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6화 〉1부 16장 11
환룡이 도발했다. 나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언제까지 환룡의 마음을 일방적으로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기적의 논리를 계산해냈다. 창염이 주장하는 환룡의 지분은 0.0625. 거기에 1만을 곱하면 625.
"즉, 내가 100만번을 떡치면 그 중에 625번은 너랑 할 수 있다는 얘기지."
"그러면 창염은 990000번을 한다는 거네?"
"그렇지."
"나 참…."
환룡은 내 기적의 계산법에 기가 찬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바로 셔츠를 벗어던졌다.
"당장 하자."
"일단 진정부터 하자."
나는 환룡의 어깨를 지긋이 눌렀다. 환룡의 눈에는 열망이 가득했다. 세상 게으른 환룡이 이렇게 의욕을 보이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너 자꾸 벽쳐서 미안하긴 한데."
"응응."
"너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줄게."
"헐."
환룡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내가 더 많이 해봤는데, 환룡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긴장되었다.
"...원하는 대로, 뭐든지."
"그럼 너 남성형으로 나한테 박혀볼래?"
"......그걸 원한다면."
나는, 정말로, 큰 각오를 했다. 그리고 내 운명을 환룡에게 맡겼다. 환룡은 한참동안 나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후후, 정말 엄청 큰 결심을 했네. 사실 네가 바라는 거 아냐?"
"내가 무슨…. 그냥 내가 그 정도 각오는 되어있다는 말이다."
"그럼 이런 각오는 되어 있을까?"
환룡은 손을 내 허벅지 위에 살포시 놓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 몸인 상태로, 나한테 박힐 각오까지?"
"......."
그건 명백히 선을 넘는 행위다. 내가 허락을 받을 수 있는 건 남성형의 몸으로 하는 행위였다. 환룡은 뭔가 큰 결심을 한 듯 했고, 나를 향해 서서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는 환룡이 뭘 하려는지 깨닫고 얼굴을 붙잡았다.
"잠깐만. 너 지금 허락 받으러 가는 거 아니지?"
"당연하지. 이거 창염 몸이라며. 허락 받을 거야."
"야, 너 그러다가 진짜로 소멸당할 수 있어."
창염의 독점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고, 환룡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환룡은 창염에게 직접 허락을 받을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소멸당할 각오도 없이 창염의 것을 탐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아, 난 모르겠다."
더이상 환룡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나는 두 팔을 벌렸고, 환룡도 나를 마주 앉으며 내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우리는 서로 이마를 맞대었다.
잠시 뒤.
나의 의식은 가라앉았고, 환룡의 몸이 푸른 불꽃에 휩싸였다. 역시 예상대로 소멸하는-
"...와, 독한 년 진짜."
환룡은 소멸하지 않았다.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었고, 머리카락 몇 올만 조금 끝이 타버렸을 뿐이었다.
"야, 창염이 뭐라고 한 줄 알아?"
"...."
"딱 한 번 만 허락해준대. 그것도 뒤로. 세상에, 미친 거 아냐? 네가 창염 것도 아닌데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미안. 나 창염의 피닉스다."
"이럴 때는 좀 내 편도 들어주고 그러면 안 돼?"
"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것이야."
"칫. 됐어. 이 한 번이 앞으로의 행위를 위한 위대한 첫 걸음일테니까."
환룡은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환룡이 침대로 가는 줄 알고 따라 일어섰다.
끼이익.
"...너 어디가?"
환룡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했다. 나는 불안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
환룡은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라스푸틴 가지러!"
"......."
좆됐다.
***
다행히 내가 백청화의 상태로 박히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박히는 것이 처음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냥 박히면 박혔지 백청화의 몸으로 박히는 건 사양이었다.
불끈, 불끈.
거울 맞은편에 눈으로 훑기만 해도 무서워보이는 거대한 기둥이 내 뒤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네 발로 엎드린 자세로 팔을 바닥에 딱 붙이고 있었고, 생전 처음 겪어야 할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있었다.
"흐흠."
