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1화 〉1부 14장 32
<이승형의 방>
이승형은 자신의 방에서 이루어지는 폭거에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으, 흐아...."
"있어봐. 너도 이 손길에 익숙해지는게 좋을 걸?"
이승형이 가루라를 침대에 눕혀 옷을 하나 하나 벗겨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멀찍이 떨어져서 의자에 앉아, 보급형 마도 기어로 침대 위를 촬영하고 있다.
"......."
"잘 찍고 있지?"
끄덕.
자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대신 침대위의 이승형만이 말할 뿐이었다.
침대 위의 이승형은 이미 눈이 돌아간 상태였으며, 회색 눈동자는 핏발이 서서 가루라의 몸을 확인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왜, 왜 옷을 벗기려고 하시는 거예요...?"
"보자. 너 싸우면 서 다쳤을 거 아냐? 그러니까 상처 있는지 확인하는 거야."
"그깟 상처는 마력으로 회복, 히약?!"
이승형의 손길이 가루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원본의 것과 비교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승형은 가루라의 뒤에서 가슴을 양쪽에서 움켜쥐며 그 감촉에 집중했다.
"음.... 내가 걔로 변신했을 때랑 비교하면 그보다 작은 것 같은데...?"
"다, 당연하죠...! 주인님은 저보다 더 대단하신, 하읏?!"
움찔. 이승형이 두툼한 손가락으로 가루라의 유두를 꼬집었다. 엄지와 검지로 살살 간질이다가 유방 전체를 꽉 붙잡고 비트는 행동에 가루라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이, 이게 무슨 마사지야...!"
"어머, 몰랐니? 네 주인님이 나한테 자주 해주는데."
"그, 그럼...."
'거짓말 엄청 하시네.'
촬영 중인 이승형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남의 목소리와 얼굴로 거짓을 일삼는 팬텀, 천가을의 행동에 헛웃음이 나왔다.
"뭐야. 너 못 믿어?"
"......."
"말 해 봐."
"적어도 그런 종류의 마사지가 아닐 거라고는 확신합니다만."
분명 마력을 움직여 마력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는 거라던가, 화속성 마력을 불어넣어 신체의 활력을 일깨우는 식의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건 퇴폐 업소에서나 할 법한 마사지잖아요, 누님."
"지금은 형님이라고 불러."
"...형님."
"그래. 그래서 뭐 어때?"
번쩍. 천가을은 가루라를 한 번 들어올렸다가, 가루라의 허리를 안고 침대에 걸쳐앉았다. 졸지에 가루라는 천가을의 위에 걸터앉았고, 천가을이 변신한 이승형의 물건이 가루라의 엉덩이에 쿡쿡 닿고 있었다.
"히익...?"
"아, 방망이로 마사지 하려는 거야."
"...누군 바보로 알아요?"
가루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으르렁거렸다.
"장난은 그만 쳐요. 저도 최소한의 지식이 있으니까."
"...쳇."
"그건 방망이가 아니라 자지라고 하는 거예요."
가루라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승형은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애써 참았고, 천가을은 잠시 벙쪄있다가 손을 가루라의 앞에서 교차시켰다.
한 손으로는 가슴을,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루라의 아래를.
"어, 어딜 만져요?!"
"그럼 여기는 뭐라고 하는 곳이야?"
"거, 거긴...."
천가을은 가루라의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살살 간질였다.
"항.... 흐윽...."
가루라는 새어나오는 신음에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승형은 자신의 몸과 가루라가 나누는 정사에 침을 꿀꺽 삼켰고, 천가을은 가루라의 유두와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다 가루라를 살짝 들어올렸다.
툭.
가루라는 굵게 휘어진 천가을의 남성기 위에 올려졌다. 굵고 단단한 남성기 위에 얹혀진 가루라는 엉덩이와 고간의 골로 남성기를 살포시 감싸앉았다.
"윽...."
이승형은 자신의 것과 똑같이 생긴 물건이 가루라의 음부와 허벅지 사이의 빈 삼각형의 공간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것에 침을 꼴깍 삼켰다.
"왜? 너도 박고싶어?"
"......."
"아까 분명 말해도 된다고 했는데?"
"...형님 진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아무리 친한 사이로 지내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이전의 그 미묘한 관계가 온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제 몸으로 자꾸 그러기에요?"
과거에 신경은 전혀 쓰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이승형은 다른 누구도 아닌 천가을이 자신을 이런 식으로 놀려먹는게 난감했다.
"그럼 어쩌겠니?"
하지만 천가을은 이승형으로 변신해 가루라를 희롱하는 것에 당당했다. 심지어 성기를 허벅지 사이에 끼워 살살 움직이는게 예사롭지 않았다.
