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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57화 (357/1,497)

〈 357화 〉1부 15장 15

뉴클리언(Nucleon).

이름부터 방사능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이 괴수는 평양의 지하 비밀 시설에 있는 핵시설의 연료봉을 먹어치우며 성장한 괴수였다.

- 큐브를 동력원으로 하여 핵미사일을 무한히 복제하겠다.

기술적으로 상당히 부족한 부분이 많았으나 큐브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조잡한 기술로 만들어낸 핵미사일은 큐브의 힘으로 무한에 가깝게 복제되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연구시설에 괴수 한 마리가 들이닥쳤고, 괴수는 연구시설의 연구원들과 사람들을 전부 먹어치웠다.

문제는 연구원들이 격벽을 모두 차단해버렸다는 것. 괴수는 멍청하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결국 안에있던 것들을 먹어치웠다.

핵미사일의 연료봉을 전부.

그리고 큐브까지 먹어치우며, 뉴클리언은 그 크기를 점점 불려나가다가-

꺼억.

트림을 했다.

입에서 방사능 섞인 가스가 흘러나왔고, 연구시설을 폐쇄하기 위해 폭탄을 집어넣어 연구 시설 전체를 땅속에 묻으려 했다.

쾅.

그것이 평양사태의 전말이었다.

뉴클리언은 지하에 파묻혔지만, 아직까지 핵폐기물과 방사능 물질은 넘쳐났다.

자다 깨서 먹으면 족히 2025년 말까지는 먹고 남을 양이 지하에 남아있었고, 거기에 자신을 죽이러 온 인간들을 배가 부를 때 까지 집어삼켰다.

뉴클리언은 그에 만족하고 지하에 잠들었다.

그리고 약 8여년이 지나 지상에서 신선한 마력의 냄새가 지상에 흘러다니던 순간, 뉴클리언은 천장을 뚫고 뛰쳐나와 덥썩 물었다.

먹이다.

그리고 막대한 마력을 품고 굴러다니던 것은 괴수도 히어로도 아닌, 피닉스의 궁극기였다.

화륵.

핵폭발의 기운은 분명 가지고 있었으나 그건 몹시도 정순한 불꽃이었고, 화끈거리는 불꽃은 뉴클리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꿀꺽.

쾅.

뉴클리언의 속에서 마력의 핵폭발이 터졌고, 그것이 뉴클리언 레이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 *

뉴클리언이 뀨와앙 하고 울부짖었다.

사람의 심장을 폭행하는 귀여운 울음소리와 달리, 뉴클리언의 입에서는 방사능이 가득 묻은 레이저가 쏘아졌다.

파바박!!

녹색 형광물질 같은 색의 레이저들이 사방으로 발사되었다. 나를 비롯한 레이드원들은 각자의 방위에서 레이저를 피했다.

제 1패턴, 레이저 난사.

[맞으면 바로 피폭이다, 무조건 피해!]

정령들은 내 경고에 따라 철저하게 회피에 전념했다. 전장 한 가운데에 놓인 뉴클리언을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우리는 각자의 구역에서 레이저를 회피했다.

파사삭!

레이저 하나가 내 날개를 스쳤다. 다행히 날개에는 데미지가 없었지만, 날개를 스친 레이저는 얼음장벽에 닿는 순간 폭발했다.

프쉬이이---

얼음장벽의 벽이 녹아내리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산성 물질에 뽀글뽀글 끓으며 녹아내리듯, 마력으로 이루어진 결계는 외벽이 금세 녹아내렸다.

"야! 진짜 괜찮은 거 맞나!!"

내 우측 방위에서 구형의 보호막으로 레이저를 튕겨내던 석하랑이 소리를 질렀다. 석하랑은 회피를 포기하고 무식하게 마력을 전방에 둘러 보호막을 펼쳤다. 레이저는 보호막에 맞고 사방으로 튀었고, 결계에 묻는 순간 결계를 녹였다.

[안전해! 이정도로 앓는 소리 내지마!]

고작 첫 번째 패턴일 뿐이다. 아직 본 방은 시작도 안 했다.

큐륵, 큐르륵.

