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화 〉#59 그건 그 순진한 화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4)
메이벨은 초등학교는 미션스쿨, 중학교부터는 숙사가 딸린 여중, 여고, 여대 삼위일체를 이룬 여자밖에 없는 환경 속에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여자. 여기도 여자, 저기도 여자.
호랑방탕한 행동과는 달리 고지식한 면모도 있어, 미팅이나 남자들과 접촉하는 자리는 스스로 피하기도 했다.
결과 순수배양된 숫처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옛날부터 ‘못하는 것’, ‘모르는 것’, ‘직접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사람들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남자와 대화는 커녕 거의 보지도 못하고 접촉할 일도 없었던 나날들.
시간이 지날수록, 메이벨의 안에 남자에 대한 환상과 망상은 커져만 갔다.
더 나아가, 야한 짓에 대한 것도.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뜻을 품은 메이벨은 상상력도 풍부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자료로 쓸만한 건 장르를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답습했던 것도 독이 되었다.
남자가 불편하고, 남자를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오로지 망상만으로 온갖 변태 플레이에 대한 욕망과 호기심만 커져버린 것이다!
몬스터 처녀가 되어버린 것이다!
맙소사!
* * *
‘아... 아아... 어쩌지....’
뚜벅, 뚜벅.
느긋한 발소리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다. 혹여나 누군가 올까 싶어 소리에 예민하게 집중하고 있으니, 그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느껴진다.
4번대의 기지. 그 복도.
메이벨은 바닥에 엎드려 개처럼 엉금엉금 기고 있으며, 바로 뒤에선 13호가 목줄을 잡은 채 뒤를 따르고 있다.
‘기지 안에서... 뭐하는 짓이람... 누가 보기라도 하면....’
지금 메이벨은 실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목에는 개목걸이가 채워져 있고,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봉긋한 유방이 중력에 따라 하늘하늘 흔들렸다.
보지는 살짝 젖어있었다.
“벨은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 터무니 없는 변태였네.”
“아, 아냐... 아니랑께... 이건 그냥 호기심으로... 저번에 봤던 그림이... 있어서리....”
“난 즐거우니까 상관 없지만.”
“...니 즐거우라고 하는 거 아니랑께.”
“그건 그렇고, 개라면 사람 말은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읏.”
“네가 봤다던 그림에서, 개가 사람 말하고 있었어? 똑같이 해보고 싶었던 거 아니야?”
“...머, 멍.”
“좋아, 잘하네.”
아아, 이제는 스스로 멍멍이 소리까지 내다니... 오싹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이 상황에 반응하듯 거기가 천천히 젖어들고 있는 게 느껴졌다.
“좀 허전하지? 슬슬 써볼까?”
그렇게 말하며 13호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끝에 북슬북슬한 꼬리가 달린 딜도였다.
메이벨의 방에 있던 것으로, 자료로 쓰기 위해 호기심에 사두었던 것이다.
결단코 써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13호조차도 본 적 없는 다양한 모양, 다양한 종류가 구비되어 있어서 13호가 혀를 내둘렀다는 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자, 잠깐만... 진짜... 하는 기야...?”
“네가 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 그렇긴 한데... 방에서... 하자는 거였당께....”
“이 편이 더 재밌어. 그보다 다시 사람 말을 한다?”
“아, 아우... 멍....”
어차피 13호는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하는 것도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부끄러워할 것 없다. 굳이 막을 필요도 없다.
메이벨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설득하면서, 그 자리에 멈춰서서 13호를 향해 엉덩이를 쑤욱 내밀었다.
“......그럼 껴줘...멍.”
“그래, 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변태 멍멍아.”
13호의 매도에 메이벨이 부르르 떨었다. 분노와 수치,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배덕의 쾌감 때문이다.
13호의 손가락이 벨의 보지를 열고, 상태를 확인하듯 손가락 끝을 밀어넣었다.
뜨거운 보지에 뭔가가 밀고 들어오자, 섬뜩했다.
“충분히 젖은 것 같네. ...신성한 히어로 기지에서 이런 짓을 하면서 느끼고 있다니... 터무니 없는 변태야, 메이벨은.”