라스푸틴, 아니 환룡은 손으로 머리 옆을 한 번 크게 쓸었다. 그는 2m에 가까운 탄탄한 장신과 근육으로 불끈거리고 있었고, 그의 아래에 있는 거근또한 잔뜩 발기되어 불끈거리고 있었다.
40cm.
족히 내 주먹부터 팔꿈치까지의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흉악한 물건은 뜨겁게 달아올라있었다. 저것은 물건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었다. 그냥 라스푸틴이었다.
나는 내가 내뱉은 말을 후회했다.
"그냥 내가 박는다고 할 걸...!"
"말은 한 번 뱉으면 다시 주워담을 수 없지."
환룡은 나를 내려다보며 내 다리위로 걸터 앉았다. 조금만 하반신을 내려도 내 엉덩이에 닿을 것 같았고, 뜨겁게 발기한 물건이 내 배를 쿵쿵 쑤시기 위해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이제부터 박힌다.
환룡에게 뭐든지 해도 된다고 했고, 환룡은 괴인 라스푸틴에 빙의하여 내게 박을 기세 만만이었다.
"흐흐, 정말로 이걸로 박아도 되는 거지?"
"마력적 조치는 다 했으니까요...."
나는 왠지 모르게 말투가 여성스럽게 나왔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회색 눈동자와 검붉은 남근에 절로 기가 죽었다.
스윽.
"히익!"
엉덩이골에 그 물건이 닿았다. 나는 절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침대 시트를 말아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두렵나?"
환룡은 물건을 내 엉덩이 위에 올린채 슬며시 앞뒤로 움직였다. 엉덩이 골 사이로 라스푸틴의 오돌토돌한 혈관의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럼 당연히, 두렵, 하아...."
나는 고개를 침대에 처박았다. 차마 맞은편의 거울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막대한 죄악감이 나를 감싸안았고, 환룡은 그런 나를 위로하듯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걱정마. 상냥하게 해줄게."
"뿌리까지 넣을 생각이잖아요...."
"당연하지. 정령의 몸인데 이 정도는 견디는 건 당연하잖아?"
환룡은 상체를 숙이며 내 어깨 위로 손을 뻗었다. 신장과 체구에서 오는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나는 마치 환룡이라는 종마 아래에 깔린 암캐같은 형상이 되었다.
"흐윽...."
장골을 넘어 등허리까지 성기가 닿는다. 라스푸틴은 내 등과 환룡의 배 사이에서 앞뒤로 움직였고, 나는 등허리를 길게 긁어대는 라스푸틴의 굴곡진 손길에 그만 자세가 무너질 뻔했다.
"지, 진짜로 소름돋는데요?!"
"그럼 소름 돋겠지. 어련하시겠어."
환룡은 솥뚜껑만한 손으로 내 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뒤에서부터 앞으로 움켜쥐는 손은 유두를 꼬집으며 비틀었고, 그에 나는 간신히 들어올렸던 고개를 다시 침대에 처박았다.
"하으윽...."
"진짜 감도가 좋네. 쫀득해서 만지는 감촉도 좋고. 안도 쫀득하겠지?"
"그, 그런 저열한 말은 하지 마요!"
"싫은데? 야, 이거 이 몸의 기본인가봐.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바로바로 나오네."
환룡은 다리를 일으켜세웠다. 침대 시트를 누르고 있던 무릎이 들어올려짐과 동시에, 엉덩이골 사이에 올려진 라스푸틴도 살짝 들려올려졌다.
쯔어억.
"하악."
라스푸틴의 귀두에서 흐른 쿠퍼액이 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벌써부터 내 등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버리겠다는 듯, 라스푸틴이 남긴 쿠퍼액은 달팽이가 지나간 흔적처럼 끈적하고 축축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닦아낼 겨를도 없었다.
"골반 들어, 암캐야."
"그, 그런 말은...!"
"그럼 내가 들어올리지."
환룡은 라스푸틴을 내가 엎드린 다리 사이로 불쑥 집어넣었다. 고개가 아래로 향하고 있던 나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귀두의 모습에 눈앞이 새파래졌다. 환룡이 내 얼굴에다 사정하려는 걸까 싶었지만, 환룡은 들어올리겠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하으악..!"
