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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426화 (426/1,497)

〈 426화 〉1부 18장 8

상상하는 그 모든 기술이 현실이 되리라. 히카리가 만든 마도 기어는 3D AV처럼 온갖 기능이 갖춰져 있었고, 그 기능은 하루가 무섭게 추가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히카리가 정령 네트워크까지 건드렸다. 나를 주축으로 삼아, 모든 정령들이 홀로그램으로 내 주변에 각자 자리를 잡았다.

흰색의 나비 두 마리.

황토색의 뱀.

금빛으로 된 작은 소녀.

그리고 회색의 동양신화 속 드래곤.

전부 데포르메 된 캐릭터로서 내 펜트하우스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는 공략 대상인 아지다하카의 정보를 하나 둘 언급해나갔다.

"여왕벌 아지다하카."

아지다하카를 부르는 멸칭이기도 한 그 별명은 아지다하카가 분신으로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것에 대한 조롱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아지다하카는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아요. 부하들을 시키죠."

실제로 아지다하카는 여왕벌 기질이 있었다. 아지다하카의 아래에는 그 어떤 여자 괴인도 없었고, 아지다하키는 높은 등급의 이능력자만 괴인으로 만들었다.

"그 부하들, 대부분 고등급 괴인이에요. 그리고 고등급이라는 말은 즉."

"얼굴이 마력값을 한다는 거지?"

"네. 아무리 못난 사람도 S급으로 올라가면 신체 전체가 보정이 되니까요."

그리고 당연히, 높은 경지의 이능력자일수록 미모가 출중했다. 아지다하카의 괴인 군단은 미남 동물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잘생긴 남자가 많았다.

"과연, 주변에 잘생긴 남자들로 하렘을 차린다는 건가? 지금까지 아지다하카한 존재들을 보면…."

"마하트마, 라이트닝, 뇌절, 라스푸틴. 취향의 차이는 있어도 어디가서 못났다 소리를 들을만한 외형은 아니죠."

"미남으로 역하렘을 차려놓은 셈인가."

덕분에 많은 여성 유저들의 지지를 얻는 히로인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그 얼빠 기질이 극도로 달했을 때는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했다.

"못 생긴 자, 사형."

"...그건 좀 너무한 거 아이가?"

"실제로 그래요. 그래서 아지다하카의 부하 중에는 못난 존재가 없죠."

"아지다하카 기준으로 못났으면 죽었다는 거네. …나로서는 조금 그러네."

무능력자는 아예 거들떠보지고 않았고, 자기 취향에 따라 잘생기지 않으면 아무리 고등급의 이능력자라도 챙기지 않았다. 아지다하카의 패악질에 따라 몇몇 사람들은 진심으로 아지다하카를 싫어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은 마암룡을 숭상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겉모습만을 신경쓰는 아지다하카.

사람의 내면을 중시하는 마암룡.

"그래서 아지다하카가 혹할만한 얼굴이 미끼가 되어야 해요. 남자로. 제법 높은 경지에 이른 남자가. 아지다하카가 잘생긴 남자에게 끌리도록."

"울 아빠는 안 된다."

"...나도 시안은 결사반대."

"비쟈야도 제법 생기기는 했지만, 아지다하카에게 내 사도를 건드리게 하는 건 상당히 불쾌하군."

"봉효도 안 돼. 암만 사상이 불순해도 내 부하야. 환룡단도 마찬가지."

다들 잘생긴 남자 부하, 지인 쯤은 한 명씩 있지만 아지다하카에게 희롱당하는 건 거부했다. 누군가는 희생양을 내세워야 했다.

"그래서 그걸 위한 이승형이죠. 일단 얼굴이 먹고들어가고, 행동도 나름 신사다우니까. 더군다나 히어로죠. 절대 제 제자라서 금칠하는 건 아녜요. 그만큼 아지다하카의 좋은 먹잇감이란 얘기죠."