“아, 아냐... 아니라니까.... 그런 말... 하면 안 돼....”
“어허, 사람 말.”
“멍... 쿠으응....”
13호의 손가락이 벨의 보지를 세심하게 손보고, 이어서 그녀의 클리토리스도 꾸욱 꾸욱 문지르며 자극했다. 그 손의 움직임이 기분 좋다는 듯, 혹은 피하려는 듯 허리가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13호는 투명한 액이 살짝 묻은 손을 떼어내고, 대신 딜도를 넣기 쉽게 고쳐 쥐었다.
“그럼 넣을게. 소리 안 나게 잘 참아 봐.”
딜도의 끝이, 천천히, 천천히 메이벨의 보지 입구를, 깨끗한 음순을 비집어 열고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흐, 으으으읏...!”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삽입되는 감각에 메이벨은 몸을 떨면서 이를 악물었다. 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이마를 바닥에 댄 채 필사적으로 견딘다.
딜도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질벽을 긁을 때마다, 허리가 움찔움찔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음액이 방울져 떨어지는 육벽은, 아직 빡빡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딜도를 받아들였다.
“아응...!”
그렇게 해서 간신히, 딜도가 뿌리까지 완전히 삼켜졌다. 작은 사이즈의 딜도지만, 충분히 아랫배에 묵직한 감각이 들게 했다.
“하아... 하아... 하아....”
메이벨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안 그래도 언제 들킬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이런 행위는 긴장감이 너무 컸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다. 역시 여기까지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정말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저, 저기, 13호. 이제 그만――”
“사람 말.”
“아니, 그게.”
“사람 말.”
“...머, 멍.”
“그럼 가자.”
짝!
“?!”
13호가 메이벨의 새하얀 둔부를 찰싹 때렸다. 이런 굴욕 처음이었지만, 이또한 감미로운 쾌감이 되어주었다.
돌아가고 싶다. 긴장되어서 몸을 지탱하는 팔다리가 덜덜 떨렸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배덕감에서 오는 쾌감이, 호기심이 충족되는 감각이 기분 좋았다.
오로지 망상만 하던, 상상으로 그림만 그렸던 것이 여기서 재현되는 것이 꿈만 같았다.
“가자고, 메이벨.”
“...멍멍...멍.”
결국 메이벨은 호기심과 쾌락의 유혹에 져버렸다.
말을 잘 듣는 개처럼, 열심히 엉금엉금 기어 복도를 나아갔다.
으읏... 읏....
“소리난다, 소리. 그렇게 소리 내도 되겠어? 들킬 거 같은데.”
“...흡... 읏...!”
부우우웅―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메이벨의 보지에 들어온 딜도가 진동하는 것이다.
딜도의 진동에 맞추듯, 딜도가 박힌 음렬에서는 음액이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산책을 시키는 13호의 요구는 점차 수위를 높여갔다.
일부러 CCTV 카메라 앞을 지난다거나, 커다란 창문 앞에 개 같은 자세로 서서 바깥을 향해 알몸을 잘 보이도록 노출하게 한다거나, 숙소 층에서 다른 멤버들의 방 앞에서 일부러 딜도의 진동을 세게 해 소리를 내게 만드는 등메이벨의 애간장을 태웠다.
정말 안 된다 싶은 것들, 혹은 어느 방향으로 갈까 같은 사소한 것들은 메이벨이 ‘명령’해서 못하게 했다. 그러면 13호는 순순히 따라주었다.
자신이 명령하면 13호는 들어준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반대로 지금 13호가 제 의도대로 자신을 끌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13호의 의도에 맞지 않는 명령을 하려 하면, 재빨리 ‘사람 말 하면 안 되지’라면서 원청봉쇄하고 있다는 것도.
‘이제 돌아갈래... 지쳤당께.’
정신이 한 팔 할은 깎여나간 기분이라, 슬슬 돌아가야 된다고 강력하게 생각할 때였다.
타박, 타박, 하는 발소리가 들려온 것은.
“어라, 누구 있어? 이 시간에?”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이쪽을 확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13호도 메이벨도 소리 없이 당황했다.