뉴클리언은 귀를 쫑긋 세운 채 사방을 주시했다. 여전히 눈물을 글썽이며 켁켁 거렸고, 그 때마다 방사능섞인 피를 토해냈다.

"진짜 악랄하네."

내 왼쪽 방위에서 전포를 날리며 공중제비를 돌던 환룡은 나를 향해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혼돈이랑 싸울 때도 그러더니, 너 좀 인정머리 없다?"

[외형이 다가 아니잖냐. 모든 괴수들의 정 점, 유일왕이라고!]

"그래도 그렇지!!"

샤오린의 몸에 들어간 덕분에 환룡은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몸을 날려 레이저를 피하면서도 딱히 공격하지 않았다.

"악랄해!"

[아무거나 쳐먹은 저 놈 잘못이지!]

뀨륵.

뉴클리언이 입에서 형광물질을 토해냈다. 피처럼 바닥에 쏟아낸 형광물질에는 푸르게 타오르는 잔불이 붙어있었다.

도트템.

나의 창염은 적을 완전히 죽이기 전까지 꺼지지 않는다. 나를 죽이거나 더 강한 마력으로 억누르거나, 그도 아니면 살을 도려내거나.

"쟤는 죽을 때 까지 안에서 불타는 거잖아!"

[그러라고 궁 쓴 거다!]

뉴클리언은 안에서부터 불타고 있었다. 외부의 털과 가죽은 석하랑의 얼음창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질겼다.

[우리는 시간만 끌어도 돼! 그러니까 공격할 생각 하지마!]

"...도저히 가만히 놔두질 못하겠군!"

내 반대편에서 녹색의 레이저를 화살로 요격하던 카르나가 결국 폭발했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 강적을 두고 어찌 자멸하기를 기다린단 말인가!"

[야!]

"브라흐마스트라!"

쐈다. 카르나는 얼음 장벽을 거슬러 올라 천장으로 달려, 비쟈야를 아래로 놓고 활 시위를 당겼다.

파바박!!

천장에서 한 줄기 굵은 금빛의 광선이 뉴클리언의 상체를 향해 날아갔다. 일격에 절명시켜 고통을 덜어주려 하기라도 하듯, 카르나는 짐승의 심장-괴수의 코어가 있을 법한 곳으로 빛의 화살을 쏘았다.

파캉-!

"뭣?!"

카르나의 브라흐마스트라는 뉴클리언의 진녹색 가죽을 스치고 바닥에 꽂혔다. 그리고 브라흐마스트라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만.

뀨앙!

뉴클리언은 앞발로 브라흐마스트라를 벌레 잡듯 짚었다. 앞발 아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으나, 뉴클리언은 담배꽁초를 발로 밟아 비비듯 폭발을 잠재웠다.

그리고 뉴클리언은 고개를 하늘을 향해 들었다.

"이런-"

카르나는 천장을 박차고 달려 중력에 의해 떨어지고 있던 중이었고, 뉴클리언은 입에서 엄청난 양의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젠장.]

나는 날개를 펄럭여 카르나에게로 날아가 허리를 낚아챘다. 무리하게 방향을 꺾는 바람에 사방으로 날뛰던 방사능 레이저가 내 날개의 끝을 꿰뚫었다.

"피닉스!"

[브레스 온다!]

뉴클리언은 입에 모인 브레스를 입안에 머금었다. 가글을 하듯 볼을 떠는 모습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구한테?'

방향은 셋 중 하나.

전방의 나와 카르나, 후미로 이동한 환룡, 그리고 보호막을 킨 채 움직이지 않는 석하랑.

[석하랑, 피해!!]

"윽!"

석하랑은 보호막을 거두고 급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멈춰있다가 갑자기 움직이려고 하니, 그 속도가 빠르지 못했다.

뀨르르르.

뉴클리언의 고개가 석하랑을 향해 돌아갔으며,

뀨오아아아아앙------!!!

뀨와앙 거리는 소리와 함께, 녹색으로 반짝이는 브레스가 터져나왔다. 누가 방사능 괴수 아니랄까봐, 브레스도 방사능 마크 모양으로 쏘아졌다.

