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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223화 (223/1,497)

〈 223화 〉1부 10장 26

섬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나는 그 크레이터 한 가운데에 착지해, 잘려나간 오른팔을 복구했다.

"그냥 괴인형으로 변신해서 쓸 걸 그랬나요."

복귀된 오른팔은 이전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다만 인간형으로 사용한 궁극기라 그런지, 그 파괴력이 괴인형이 되었을 때보다는 훨씬 약했다.

"결국 결계도 부수지 못했고."

섬은 거의 반쯤 뭉게지고 산소는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하지만 하늘을 뒤덮고 있는 어둠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했다.

간부 셋이 펼친 삼중결계.

인간형의 나로서는 아직 돌파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그럼 괴인형으로 변신해야한다는 건데...."

"쫑알쫑알 혼자서 뭘 자꾸 중얼거리는 거야...!"

"어, 역시 살아있네요."

히드라는 으스러진 오른팔을 아래로 떨군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내 궁극기를 흙벽을 세워 막기라도 한 듯, 상처는 크게 없었지만 온몸의 피부가 벌겋게 익어있었다.

"흐아아아."

펜릴은 메이드복이 전부 불타버린 채 크레이터 한 구석에 대 자로 쓰러져있었다. 다른 둘보다 두 배의 데미지를 입었을테니 정신을 되찾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혼자서 위로 도망친 거 안 쪽팔려요?"

"닥쳐!"

어둠속에서 아지다하카가 상반신만 드러낸 채 나를 향해 마탄을 쏘았다. 나는 복구한 오른손으로 마탄을 튕겨 기절한 펜릴의 배를 향해 날렸다.

"커헙!"

"아지다하카의 머리를 자른 복수에요."

"누가 자른 건데! 야!"

아지다하카는 울컥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아지다하카는 머리가 단발이 된 것 외에는 별다른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펜릴은 완전히 뻗었고, 히드라는 중상을 입었다. 아지다하카만이 머리칼이 잘리는 경상을 입었을 뿐이다.

"흐아, 하아, 역시 힘들다냥...."

히드라의 부축을 받은 펜릴이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일어났다. 꼬리를 아래로 세워 몸을 지탱하는 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대로 계속? 아니면 패배를 인정?"

"하, 무슨 소리.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히드라의 몸에서 보라색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테라의 오염된 마력임과 동시에, 성주에 의해 세뇌된 간부들의 전투형인 '괴인형'으로 변신했다.

[곱게는 죽을 거라 생각하지 마.]

살모사같기도 하고 아나콘다같기도 한 뱀머리의 갑주를 입은 히드라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나를 위협했다.

"곱게는 커녕 죽어 줄 생각도 없네요."

히드라는 등 뒤로 황갈색 빛의 뱀들을 펼쳤다. 아가리를 쩍 벌린 뱀들은 극독을 뚝뚝 흘리며 나를 깨물려했다.

"한 명은 변신했고, 나머지 둘은?"

[정말 원본이랑 비슷하게 시건방진 녀석이외다.]

펜릴 또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괴인형으로 변신했다. 나를 습격했던 때와 똑같이, 광택이 나는 늑대 형상의 투구 사이에서는 녹색의 안광이 불을 뿜었다.

[흥, 착각하지마. 절대 못 이길 것 같아서 본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니니까!]

아지다하카 마저 드래곤의 형상을 한 괴인으로 변했다. 검은 갑주 아래 검은 마력이 반짝여 잘 구분은 되지 않았지만, 갑주에는 보라색으로 반짝이는 오염된 마력이 모세혈관처럼 퍼져있었다.

"생각해보면 진짜 간부들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네요."

설야의 루살카는 그 힘을 폭주시키던 광검과 붙었다.

혼돈환룡과는 괴수화한 혼돈으로 변신시켜 환룡을 끄집어냈다.

그러니 진짜 다크 레기온의 간부들을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그것도 괴인형을 상대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각각 공략했었는데."

하나하나 각개격파를 하려고 했던 내 욕심이 과했는지, 벌써부터 셋은 연계하여 나를 쓰러뜨리려 하고 있다.

"좋아요. 솔직히 말해서, 1-2-3 스테이지 보스들을 상대로 먼저 변신하기 쪽팔렸거든요?"

[쫑알쫑알 시끄러워!]

[가짜는 참 사람 이해하지 못할 말만 하는구나. 넌 입으로 싸우니?]

"......이해 못하면 됐고."

한 번 내 괴인형을 상대한 펜릴만이 자세를 잡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나는 두 손을 합장하듯 모아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면 시작해봅시다."

