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9화 〉#32 그리고 빌런의 이야기는 아무도 모르게 가속한다 (149/271)



〈 149화 〉#32 그리고 빌런의 이야기는 아무도 모르게 가속한다

바로 얼마 전에 4번대 정찰 작전으로 어느 정도 수확은 있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손해 또한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엔데의 고무탄이 어깨를 직격하는 바람에, 여전히 시큰거리면서  올라가지 않는다. 도로시의 말을 들어보니 제압용 고무탄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뼈를 부러뜨렸을지도 모르는 위력이었다고 한다. 잘못 해서 복합골절까지 갔으면 어깨 위로 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했을 거라고 하니, 어우, 무서워졌다.

“남은 찌꺼기 같은 마력에다  초과학력으로도 완치까지는 3일 걸리니까 제대로 쉬어둬. 뻘짓하다 걸리면 사지를 확 뜯어서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의수를 박아버릴 테니까.”

라는 도로시의 말대로 일단 한동안은 아지트에서 대기하게 되었다.


...하여간 도로시의 협박은 하나하나 무섭다.

제일 무서운 점은  여자, 진짜로 실행할 것 같다는 점이 특히나 무섭다.


언젠가 반드시 그 여자를 엉엉 울려주고 싶은 게 내 바람인데, 이런 바람을 들켰다간 되려 내가 엉망진창 당해서 엉엉 울게되지 않을까 싶어서 특히나 무섭다.



응... 아.......

어쨌든.

아지트에 남아있어야 하는 13호로서는 특별히 다른 할 일이 없었기에, 라헤의 상태를 보기로 했는데....

“오, 참모 네가 먼저  있었네.”

“어서오시지요, 13호님. 안 그래도 이 여자를 심문하고 있었습니다만....”


참모는 라헤를 실험대 위에 엎드리게 해놓고, 그녀의 음부를 고무를  손가락으로 찔걱찔걱 찌르고 있었다.


아아... 하앙.......

대장의 상징인 흰 제복을 입고 있는 라헤는 머리에 헤드폰이 딸린 VR머신 같은 것을 끼고 양팔이  뒤로 돌린 채 구속되어서는, 참모가 손가락을 들락거리는 대로 열락에 잠긴 채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허덕이는 사이사이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아마 저 VR기기며 헤드폰에서는 도로시가 준비한 세뇌용 음원과 영상물이 재생되고 있겠지.

“보시는 대로, 지금은 한창 조교중입니다.”

“아직도  꺾인거야?”

“과연 대장이라고 해야하나요. 아니면 결벽한 성격이 한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참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미 라헤는 한 번 꺾였다. 스스로 패배한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치트키 같던 ‘천칭자리’의 수호도 단번에 깎여나갔을 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장의 의지라고 하는 걸까, 여전히 세뇌에 어느 정도 저항하고 있다는 것 같아서, 참모와 도로시가 도맡아 지속적인 지도와 세뇌를 계속하고 있다.
참모가 손가락을 굽히자, 라헤의 허덕임이 일순 강해졌다. 아무래도 민감한 위치를 찌른 모양이다. 그 상태를 만족스럽게 내려다본 참모는, 라헤의 머리에 씌인 기계를 벗겨주었다.


“일단 세뇌가 더 깊게 먹히도록 약점 개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태를 보시겠습니까?”

“흠....”

라헤는 엎드린 채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13호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눈을 마주쳤다.


아무래도 지금은 ‘인형’ 상태인 모양이다.


“자, 일어나 제대로 앉으세요, 라헤.”

참모가 그녀의 구속을 풀어주고 명령하자, 라헤는 멍한 눈으로 순순히 실험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무리한 자세로 이동하다보니 제복 스커트가 말려올라가, 스타킹 위로 그녀의 눈부신 허벅지와 가터벨트, 그 중간쯤 걸려있는  속옷까지 빼꼼히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얼굴 앞에 손가락을 가만히 가져가니, 초점이 멍하니 손가락을 따라온다.


“충분한 거 아니야? 세뇌.”

“명령을 한 번 해보시죠.”

참모가 보면 안다는 듯이 말했다.