역설적으로 아지다하카를 마암룡으로 각성시키는 데에는 주인공의 얼굴이 제일 열심히 일을 했지만, 결국 그 안에 든 플레이어의 행동에 반하게 되기 마련이었다. 적어도 플레이어는 백청화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으니까.

"이승형이 원판부터 좋아서 다행이네요. 이미 아지다하카가 노리고 있기도 하니까."

주인공의 코가 조금만 더 못났으면 아지다하카는 바로 주인공을 마포대교에서 죽였을 것이다. 학계의 정설이었다.

얼굴이 박살난 자, 능지처참.

"잘생긴 남자라면 반드시 자기 치마폭에 넣어야죠. 품평하듯. 그게 아지다하카의 성격이니까."

아지다하카가 애초에 주인공에게 접근한 이유도 잘생겨서 그랬고, 이런 잘생긴 남자가 자신에게 빠져 죽고 못사는 걸 과시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눈길도 안 준 남자들이 아지다하카랑 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흐흐흐."

그런데 그런 모든 남자들을 제쳐놓고, 갑자기 꼴도 보기 싫은 남자들이 자신을 찬양하며 자신의 괴인인 척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그에 과연 아지다하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굳이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결과는 뻔했다.

"유언비어와 혹세무민 만큼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게 없죠."

어차피 그 역할을 대신해줄 괴인들은 많았다. 세계가 멸망에 가까워지면서, 다크 레기온의 손이 타지 않은 괴인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타인에 대한 증오, 열폭 등으로 스스로 괴인이 되어버린 존재들. 우리는 그들을 모두 죽여서, 아지다하카가 먹고 버린 괴인인것처럼 만듭니다."

아지다하카를 처리하는 김에, 전세계에 늘어나기 시작한 인간쓰레기들도 함께 처리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

쾅! 쾅쾅쾅!

아지다하카는 벽에 머리를 찧었다. 이마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뇌가 흔들릴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아지다하카는 전혀 개의치 않고 몸을 자해했다.

"아아아악!!"

아지다하카의 자해는 단순히 머리를 찧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뺨을 손으로 후려치고, 잘 벼려진 송곳으로 허벅지를 쿡쿡 찌르는 행동은 가히 정신이상자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온전히 본체, 마암룡에게 전해졌다.

"......."

마암룡의 입에 채워진 구속구 덕분에, 마암룡은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골백번도 쇼크사했을 정도의 고통은 연이어 이어졌다. 자해를 하는 아지다하카는 한 명이 아니었기에.

어떤 아지다하카는 불구덩이에 뛰어들고, 어떤 아지다하카는 차가운 얼음덩어리에 맨살로 떨어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지다하카는 B, A등급의 괴인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아지다하카 스스로 그런 행위를 원했다.

마암룡의 정신을 붕괴시키기 위해.

"아아악!!"

그리고 그나마 가장 멀쩡한 아지다하카는 머리를 연이어 때리던 숟가락을 바닥에 내팽겨쳤다. 숟가락으로 정수리를 때리면 죽는다는 인터넷의 속설은 전혀 소용이 없었고, 마암룡은 여전히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죽음에 이르는 고통도 열반에 이르는 쾌락도 소용없었다. 도대체 마암룡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아지다하카는 20년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 히스테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요 며칠 사이 있었던 일은 아지다하카를 더욱 신경질적으로 만들었다.

"빻은 새끼들이 감히 내 이름을...!"

아지다하카는 TV속의 온갖 자료들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딱봐도 혐오감이 들법한 외모의 괴인들은 전부 '아지다하카 충성충성'이라거나, '하일 아지다하카'라거나, '킹갓다하카 찬양해'라면서 온갖 장소에서 괴밍아웃을 하고 죽었다.

"찬양까지는 오케이다 이거야…."

외모야 어떻든 자신을 찬양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자신을 찬양하면서 죽은 건 아지다하카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감히 나의 괴인도 아니면서!!"

