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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7화 〉#35 양아치 화가는 양아치 빌런에게 약점을 잡혔답니다(1) (157/271)



〈 157화 〉#35 양아치 화가는 양아치 빌런에게 약점을 잡혔답니다(1)

“그렇구나... 참모가.”

갑작스레 찾아온 아리아을 호텔 방에 맞아들이고, 자조치종을 들었다.

아무래도 참모는 보스를 구하는 겸 미끼가 되어 아리아를 구출시킨 모양이었다. 육체적인 능력이 약한 아리아에게 있어서 참모의 도움이 없었다면 도망칠 수 없었겠지.

거기에 더해 스페이드와 체크, 거기에 보스까지 도로시의 손에 떨어졌다는 것을 들었다. 참모도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잡혔을 거라고 한다.

“웁... 춥... 네헤... 오빠님을 위해 죽을 수 있다니... 훕... 참모님도 안심하고 천국에 가실 거...예요....춥....”

“...살벌하게 왜 그래. 죽이거나 하진 않았겠지. 그 도로시니까.”

애플이 전해 준 대로 그 도로시니까, 참모도 보스도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겠지. 그렇게 믿는 수 밖에 없다. 배신한 사람을 믿는 다니, 뭔가 아이러니 한 기분이다. 어쨌든 믿어보자.

마침 잘 됐다 싶어서 이상한 실험을 할지도 모르겠다만.

......생각해보면 죽는 것 보다 끔찍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도로시  녀석, 늘상 참모나 나를 가지고 실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녀석이니까. 이래서 매드 사이언티스트란 것들은.

“춥... 쭙... 제 불찰... 이에요....”

“아냐, 아냐. 이런  어쩔 수 없지. 와준 것만으로 든든해.”


아리아의 능력은 【예지】지만, 어떤 것이든   있는 치트키 같은 능력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히어로 등급이 D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 그러니 이런 불의의 사건에 대응하지 못한 것도, 이해하지 못할  아니다.

그래도 우리가 피신한 이 호텔을 알아낸  그녀의 능력 덕분이라고 하니,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아리아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합류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네가 와줘서 다행이야. 무척이나 든든해, 아리아.”

“움... 헤헤....”


턱을 가볍게 간지럽혀주자, 고양이처럼 볼을 비비적거리며 기뻐했다.

음음. 참 좋은 아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도로시와 그 배후에 있을 ‘닥터’에 대항할 전력을 하나 더 얻었다....

“무, 뭐, 뭐, 뭐, 뭐.............................................”

“응?”

“뭔 짓이냥께~~~~~~~~~~~~~~~~~~~~~?!”


“아앗. 야! 아파! 때리지 마! 그 붓 아프단 말야!”

별안간 메이벨이 키만큼 커다란 붓을 마구 휘둘러서 때리는 바람에 나는 팔을 들어 막았다. 갑자기 왜 이래?

“무, 무슨 짓이냥께! 처자한테, 우리 아리아한테 무슨 짓이냥께, 이 변태노무 자슥이! 불결해! 저질! 쓰레기!”


토마토를 연상케 할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메이벨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변태변태 연호했다.

지금 아리아는 침대 앞에서, 내 앞에 무릎 꿇은 채 헌신적이게 내 육봉을 빨면서 봉사하고 있다. 귀두에 천천히 혀를 감으면서 열심히 타액을 바르고, 행복한 듯 입안 가득 내 물건을 입에 넣으면서 쪽쪽 빨고 있다. 아리아의 가지런한 입술 사이로 빠져나온 핑크색 혀가 마치 별개의 생물처럼 복잡하게 움직이며 놀랄 만큼 능숙하게 자극하니, 검붉게 노장(怒張)한 물건에 더더욱 단단히 힘이 들어갔다.


오늘 아침 나오기 전, 아슬아슬하게 애태우고는 절정까지 금지시키고 나와버리는 바람에 상당히 초조해 있던 모양이라,  얼굴을 보자마자 곧바로 발정난 암캐처럼 달려들어서는 이렇게 되어버렸다.

