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3화 〉1부 20장 5
"이길 수 있어요. 지금 상태라면."
백희아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건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피닉스 님은 이상하리만큼 환룡 님을 경계하고 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함정 같지는 않아요. 속성론에 따르면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는 석하랑 님인데도 불구하고."
"환룡, 왜 피닉스가 네 공격을 피하려고 드는 지 알고 있는가?"
카르나가 대표로 물었다. 피닉스는 환룡의 공격에 대해서는 다른 공격을 허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악착같이 환룡의 공격을 피했다. 환룡은 무릎까지 흘러내리는 회색 장발을 정돈하며 씩 웃었다.
"자존심 문제지. 다른 누구에게는 몰라도, 나한테만큼은 절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거야."
환룡은 공중에 멈춰선 피닉스를 가리켰다. 무슨 영문인지 피닉스는 1분 전부터 가만히 허공에 날갯짓하며 체공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 짧은 시간은 레이드 일원들이 호흡을 고르고 작전을 다시 세울 시간으로 충분했다.
"그러니까 하랑, 내가 딜 넣을게. 너는 시선을 끌어줘. 아까처럼 얼음꽃 피워주고."
"크고 강하게. 알긋다. ...대신 이번에도 같이 외쳐주는 기다?"
"물론이에요."
"나는 계속 브라흐마스트라를 외치고 있다만."
석하랑은 다른 히어로들의 외침에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피닉스에게 사사한 이후 기술명을 외치는 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지만, 너도 나도 기술명을 외치기 시작하니 석하랑 또한 덩달아 목청껏 소리쳤다.
"그럼 계속해서 화이팅!"
"""화이팅!!"""
역시 히어로는 기술명을 외치며 싸우는 것이 마력 사용에도 좋고 힘을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 레이드원들은 저마다 마력을, 마음을 다잡으며 피닉스와의 연전을 준비했다.
"흠흠, 아빠...?"
석하랑은 잠시 고개를 돌려 바닥에 대자로 쓰러진 광검에게 눈을 돌렸다. 한 번 죽었다 부활하며 창염의 잔불은 모두 꺼졌지만, 애초에 핵폭발에 준하는 공격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전장의 결계를 유지하는데에는 막대한 마력이 필요했다. 광검은 마력이 다 될 때마다 마력탈진증상과 마력고갈로 죽어나갔다.
"괜찮나? ...괜찮아요?"
"하랑아, 서방님은 신경쓰지마렴. 여차하면 내가 직접 죽였다가 부활시킬테니까."
광검은 죽었다 부활하는 것으로 간신히 결계를 유지했다. 괴인이 되어 변질된 그의 궁극기는 자의에 의한 부활에 더불어, 괴인의 주인에게 주어지는 부활의 권능이 발현되어 그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니까 너는 무조건 조심하렴. 네가 당하면 이 결계도 끝이야."
때문에 광검의 주인 정령-석하랑이 의식을 잃거나 기절하면 결계 또한 무너지게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폭주 피닉스는 지구의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게 될 것이다.
"젠장, 아직 멀었냥?"
"얼마나 버텨야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잠깐만요."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백희아는 속에 든 의문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이거 폭주하는 거...맞아요? 환룡님 혼돈으로 폭주할 때는 거의 미쳐 날뛰다시피 하던데?"
"......폭주라고 하기보다는 뭔가 이성적으로-"
La----La-----La------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레이드원들은 모두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La--La------La-----------
푸른 태양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불사조와도 같던 피닉스의 몸체 겉에 검은 갑주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치 괴인형의 피닉스가 갑주를 입은 상태 그대로 불사조가 된 것 마냥, 괴수 피닉스의 몸에 검은 갑주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이기기 직전이었는데."
백희아는 한순간 절망했다. 행여나 피닉스가 자기 자신을 깨우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폭주한 것이 아닐까하여.
[정말 좋은 날이야. 꽃들은 피어나고, 새들은 지저귀고.]
