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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290화 (290/1,497)

〈 290화 〉1부 13장 7

-가는 동안 쉬면 뭐해요? 마력 굳으니까 계속 움직여줘야지. 마력손실 나니까 훈련실로 와요. 푸흐흐.

라는 피닉스의 의견에 따라, 파견단은 SS급 빌런과 대련을 하게 되었다. 과연 저 괴물이 무슨 생각으로 대련을 하겠다고 하는 건지 몰랐지만, 은근히 비웃는 듯한 저 음흉한 웃음에 히어로들은 짜증이 일었다.

푸흐흐.

"한 대 때려주고 싶기는 하군."

"동감이야. 따로 어디 침대에 묶어서 울게 해주고 싶단 말이지."

팬텀은 혀를 날름거리며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하게 전의를 고양시켰다. 환영술사인 만큼 자신의 능력이 외부에 노출되면 큰 타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팬텀은 자신의 이능의 한계에 대해 가감없이 밝혔다.

"그러니까 전투에 참가하는 히어로들로도 변신이 가능하시다…?"

"응. 맞아. 누구든 변신 가능해. 이능력도 쓸 수 있지."

팬텀은 가면을 손으로 쓸었다. 몸에서 회색의 안개가 일렁거리더니, 팬텀은 가면을 쓴 화권으로 변신했다.

"이런 것도 가능해."

"......목소리는 일부러 안 바꾸신 건가요, 아니면 바꿀 수 없는 건가요?"

"바꾸면 헷갈리지 않아?"

"헷갈리네요. 그냥 원래대로 말씀해주세요."

가면을 쓴 화권의 입에서 하이톤의 여성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상당히 언밸런스했지만, 전력상으로는 화권이 두 배로 늘어난 택이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행관은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었다.

전위에 화권, 풍백.

중위에 궁성, 템페스트 레이디.

후위에 우사.

팬텀은 상황에 따라 조커카드로서 자유롭게 지원하도록 하였다.

"나 못 믿는 거야?"

"일단 합을 맞춰 본 이들로 구성하겠습니다. 팬텀 님은 적절히 지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음…. 알았어."

피닉스의 심복인 만큼 팬텀이 과연 전력을 다할 지 의문이었다.

"그럼 우선 레이드 대상에 대해 정보를 정리합니다."

가상의 적으로 피닉스는 어떤 성향의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까. 집행관으로서의 판단은 팀원 중 "화권과 가장 비슷하다"였다.

"관악에서는 불화살 쏘고 그랬지만, 기본적으로 근접전을 선호했지."

"원거리 견제도 무시 못하지. 맞으면 맥을 추리지 못할 게다."

"무기는 배트를 들고 있지만 언제 주먹질을 해댈 지 몰라요."

"......."

피닉스가 근접전을 선호한다는 것 외에는 마땅히 피닉스가 얼마나 전력을 내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궁성. 피닉스와 싸운 적 있습니까?"

"일격에 목이 잘렸습니다."

"......."

히어로들은 갑자기 섬뜩해졌다. 덕배트를 등허리에 대고 고개를 뒤로 꺾는 아가씨는 외형과 달리 성격이 그야말로 불같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괴인 만드는 코어 아깝다고 안 죽일 걸."

"대련이니까 부담없이 공격하십시오. 손대중은 분명 하실 겁니다."

팬텀과 궁성은 계속 히어로들을 다독였으나, 히어로들은 여전히 미심쩍어하고 있었다. 결국 팬텀은 다리를 좌우로 뻗고 있던 피닉스에게 확답을 요구했다.

"너 대련하면서 실수로라도 죽이면 어쩔 거야?"

"하, 제가 왜요?"

"전적이 화려하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음, 아직은 그만큼 신뢰를 쌓기 어렵다는 거죠? 이해해요."

신뢰는 커녕 불신을 벗어던지지도 못했다. 피닉스는 그런 히어로들의 불신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수용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만약에 내가 대련하다가 당신들 다치게 하면, 그 때는 히어로로 협회에 등록할게요."

