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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8화 〉#31 빌런 × 히어로 × 로봇 = 트러블트러블(3) (148/271)



〈 148화 〉#31 빌런 × 히어로 × 로봇 = 트러블트러블(3)

'......놓쳐버렸나요.'


아마도 목표물인 듯한 두 사람이, 마치 그림자 안으로 녹아버리듯 사라져버렸다.


엔데는 두 사람이 사라진 백화점 바닥을 무심하게 내려보며, 조금 전 스페이드의 손이 닿았던 목 뒤에 손을 대었다.


묘한 위화감이 있어서, 더듬거리며 뽑아내보니 자그마한 칩이었다.


이게 뭔지 싶어 손으로 으스러뜨려 부숴버렸지만, 어쩐지 찜찜한위화감은 남았다.

"놓쳐버렸는데... 혼나려나. 혼나겠지? ...진짜 혼나려나?"

순찰 농땡이친 것까지 들키는 건 아니겠지... 대장 무서운데... 엔데는 무표정한 얼굴로 덜덜 떨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 * *



“Fuck......뭐하시는 건가요.”

4번대의 정찰임무,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마주친지도 이미 이틀이 지났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백화점에 돌입해 들어갈 때 고무탄을 맞았던 위치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라, 간단한 처치 후에 편히 쉬는 나날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팔도 다리도 쌩쌩하게 움직이게 되어서, 나는 아지트의 청소를 하는 클럽의 발밑에서 당당하게 팬티를 엿보고 있다.


7번대의 히어로들은 정기적으로 돌아가면서 이 아지트에 머물러 세뇌의 조정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남는 시간 동안은 잡일이나 나나 참모에게 이런저런 짓을 당하거나 도로시의 실험체가 되거나 하고 있다.


“신경 쓰지 말고 일 해.”


“Shit. 신경쓰지 말라고 하셔도.”

치맛단이 짧은, 팔랑거리는 참모 특제 메이드복을 입은 클럽은 언짢은 듯이 나를 내려봤다. 치마 안에는 민트색과 흰색의 스프라이트 무늬 속옷이 언뜻언뜻 얼굴을 내비치고 있었다.


“클럽.”

“왜요.”

“다음번에 참모에게 말해서  더 색기 있는 속옷을 사다줄게....”

“Fuck?! 달갑지 않은 친절이거든요?! 그리고 이게 편해서 전 좋아하는데 뭐 문제 있어요?!”

아니, 이건 이것대로 자연스러운 맛이 있어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드는데....


“겉보기에 청순한 네가 속옷까지 평범한 걸 입으면 안쪽은 사실 색골마인이었습니다, 라고 깨닫기 어려워지잖아.”

“좋아, 지금 바로 특제 총탄으로 당신의 미간을 꿰뚫어줄 테니 얼굴 딱 대요.”


그래봐야 쏘지도 못할 테지만.

“그 안드로이드 뭐시기 하는 히어로 말이야.”


“또 뭐죠... 이틀 전에 당신이랑 스페이드 씨를 습격한 그 분 말이죠.”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공중을 붕붕 날아다니면서 스커트 안이 다 보였거든. 슬쩍슬쩍 보이던  어른스런 속옷의 잔재가 눈꺼풀 아래에 자꾸만 비쳐서... 이런 식으로 욕구 해소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당신은 목숨이 오락가락한 순간에까지 그래야 했던 건가요....”


클럽이 질린듯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Fucking shit한 소리 이제 그만하시죠. 스페이드 씨가 불편해서 저한테 달라붙는 거잖아요.”

“.......”

“정곡인가요. 한심한 남자 같으니.”

클럽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푹푹 박혔다.


그도 그럴게 저번 정찰 임무 후로 스페이드가 나를 볼 때마다 아드득 아드득 이를 갈면서 굉장한 원망과 살기가 담긴 눈으로 노려보니까 굉장히 불편하다.

“스페이드, 지명수배 됐더라....”


“그야 빌런이랑 같이 행동하는 걸 들켜버렸으니까 말이죠... 대장도 얼버무리지 못했고요....”