언제든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긴 했지만, 이미 꽤 오래 ‘산책’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들키지 않았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느슨해졌던 모양이다.
설마하니 이 시간에 밖을 돌아다닐 사람이 있겠냐면서.
“(어, 어쩌지 13호?!)”
“(어라, 망했네.)”
“(꺄아아! 안 돼! 이런 모습 보일 수 없어! 오, 옷 내놓으랑께 13호!)”
당황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데, 드디어 눈으로 상대를 알아볼 수 있는 거리까지 왔다.
창문으로 비치는 어슴푸레한 달빛에 비친 건, 엔데였다.
“어...라? 13호... 그리고 그건... 설마...?!”
경악하며 눈을 크게 뜨는 엔데.
메이벨은 이제 끝났다며 몸을 웅크리고 눈을 꼭 감았지만, 예상했던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심조심 고개를 들자, 엔데가 멍한 눈으로 서있었다.
13호는 식은땀과 함께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어....”
“다행이다, 엔데여서....”
맞다. 뇌기능의 대부분을 특수한 전산장치에 의존하는 엔데는, 그 안에 심겨진 바이러스 때문에 13호의 손에 멋대로 조종당하고 있었다.
동료가 사악한 빌런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다. 평소에는 열불을 내던 메이벨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그 사실에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사, 살았당께....”
한숨을 폭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대로 두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멍하니 있게 해두면 된다. 여차하면 기억도 조작할 수 있을 테지.
“......? 13호? 안 가나?”
그러나 목줄을 쥔 13호는 미동도 않은 채, 뭔가를 생각하듯 엔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런 건 어떨까?”
라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뭐지? 뭘 하려는 거야?
의아한 눈을 한 메이벨이었지만, 다음 상황에 심장이 펄떡 뛰었다.
“어... 13호 님? 왜 이 시간에 여기에.”
엔데가 깨어났다!
13호의 조작으로 멈춰있었을 엔데가, 확실하게 깨어나서 눈 앞의 두 사람을 인식하고 있었다!
“잠깐 산책이 하고 싶어서. 안 될까?”
“...여긴 히어로기지인데요.”
‘왜, 왜 이러는 거야~~~! 이제 다 끝났당께~~~!’
메이벨이 원망하는 눈으로 13호를 올려다봤다.
그러나 가까이 온 엔데는 딱히 소란을 피우지도, 알몸으로 빌런의 애완견 노릇을 하고 있는 부끄러운 동료의 모습을 환멸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친근하게 고개를 숙이고, 메이벨의 뺨을 가볍게 쓸어올렸다.
“귀여운 강아지네요, 13호 님이 키우시는 앤가요?”
......뭐?
“응. 최근에 키우게 됐는데 밤산책을 좋아해서.”
“근데 되게 매끈매끈하네요? 부드러운 건 좋지만.”
“후후, 비싼 품종이거든. 물지는 않으니까 더 만져도 좋아.”
“그럼 사양않고. 저도 개는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엔데는 메이벨의 몸을 다듬기 시작했다.
머리를 쓰다듬고, 배를 간지럽히고, 허리를 통통 두드리기도 하고.
마치 진짜 개를 대하는 듯한, 눈 앞의 개가 메이벨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육갑, 쓰레기.’
메이벨이 13호를 째릿 노려봤다.
13호가 엔데의 정신을 조작해, 메이벨을 개로 인식하도록 만든 것이다.
“어머나, 귀여워라.”
“......멍.”
여러모로 불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메이벨은 얌전히 엔데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가능한 개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
이 요상스런 상황에 반응해 한층 젖어버린 메이벨의 음렬에선, 투명한 음액이 방울져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 * *
“그럼 이제 슬슬 마지막이야.”
“......? 여긴 방으로 가는 길 아닌데.”
13호는 메이벨의 목줄을 붙잡고, 그녀를 유도하며 어딘가로 향했다. 이제 슬슬 팔다리도 아파왔다. 쉬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4번대 기지의 행정실.
히어로로서의 신성한 집무를 행하는 공간, 그곳으로 향하는 문.
그 앞에 천박한 모습으로 멈춰 선 메이벨은, 무심코 “아...”하고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