"내가 미쳤다고 내 진짜 몸을 너한테 보여줘?"
"그건 그렇군요."
"그럼 내가 피닉스로 변신해서 스트립쇼라도 하리?"
"그럼 당신 제가 죽여버릴 거예요...."
애무에 헐떡이던 가루라가 곧장 화를 냈다. 천가을은 진정하라는 듯 가루라의 가슴을 움켜쥐고 목덜미에 키스 자국을 만들었다.
"그래서 남은 방법은 두 가지. 내가 가루라로 변신하는 건데, 그건 좀 부끄럽잖니. 그러니까 내가 너로 변신한 거야. 너 몸 하나는 진짜 좋잖아?"
"......그게 제일 부끄럽다는 겁니다."
이승형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사람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은데, 그걸로 왜 가루라한테 박으려고 하세요?"
"왜? 부끄러워? 혹시 작아서 그래?"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승형은 단호한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가을은 가루라의 고간과 허벅지 사이를 비비던 자신의 성기-이승형의 것을 체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교 대상이 없어서 얼마나 되는 지 모르겠네.'
그나마 비교한다면 굵은 바나나? 가지? 불행히도 천가을은 28살의 나이까지 해본 적도, 남자친구가 있었던 적도 없는 숫처녀였기에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이거 봐. 내 촉수보다는 작잖아? 그럼 조용히 패배를 인정하렴."
천가을은 등 뒤에서 아홉 가닥의 촉수를 꺼냈다. 완전히 회색으로 물든 촉수는 가을이 온전한 환속성 S급으로 올라섰다는 증거였지만, 동시에 그건 가루라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히, 히익...."
"왜?"
"그, 그거 집어넣어 주시면 안 될까요....?"
가루라는 꿈틀거리는 촉수에 분명히 겁을 먹고 있었다. 정조의 위협이 아닌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듯한 두려움이었고, 천가을은 바로 촉수들을 거두어들였다.
"하아, 하아."
가루라는 창백한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천가을은 미안한 마음에 가루라의 몸을 반대로 뒤집어, 자신과 마주보게 만들었다.
"미안. 놀랬니?"
"하아, 하아. ...아녜요. 제가 비위가 좀 약해서."
가루라는 애써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다가 천가을의 목을 손으로 움켜쥐며 역정을 냈다.
"이이...! 당신 뭐예요! 당신 뭔데 인간 주제에 이런 걸 들고 다니는 거냐고요!"
"괴인인데. 그리고 이거 네 주인 때문이야. 내가 죽었는데 하필이면 네 주인께서 나를 이걸 가진 괴수 코어로 부활시켰거든."
"어.... 진짜요?"
"응."
가루라는 이승형에게 시선을 돌렸고, 이미 가을에 관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던 이승형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럼 당신, 진짜 주인님에게 사랑을 받고 계신 거예요."
"응?"
"주인님은 이전에 단 한 명도 신도를 만드시지 않으셨거든요. 아, 이제는 사도인가? 아무튼."
"괴인 말하는 거야?"
천가을은 가루라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떨떠름했다. 이승형도 스승인 피닉스가 알려주지 않은 비사(秘事)가 가루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아 침을 꿀꺽 삼켰다.
"아뇨? 괴인이라는 건 아마 주인님께서 이 세계에서 사용하시는 명칭같은데, 원래는 사도.... 잠깐만. 내가 왜 이런걸 말하고 있는 거죠?"
가루라는 천가을의 목을 앞뒤로 흔들며 투기를 부렸다.
"나도 고작 마력만 받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세례까지 받았냐 이말이에요!"
"아하하, 죽었다가 살아난 거니까 나한테 따지지 말라니까?"
"이이...! 당신도 마찬가지야!"
가루라가 이승형을 삿대질하며 울상을 지었다.
"어떻게 당신같은 인간 따위가 주인님의 정수를 나눠받을 수 있냐고요!"
"이거?"
이승형은 빈 손을 허공에 뻗어 불꽃을 일으켰다. 심장에 박힌 창염으로부터 얻은 마력이 손바닥 위에서 불꽃으로 실체화를 이루니, 그 불꽃의 색은 명백한 푸른 색이었다.
"으으...! 짜증나!"
가루라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콧김을 내뿜었다. 가루라의 몸에는 그 어디에도 피닉스의 색-푸른 색이 없었다.
"너 꼭 이러니까 카르나랑 피닉스랑 결혼해서 낳은 딸 같다, 얘."
"......그건 지극히 인간적인 감성으로 보시는 거고요, 실제로는 심오한 문제가 있거든요?"