그래도 참모의 재빠른 결단과 지시로, 스페이드는 【어비스】에 여전히 붙잡힌데다, 세뇌로 인해 【어비스】에 가담했다는 골자를 토대로 만들어낸 적당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저번 【시궁쥐】 소탕 작전의 마지막에 세 명의 대장 앞에서 애플을 포함해 스페이드까지도 그림자로 납치해갔으니, 설득력은 있는 시나리오 였던  같다. 세뇌라는 것도 애플의 기술이 있으니 충분히 신빙성 있는 얘기가 되었다.


덕분에 사살이 아닌 생포하는 쪽으로 수배서가 발령된 것도 그렇고, 스페이드를 향한 동정론 비슷한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며 코코가 알려줬다. 이후로 스페이드가 복귀할 길이 없는 범죄자의 낙인이 찍히는 것보다는 낫지만, 감시의 눈길이 이곳저곳에 도사리는 만큼 지금까지처럼 대학에 가거나 평범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좀 에로사항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게 다 내가 억지로 정찰임무에 끌고 간데다, 부주의하게 디저트 가게 순례 같은 걸 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원망하고 있으려나. 그렇겠지.

“저기, 나 이제 어쩌지...?”


“저한테 물어서 어쩌자는 건가요, 이 한심한 인간이... 애초에 빌런 주제에 히어로의 호의에 신경 쓰는 게 말이나 되나요? 여차하면 또 세뇌도구로 이상한 짓을 할 거면서. 그렇고 그런 짓을 할 거면서! 막 요렇고 조런것도 하고이래저래 할 거면서! 야한 짓이란 야한 짓은 다하고 노예 취급하는 귀축 쓰레기 자식이 될 거면서! Fuck! 당신도 참모도 세상을 위해 지금 당장 혀를 깨물고 뒈져버렸으면 좋겠네요!”

말이 심하다. 일단 너는 나중에 새로 만든 세뇌 봉사 코스 B세트형에 처해주겠어.


하지만 확실히... 기본적인 성격 베이스가 남아있더라고 해도, 지금까지 내게 보여주는 우호도라던가 그런 것은 세뇌의 산물이다.

히어로인 스페이드가 내게 악감정을 가진다면 몰라도, 애초부터 호의를 가져주는 것 자체가 있을  없는 일이다.


세뇌로 인한 관계.

흠.

무미건조하지만 부정할  없네.

“......저기 있잖아요,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건데 정말 스페이드 씨가 그것 때문에 화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응?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지명수배 얘기 때문에, 아니면 대학 다니는 게 불편해져서, 뭐... 빌런에 엮였다는 사실이 나도는 것 때문에 화내고 있다고 생각하냐고요.”

“그거 아니면 화 낼 이유가 없지 않아? 애초부터  되게 싫어하긴 하는 여자다마는....”


“.......”


어쩐지 클럽은 못 말리겠다는 듯이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뭐지, 그 반응은.

“이제 됐어요. 저는  이상 말  할래요.”

“어, 화났어?”


“아뇨. 화는 안 났어요. 애초에 당신 같은 한심한 빌런에게는 기대조차 하지 않으니까요. 그보다 부탁이니 앞으로 3일 정도만 숨 쉬지 말아주실래요, 쓰레기. 당신이랑 같은 공기를 마시고 싶지 않거든요, 이 fucking한 쓰레기야.”


좋아. 세뇌 봉사 B세트가 아니라 세뇌 고문 D세트로 가자.


울고불고 하면서 ‘그만해주세요~’ 하고 애원하게 만들어주마.

“그래서 당신, 엔데 씨에게 맞은 어깨는 이제 괜찮은 가요?”


“어? 응. 찌꺼기만큼이지만 남아있던 마력을  쪽으로 돌리니까 금방 나았지. 도로시 말로는 잘못 맞았으면 위험했을 지도 모른다던데, 무슨 고무탄으로 그런 위력인지....”

어쨌든 지금은 전부 나아서 쌩쌩하다.

클럽은 나를 흘긋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무튼 스페이드 씨가 화난 건 전혀 다른 이유니까요. 조금 더 생각해주세요. 솔직히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지도 않지만... 섬세한 고민을 하고 있으니 당신처럼 둔해빠진 멍청한 인간은 이해도 못하겠지만요. 흥.”

