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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59화 (359/1,497)

〈 359화 〉1부 15장 17

뉴클리언 레이드의 2 페이즈는 제각기 나뉘어진 구역에서 4연전이 이루어진다.

일곱 속성으로 된 뉴클리언의 분신과 단 하나의 본체.

한 번에 전 속성의 S급 코어와 전세계에서 유일한 SS급 코어를 얻는 이 전투는 뉴클리언이 필드를 네 개로 쪼개는 것으로 시작된다.

첫번째. 화속성과 풍속성.

나는 마탄을 세 번 쏜 것으로 내게 '할당된' 두 마리의 뉴클리언을 제압했다.

풍속성의 뉴클리언은 내 상성인 만큼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었고, 화속성은 순수하게 화력으로 두 발을 쏴서 쓰러뜨렸다.

우우웅.

두 마리의 뉴클리언은 기절하며 쓰러지더니, 곧 각자의 코어만 남기고 사라졌다. SS급이어도 내 상대가 안 될텐데, S급 괴수-그것도 뉴클리언의 분신 중 최약체 두 마리는 당연히 약할 수 밖에 없었다.

해치웠나.

1페이즈에서 기절한 뉴클리언에게 온갖 공격을 퍼부어 쓰러뜨린 상태에서, 약속의 언어를 들은 뉴클리언은 굴욕감을 느끼고 본체로 전투에 임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을 내뱉은 자를 가장 '약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에 걸맞는 분신을 보낸다.

'건방지게 화속성을 제일 약하다고 하는 건 마음에 안 드네.'

사람 뚜껑 열리게 하고 있다. 풍속성이야 그렇다쳐도, 화속성을 1단계에 배치한 건 나에 대한 모독이다.

하지만 다른 구역에 개입할 수는 없다. 뉴클리언은 전장을 4개의 구역으로 나누었고, 각각의 파티를 대상으로 적당한 분신들을 파견했다.

과연 뉴클리언이 생각하는 최강자는 누가 될 것인가.

세 정령 중 가장 강한 정령만이 뉴클리언의 본체와 맞상대하는 영예를 얻게 될 것이리라.

그리고 뉴클리언이 생각하는 최약체가 정해졌다.

뀨아아앙!!

뉴클리언이 울부짖음과 동시에, 두 마리의 뉴클리언이 석하랑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연이어 세 마리의 뉴클리언이 환룡에게 달려들었다.

뉴클리언의 분신의 파견은 끝.

뀨르르.

뉴클리언의 본체는 카르나를 향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뉴클리언 피셜.

석하랑 << 환룡 << 카르나.

내 생각도 똑같았다.

* * *

카가각!

구멍을 파고 내려간 갈색털의 뉴클리언이 땅속에서 튀어나왔다. 석하랑은 얼음벽을 세워 갈색 뉴클리언을 정면에서 맞받아쳤다.

뀨앙!

얼음벽에 머리를 들이받은 뉴클리언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석하랑은 마음이 여려졌지만, 독한 마음을 먹고 손에 얼음창을 내던졌다.

뀨르르.

갈색 뉴클리언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얼음창을 피했다. 속도는 제법 빠르지만 움직일 때마다 목도리처럼 생긴 복슬복슬한 털이 흔들리는게 석하랑을 미치게 만들었다.

마력의 흐름상, 갈색 뉴클리언은 분명 지속성이었다. 하지만 다른 뉴클리언에 비해 그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눈동자도 가장 똘망똘망하여 사람의 마음을 혹하게 만들었다.

'더럽게 귀엽네!'

꼬리까지 훨훨 날리며 떠나는게 석하랑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배정된 검은 뉴클리언은 밤고양이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갈색 뉴클리언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그 파워는 무척이나 강했다.

탁-

검은 뉴클리언이 살포시 뛰어올랐다. 앞발을 하늘높이 뻗어올리며 석하랑을 내려찍으려 했고, 석하랑은 마력을 전방에 펼쳐 얼음벽을 강화했다.

카앙--!!