"이미 히어로로 등록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뇨. 청화가 아니라, 빌런 <피닉스>로서. 대국민 사과도 하고. 법의 심판도 받죠."

피닉스는 고작 대련 하나를 위해 초강수를 두었다. 헌터도 아니고 히어로로 등록을 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빌런으로서 쌓은 위치를 전부 포기하고 협회에 스스로 목줄을 들이미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협회에 등록하시면 실시간으로 위치가 추적되는 거 아시죠?"

"당연하죠. 제가 그걸 모를까봐요."

피닉스는 외려 당당히 말하며,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끙, 구미가 당기는 군."

일차적으로 빌런은 계도해야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힌 히어로들로서는 스스로 목줄을 내기 조건으로 건 피닉스의 태도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았다.

설령 자신이 다친다고 해도 피닉스라는 거물을 히어로로 들인다면 싸게 먹히는 택이었고, 히어로들은 충분히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신을 희생할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안 다치게 한 다니까.... 사람을 그렇게 못 믿어서 되겠어요?"

"자업자득이지. 세상에 빌런 믿는 히어로가 어디있니?"

"쯧. 알았어요."

피닉스는 새삼스래 자신의 악행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는 순간을 가졌으나, 스스로 빌런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진짜 이렇게까지 해줘야하나...."

피닉스는 궁시렁거리면서 거리를 벌렸고, 훈련장의 한가운데에 섰다.

화륵.

피닉스는 덕배트의 끝에 푸른 불꽃을 피워 바닥을 향해 세웠다. 지름 2m 가량의 원을 낑낑거리며 바닥에 그은 피닉스는 정중앙에서 덕배트를 바닥에 꽂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0분 동안은 여기 밖으로도 안 나가고 서있을게요. 10분 지나기 전에 여기서 벗어나면 히어로 등록 하는 거로. 오케이?"

"......바로 시작할까요?"

집행관은 피닉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휘판을 꺼내들었다. 스마트 워치를 통해 집행관의 지시를 전해받는 히어로들은 위치에 따라 재빨리 산개했다.

"오호, 좋아요. 마음껏 공격을-"

"원거리에서 전력으로 퍼붓습니다. 공격 개시!"

"야 이."

집행관의 지시하에, 여섯 이능력자들이 원거리에서 피닉스를 향해 화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 * *

부웅-!

나는 덕배트를 휘둘러 뒷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을 요격했다. 녹빛의 마력에는 내 목에 화살을 박겠다는 악의까지 실려있었고, 궁성의 공격이었다.

'합법이라고 신났네, 아주.'

"덕분에 좋은 정보도 하나 얻었지만요."

카앙!

나는 완전히 반대의 각도에서 나를 노리고 날아드는 녹회색의 화살을 덕배트로 요격했다. 궁성의 것과 똑같은 기술이었지만, 궁성보다 더 강한 마력이 실린 화살에 나는 입꼬리가 비틀렸다.

'얘는 아예 나를 잡으려 드네.'

"날 잡았다 이거죠? 스트레스 풀겠다고 아주."

팬텀, 천가을은 궁성으로 변신하여 화살비를 퍼부었다. 나는 사방에서 불규칙적으로 쏘아지는 화살을 전부 덕배트로 쳐내고 부수며 요격했다. 아직까지 화살비는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대련이면 괴인도 나를 공격할 수 있다.'

"아마도 죽이기 직전에 공격이 멈추게 되겠지만."

괴인은 주인을 상대로 칼을 들이밀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어디까지나 '대련'이자 '훈련'이라고 못을 박은 이상, 괴인의 공격도 내게는 어느정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맨날 조덕배로 테스트하니까 감이 안 왔는데.'

"S급 괴인도 공격이 가능하다라…."

팬텀은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나를 공격했다. 궁성으로 변신해 중위에서 나를 노리는 화살은 때로는 같이, 때로는 반대의 궤적에서 내 가슴과 허리를 노렸다.

'아주 가열차게 때려대는구만.'