“왜, 하고 싶어서 그렇다잖아. 성욕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 리비도(Libido)란 말 몰라?”


“네, 네, 네, 네가 뭔가 한거제?! 그런 게 아니면 그런 파렴치한 짓을....”

“후웁... 음... 벨 언니도... 같이 하실래요...?”

아리아는 입에 머금었던 육봉을 아쉬운  빼내며, 메이벨에게 제안했다. 그 얼굴은 음란한 쾌락에 젖은 요염한 음부(淫婦)의 그것과도 같았다.

“아, 아, 아, 아....”


그리고 메이벨은 그 표정에 뒷걸음질쳤다.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체, 체크, 체크 씨... 아리아가... 그 귀엽고  새초롬해서 귀엽던 애가 저렇게 되어버렸당께... 어떻게 좀 해달랑께...!”


다음으로 메이벨이 매달린 건 체크였다.


그러나 그 체크도,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얼굴을 붉히고 아리아를 흘끔흘끔 바라보면서 허벅지를 비비고 있다.

“으...  되겠데이... 자지님.......”


그렇게 중얼거리는 말을 듣자, 벨은 쾅! 하고 머리를 세게 부딪친  넋을 놓았다.

“마, 말도 안 된데이... 악마... 13호 너 무슨 짓을  거냥께...! 변태...! 저질 자식...! 여자의 적! 죽여버리겠당께!”

“그만하세요 벨 언니!”


아리아의 외침에 메이벨이 눈을 깜박깜박 떴다.

아리아는 화를 내듯 눈썹을 찌푸리면서, 그녀의 타액으로 번들번들하게 빛나는 자지를 볼에 찰싹 달라붙도록 소중하게 끌어안으면서 외쳤다.


“사모하는 사람과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당연한 거잖아요! 사람으로 태어나선 당연한 욕구이자 자연스러운 행위인 걸요! 그걸 불결하다니, 메이벨 언니의 상식이 의심돼요!”


“앗, 아아.......”

“사랑의 결실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사랑을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만  수 있는 말이라고요! ...설마 싶은데, 벨 언니는 사랑을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건가요...!”


“아, 아니랑께... 그럴 리가....”

어쩔 줄을 모른 채 아무래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메이벨을 계속 쳐다보니 즐겁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자자, 거기까지.”


“앗...♥”


매서운 기세의 아리아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들어올려, 침대 위에 눕혔다. 침대 위에서 아양을  듯 무방비하게 누운 아리아의 스커트 아래로 손을 넣어, 팬티를 젖히고 그녀의 균열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이미 그녀의 보지는 흠뻑 젖어있어서, 손가락은 별 저항도 없이 찌걱... 그녀의 균열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후... 말했던 대로 잘 젖어있구나, 아리아?”


“하악......♥! 아아... 13호 오빠.......! 아리아의 보지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요...!”


“착한 아이에겐 상을 줘야지.”

“아, 아앗...!”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손가락을 구부리고, 질벽을 긁어내듯 움직였다. 꿈틀거리는 질내는 뜨겁다 싶을 정도로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기분이 좋다.

흐으윽... 하악......!

두 개의 손가락을 왕복시켜, 아리아의 꿀단지를 휘저었다. 그때마다 아리아는 뜨겁게 허덕였다. 이미 그녀의 음부에서 찔걱찔걱 솟구쳐 나온 애액으로 시트가 흥건히 젖어버렸다.


“어때, 기분 좋아, 아리아?”


아리아는 쾌락에 잠긴 채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앗, 흐아... 차, 착한 아이로 있을게요... 아리아, 13호 오빠가 하는  잘 들을게요... 흐윽... 하앗......♥ 온다... 가요. 가요, 갈게요...!”

“후후. 그래, 착한 아이구나, 아리아. 언제든 가도록 하렴.”

“후웃, 후와, 아, 아, 아... 아~~~~~~~~~~~!”