"크윽?!"

검은 뉴클리언의 앞발은 얼음벽을 통째로 후려쳤다. 고작 한 번의 공격이었을 뿐임에도 얼음벽은 한순간이나마 반으로 쪼개질 뻔 했고, 석하랑은 식겁하며 마력을 보태어 얼음벽을 강화했다.

뀽!

갈색 뉴클리언은 검은 뉴클리언의 힘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빠른 속도로 주변을 달리며 흙먼지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흙들이 석하랑의 이글루같은 최후의 방어선 위로 내려앉았고, 검은 뉴클리언은 도도한 발걸음으로 이글루 위에 올라섰다.

쾅--!!

검은 뉴클리언이 다시 앞발을 찍었다. 속도를 희생한 대신 힘을 얻은듯한 그 공격에 석하랑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는 끝이 없어!'

이렇게 무식하게 싸우는 건 석하랑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피닉스에게 몇 차례 욕을 얻어먹기는 했지만 이른바 '스타일리시'한 전투를 추구하는 게 석하랑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추구하는 바와 달리, 석하랑이 가장 잘 사용하는 전술은 단 하나였다.

"하아아!"

석하랑은 기합과 함께 체내의 마력을 전부 손에 모았다. 그 엄청난 마력의 기운에 두 뉴클리언은 이글루에서 이탈했고, 곧 이글루가 연기처럼 무너져내렸다.

"그냥 얼어버려!"

석하랑이 두 손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전장이 얼어붙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지는 하얀 설원이 되었고, 석하랑은 그 한 가운데에서 날개옷을 펄럭이며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제 끝-"

오들오들.

두 뉴클리언은 서로 딱 달라붙어서 오들오들 떨고있었다. 상대적으로 털이 없는 검은 뉴클리언의 위로, 갈색 뉴클리언이 딱 달라붙어서 자신의 체온을 나눠주고 있었다.

"......."

얼음창으로 찌르거나, 완전히 얼려서 얼음상을 깨부수거나, 아니면 피부부터 얼게 만들거나.

수많은 괴수들을 동사시키거나 조각상으로 만들어 온 석하랑은 차마 두 괴수를 죽이기가 어려웠다.

'마룡처럼 괴상하게 생기기라도 했으면!!'

뉴클리언들과 싸우느니 차라리 아니사키스들을 한 번 더 상대하는 것이 더 나았다.

삑, 삑삑.

석하랑은 급히 SOS를 쳤고, 이미 자신에게 배정된 두 뉴클리언을 제거한 피닉스가 연락을 받았다.

"야, 이거 꼭 죽여야 하나?"

[네. 지금 다음 사람 순번 기다리는 거 몰라요?]

피닉스는 다른 전장의 구역을 가리켰다. 세 마리의 뉴클리언과 대치중인 환룡, 그리고 뉴클리언 본체와 1:1로 마주보며 여유를 부리는 카르나.

다른 이들은 모두 석하랑의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석하랑은 무식하게 마력을 때려박는 것으로 두 뉴클리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절대영도.

남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한, 너무 흔하다고 욕을 먹을 것 같아 절대로 말하지 않는 석하랑의 궁극기에 뉴클리언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굳이 구해주고 싶으면, 그거 죽여서 코어로 만들어요. 그리고 코어를 괴수화 시키면 적어도 외형은 남을테니까.]

"......."

더이상 방법이 없다. 석하랑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저 멀리, 설원의 한 가운데에 딱 달라붙은 둘은 전신을 오들오들떨면서 석하랑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뉴클리언은 눈을 감고 체념을, 갈색 뉴클리언은 시린 눈을 글썽이며 끔뻑거리고 있었다.

"내, 내를 보지마라...!"

석하랑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도저히 마주보기가 어려웠고, 석하랑은 한 순간이나마 시야가 가려졌다.

뀨앙!

그리고 그 순간, 갈색 뉴클리언이 땅을 박차고 뛰었다. 전광석화같은 속도로 설원을 달린 뉴클리언은 크게 뛰어올라 석하랑의 배를 향해 박치기를 시도했다.