가감없이 덤비라고 했더니 가감은 커녕 전력을 퍼붓고 있다. 팬텀은 팬텀대로 쌓인게 있을테니 이해한다고 쳐도, 궁성이 저리 열심히 하는 것은 의외였다.

카앙!

나는 덕배트를 부러져라 휘둘러 화살 네 개를 동시에 처냈다. 하지만 그 사이, 또다른 화살이 내 시야의 사각에서 날아들었다.

화살이 아니다. 바람에 실린 마탄이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이대로라면 얼굴에 맞-

카앙!

아서 도탄되었다. 내 얼굴 앞에 미세하게 펼쳐진 보호막에 바람의 마탄은 튕겨나가 소멸했다. 정면에서 템페스트 레이디가 손을 뻗다가 아쉬워하는게 눈에 들어왔다.

"아, 진짜 아깝다!"

"사람 얼굴을 맞출 생각을 하고 아깝다는 소리가 나와요?"

"알게 뭐야!"

템페스트 레이디가 팔을 뒤로 뻗는 것과 동시에 수십 개의 마탄이 생겨났다. 하나로 부족하면 양으로 밀어버릴 요량인지, 수십에 이르는 마탄은 정면에서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 의도는 명백했다.

"밀어내보시던가!"

나는 덕배트를 어깨뒤로 넘겼다. 선두의 마탄이 내 피부를 마사지하듯 때렸다.

타다다닥!

'보호막 있으니까 이거 맞는 거 아니겠지?'

마탄은 내 보호막을 스쳐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아픔이라고는 일절 없으니 직접 타격을 받은 것이 아니다. 나는 몸으로 공격을 맞아가며 두 발을 원 안에 굳건히 붙였고, 이어지는 마탄을 향해 덕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까--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덕배트에 맞은 마탄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거의 대부분의 마탄은 불에 타 소멸했고, 딱 하나 남은 마탄은 허공을 스쳐 템페스트 레이디의 머릿결을 아주 살짝 스쳤다.

화륵-

창염을 두른 마탄은 템페스트 레이디를 스치자마자 소멸했다. 자신의 공격은 거의 전부 맞혔음에도 아무런 피해가 없음에도, 내가 요격한 마탄이 자신의 얼굴 옆을 스친 것에 템페스트 레이디는 두 눈을 벌벌 떨고있었다.

"이, 이거 다치게 하려고 한 거 맞지?! 지휘관!"

"아뇨? 도탄된 건데요? 눈 먼 공에 스친 것도 중상이라고 하나?"

"......그건 아니죠."

백희아는 내 편을 들었다. 집행관으로서 판단해도 내 반격아닌 반격은 어디까지나 위협구였지 사구가 아니었다. 일부러 끝이 베베 꼬인 머리카락 한 올 정도를 태울 정도로 스치게 만들었을 뿐이다.

"제가 여기서 서있다고 했지 반격을 안 한다고 한 거 아니거든요?"

"그럼 이거 일부러 노리고 했다는 거지! 아까랑 말이 다르잖아!!"

"...3루타!"

까-앙!

이번에는 궁성의 화살을 쳐날렸다. 호선을 그리던 화살의 궤적은 내 배트에 얻어맞아 휘어져 날아갔다.

"으헉?!"

이번에도 템페스트 레이디가 맞을 뻔 했다. 옆구리를 스치고 날아간 불화살은 봉재선 옆으로 나온 실오라기 하나를 태우고 사라졌다.

"너, 너 일부러 나 노리는 거지?!"

"우연인데요!"

카앙! 카앙!

나는 화살을 피하고, 마탄을 도탄시키며 템페스트 레이디를 위협했다. 원거리 공격이 늘어날 때마다 템페스트 레이디를 노리는 불화살은 늘어만 갔고, 템페스트 레이디는 내 공격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템페스트 레이디는 회피에 전념! 중열 이상은 전부 원거리에서 포격하세요!"

"집행관?!"