환룡은 라스푸틴을 이용해 내 아랫배를 들어올렸다. 내 엉덩이는 속절없이 천장을 향해 들렸고, 환룡은 그 자세 그대로 나를 붙잡았다.
"흐흐, 이거 진짜 절경인데?"
환룡은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거울속에 비친 그는 내 하반신을 한껏 들어올린 다음 라스푸틴을 내 아랫배에 걸치고 있었다.
꾹, 꾹꾹.
라스푸틴의 머리가 내 아랫배를 눌렀다. 단순히 살과 살이 문질러지는 것이건만, 아랫배를 스쳐 배꼽까지 찔러대는 라스푸틴에 나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하아...!"
나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굴욕이었고, 화를 내어야 했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감각이 나를 좀먹기 시작했다. 환룡은 마치 라스푸틴을 이용해 내 뱃속에 바이러스를 풀어버리는 것 같았다.
아랫배가 쑤셔왔다. 나의 안이, 환룡을, 라스푸틴을 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게 정령이 가진 애환일까. 나는 입술이 바짝 말랐다.
"흐흐, 그럼 본방 간다? 박히다가 아파도 울지마라? 울면 더 쎄게 박을 거니까."
환룡은 자세를 조정하며 내 다리 위에 다시 걸터앉았다. 아랫배를 지탱하던 라스푸틴을 뒤로 당기며 내 고간에 박았다. 이제 조금만 더 내려오면, 나는 첫경험을 하는 동시에-라스푸틴에게 자궁구를 쿵쿵 두드려지게 될 것이다.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르게 박동한다. 나는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지만, 애석하게도 환룡은 이미 라스푸틴의 마력에 잠식된 듯 했다.
"하아, 하아."
환룡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상체를 숙였다. 이제 나는 라스푸틴에게 박히는-
"자, 잠깐만! 거기는 뒤-"
쯔어어억!
전신에 힘이 들어갔다. 손톱이 시트를 찢어버릴듯 안으로 파고들었다. 내 안으로 들어온 라스푸틴은 너무나도 두껍고 뜨겁고 거대했다. 라스푸틴은 나를 강제로 넓혀버렸다.
나의 뒤를. 환룡은 내 뒤에다 박아버렸다.
"허억, 흐어...어윽."
눈에서 절로 눈물이 핑 돌았다. 손이 벌벌 떨려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킬 겨를도 없었다. 이제 막 손가락 하나 정도 들어온 라스푸틴은 강제로 나를 넓혀버리며 진입을 시도하려했다.
쿵, 쿵쿵!
환룡이 허리를 앞으로 크게 찍을 때마다 침대가 들썩거리며 벽에 부딪혔다. 내 몸은 본능적으로 라스푸틴의 진입을 경계하여 뒤를 조였지만, 환룡은 그 자극을 내가 좋아서 조이는 걸로 아는 듯 했다.
"으허어, 존나 쪼인다...!"
"아, 아니예요...! 아니라고, 흐응!"
환룡은 상체를 푹 숙이며 다시 내 어깨위로 손을 뻗었다. 나는 환룡에게 완벽히 갇혔고, 날개를 펼칠 수도 없이 꼼짝없이 잡혀버렸다.
"헉, 허억, 헉!"
환룡이 거친 숨결을 내 귀에 토해냈다. 동시에 내 뒤를 찌르는 라스푸틴은 망치가 정을 때리듯 조금씩 내 안으로 쑤시고 들어왔다.
"으, 크흣, 흐윽!"
나는 신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 번 찌를 때마다 손가락 마디 하나씩 더 깊이 들어왔고, 내 뒤는 조금씩 조금씩 라스푸틴의 형태로 넓혀저만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신음을 감내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고통이 없는 것이 너무나도 치욕적이었다. 나는 애널이 꿰뚫리고 직장이 확장되며 환룡에게 남성기로 박히고 있는 이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성감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투둑.
턱 바로 밑의 손등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건 나의 침이었고, 그 옆에는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 바로 옆에 환룡의 손이 있었고, 환룡은 나의 손을 잡아당기며 손까지 구속하려들었다.
"크어어, 후으, 젠장!"
