 박력은 없었다.


슬쩍 라헤를 살폈다. 여전히 단말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는 그녀의 스커트 아래로 손을 넣어, 팬티의  위로 그녀의 음부를 어루만지고,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앗.......”

찌걱...하는 물소리와 함께, 손가락은 손쉽게 그녀의 질 안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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