명령이라....


“라헤, 멍, 하고 짖어봐.”


“멍.”

아.

바로 따라한다. 어라. 뭐지. 뭔가 오싹오싹한 기분.

“라헤, 만세 포즈 해봐. 이렇게.”


내가  손을 들어 견본을 보여주자, 그대로 만세 포즈를 짓는 라헤.


“날 따라해봐.”

슉슉, 하고 요상한 춤 같은 포즈를 지어보이자, 이 역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서 했다.


아, 그렇다.

쾌감이다.


그 대장님이 명령 하는 대로 이런 꼴사나운 포즈까지 취해보인다는, 그 마약과도 같은 쾌감이 오싹오싹 찌릿찌릿하게 올라왔다.

“명령하면 뭐든지 듣는 거야?”

“뭐든지는 아닙니다. 할  있는 것만, 입니다만....”

의미심장한 참모의 말에 나는 이어서 명령을 시도해보았다.

“손을 올려볼래?”

13호가 내민 손에, 라헤가 댄스 신청을 받은 아가씨처럼 다소곳이 손을 올렸다.


“......스스로 옷을 벌려서, 가슴을 보여봐, 라헤.”

“예....”


라헤는 망설이거나 머뭇거리는 것도 없이, 그저 멍하니 자신의 제복의 끈을 풀고, 앞섶을 벌렸다.


자수가 들어간 고급스런 속옷에 감싸인 융기가 드러나, 눈이 부셨다. 그대로 등 뒤로 손을 돌려 후크를 끄르자, 탄력있는 유방이 튕기듯 뛰쳐나왔다.

몇 번이나 주무르고 만져봤던 가슴이지만,  익은 과실 같은 두 융기가 보여주는 탄력은, 그 성숙한 살집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손을 뻗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꿀꺽, 무심코 침을 삼켰다.

“...속옷을 벗고, 다리를 벌려서 안 쪽을 보여봐.”


이 역시도 순순히, 앉은 자세 그대로 길고 매끈한 다리를 세우고, 허벅지 중간 쯤에 걸려있던 속옷을 천천히 벗었다. 벗은 속옷은 옆에 두고, 그대로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스커트 앞쪽을 살짝 잡아 올려서, 안 쪽의 음부를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스스로 가슴 주물러봐.”

라헤는 다리를 벌린 채 스스로의 손으로 드러난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평소 자위하는 습관이 그대로 남은 것인지, 아래에서 위로 들어올리듯, 유두를 만지기 전에 조심스레 유륜부터 쓰다듬으며 섬세하게 손을 놀렸다.

탄력 있는 유방이 라헤의 손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고 모양이 바뀌어 가는 것을 지켜보다, 손을 불쑥 내밀어 라헤의 스커트 아래로 밀어 넣어, 그녀의 음부를 매만졌다.
참모의 조교로 이미 충분히 젖어있는 음부를 손으로 쓰다듬자, 라헤의 입에서 “아아...”하는 탄식과도 같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명령대로 가슴을 주무르는 라헤의 보지를 확인하듯 이리저리 매만지고, 그녀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모으거나 벌리기도 하며 만져보고는, 손을 뗐다.


그럼 다음으로는....

“라헤,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지?”

“......토마토....”

“너는 누구지?”


“7번대의... 대장... 입니다....”


“네 가장 부끄러운 기억은 뭐야?”


“좋아하는 곰인형 더미에 파묻혀서... 흐물흐물 볼을 부비는 걸... 부하가 봤을 때....”

그런 취미가 있는 거냐. 정말 은근 귀여운 여자라니까.


13호가 이어서 질문했다.

“라헤 네 가족 구성원은?”

이 질문에서, 라헤가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저까지... 넷....”


호오...? 조금 달라진 라헤의 반응에, 13호가 뭔가 눈치챈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코드 A637에 대해서 아는 건?”


“.............................”

라헤는 입을 다물더니, 눈동자가 살짝 움직여, 13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흡!”


“!”


“13호님!?”


얼굴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진 주먹을, 13호는 머리를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십... 삼호...!”

“이 여자가!”