환룡은 버티기가 영 어려웠는지 욕지기를 내뱉으며 자세를 조정했다. 손으로 한 뼘은 넘게 들어왔을 라스푸틴은 좀처럼 더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그에 잠시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막힌다면, 다시 뚫으면 돼!"
환룡은 상체를 급히 일으켜세우며 내 골반을 잡았다. 나는 환룡에게 쑥 잡아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또다시 뱃속에서 찢어지는 고통과 쾌락이 동시에 배에서부터 전신에 퍼져나왔다.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 전신에 맴돌았다. 쿵쿵 박아서는 도저히 더 집어넣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건지, 환룡은 내 안에 집어넣은 라스푸틴을 드릴마냥 빙그르르 돌리며 직장을 확장시켜나갔다. 어지간한 달걀보다 더 굵은 라스푸틴은 기어이 머리를 더 안쪽으로 들이미는데 성공했다.
"하아, 하아."
나는 상체의 힘이 풀려 침대에 고개를 처박았다. 어떻게 버텨볼려고 해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환룡의 아래에 깔린, 그리고 라스푸틴에 박히고 있는 나는 그저 연약한 암컷에 불과했다.
"으흑, 흐으윽...!"
짙은 자괴감이 쾌감에 섞여 눈물로 흘러나왔다. 침대 시트가 젖어들어갔지만, 환룡은 제 만족만을 강하게 주장하듯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쿵쿵쿵!
침대 헤드가 다시 벽에 부딪혔다. 내 몸 또한 앞뒤로 흔들렸다. 환룡이 갑자기 내 위로 몸을 포개었다. 그건 마치 도망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구속이었다.
부르르.
라스푸틴의 떨림이 전해졌다. 나는 환룡이 무슨짓을 저지르려는 지 깨닫고 남은 힘을 짜내 팔을 들어올렸지만, 환룡은 내 손목을 붙잡고 침대에 파묻었다.
"아, 아으, 안에는, 제발...! 제발!!"
안된다. 절대로 안된다. 이대로 박히는 것 만으로도 제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데, 안에 사정까지 당하면 나는 돌이킬 수 없게 변해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룡은 오히려 내가 떨어지는 걸 종용했다.
"하지만 뒷구멍은 끈덕지게 조여오는 걸? 내가 빼려고 해도 네가 좋다고 꽉 물고 있는 거라고!"
"아, 아녜요, 그럴 리가-"
쿵.
쿵.
그게 마지막이었다. 나는 침대 시트와 내 몸이 동시에 앞으로 쏠리는 것과 함께, 뱃속에서 차오르는 뜨거운 감각에 눈앞이 아뜩해졌다. 온몸이 차오르는 쾌감이 머릿속을 범하듯 찔렀고, 나는 환룡이 위에서 찍어누르고 있음에 잠시 감사했다.
날아갈 것 같았다. 환룡이 위에서 박아대지 않았으면.
"흐, 흐에, 헤에...."
나는 환룡이 내 뒤로부터 라스푸틴을 빼내는 걸 느끼며 의식이 캄캄해졌다.
애널을 귀두가 쏙 빠져나가던 순간.
아쉽다, 라고 생각한 시점에 나는 이미 글러먹었음을 깨달았다.
* * *
"허억!"
오라클은 잠에서 깨어났다. 엉덩이가 쑤신 것 같아 주변을 황급히 확인했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청년 오라클은 아직 청년이었다.
"하아, 하아."
오라클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오라클은 방금 전까지 작업용 테이블 위에서 개인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런 젠장."
청바지 안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오라클은 수치심에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노크 소리가 울렸다.
"오라클 님, 이번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로-"
"들어오지마!"
오라클은 빽 소리를 질러 비서의 방문을 막았다. 소리만 들어도 임신할 것만 같은 중후한 목소리는 오라클의 뒤를 쿡쿡 쑤시는 것만 같아 소름이 끼쳤다.
"나 퇴근할 거야!"
오라클은 스튜디오를 탈출했다.
그의 방 안에는 언제나 밤꽃냄새와 샅내가 진동했기에, 그 누구도 오라클이 몽정을 해서 튀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