[어차피 누가 이길지는 뻔하겠지만.]

도발이 먹힌 걸까, 아니면 내가 변신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걸까. 괴인들은 저마다의 무기를 꺼내며 사방에서 나를 덮쳤다.

카앙!

초격은 펜릴. 비상할때야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나와 달리, 펜릴은 히드라가 만든 땅을 박차고 달려 나를 향해 거대한 손톱을 들이밀었다. 발톱하나가 사람 머리보다 더 클 정도로,펜릴의 손톱은 제 몸통보다도 더 크기가 컸다.

[짐승적으로 발톱이긴 한데.]

[잡담할 여유는 없을텐데!]

펜릴의 손톱이 사선으로 나를 그었다. 나는 손을 뻗어 펜릴의 손톱을 붙잡았다.

카가가각!

펜릴의 손톱 주변을 감싸고있던 작은 칼바람이 내 건틀릿을 휘감았다. 녹색의 바람은 내 건틀릿을 타고 흘러, 내 팔 전체를 집어삼키려했다.

[소용없다.]

나는 칼바람 째로 손아귀에 넣은 가운데 손톱을 으스러뜨렸다. 펜릴은 자신의 손아귀를 움켜쥐며 내 어깨에 손톱을 박아넣었다.

카카각!

나는 펜릴의 가운데 손톱을 구겨버렸고, 펜릴은 내 관절부를 끊으려했다.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게 불과 수 초. 이대로 힘겨루기를 하면 무조건 내 승리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펜릴과 1:1을 하는게 아니었다.

푹!

등 뒤에서 관절부를 노린 칼날이 내 가슴을 찌르고 들어왔다. 밤하늘의 어둠을 담은듯한 흑요석의 검이 나를 통째로 찔렀다.

[뒤가 비었네?]

내 뒤를 찌른 아지다하카가는 나를 한껏 비웃었다. 나도 남는 손을 뒤로 뻗어 아지다하카의 머리를 붙잡았다.

[일부러 뒤를 내어준 거다.]

[이, 이거 놔!]

[그러길래 팔이 닿지 않는 사각에서 찔렀어야지.]

나는 좌우로 마력을 모아 불꽃을 방출했다. 펜릴과 아지다하카는 푸른 불꽃에 휩싸여, 갑주가 서서히 그을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가더라도 내 승리. 하지만 또 다른 괴인이 나를 노리고 있다.

[어딜!]

나는 발을 크게 구르며 바닥을 내리찍었다. 막 내 발목을 휘감으려던 땅뱀이 내 발에 대가리가 찍혔다.

[내가 한 번 당해주니 또 당해줄 것 같더냐?]

나는 땅뱀의 대가리를 좌우로 잘근잘근 짓이겼다. 곧 땅뱀은 흙이 되어 사라졌고, 또다른 땅뱀의 대가리가 솟아났다.

콰득! 콰득!

미처 대가리를 차내지 못한 땅뱀들이 내 발목을 물어뜯었다. 마력을 녹여내리는 독액이 땅뱀의 이빨에서 흘러나와, 내 갑주를 서서히 녹여내렸다.

[흥! 아까처럼 어디 한 번 해봐! 이번에는 다를 테니까!]

[파괴력은 예상외였지만, 우리도 꽤 단단하단다?]

[내구도를 믿고 버티겠다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는 팔이 끊어질 상황에 놓였고, 가슴이 검에 찔렸으며, 발목이 독니에 물렸음에도 아직까지 그다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럼 어디 한 번 버텨봐라!]

나는 날개를 펼쳐 바닥을 굴렀다. 약 수 미터, 하늘로 치솟는데 성공했고, 땅속에 고구마줄기처럼 박혀있던 히드라가 허공으로 딸려올라왔다.

[큭?!]

[아지다하카는 또 도망쳤나.]

가슴을 찌른 검만 남겨둔 채, 아지다하카는 날개를 피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펜릴 또한 자신의 가운데 손톱을 잘라내며 뒤로 크게 물러섰다.

[이제 너만 남았군.]

[여유만만이네, 정말!]

나는 땅뱀을 두 발 사이에 잡고 하늘로 높이 처올렸다. 히드라는 내 눈높이까지 떠올랐고, 나는 히드라의 목을 움켜쥐며 날개를 강하게 펄럭였다.

[자이로드롭 좋아하나?]

[개소리 지껄이지마!]