그렇게 말하며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고, 대걸레질을 계속했다.


아지트의 청소는 도로시의 로봇이 맡고 있으므로, 클럽은 로봇이 닦기 어려운 틈새 정도만 닦아주면 된다. 안 그러면 이 넓은 공간을 하나  정도 되는 인원으로 청소할 수는 없다.

어쨌든 클럽의 말에 따르면 스페이드가 나를 향해 이를 갈면서 화내고 있는 건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것 같다.

도대체 뭘까, 그 이유라는 게.


짐작도 가지 않으니 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  가요? 언제까지  팬티를 보고 있을 건데요 이 변태자식아...!”

“알겠어, 알겠어. 슬슬 갈텐데.”


나는 엎드려있던 바닥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가기 전에, 가슴 만지게 해 줘.”


클럽의 눈이 거무죽죽하게 가라앉은 채 나를 노려봤다.




“싫어요! 절대 싫거든요! 죽어버려! 그러면서도 세뇌암시로 나를 구슬리겠지! Fuck! 짜증나!”

라면서 외치는 클럽에게,

“요즘 가슴이 커지는 혈이라는 걸 도로시가 가르쳐줘서, 한 번 시험해보고 싶은데.”

“.......”


라고 했더니 은근 순순히 가슴을 내밀어줬다. 이 녀석, 은근 쉬운 여자구나. 아니면 어차피 거부해봐야 소용 없다고 포기한 걸까.


클럽이 입고 있는 것은 배꼽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참모 특주 야한 메이드복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클럽의  한 점 없는 새하얀 살결이 드러난다.

“끄응... 뜸들이지 말고....”

“그래그래.”


대럴레를 놓고 복도 벽에 등을  채, 클럽은 양 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   있다. 한 손에는 조금 전에 벗은 브래지어가 들려있다.

여전히 굴곡이 적은 작은 가슴... 하지만 천을 밀어올려 드러내보니, 봉긋 솟아있는 모습은 그래도 어느 정도 여성임을 인식시켜주었다.

갈비뼈를 쓰다듬으면서, 살짝 솟은 언덕을 쓰다듬듯 매만졌다. 유두는 바로 만지지 않고, 유륜부터 간지럽히듯 쓰다듬었다.

“흣.......”

클럽이 숨을 삼키는 게 들려왔다. 그래도 멈추지는 않는다.


봉긋하고 살집이 부족한 가슴을, 그래도 부풀어오르게 반죽하는 느낌으로, 손바닥 전체로 살살 밀어올리며 자극했다.

......아, 조금 단단해진 느낌이다.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민감해졌네, 클럽. 아니면 원래 음란한 아이였던 걸까?”

“......큿!”


클럽이 분하다는  혀를 찼다.

아직 만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유두가 충혈할 듯 단단해진 게 눈에 보였다.


“...가슴이 작으니까, 더 민감한 거라고요. 제가 음란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러고 보니 처음 세뇌했을  그런 암시를 주입했었지.’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게 분명하다. 즐거우니까 상관 없지만.

“그리고 참모랑 당신이 하도 이런저런 짓을 하니까....”

“그런데 참모 손이 좋아 내 손이 좋아?”


“Fuck...   싫거든요. 최악이거든요. 누가 당신들 같은 허접하고 역겨운 오물덩어리 손으로 는낄  같아요?”

“이렇게 유두를 단단히 세워놓고는.”

“하웃...!”

유두를 슬며시 꼬집자, 클럽이 기쁜 듯 귀여운 교성을 흘렸다.


발개진 얼굴을 즐기며, 스리슬슬 클럽의 허리며 치골까지 손을 미끄러뜨리고, 그녀의 작은 가슴 끝의 돌기를 할짝할짝 핥았다.

“이, 이상한 짓 하지 마요...! 그리고 가슴만 만지겠다고 해놓고...!”

“가슴 커지는 혈.”

“.......”

마법의 말에 클럽이 입을 다물고, 눈도 입도  다물었다. 나는 잠자코 참아내는 클럽의 몸을, 마찬가지로 잠자코 음미했다.


흐읏... 읏......!