참모는 곧바로 달려들어 라헤의 두 팔을 등 뒤로 돌려 붙잡았다. 그저 그것 뿐인데 라헤는 구속을 떨쳐버리지도 못하고, 13호를 표독스럽게 노려봤다.


“뭐야, 라헤. 쌩쌩하네. 얼마 전에 나한테 굴복해서 앙앙 짖었던 주제에.”

“크...으...!”

라헤는 분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그러나 어딘지 불안정한 모습으로 고개를 휘휘 젓기도 했다. “뭐야... 빌런... 노예... 굴복이라니... 웃기지... 하지만... 아니...”라면서 뭔가 혼란스러운 듯 중얼거린다.


“하윽...?!”

그런 라헤의 젖꼭지를 13호가 검지와 중지로 집자, 라헤가 고운 얼굴을 찡그렸다.

허를 찌른 것도 있지만, 일전 도로시의 개조로 그녀의 유두는 클리토리스보다도 민감해져있다. 지금은 그 클리토리스도 몇 배는 더 민감해져버렸지만.

“워워, 진정해, 라헤. ...그렇구만, 과연 대장이라고 할까....”


“흐윽... 그만... 만지지... 마세요... 히야앙...?!”

13호가 라헤의 가슴에 달라붙은 채 그녀의 유륜과 유두를 핥고 빨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라헤의 다른  가슴을 주물렀다. 무방비하게 몸을 비트는 라헤를 진정시키려는 듯, 참모도 그녀의 귓불을 잘금 씹거나 귓구멍 안으로 혀를 집어넣거나 하며 그녀를 유린했다.

개조의 결과로 그녀의 유두에서 흘러나오는 모유를, 13호는 맛있게 빨아마셨다. 고소하고 달콤하다.

대충 알 것 같다. 라헤의 세뇌 레벨은.


조금 전, 라헤는 가족에 대한 것을 말할 때 머뭇거렸다.


히어로에게 자신에 대한 것, 특히 가족에 대한 것은 레벨은 낮지만 어쨌든 기밀이다. 자칫 잘못하면 빌런에게 인질로 잡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전 말한 ‘코드 A637’은 애플이 가져와 준 히어로 측의 기밀 정보다. 애플에게 열람 권한이 있을리 없지만,


――‘13호님을 위해 열심히 해킹했어요! 잘했죠? 결혼하고 싶어지죠? 사랑해주세요!’

라면서 들뜨게 말했었더랬지.


아무튼.

아무래도 그녀는 히어로 측에 불리한 명령은 듣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거부반응이라고 할까, 암시 상태가 풀려버리는 모양이다.

“대장이란 건 다 이런 거야?”

“음... 춥... 아마 이 아가씨가 특별할 겁니다. 결벽한 데다, 아직 ‘천칭자리’의 가호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모양이에요. 그래도 확실히 먹혀들고 있으니, 오히려 천천히 공략하는 기분이 즐겁습니다. 후후... 그 대장님이 저희들의 손에 하나하나 타락해 가는 모습을 보자면 즐거워서 참을 수가 없어요... 질 안쪽도 이곳저곳 계속  덕분에, 약점이 훤히 드러나 있으니 언제 어떻게 만져보셔도 금방 젖어버릴 겁니다. 후, 후후후... 완전 음란한 몸뚱아리가 되어서는....”

참모는 안경을 밀어올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런 참모를 라헤가 매섭게 노려봤지만, 세뇌의 영향이 남은 것인지 그녀는 참모의 구속을 뿌리치지도 못했다.


참모 녀석, 그냥 M인줄 알았는데 역시 S기질도 있는 게 분명하다.


“4번대 대장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려 했는데, 이 상태로는 조금 힘들겠네.”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세뇌해 나가다 보면 될겁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1년 정도 있으면....”


“저기 그거 너무 느긋하지 않아...?”

“둘 다 날 사이에 두고 멋대로 얘기 진행하지 마세요...! 그보다, 4번대라니.......”


“그보다 참모,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 물어볼 게 있는데 말야.”

“아, 마침 저도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13호님.”


“전 무시하고 멋대로 얘기 진행하는 건가요...?! 용서하지 않겠어요... 절대로...!”