아리아는 침대 시트를 꼬옥 붙잡은 채, 몸을 크게 퍼득이며 가버렸다.

아리아의 몸에서 손가락을 빼내자, 손가락은 아리아의 액기스로 끈적끈적해져 있었다. 그대로 손가락을 아리아의 입가로 가져가자, 아리아는 기쁘다는 듯 손가락을 입에 머금고 아기처럼 쪽쪽 빨았다. 나는 그런 아리아의 가슴을 주물러주며, 그녀의 눈꺼풀 위로 가볍게 키스해주었다. 아리아는 기쁜 듯 몸을 떨었다.

“자, 나머진 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일단 이야기를 계속해볼까?”





‘뭐, 뭐시랑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메이벨은 혼란스러움에 정신이 알딸딸해졌다.

아니, 그야 세뇌라던가 이래저래 생각은 했지만서도, 이런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자지가 아는  늠름한 히어로 동료며, 후배가 암컷의 얼굴을 하다니.

역시 남자는 불결하다!

남자라는 것들은 변태들 밖에 없다!


남자 싫어! 무서워!


‘아아, 술이, 술이 마시고 싶당께... 술을 마셔야 정신이  깰 것 같당께....’


아무튼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라......?’

두근, 하고.


어쩐지 심장이 크게 뛰었다.


* * *



이미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밖에 나가는 것은 꺼려져서 식사는 적당히 시켜서 먹었고, 간단히 씻고 나왔다.


씻는 도중에는 아리아와 체크의 시중을 받았다. 가슴이며 몸으로 직접 문질러 거품을 내게 하고, 이 쪽에서 씻겨준다는 명목으로 유두며 배를 비벼주며 애무하고, 그리고는 각자 자궁 깊숙한 곳에 정액을 부어주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메이벨에게도 “같이 씻을래?”하고 제안했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거절당했다. 역시 내성제로의 순진한 숫처녀(웃음).


그렇게 생각하며 비웃어 줄 생각으로 나왔더니, 메이벨은 어느샌가 시킨 막걸리를 쭈욱쭈욱 들이키며 완전히 취해있었다.

타-앙!


푸하, 하고 입에서  잔을 메이벨은 호탕하게 내려놓았다.

“안 취했당께!  정도로... 흠냐~.”

아무튼 술을 마시고 나서야 조금 진정한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나를 노려보던 눈이, 지금은 편하게 풀어진 채 느물느물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걸 진정했다고 해야 하나.

“어이, 형씨.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아항~♥ 그거구나, 발정한 거구나? 이 몸의 매력에 헤롱헤롱한 거구나? 마성의 여자라서 미, 안, 하당께♥”

그렇게 말하면서 입고 있는 전통복을 슬쩍 내려, 가녀린 어깨며 가슴골을 슬쩍 드러냈다.


“읏차,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줘도 좋으려나. 응? 뭐야, 나한테 손대고 싶어? 으~음.  좀 비싸당께. 이걸 어쩌나... 야하하하~.”

술에 취해 발개진 얼굴로 냐하하 웃는 메이벨.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아, 과연.


그렇다, 이 감정은....

‘짜, 짜증나...!’


저 녀석, 술이 들어가니까 사람이 변했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아니, 이것도 이것대로 요염한 느낌이 좋지만... 역시 한복은 좋구나....

어쨌든 이대로 둬서는 얘기를 진행할 수가 없으니, 새로이 잔에 내용물을 따르기 위해 기울이던 술병을  뺏었다.


“앗! 이봐!  뺏고 그러냥께~~~~! 안 취했당께,  취했다니깐~~~~~!”

“앞으로의 일에 대해 얘기  하자. 얘기 끝나면 줄게.”


“우씨잉....”


화난 고양이처럼 마구 달라붙어오는 메이벨의 펌이 들어 간 머리를 밀어내며 얘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리아, 지금 뭔가 예지할 수 있겠어?”

“헤, 헤헤... 13호 오빠의 씨가 내 안에... 후후후....”