전세계의 괴인들이 나서서 '아지다하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아지다하카의 분신이 나타나 S급 이능력자를 성적으로 능욕하며 차원문을 만들지는 않았고, 대부분 D~C등급의 약한 자들이 아지다하카를 외치며 괴인으로 변신했다.

"아악, 저 새끼들은 다크 레기온의 괴인들이 아니라고!!"

덕분에 아지다하카의 세력, 다크 레기온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얕보이게 되었다.

- 처음에는 잘생긴 남자만 골라 먹는 미식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무 남자면 좋다고 달려드는 잡식이었고ㅋㅋㅋ

- 아지다하카가 저런 놈들한테도 대주는데 나는 왜ㅠㅠㅠ

- 쟤들도 아지다하카랑 했겠지?

"아니야아아아!!"

아지다하카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제 머리를 쥐어 뜯었다. 탈모가 오겠다 싶을 정도로 쥐어 뜯는 바람에 손에는 검은 머리칼이 한움큼 빠져나왔다.

"씨잉…."

아지다하카가 처음으로 울상을 지었다. 비단결같은 머리칼은 그래도 마암룡에게서 파생된 자신의 것 중 가장 아끼는 것이건만, 탈모라도 온 것 마냥 빠진게 가슴이 쓰라렸다.

"진짜 어떻게 하지? 다시 밖으로 나가? 하지만 그랬다가는 놈들이…. 하아."

아지다하카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회심의 일격이었던 네 개의 차원문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최후의 일격은 추후 성주가 왔을 때를 대비하여 남겨둔 것이었다.

"뭔가 획기적인 이슈 전환이 필요해. 나의 존엄성을 유지할만한 뭔가가…!"

다행히 세상은 정체불명의 괴인들에 대하여 아지다하카의 괴인인지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그들이 아지다하카를 찬양하기는 해도, 과연 그들이 진짜 아지다하카와 행위를 했을 지 믿지 않는 자들이 많았다.

-아지다하카 미남 킬러(찐)인데 저렇게 생긴 애들이랑 한다고? 차라리 피닉스가 청화라고 해라ㅋㅋㅋ

-추남들 아지다하카랑 어떻게든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이악물고 아지다하카 깎아내리는 중이네. 그런다고 아지다하카가 대주겠냐. 꿈 깨! 그럴 시간에 돈이나 모아서 X로이드나 사라. 어차피 멸망 직전까지 니들은 여친 못 만드니까.

-나같으면 빡쳐서라도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S급 남자 하나 물어서 타임스퀘에서 대놓고 저질렀겠다.

"오호."

아무 쓰잘데기 없는 말들이 넘쳐났지만 제법 그럴듯한 말들도 흘러지나갔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남은 'P쟝'이라는 자의 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잘생긴 S급 남자…. 아."

아지다하카는 얼마전에 부하 괴인이 똑같이 따라해달라고 하던 영상을 떠올렸다. 모텔에서 자신이 눈독을 들였던 남자와 피닉스의 부하 괴수가 인간형이 되어 사랑이 넘치는 애정행각을 벌이던 그 영상.

아지다하카로서는 어쩜 저렇게 상냥하고 강렬하게 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정신이 쏙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걸 똑같이 하려던 부하는 도중부터 애정은 커녕 욕정만 넘쳐 아지다하카를 강제로 넘어뜨렸고, 결국 아지다하카 조차도 아플 정도로 강제로 해버렸다.

결과, 그 남자는 멕시코시티에서 아지다하카했다. 아지다하카는 그 남자가 남기고 떠난 영상을 다시금 재생하며 숨을 죽였다.

"...그러고보니 이런 쪽으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죄다 아지다하카를 상대로 이상성욕만 내뱉었지, 이리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씨가 가득한 행위를 한 적이 없었다. 아지다하카가 영상을 끄려던 그 순간.

쓰으으, 쓰으으.

마암룡의 몸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에 아지다하카의 눈이 동그랗게 빛났다.

"어머나…? 이런 쪽으로 하기를 바랐던 거야? 진작 얘기하지."

으으읍!! 으읍!