히드라는 등 뒤에서 돋아난 뱀들의 아가리를 벌려 내 팔을 물어뜯었다. 황갈색 마력이 번들거리는 날카로운 이빨이 내 갑주 사이를 파고들어 마력을 흘렸다.

[결계라는 건 결국 천장이 있기 마련이지.]

나는 수직으로 치솟던 날개를 멈췄다. 그리고 어둠에 가려진 아지다하카의 결계의 천장을 향해 히드라를 매다 꽂았다.

[크흑?!]

[등짝을 보자.]

나는 히드라의 머리를 천장에 처박은 뒤, 그 뒤에 올라타 날개를 천장에 고정했다. 180도 뒤집힌 형국이지만, 나는 히드라를 바닥에 눕혀두고 그 엉덩이를 깔고 앉은 상태나 다름없었다.

캬아아악!!

히드라의 등 뒤에 팔처럼 돋아나있던 뱀들이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나는 가장 먼저 다가오는 뱀의 아가리를 위아래로 잡고 비틀었다.

[아아악!!]

히드라의 등 뒤로 돋아난 뱀머리 하나가 뽑혔다. 히드라는 고통을 호소하며 몸을 이리저리 굴렸지만, 나는 히드라가 움직이지 못하게 그의 골반을 하체로 단단히 붙잡았다.

[땅에서 이러면 분명 도망칠테지. 아지다하카를 탓해라.]

[이, 이런 미친 년이!]

이제는 히드라까지 나를 욕한다. 그리고 나를 쫓아온 펜릴와 아지다하카가 내 팔을 양옆에서 잡고 끌어당겼다.

[어딜 올라타는 거야, 이 변태새끼야!]

[이 외도 놈! 당장 내려오지 못할까!]

[괴인들끼리 무슨.]

나는 팔을 휘둘러 방해하는 두 괴인을 밀쳤다. 그리고 내 목을 물어뜯으려던 두 번째 뱀의 목을 좌우로 잡아 비틀었다.

[아흐아악!]

뱀 머리는 목이 졸려지며 마력을 토해냈다. 황갈색 마력은 피처럼 내 갑주에 튀었고, 강한 산성이라도 띄고 있는지 내 갑주를 서서히 녹여내렸다.

[이걸로 둘.]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펜릴이 내 어깨를 물어뜯고 손톱을 긁던 말건, 아지다하카가 흑요석의 검을 휘두르며 내 등과 날개를 찌르건 말건, 나는 오직 히드라를 천장에 붙잡아 뱀의 대가리를 하나 둘 뽑아버렸다.

손목을 휘감은 세 번째 뱀 머리는 내가 팔을 빙 돌려 목을 붙잡아 비틀어버렸다.

내 옆구리에 이빨을 박아넣은 네 번째 뱀 머리는 팔꿈치를 내리찍어-위치상 올려찍는다는 표현이 더 올바르겠지만-히드라의 등 위에서 짓눌러 터뜨렸다.

내 얼굴을 향해 독액을 뿌리던 다섯 번째 뱀 머리는 목에 손톱을 박아넣고 불을 뿜었다.

[아흐, 흐아, 크하앗...!]

히드라는 결계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했다. 다른 두 괴인은 더욱 가열차게 나를 히드라에게서 떼어내려했지만, 나는 몸이 버티는 한계까지 고통을 참으며 히드라의 등에 돋아난 뱀 머리를 뜯어버렸다.

여섯 번째 뱀 머리를 뿌리 째 뽑는 순간, 아지다하카가 내 날개를 드디어 잘라냈다.

일곱 번째 뱀 머리를 수도로 잘라낸 순간, 펜릴이 칼바람을 응집시켜 내 손목도 함께 잘라냈다.

여덟 번째 뱀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쥔 순간, 히드라가 몸을 180도 뒤집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캬아아악!]

콰득.

내가 여덟 번째 뱀 머리를 손아귀 속에 넣어 터뜨린 순간, 히드라가 내 목덜미를 물었다. 마지막 아홉 번째이자 히드라의 진짜 머리에서 흘러나온 독액이 내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흐흐흐, 흐흐흐흐!]

히드라는 내 목을 통째로 잘근잘근 씹었다. 더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던 나는 목이 절반 정도 뜯겨나간 상태로 힘없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쿵!

나는 맥없이 땅에 대자로 떨어졌다. 전신이 갑주는 너덜너덜해졌고, 손목과 발목은 잘려나갔으며, 깨지고 녹아내리고 잘려나간 갑주 사이로 푸른 마력이 줄줄 새어흘렀다.

탓.