아리아는 후후 웃더니, 양 뺨을 짝짝 두드려 정신을 되돌렸다.


“지금 13호 오빠 덕에 컨디션이 조금 좋아진 것 같아요. 아마  두 개 정도, 범위를 좁힌 예지라면   있을 것 같아요.  예지는  더 시간이 걸릴  같네요....”


범위를 좁힌 예지.

예지는 조건을 추가해서 범위를 좁힐수록 예지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애초에 지나치게 범위가 넓을 경우 예지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내 미래에 대해 예지해 줘’라는 것보다는 ‘3일 뒤 아침 8시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 예지해 줘’라는 쪽이 나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체크, 뭔가 의견이 있어?”

“...마, 내한테 물어도... 일단 적의 전력을 정확히 아는 건 어떻드나?”

과연. 예지 능력을 써서 적의 전력을 알아낸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


체크다운 의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글쎄요.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같네요.”

거기에 이의를 제기한 건 아리아였다.

“그 경우에 ‘닥터’쪽 전력을 말하는 건지, 4번대 쪽 전력을 말하는 건지 범위를 좁혀야 해요. 그리고 전력이라고 해봐야, 4번대와 7번대, 도로시 언니에다 바이올렛님까지 모두 ‘닥터’의 말이 되어버렸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요.”

“흠. 것도 그렇데이.”


“아무튼 우린 외통수당께. 주변이 모두 적. 엔데가 저쪽에 있는 시점에서 S지구의 전자기기들은 전부 저쪽 편이라고 봐도 좋을테고, 아마 내일이면 지명수배가 떨어질지도 모르겠고... 그 예지란 게 가능하다면, 일단 절대 잡히지 않을 은신처 같은 걸 알아보는 건 어떻겠냥께.”


확실히, 은신처는 중요하다.

지금 있는 이 호텔도 언제 적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빌런인 우리와 그 빌런과 한패로 의심받고 있는 메이벨은 공권력을 적으로 돌린 상태니까.


그리고 충분히 시간이 있다면 아리아도 좀 더 완전한 예지를 내놓을지도 모른다. 물론 컨디션에 따르는 것인 만큼, 복불복과도 같지만.


“하지만....”


“바이올렛님이 걱정되시는 거죠, 13호 오빠?”

“그것도 그런데, 참모나 애플... 그리고 라헤도 그래.”

아리아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애초에 저쪽의 목적을 모르는 것도 있지만, 하필이면 그 도로시가 저쪽 편에 있으니까. 애플의 말대로면 단시간 내에 세뇌가 어렵다고 판단한 애플이나 참모는 일단 그냥 감금해 놓을 거라고는 했는데, 그 말은 시간이 충분하면 얼마든지 세뇌할 수 있다는 뜻도 돼. 그리고 우리 아지트에는...”


이야기를 듣던 아리아와 체크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메이벨 만이 알딸딸한 표정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라헤가 세뇌되면, 그 땐 끝장이야. 답이 안 나와.”

후우,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에... 라헤? 라헤 대장? 혹시 7번대 대장 말은 아니지라?”


메이벨이 뻣뻣하게 웃으면서 나와 다른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침묵하는 우리를 보고는 “맙소사...”하고 볼에 감싸고 신음했다.

“어찌 라헤 대장까지  짝에...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지금  대장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벅찬데 거기에 대장급이 하나 더...? 아, 하하하 그거 큰일 아니냥께....”

메이벨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입김에 서린 술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드러난 노출에 더해 어쩐지 더욱 요염해보였다.


“그리고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는  나도 동의한당께. 실 대장의 능력도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흉악해지까네... 아, 다 싫당께. 술이 필요해, 술을 달랑께~!”




술 달라며 땡깡 부리기 시작하는 벨에게 막걸리병을 던져주고는, 생각에 잠겼다.


어쨌든 시간을 들이면 좋지 않다. 가능하면 내일, 늦어도 내일 모레까지는 움직이고 싶다.