마암룡은 아니라는듯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아지다하카 또한 마암룡으로부터 파생된 존재인 만큼, 마암룡의 상태를 금방 깨달았다.

"생각보다 우리 마암룡, 순정이 넘치는 아가씨 타입이었네? 후후, 완전 나랑 반대 아니야. 이미 경험으로는 내 분신들을 모두 합쳐야만이 비벼볼 수 있을만큼 걸레면서."

아지다하카의 모욕에 마암룡은 몸을 비틀며 격렬히 부정했다. 하지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이미 마음을 정한 아지다하카에게는 마암룡의 저항은 제 본심을 숨기려는 기만으로 보였다.

"후후. 다행이네. 나도 네 힘을 손에 넣어야만 그 배신자 년놈들을 조질 수 있거든. 기다려. 금방 잡아올…. 젠장."

아지다하카는 현재 그 타깃, <화권>이 모종의 스캔들로 종적을 감췄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 스캔들은 아지다하카로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어머나…. 불쌍해라. 사랑하던 여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을 때 만큼 낚기 쉬운 물고기도 없지. 오호로."

어떻게 하면 낚을 수 있을까. 아지다하카의 머릿속에 화권을 잡아다가 홀려내겠다는 생각이 가득해진 순간.

[마스터. 긴급 보고입니다.]

아지다하카의 스마트 워치에서 스크린이 튀어나왔다. 갈색 피부의 남자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아지다하카에게 보고했다.

[현재 백나로 호가 재정비에 들어갔습니다. 곧 청화단이 슬슬 움직일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빠르네. 아무리 직원을 철저히 관리해도 미인계에 안 걸리는 놈이 없을 리가 없지. 그래. 이번에는 언제 어디로 간다니?"

[......터키, 이스탄불입니다.]

"거긴 왜?"

아지다하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거기에 유일하게 자신의 본체가 있는 곳을 아는 남자가 배신을 했나싶어 절로 눈빛이 표독스러워졌다.

[마스터. ...이유를 알아내기는 했는데, 듣고 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뭐야?"

[돈두르마. 그러니까...터키 아이스크림을 비스트 테이머가 먹다가 맛있어서 본토에서 직접 먹어보고 싶다고….]

"......진짜 미친 년 아니야?"

맞다.

***

"어디서 제 욕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아지다하카일 거예요."

나는 점원을 째려보는 것으로 얻어낸 딸기맛 터키 아이스크림을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기는 했지만, 나를 상대로도 장난질을 치려던 점원 때문에 기분이 좀 상했다.

"......."

덕배는 내가 아무거나 대충 산 콘을 들고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왜요. 히드라 때문에 그래요? 그건 지륜도 싫다고 한 거예요. 탓할 거면 황폐화된 당신 두피를 탓해요. 히드라나 지륜이나 둘 다 황무지는 싫다고 하니."

"...나 죽기 전에는 스킨헤드 였거든? 근데 괴인 되고 나니까 모근이 다 타버렸는데. 누구 잘못이냐?"

"성주 잘못이죠."

나는 남은 아이스크림을 콘 째로 집어삼켰다. 어느덧 시간이 다 되었고, 나는 또다시 회견장 앞에 선 백희아를 스크린 너머로 응원했다.

"부하 2호. 실연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역시 여행만한게 없겠죠?"

"여행이냐? 일하러 가는 거지."

"...후후, 원래 출장나가서 하루 정도는 놀고 먹는 법이라고요. 그리고."

나는 남은 콘을 불로 태워버렸다.

"현지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에게 대쉬를 한다면, 당연히 마음이 홀리게 되겠죠? 푸흐흐."

"그러니까 네가 히드라 꼬신 것처럼 기만한다는 거 아니냐. 심지어 너는 몰래 구경하면서."

"......."

모근만 타버린 줄 알았더니 배려도 타버렸구나.

나는 덕배가 막 입에 집어 넣으려던 아이스크림의 콘을 태워버렸다.

철푸덕.

아이스크림은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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