그리고 그 정중앙에는 석하랑이 놓여있었다.

"꺄아악!!"

석하랑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본능적으로 마력을 전방으로 둘렀다. 브레스의 사선을 가로막는 얼음결정 모양의 방어막은 브레스를 막아냈지만, 석하랑은 보호막 통째로 튕겨나가 자신의 결계에 처박혔다.

"크흑!"

석하랑의 마력이 크게 흔들렸다. 악문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마력은 석하랑이 방금 전의 브레스로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음을 의미했다.

큐륵.

하지만 뉴클리언도 기침을 토해냈다. 꺽꺽거리며 흘리는 방사능에는 여전히 내 창염의 잔재가 묻어있었고, 뉴클리언의 털은 점점 청록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으으, 존나 아프잖아아!!"

마력을 끌어모은 석하랑이 보호막을 터뜨리며 마력을 방출했다. 나비의 날개를 최대한 크게 펼치며, 삽시간에 수백에 이르는 얼음창을 만들어냈다.

[역시 쳐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는 군.]

아무리 강아지가 귀여워도 사람을 무는 순간 그건 미친개가 되는 법이고, 그 물린 사람이 자신이 되면 미친개는 개새끼가 되는 법이다.

그리고 모든 마룡이 그렇듯, 브레스를 쏜 다음의 아주 짧은 순간은 데미지를 넣기에 아주 적절한 찬스다.

[지금! 총공격!]

석하랑의 공격이 기점이 되었고, 다른 정령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서걱!

환룡은 뉴클리언의 발치까지 달려가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회색의 칼날이 뉴클리언의 아킬레스건을 잘라냈다.

퓨우--웃!

그와 동시에 녹색의 피분수가 터져나왔다. 온갖 방사능 오염물질이 가득한 녹색의 피에 환룡은 기겁하며 몸을 영체로 바꾸었다.

파바박.

넓게 뿌려진 피분수는 흙 전체를 녹여내렸다. 영체의 상태에서 환룡은 이탈했고, 나는 카르나를 반대편으로 집어던졌다.

"브라흐마스트라!"

카르나는 처음 이쪽으로 날아오던 순간과 마찬가지로 천장을 가로지르며 비쟈야를 아래로 내렸다.

자신의 성명절기가 고작 발길질 한 번에 비벼졌다는 것에 자존심이 제대로 상했는지, 첫 공격보다 더 강한 마력을 실어 화살을 쏘았다.

파바박!

뉴클리언의 등으로 금빛의 레이저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카르나는 천장을 스쳐 바닥에 포물선으로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화살을 쏘았고, 뉴클리언의 다리에 화살비가 퍼부어졌다.

콰과과광!

뉴클리언은 이번에는 브라흐마스트라를 비벼끄지 못했다. 좌반신의 절반에 금빛 폭발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귀엽다고 봐줬더니!!"

석하랑이 높이 치켜올린 팔을 아래로 내리꽂았다. 정렬된 얼음창이 뉴클리언의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꽂혔고, 뉴클리언의 등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뀨륵, 뀨르르…!

뉴클리언은 눈에 핏발이 선 상태로 앓았다. 비록 목숨을 날릴 일격은 아니었지만, 뉴클리언은 사방 팔방으로 얻어맞았다.

등에는 동상이.

좌반신에는 폭발에 의한 타박상이.

오른발의 뒷꿈치에는 날카로운 자상이.

그리고 뱃속에는 화상이.

뀨르륵!

뉴클리언은 앞발로 바닥을 쾅 구르며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 전에 먼저 뉴클리언의 아래로 달려가 미끄러지듯 배 아래로 파고들었다.

화륵!

나는 뉴클리언의 복부에다가 마음껏 불을 질렀다. 배 아래의 매끄러운 가죽 아래에 푸른 불꽃이 타올랐고, 앞발을 디디려고 했던 뉴클리언은 바로 주저앉았다.

콰앙!

나는 뱃가죽에다가 총구를 대고 영거리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궁극기 수준의 화력은 아니었지만, S급 괴수들이 갈려들어간 마탄이 뉴클리언의 뱃가죽에 꽂혔다.