결계의 천장에서 떨어진 두 괴인은 히드라를 부축하며 살포시 착지했다. 땅에 발을 디딘 히드라는 거칠어졌던 숨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지속성이라 그런지 땅에 닿자마자 회복하는군.]

"하아, 하아. ...키히힛."

히드라는 괴인형까지 해제하며 회복에 전념했다. 내 상태를 보고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했는지, 다른 두 괴인도 괴인형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진짜 미친 년이 따로 없네."

"이딴 식으로 싸우기는 싫다냥...."

아지다하카는 다시 길어진 머리칼을 정돈하며 몸을 으스스 떨었고, 펜릴은 히드라의 등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히드라를 다독였다.

"하아, 하아, 내가 무슨 원수졌어?! 왜 나만 괴롭히는 거야!"

히드라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내게 표독스럽게 외쳤다. 나는 세 간부가 괴인이 되자마자, 집요하게 히드라만 노리고 공격했다.

[원수를 진 건 아니지. 그냥 네가 운이 없었을 뿐이다.]

나는 아직 남아있는 손을 들어올렸다. 마침 손가락도 세 개가 남아있었다.

[일단 한 년부터 조지고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어서 말이야. 축하한다, 히드라. 네가 1/3에 당첨된 거니.]

"진짜 또라이 같은 년, 하아, 흐으...!"

히드라는 피를 토하면서도 입꼬리를 비틀며 나를 비웃었다.

"흐흐, 하지만 이제 이걸로 끝이야! 아무리 피닉스라고 해도 그 상처로는 우리 셋을-"

[무슨 상처?]

내 몸에 푸른 불꽃이 터져나왔다.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로 거대한 불꽃이 내 주변을 가득 메웠고, 나는 '재생된 팔'로 바닥을 짚으며 자리에서 두 다리로 일어섰다.

[처음에 궁극기로 오른팔을 스스로 날렸을 때부터 눈치챘어야지.]

"마, 말도 안 돼...!"

내 몸은 전투의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상처없이 말끔한 상태가 되었다.

[설마 내가 아무 생각없이 상처를 입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나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나는 히드라가 물어뜯었던 목을 가리켰다. 갑주째로 뜯겨져나간 곳은 흉터하나 없이 말끔히 재생되어있었다.

[원리는 설명할 필요는 없을테고.]

나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세 간부를 향해 걸어갔다. 펜릴과 아지다하카는 입술을 깨물며 물러섰고, 히드라는 아예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

[머리 아홉 달린 뱀은 잠깐 쉬신다고 생각하고, 둘은 어찌해주랴. 기회를 줄까?]

나는 펜릴과 아지다하카를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리켰다.

[늑대의 발톱을 전부 갈아버릴까, 아니면 드래곤의 비늘을 전부 뽑아버릴까. 그래.]

내 손가락이 히드라를 향했다.

[네가 선택하라, 히드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흐, 흐흐흐."

히드라는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펜릴과 아지다하카가 스리슬쩍 히드라에게서 물러섰다.

"진짜, 진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떠드네...!"

[이미 죽이려고 싸우던 게 아니었나?]

"닥쳐!"

히드라는 눈에 핏발이 선 채 내게 비명을 지른 뒤, 땅속으로 몸을 숨겼다.

[오.]

설마 '그 걸' 하려는 건가. 나는 기대감에 손뼉을 쳤다.

[본체를 꺼내려고 한다면 나야 대환영-]

"펜릴! 아지다하카! 너희도!"

[은 아닌데!]

나는 날개를 펼치며 앞으로 뛰었다. 큰일이 나기 전, 둘 중 하나는 일단 확실하게 쓰러뜨리고 싸워야했다.

"흥! 소용없다냥!"

"쫄았나봐?! 오호호호!"

두 괴인은 나를 피해 대기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둘이 사라지기 전에 남긴 마력의 흔적을 쫓아,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흔적부터 처리하려고 했다.

간부의 흔적.

가장 먼저 내가 디디고 있던 '땅'에서 느껴졌다.

[젠장.]

키아아아악!

땅 전체가 천장을 향해 솟아올랐다. 나는 날개를 펼쳐 수직으로 날아오를 새도 없이, 내 몸을 김밥말듯 휘감는 거체에 기가 질렸다.

[우리 좀 더 인간의 모습으로 싸워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캬아아아악!!!

괴'수'는 나를 향해 독니를 번들거리고 있었다.

[SS급 괴수 셋이라....]

나는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흑룡과 녹색의 늑대를 바라보며 허탈해졌다.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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