으웁... 웁.......


“그렇게 해서 일단 엔데 쪽은 조치를 취해놨단 말이지?”

“그거 잘 됐네요. 그럼 저는 엔데  공략까지 소요시간을 계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웁.... 츄웁....

“그런데 메이벨이라는 여자 있잖아,  쪽은 마땅한 공략 방침이――”

“애플 양이 구해준 자료 덕분에 그녀의 성격에 대해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습니다. 잘만 하면――”


춥... 춥웁...... 흐읍...!

13호와 참모는 나란히 앉은  4번대 공략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라헤는 가슴을 드러내고 스커트가 벗겨진  둘 사이에 엎드려 있었다. 입으로는 13호의 물건을 문 채 봉사하고, 참모를 향해 달콤한 향기가 날 것 같은 둔부를 내밀고 있다. 참모가 그녀의 음부를 딜도며 고무를 낀 손가락으로 괴롭힐 때마다 허리를 움찔움찔 떨었다.


“웁... 춥.. 쭙, 쭙, 쭈웁...!”

“응. 잘하네, 라헤. 역시 대장님은 입놀림이 다른 걸.”

라헤는 13호를 원망스럽다는 듯이 노려보면서도, 착실하게 그의 물건을 빨고 핥았다.

세뇌에 저항하는 의식은 남아있지만, 어쩐지 그녀의 몸은 두 사람이 명령하는 대로 착실히 따르고 있었다.

이런 거, 물기 싫지만....

......

...아냐... 어쩌지... 기분이 좋아....

‘머리가... 이상해....’

“추웁... 응... 흐응......!”


라헤는 참모의 손길에 견디지 못하고, 비음을 흘리며 무의식적으로 원을 그리듯 음란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 모습을 참모는 즐겁게 바라보며, 찔걱찔걱 그녀의 보지를 더욱 괴롭혀갔다.


애액은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뚝뚝 흘러내려, 그녀의 아래에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13호의 물건에 봉사할 때마다, 참모의 손길이 그녀의 음부를 유린할 때마다 욕망이 더욱 커져간다. 몸이 달아오르고, 자제심이 사라져가는 걸 느꼈다.


아무래도 개조와 세뇌의 영향인지, 남자의 물건을 입에 물고 있는 것만으로, 그 비릿한 냄새가 코에 닿는 것만으로, 남자의 손길이 피부에 닿는  만으로... 머리가 아득해지고, 이성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아득바득한 노력으로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지만, 한 번 쯔업...하고 타액으로 젖은 흉악한 육괴를 목까지 닿을 정도로 깊이 물 때마다, 금방 의식이 새하얘져갔다.

“오, 슬슬인 것 같습니다, 13호님.”


거기다 더욱 분한 것은, 성감에 취약해져버린 자신의 몸을, 두 사람이 장난감마냥 가지고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당장 가버릴 것 같은 때가 되자,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추고 자신을 흥미롭게 내려다보았다. 13호는 아래를 향해 덜렁덜렁 떨리는 유방과 그 위의 돌기를 집고, 참모는 그녀의 질  쪽의 약점을 연신 찔러대면서 어서 가버리라는 듯 재촉한다.

“응... 후으으으으읍......!”

결국 라헤는 성대하게 허리를 튕기며 가버렸다.

굴욕이다.

대장인 자신이, 빌런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느껴버리는데다, 가버리기까지 하고....


가장 큰 굴욕은....


“음... 하... 라헤... 가버렸어요... 음란한 암캐에게... 정액... 주세요....”

스스로 정액을 갈구하고, 남자의 물건을 바라며 13호의 페니스에 달라붙고 있는 추잡한 자신이었다.

더 이상 이성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몸은, 두 빌런에게 아양 떨 듯 달라붙어 봉사했다.

아아, 과연 자신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언제까지 대장으로서 정신을 유지할  있을까....


“자, 싼다 라헤. 다 받아마셔라!”

“후웁..... 웁.... 응... 아... 꿀꺽... 하아... 맛있어... 감사합니다....”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라헤는 발갛게 달아오른 음란한 암캐의 얼굴로 미소지었다.