카가가각!

폭발성 탄환이 뱃가죽을 크게 들어올렸고, 탄환이 폭발하며 불꽃이 튀었다. 나는 그 폭발의 여파에 몸을 맡기며 뉴클리언의 턱밑으로 날아 빠져나왔다.

꺄아아악!

뉴클리언은 고개 아래에서 스쳐 날아오는 나를 보며 괴성을 질렀다.

다른 고통들보다 불에 타들어가는 고통이 가장 아플 것이기도 하거니와, 질긴 외피와 달리 내장에 바로 폭발이 터졌으니 지금도 속이 쓰릴 것이다.

[그러길래 아무거나 쳐 먹지 말아야지.]

사람에 핵폐기물에 큐브까지 퍼먹었으니 보통 먹성이 아니다.

쩌--억

당장 지금만 하더라도 입을 쩍 벌리며 나를 먹어치우려 하지 않는가.

[학습능력이 없네.]

접근만 해도 방사능 묻은 마력을 뿌려대면서 잠만 잤으니 어디 싸워본 적이 없을 터.

화륵.

나는 날개를 끊어내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뉴클리언은 애꿎은 내 불꽃의 날개만 집어삼켰고, 나는 다리 한 쪽에 마력을 둘러 땅을 박차고 뛰었다.

뀨어엉!

뉴클리언이 괴로워하면서도 앞발을 치켜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나를 할퀴려고 했고, 스치기만 해도 분명 갑주가 뜯겨나갈 것 같았다.

늦다.

이대로는 공격에 당한다.

"피닉스!"

환룡은 실체를 갖추며 나를 안고 뉴클리언에게서 이탈했다. 전속력으로 나를 들이받듯이 안고 뛴 덕분에 살짝 거리가 벌어졌다.

[지금!]

그 잠깐의 시간 덕분에 나는 날개를 다시 구성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뉴클리언이 억지로 뻗은 발톱이 닿기 직전에 날개를 펼쳐 하늘로 솟아오를 수 있었다.

콰각!

뉴클리언의 앞발은 허공을 가로질러 애꿎은 땅만 두드렸다. 나는 환룡의 허리를 안고 허공에 멈췄다.

[고맙다.]

"내가 괜히 구했나?"

[아니. 맞받아쳤으면 분명 바닥에 처박혀서 마운트 당했을 거다.]

그러므로 환룡은 아주 적절하게 개입했다. 나는 환룡을 안고 내 어깨에 올렸다.

[그래도 SS급 넷이라고 쉽게 잡는군.]

"이게? 아직도 네 발로 디디고 서있는데?"

[30분만에 여기까지 왔으면 대단한 거다. 이후의 패턴은….]

뀨아악!!

뉴클리언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전신에 마력을 둘렀다. 에메랄드색으로 빛나는 불꽃은 소용돌이를 치며 뉴클리언의 거체를 휘감았다.

"저거 엄청 불안한데."

[걱정마라. 이거 끝나면 바로 2페이즈다.]

"그게 더 불안하거든!!"

"브라흐마스트라!!"

카르나가 먼저 위협 사격을 날렸다. 금빛의 레이저는 불꽃의 소용돌이를 피해 뉴클리언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갔으나,

화륵.

얼굴 전면에 휘감긴 녹색 불꽃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사라졌다. 카르나는 자신의 공격이 또 무위로 돌아간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저런...! 안 되겠다, 피닉스! 궁극기 쓴다!"

[좀 있다 쏴라, 지금 잡으면 코어 못 얻어.]

평양까지 와서 이 개고생을 하고 코어를 하나도 얻지 못하면 말짱 도로묵이다. 나는 카르나를 진정시키고 정령들을 다독였다.

[슈팅게임한다고 생각해. 어차피 직선으로 달려오는 것 밖에 없는 단순한 패턴이니까.]

패턴 3.

뀨르르.

돌진.

[다들 로데오 좋아하나?]

뀨와아아앙!!

뉴클리언이 전신에 불꽃을 두르고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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