아무도 없는 휑한 복도에, 클럽의 숨소리와, 그녀의 가슴을 핥고 빠는 소리만이 나직하게 울려퍼졌다.


아래가 젖은 것을 감추듯, 클럽이 허벅지를 오므리려 하길래  사이로 내 무릎을 끼워 넣었다. 그러자 불만스럽다는 듯 신음소리가 한층 커졌지만 무시했다. 어쩐지 반응이 더욱 좋아졌다. 유두에서 비껴가 유륜이며 가슴을 핥는데, 천천히 짠내나는 땀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 다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꼭 눈을 감은 채 버티는 클럽의 가슴을 맛보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일단 4번대의 일각, 엔데에게는 도로시가 준비해 준 칩을 설치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함락했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다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 스스로 나락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매드몬스터】니 뭐니 하는 흉악한 별명을 가진 다음 히어로다. 이 여자도 만만치 않은 상대... 듣자하니, 이쪽도 A급이지만 스페이드를 뛰어넘는 상당한 베테랑이라는 모양이라 여러모로 곤란하다.


‘그리고  사람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그 대장님은 상대할 수도 없어.’

애초에 정면에서 상대할 생각은 없지만.


애플이며 아리아가 아무리 조사해봐도, 4번대 대장 실의 【시간조작】 능력에 대한 것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녀가 현장에 있으면 모든 사건이 순식간에 끝났다... 정도.


단순히 시간을 멈출 뿐인 능력일까? 애초에 시간을 멈추는  제약은? 어떻게 하면 공략할  있지?

‘이건 역시 동기인 대장님에게서 듣지 않으면....’

“으... 그, 그만... 당신... 혀가 너무.......”

“흠....”

발기해 단단해진 클럽의 유두를 혀 안에서 굴리면서,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같은 대장의 문제는 대장에게 물어야 가장 효율적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라헤는 ‘천칭자리’의 가호를 잃은 지금도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어지는 고문과 세뇌로 슬슬 무르익었다고 생각하니, 원하는 정보를 빼낼 수 있으리라. 그 쪽도 보러 가야겠다.


‘참모에게 작전의 보강을, 도로시에게도 경과를 확인해달라고 하고, 보스가 먹고 싶다던 한정 디저트도 사오도록 할까.’

어느샌가 내 머리를 꼭 안은 클럽의 가슴을 추잡스런 소리와 함께 빨고 주무르며, 나는 착실히 다음 계획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자기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고 빨면서도 다른 생각에 잠긴 나를, 클럽은 원망하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 * *


“알겠어, 엔데? 나는 지금 히어로를 놓친 것에 대해 화내는 게 아니야. 어쩔  없는 일이지. 갑작스런 사태에 시민들이 당황하면서 탄원서 같은 걸 내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도 그럴게 빌런을 잡으려 했던 거고, 오히려  상황에서 빌런이 난동을 부려서 쓸데 없는 피해를 주거나 하지 않게 만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거기다 엔데도 지금까지 경험을 살려서 거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무기 조절도 참 잘했지. 칭찬해주고 싶어.”


4번대 기지, 행정사무실.

그곳에선 실이 평소대로 대장석의 소파에 앉은 채, 엄한 눈으로 눈 앞의 부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엔데는 그녀의 시야 끝에서 무릎을 꿇은   손을 들고 있다. 반쯤 로봇 같은 그녀의 몸이지만 그래도 오래 들고 있으면 평범하게 팔이 아팠다.

“그, 그럼 대장.... 저는 오히려 칭찬을 받아도 좋은게....”


“응.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칭찬했을 거야. ......빌런을 발견하게 된 경위를 알게 되지 않았다면 말이지. 엔데 너, 최근에 순찰 땡땡이치고 마음껏 놀러다녔던 것 같더라? 응?”


“우, 우우우우우......!”


울먹거리는 엔데에게, 실은 자상하면서도 느긋한 어조로 설교를 계속했다. 지금까지 히어로의 마음가짐이나 엔데의 과거 잘못을 늘어놓는 것으로 이미 30분이 경과했다. 여기에서 설교타임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길어질지  수가 없다. 실 대장의 설교는 괴롭다. 평소에는 한두마디 경고해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녀가 작정하고 마음 먹고 설교하기 시작하면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훌쩍 지나간다. 더 이상 설교가 아니라 고문이다 이건.