가루라는 험상궂은 얼굴로 따졌지만, 천가을은 음험한 얼굴로 가루라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럼 말이야, 너 어디 한 번 네 주인님 마력을 받아볼래?"
"......!"
가루라의 표정이 순간 활짝 펼쳐졌다.
"어, 어떻, 흐흠! 저를 어떻게 해 볼 속셈이군요!"
"응, 맞아."
천가을은 몸을 살짝 뉘여 가루라의 음부에 귀두를 맞췄다. 가루라는 천가을의 남근이 제 안으로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여유가 철철 넘쳤다.
"흐흥, 그런 걸로 저를 떨어뜨리려고 하시는 건 아무 소용없다고요?"
"그래서 둘이서 같이 협공하려고. 얘."
천가을은 가루라의 어깨에 턱을 올린 뒤, 가루라의 엉덩이를 꽉 잡고 좌우로 벌렸다.
"뭐, 뭐하는 거예요?!"
"미안하지만 앞은 내가 받아갈 게. 대신 뒤는 네가 해. 괜찮지?"
"......후우."
이승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루라의 안으로 성기를 밀어넣으려던 천가을은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아하하!! 완전 끝까지 섰잖아!"
"......."
이승형은 부끄러움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흰 트레이닝복 바지는 거의 벗겨질 정도로 높은 텐트가 쳐져 있었고, 고개를 돌린 가루라는 코웃음을 쳤다.
"흥, 당연하죠. 이래뵈도 주인님의 몸과 95% 닮은 몸이라고요! 발기 안하는 게 이상하지, 흐흐."
"...아니, 그, 뭐시냐...."
이승형의 아랫도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차있었다. 그 흥분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이승형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일단 그런거로 칩시다."
"그냥 말 해. 너도 솔직히 피닉스한테 꼴린 거지?"
"......그거랑은 좀 다른데."
스승으로 모시고 나기로 한 뒤로 이승형은 피닉스에 대해 적의나 반감은 줄어들고, 오히려 그 압도적인 힘과 기술에 경외감을 느꼈다.
"흐흥, 왜요? 뒤로 하는 건 더럽다고 생각하시나? 아니거든요! 제 몸도, 주인님의 몸도 더러운 곳은 하나도 없거든요!!"
"아, 왠지 알겠다."
분명 얼굴은 피닉스의 것과 너무나도 닮아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 색부터 시작하여 피닉스의 색이 아닌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머리는 금색으로 물들였으며, 눈동자는 붉은게, 피부는 어디 태닝이라도 한 것 마냥 갈색이다.
'솔직히 날라리같아.'
그리고 그게 하필이면 피닉스와 너무나도 닮아있어, 이승형은 그런 가루라에게 넣는다는 것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승은 아니지만 스승과 너무나도 닮은 이를 성적으로 취하는 것.
'야, 너도?'
'저도요.'
천가을과 이승형은 그 배덕감에 발기했다. 그리고 상대는 아주 자신감에 철철 넘쳐,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며 이승형을 유혹했다.
"그럼 어디 와봐요! 당신들이 저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만! 히히."
"......갑니다."
이승형은 허리띠를 풀었다. 실실 쪼개던 가루라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져갔다.
화르륵.
이승형은 청백의 불꽃을 성기에 감싸는 기행을 저질렀다. 가루라는 성기에 붙은 불꽃에서 주인의 마력을 느끼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자, 잠깐만. 1:2는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1:1인데."
이승형은 가루라의 엉덩이를 지긋이 눌렀다.
"둘 다 이승형이잖아."
"이, 이건 치사, 햐아앙!!"
가루라의 비명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 * *
<함교.>
"......."
홀로 함장석에 앉은 백희아는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소리에 피곤해졌다.
'이거 내가 듣고 있다고 사람들 모르고 있을텐데.'
피닉스는 알고 있다.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무조건 결계를 쳤고, 그 때마다 백희아는 피닉스의 방 이외의 장소만 정보를 시시각각으로 듣고 있었다.
"...여러모로 대단하단 말이죠."
시끄러운 건 시끄러운 거고, 일단 지금 듣고 보고 있는 것들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카르나가 술에 취해 시시각각으로 쏟아내는 '테라'와 '정령'들의 정보들.
화권으로 변신한 팬텀이 원본 화권과 함께 가루라를 상대로 2:1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역으로 가루라에게 찍혀 잡아먹히고 있는 것.
유일하게 조용한 운사와 궁성의 방에는 그저 사각거리는 펜소리만 날 뿐이었다.
"......."
백희아의 눈과 귀는 이승형의 방으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백희아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는 함장실에도 조용한 물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