* * *


“――이쪽은 엔데입니다. 지정한 빌런 사살 완료 했습니다. 그 외에 비각성자 빌런 8명을 기절시켜 생포했습니다.”

[잘했어, 엔데. 금방 경찰이 갈 테니까, 넘겨줄 때까지 옆에서 지켜봐 줘.]

“예, 알겠습니다.”

4번대의 A급 히어로, 엔데는 귀에 부착한 이어폰형 무전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양손에는 와이어로 묶인  기절한  사람이 들려있다.

‘....최근, 난동을 부리는 빌런들이 많아진 것 같은....’

나머지 생포해 둔 빌런들이 있는 곳에 손에 들린 빌런들을 던져놓고, 엔데는 멍하니 생각했다.

오늘 붙잡은 빌런들은 【창연당】이라는 괴상한 빌런 단체로, 각성주의 사상을 가진 급진파 조직이다. 발화 능력에 눈을  각성자 빌런을 필두로 온 시내를 불바다로 만들려는 것을 가까스로 저지했다. 피해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이번에 사살한 빌런의 능력을 생각하며 놀라울 정도로 피해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아슬아슬한 범죄가 최근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이런 막무가내 범죄를 마구 일으키는 건 아닌데...

최근엔 이상하게 많다. 지나치게 많다.

“여, 엔데. 수고했당께~.”


“......벨은 어디 있었던 건가요. 그보다 손에 들린 그건 술병인가요. 아니라고 해주세요.”

“앗~☆ 들켜버렸당께☆”

나타난 메이벨은  팔로 자신의 키만한 거대한 붓을 끌어안고, 다른 손에 들린 병을 입에 대고 기울였다.

“뭐, 농담농담. 이건 그냥 탄산수고, 저~ 짝에 요상한 짓을 하려던 각성자가 있길래 혼쭐을 내줬을 뿐이라네~.”


“놓쳤던 적이 있었던 건가요....”

“마, 엔데는 속임수에 약하니까 어쩔 수가 없겠제~.”


호탕하게 웃는 메이벨의 말에 엔데는 살짝 의기소침해졌다. 단순한 화력 승부라면 자신있지만, 사고의 유연함이 부족한 그녀는 메이벨의 말대로 속임수 같은 거에 지나치게 약하다.


뭐, 그래도 그런 부족한 부분을 커버해 주는 게 동료다. 메이벨은 그런 쪽에 신이 들렸다 해도 좋을 만큼 귀신 같은 후각을 가지고 있어서, 늘 든든하게 의지하고 있다.


임무 중에 멋대로 놀러다니거나 낮잠을 자거나 영감을 받았다면서 죽치고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주님이시여~!”라면서 술을 퍼마시거나 할 때는 난감하지만, 어쨌든 든든한 동료다.


든든한 동료.........

든든......


“응? 엔데? ......니, 괜찮나?”

“아... 예?”


“아니,  어째 표정이... 니 최근 일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닌가? 요즘 임무 나설 때마다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해지는디.”


“아뇨... 기계 상태로는, 피로 같은 건 느끼지 않을 텐데....”

하지만 확실히.


어쩐지 변신할 때마다, 기계 상태가 될 때마다 머리가 멍해지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한다.


‘뭐지......?’


엔데는  뒤를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잊고 있지만, 그 위치는 정확히 며칠 전, 스페이드가  수 없는 칩을 찔러넣은 위치였다.

스페이드가 그녀의 목 뒤에 부착했던 칩,  안에 내포되었던 바이러스는 엔데가 변신할 때마다 착실히 그녀를 좀먹어가고 있었다.

* * *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으~응?  잡혔네... 4번대, 방해되는 걸."

발치까지 닿는 긴 백의를 걸쳐입은,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귀찮다는 듯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거무죽죽하게 내려온 다크서클 위의 눈이, 음습하게 빛났다.

"없애버릴까... 어쩌면 좋을까... 흠...?"


뒷세계, 빌런들의 사회에서 '닥터'라고 불리는 인물은 대수롭지 않다는  홀로 중얼거렸다.

빌런과 히어로의 이야기는  다시 가속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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