지금 우리의 적은 4번대와 도로시 및 7번대 인원들을 포함한 ‘닥터’측.  번에 이 두 곳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도 무리다. 아리아의 예지도 지금은 한 쪽에 밖에 쓸 수 없는 상태고.

그러니까 결정해야 한다.


‘4번대를 우선하면, 도로시의 손에 지금 남아있는 인원들이 세뇌될 가능성이 있어.’

만약 라헤가 그녀의 수족으로 돌아서면,  그대로 최강의 말이 적으로 돌아서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7번대나 도로시, 그리고 ’닥터‘를 우선했다간....’


그땐 만전 상태의 4번대 대장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4번대 대장, 실. 【시간조작】의 능력자.


과연 대장급이라고, 그 치트 같은 능력의 약점은 아직까지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제 힘을 쓸 수 없다’라는 것 하나 밖에는 아는  없다.

‘그럼, 어느 쪽을 우선할까.’

4번대냐, 닥터냐.

실이냐, 라헤냐.


나는 고민하며 눈을 감고, 조금 후에 눈을 떴다.

“아리아. 예지해 줘.”


“정하셨나요...? 아니면, 조금  고민하고 내일이라던가 결정하셔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있다면, 지금은  수 있는 예지를 내일은 못하게 될 수도 있단 거다.


말하기 전에 한  더 검토하고, 결단하고 입을 열었다.

“아리아, 네가 예지해줬으면 하는 건――”


* * *


“대장?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아... 엔데? 아뇨, 그냥 좀 확인이랄까, 자기 검진 같은 거야.”


4번대의 아지트.

늦은 시간임에도 아직 불이 켜져있던 사무실에 들어가니, 아직 4번대의 대장님이 남아서 뭔가를 골똘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뭘 보고 있나해서 봤더니, 늘 가지고 다니는 회중시계였다. 능력을 사용하는 중인지 엷은 푸른빛이 떠올라있었다.


그녀의 시계는 능력을 사용하는 데 사용하는 매개다. 굳이 저 시계여야 할 필요는 없다지만, 손에 익은 데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만큼 이 시계가 손에 있어야 어쩐지 마음이 편했다.

실의 손에 들렸던 회중시계에서 떠오르던 빛이, 차츰차츰 가라앉다 완전히 사라졌다.


“그, 대장... 벨은.”


“걱정 마, 엔데. 벨은 너도 나도, 누구나 인정하는 베테랑 히어로니까. 분명 잡혀가서도 야무지게 길을 찾아서 탈출하거나, 오히려 빌런들을 붙잡아서 끌고 올지도 몰라.”


실은 걱정 하나 없는 얼굴로 한쪽 눈을 감아 윙크했다.


그러나 엔데는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벨은... 벨 언니는, 술을 너무 좋아해서... 술만 먹여주면 어디든 상관 없다는 식이라서요.”

“......아, 그건... 하하.”


막상 이야기를 듣고 보니 걱정이 된다. 메이벨은 틀림없는 베테랑이지만, 술만 있으면 누구나 인정하는 초(超) 글러먹은 인간이 되어버리니까.


좋게 말하면 낙천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설렁설렁해진다... 더 나쁘게 말하면 대가리가 비어버린다.


아이고, 맙소사. 걱정되기 시작했다.

“뭐, 괜찮을 거야~. 여차할 때를 대비한 비장의 수도 있고.”

“비장의 수요?”

“비밀☆ 그보다, 엔데도 어서 쉬도록! 내일부터 바쁠테니까!”

엔데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고는, 실은 흉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어비스】의 쓰레기들에게, 지옥을 보여줘야하니까.”

그리고 밤은 깊어져갔다.




* * *



'......뭐지, 왜 이러지?'


그리고 깊어져 가는 밤하늘 아래,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  메이벨은 아직 술기운이 남아 알딸딸한 채로 고민에 잠겨있었다.

'뭔가, 분명히, 몸이 이상하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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