퍽.

갈색 뉴클리언의 박치기가 석하랑의 배를 정확히 가격했다. 석하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뻗었고, 그에 검은 뉴클리언도 황급히 달려왔다.

쾅, 쾅쾅쾅!

두 뉴클리언은 설원에 파묻힌 석하랑을 할퀴고 발로 차며 폭행했다. 뒷발을 모아 허벅지를 찍고, 석하랑의 뺨에 손톱을 세워 마구할퀴었다. 석하랑은 그저 설원에 대자로 누워 꼼짝도 못했고, 두 뉴클리언은 석하랑의 가슴 위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자처했다.

뀨아앙.

두 뉴클리언은 석하랑의 위에서 승리의 자세를 취하며 도도히 고개를 들었다.

"흐흐, 흐."

그리고 석하랑은 웃으면서 두 뉴클리언의 멱살을 잡았다. 석하랑의 피부 위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고, 그 서리는 그 어떤 보호막보다도 단단한 갑옷이었다.

"이것들이...."

석하랑은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몸에는.

"내가 살려줄라꼬 뭐 방법 찾고 있었더니.... 이딴 식으로 내를 줘팼다 이거제?"

두 뉴클리언은 석하랑에게 멱살이 잡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기회가 생겼을 때 공격한 건 분명 잘못된 것은 아니었으나, 석하랑은 자신이 시야를 가리자마자 그 동정을 이용해 공격을 당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

목을 쥔 석하랑의 손에 점점 힘이들어갔다. 뉴클리언들은 아둥바둥거리며 풀려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몸 아래가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내가 니들을 어떻게 하면 될지 잘 모르겄는데...."

쾅!

석하랑은 크게 발을 굴렀다. 눈이 깔린 설원은 금세 녹아내려 물이 되었고, 석하랑은 두 괴수를 향해 싱긋 웃으며 바닥을 가리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나?"

뀨아앙?

두 뉴클리언은 앞발을 자신들의 얼굴에 비비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석하랑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은 답을 알고 있을 것 같다."

뀨아앙!

석하랑은 두 괴수를 물에 처박았다. 그리고 손을 물속에서 꺼내지 않았다.

고로록.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다가 멈추었고, 석하랑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쿵!

석하랑의 손에 들린 뉴클리언들은 얼음조각이 되었고, 석하랑의 손에는 황색과 검은색의 코어가 들려있었다.

"......진짜 키워줄라켔는데!"

석하랑은 진심으로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 마리의 뉴클리언들이 환룡을 향해 뛰어들었다.

위잉.

석하랑과 피닉스 사이, 뉴클리언이 펼친 결계가 해제되었다.

* * *

카앙, 카앙!

환룡을 향해 금빛 뉴클리언이 빛처럼 달려들었다. 석하랑과 달리 환룡은 손톱을 할퀴려는 금빛 뉴클리언의 공격을 일일이 언월도로 맞받아쳤다.

쏴아아--!

물개같은 모양의 뉴클리언은 땅에 몸을 고정하고 녹조가 낀듯한 물대포를 쏘았다. 환룡은 전포를 휘날리며 물대포를 피했고, 곧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콰앙, 콰앙!

전장에 가득한 돌덩어리들이 환룡을 습격했다. 꼬리가 두 개 달린 뉴클리언은 이마의 회색 코어를 반짝이며 염동력을 부리고 있었고, 전장의 바위들을 환룡을 향해 집어던졌다.

서걱!

환룡은 공중에서 날아오는 바윗 덩어리를 세로로 갈랐다. 그리고 그 사이로 금빛 뉴클리언이 몸에 스파크를 일으키며 빛처럼 달려들었다.

피할 수 없었다. 뉴클리언들의 연합 공격에 환룡은 수세에 몰렸다. 굳은 얼굴의 환룡은 그저 입꼬리를 비틀며 씩 웃었다. 금빛 뉴클리언도 환룡을 비웃었다.