거기다 이 말도 저 말도 반박하기 어려운 완벽한 FM으로서의 말이니 불평하기도 여의치 않다.  대장님은 너무 완벽하다.

“알겠어?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은 그냥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엔데 너를 위해서고――”

“이야~ 대장대장. 이제 슬슬 그만하랑께~. 그러다 엔데 울갔어~.”

“......벨... 살려줘요....”


울 것 같은 엔데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헤실헤실한 웃음을 보이는 동료 히어로 메이벨.


펌이 들어간 풍성한 단발머리 위에는 예술가를 연상케 하는 자수가 들어간 베레모를 쓰고, 잔뜩 개조해 노출도를 높인 한복 위에 선심쓰듯 히어로 제복 상의를 대충 걸친 여성... 그녀가 바로 4번대의 또 다른 A급 히어로, 메이벨이다. 본명이 강씨고, 그녀의 능력에 맞춰 강화백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벨이라고 불리고 있다.

참고로 복장에 관해서는 하도 고집을 부려 실은 골머리를 썩으며 포기해버렸다.


“암튼 결과적으로 거기서 빌런을 발견했다지 않타요~ 평소에 일은 잘하고 있고, 우리 4번대 애들은 다들 유능하고... 조금쯤 샛길로 빠지는 것 정도는 이해해 주는 게 어떻시유~?”

“벨... 사랑해요...!”


희망이 담긴 눈으로 엔데는 메이벨을 쳐다봤다. 실은 그런 메이벨의 모습을 흘긋 보더니,


“벨, 어쩐지 술 냄새가 나는데...?”

“......딸꾹.”


메이벨의 딱 들켰다는 표정으로 입을 가렸다.


“일하는 시간에 술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몰래 숨어서는...!”

“이, 이건 다음으로 그릴 그림의 영감을 뭐시기저시기 하기 위해서....”


“엔데를 감싸는 것도 어차피 나중의 자신을 위한 특례 같은  만들려는 것 뿐이겠지.”

“핫~ 핫핫핫~ 그럼 대장, 엔데, 잘있으시유~ 나님은 순찰하러 가보겠당께~.”

“아앗...! 구해주고 가...!”

“거기서시지, 이 방탕한 부하 녀석!”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버린 벨의 모습에, 엔데는 절망의 표정을 짓고 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저래 문제점이 많은 멤버지만, 그래도 역시 4번대의 일각이라 불리는 만큼 착실히 실적을 쌓고 있으니 불평할 수만은 없었다.


다만 성격이 성격인지라 그에 휩쓸리지 않을 성격을 가진 실이 있는 4번대로 오게 되었다는 사정을 알게  후에는, 히어로 협회 인사과에 쳐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후... 이제 됐어. 엔데도 일어서고.”

“그, 그만해주는 거야, 대장?!”

“또 걸리면  심하게 혼낼 거니까. ...일단 오늘 혼낸 만큼, 조금 있다가 케이크라도 사줄테니... 상심하진 말고.”

“사랑해요 대장님! 다음에는  걸리게 땡땡이 칠게요!”


“.......”


매섭게 눈을 흘기자 엔데는 시선을 피했다.


“아무튼 【어비스】는 생각 이상으로 성가신 상대니까. 저번에 【시궁쥐】 사건 때, 뼈저리게 느꼈어.”


실은 그 날, 13호와 애플을 눈 앞에서 놓친 것을 여전히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스페이드도....’


아마도 이미 세뇌가 되어버려서 그런 거겠지. 불쌍한 아이 같으니. 빌런을 앞에 두고 히어로가 망설이면 어쩌자는 걸까.

어쨌든 【어비스】는 위험하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히어로 사회에 독처럼 스며들 것이다. 그래서는  된다.


“아무튼 다음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도록 하고.... 뭐,  더 힘내봅시다, 같은?”


실의 격려의 말에, 엔데는 알겠어요,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스페이드가 칩을 꽂았던 목 뒤가, 어쩐지 시큰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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