템페스트 레이디는 배신감에 울먹이며 전신의 마력을 회피기동에 실었다. 집행관의 지시는 더 많은 공격을 때려붓는 것이었고, 지시를 받은 궁수와 술사들은 이제 공격을 거리끼지 않았다.

"춘자야, 알아서 피해라!"

"양선우라니까!!"

템페스트 레이디는 자신을 노리는 탄막의 파도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내가 일부러 만든 사각이자 활로에 정확히 몸을 밀어넣으며 반격을 회피했다.

"궁성! 팬텀! 템페스트 레이디는 신경쓰지 말고 전력으로 속사하세요!"

무차별 난사 명령이 떨어졌다. 수십 가닥의 화살은 수백 가닥으로 나뉘였고, 팬텀에 의해 그 수가 배로 늘어났다. 360도에서 화살이 나를 덮쳤다.

"흐응…."

어떻게 이걸 전부 쳐내서 템페스트 레이디를 바닥에 넘어뜨릴까 고민하던 그 순간, 머리칼이 쭈뼛 서는 감각에 나는 덕배트의 궤적을 무리하게 비틀었다.

파--앙!!

덕배트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따가운 화살을 쳐낼 새도 없이, 나는 시야 전체를 덮는 수백발의 화살 가운데 단 하나의 비수를 정확히 터뜨렸다.

"쳇!"

회심의 일격을 날렸던 우사가 혀를 찼다. 집행관의 지시에 궁성과 팬텀 또한 활을 내렸다.

"연계 좋았어요. 바람의 화살 속에 물화살 하나를 실어서 숨기다니."

"...어떻게 귀신같이 아셨대."

"한 명이 잠잠하게 있으면 당연히 경계해야죠."

내가 우사를 경계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수속성의 화살이 눈에 뜨인 것 또한 사실이었다. 전장 전체가 수속성 기운이 충만한 필드가 되었어도, 주요 공격은 템페스트 레이디-궁성-팬텀의 연계에 따른 풍속성 공격이었으니.

"근딜들! 언제까지 간만 보고 있을 거예요?!"

나는 물에 젖은 덕배트를 휘둘러 전위의 둘을 도발했다. 풍백과 화권은 수도 없이 몸을 움직이며 내 빈틈을 찾고 있었으나, 좀처럼 원안에 발을 들이지도 못하고 있다.

"비겁하다! 인질을 잡고 들어오라고 하다니!"

"인질이라니 뭔 소리예요. 여기가 얼마나 안락한 객석인데."

나는 내가 어깨를 꽉 붙잡고 있는 인질 겸 관객에게 물었다.

"어때요? 한 번이라도 맞은 적 있어요?"

"...없습니다. 없는데, 없기는 한데…."

박라온은 입술을 벌벌 떨며 주변을 훑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은 분명히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지만, 내가 몸으로 튕겨내지 않았으면 분명 운사가 맞았을 뻔한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잘 바둬요. 마력의 흐름을. 앞으로 이런 상황에 더 익숙해져야하니."

"......정말 이걸로 S급이 될 수 있습니까?"

박라온은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집행관의 명령에 따라 내가 지키는 원 안에 인질 겸 관객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저 앉아서 전황을 직접 보는 것 만으로 S급이 될 수 있다는 내 말은 좀처럼 믿지 않았다.

"이게 다 통계로 검증된 훈련방법이니까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봐요. 분명 뭔가 보이기 시작하는 게 있을테니까."

나는 박라온의 어깨를 두드려 두둔한 뒤, 다시 덕배트를 들어 히어로들을 위협했다. 내 마도기어에서는 그리도 기다리던 알람이 울렸다.

딩딩딩 굿모닝 딩딩딩

"자! 이제 시간 끝! 10분 지났습니다!"

나는 발을 크게 굴렀고, 내 주변을 감싸던 불꽃의 고리는 사그라들었다.

"그럼 지금부터 직접 요격 들어갑니다?"

나는 덕배트를 집행관을 향해 겨눴다.

철컥.

"2페이즈는 패턴 바뀌는 게 국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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