스륵.

금빛 뉴클리언은 환룡을 스쳤다. 아니, 통과했다. 갑작스럽게 유령처럼 흩어진 환룡의 모습에 파란 뉴클리언과 금빛 뉴클리언이 당황했고, 회색 뉴클리언은 황급히 자리를 이탈했다.

서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칼자국이 스쳤다. 땅 전체에 깊은 칼자국이 생겼고, 회색 뉴클리언은 바닥에 착지했으나 더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뚝, 뚜둑.

이마에 있던 회색의 코어가 반듯하게 잘려나가 바닥을 굴렀다. 회색 뉴클리언은 두 눈을 살포시 감았고, 유령처럼 흩어졌다.

뀨아앙!

금빛 뉴클리언이 천방지축처럼 날뛰며 사방에 스파크를 일으켰다. 파란 뉴클리언은 스스로의 몸을 물처럼 녹여 스파크를 피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걱.

금빛 뉴클리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뾰족한 털들이 모두 잘려나갔다. 마치 유령이 가위를 들고 털관리를 하듯, 목덜미의 가시털들이 전부 손질되었다.

서걱, 서걱.

뀨아아앙!

공포에 질린 금빛 뉴클리언은 다시 스파크를 일으켰다. 귀를 거슬리게 하는 가위질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고, 금빛 뉴클리언은 그 사이 아군과 합류하기 위해 땅을 박차고 뛰었다.

사라락.

금빛 뉴클리언은 녹아내린 파란 뉴클리언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코를 들이밀었다. 다행히 유체 상태로 몸을 바꾼 덕분에 죽지는 않았-

첨벙.

슬라임처럼 흐물거리던 푸른 뉴클리언은 금빛 뉴클리언의 아래로 이동해 네 발을 붙잡았다. 금빛 뉴클리언은 늪처럼 자신을 끌어당기는 아군의 행동에 경기를 일으키며 발을 빼내려 했다.

싱긋.

점액 속에서 얼굴을 드러낸 푸른 뉴클리언의 눈동자는 회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직감한 순간.

서걱.

금빛 뉴클리언의 세계는 사선으로 갈라졌다.

* * *

"후후, 이쪽은 처음부터 2명이었다구."

"...이런 전투도 가능하군요."

빙의를 푼 환룡이 세 개의 코어를 들고 환호하고, 언월도를 든 샤오린은 씁쓸하게 웃으며 카르나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저희는 선택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에이, 너무 그러지 마. 귀찮은 건 쟤한테 맡겨. 지금 싸우고 싶어서 안달나있는 걸."

환룡은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샤오린은 주군이 전혀 전투를 원치 않는 것에 특별히 할 말은 없었지만, 조금은 전의를 불태워주기를 바랐다.

그랬으면 아마도 뉴클리언의 본체를 상대하는 건 자신이 아니었을까. 샤오린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고생했어요."

결계가 무너지고 전장의 3/4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피닉스와 석하랑은 샤오린과 환룡 페어와 합류했고, 마지막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쟤 이길 수 있나?"

석하랑은 뉴클리언과 대치중인 카르나를 눈으로 흘겼다. 카르나는 황금갑옷을 해제하고 활을 든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뉴클리언도 마찬가지로 가만히 서있었다.

둘은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어서 몸을 근질거리고 있었지만, 분명 모종의 이유로 뭔가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거야 당연하죠. 카르나, 승리의 주문을 해드릴게요."

피닉스는 결계를 향해 목을 가다듬고 외쳤다.

"이 결계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결계라서, 안에서 초신성이 터져도 결계 안 부서지는-"

바샤비 샤크티----!!

뀨아아아아앙-----!!

정령과 괴수는 서로를 향해 시작부터 궁극기를 날렸다. 피닉스는 멍하니 있다가 볼을 긁적였다.

"레이드 끝났네요."

지구의 절반을 날릴 폭발이 결계 속에서 터졌다.

정령들은 결계 너머로 새어나오는 찬란한 빛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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