하지만 마력을 통해 전해지는 목소리에 백희아는 안도했다. 그 목소리는 익히 그들이 전해듣든 몰래듣든 직접듣든 들어 본, 편안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이런 좋은 날에는 말이야, 창염개진!!!]
"...그라운드 제로!!"
다급한 이유나의 목소리와 함께, 푸른 불꽃의 브레스가 대지를 휩쓸었다. 다크 피닉스는 오연히 아래를 내려다보며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2페이즈 시작이다.]
* * *
바깥의 상황은 가히 난장판이었다. 창염의 특성-마력 자체를 발화시키는 성질 때문에 아무리 싱크로한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폭주하는 피닉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오셨네요?"
정정. 폭주하는 창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창염은 옥좌를 마치 조종간처럼 만들어 무언가를 조종하고 있었다. 조종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불보듯 뻔했다.
"너 지금 괴수 피닉스 조종하고 있는 거야?"
"그런 셈이죠. 그보다 당신, 어떻게 해결은 했어요?"
"그래. 잘 이야기하고 왔어. 다들 이해와 배려심이 넘치던 걸."
나는 그들이 마지막 순간 내게 어떻게 대했는지 확실히 밝혔다. 내게 악다구니를 쓰던 이들, 쿨하게 사라진 이들, 직접 공격을 시도하며 분을 풀려던 이들, 그리고 유나. 그들 모두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얘기했더니, 창염이 내게 하는 말이 참 가관이었다.
"다 밖에서 듣고 있었어요."
"뭐?"
창염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얼굴에 바로 열이 올랐다. 차마 창염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기 어려워진 것은 당연했고, 마지막 순간에 몸을 피하지 못한 것에 오한이 들었다.
"이 싸움이 끝나면-"
"플래그 박지마! 조용히 해! 내가 직접 말할 거야."
"푸흐흐."
들어버렸다. 창염은 느글거리는 표정으로 옥좌에서 살짝 몸을 띄웠다. 내 몸은 자연스레 창염의 아래로 빨려들어갔고, 창염을 품에 안은 채 옥좌에 앉았다.
"이게 가장 안정적인 자세죠?"
"그렇지."
이 자세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나는 창염을 백허그하며 끌어안았고, 창염 또한 내게 등을 기대었다. 우리는 마치 홈시어터 영화를 감상하듯, 창염이 조종하는 피닉스와 싱크로 이능력자들의 전투를 구경했다.
"그냥 폭주체로 둘까요, 아니면 계속 조종간 잡을까요?"
"조종 스틱 대신 내...흠흠."
기억을 되찾으니 이게 문제다. 조금만 방심해도 말실수를 할 뻔 했고, 내가 뒷말을 흘렸음에도 창염은 금방 내 뒷말을 이해하고 엉덩이를 뒤로 당겼다.
"당연히 스틱은 잡아드리죠. 하지만 손으로 조종하니까 봐줘요."
"관대한 처사에 감사드립니다."
압도적 감사. 나는 창염과 자세를 조정해 내가 최대한 편하고 따스하게 앉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창염의 허벅지는 여전히 포근하고 따뜻했고, 조종을 하면서 힘이 들어갈 때는 또 근육이 강하게 조여오며 내 조종스틱까지 함께 방향을 틀었다. 현재 전황은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 피어나라, 꽃이여!
"아, 진짜."
창염은 짜증을 내며 피닉스의 날개를 전방으로 접어 방어막을 펼쳤다. 잠시 뒤 하늘에서 피닉스의 몸보다도 거대한 얼음꽃이 수직으로 피닉스에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사방에서 절풍이 몰아치고 있었고, 여차하면 브라흐마스트라가 날아와 피할 곳이 없었다.
"막아야 하겠는데."
"막으면 바로 환룡이 시비건단 말이에요."
"그럼 광역 방어로 돌려야지. 일단 하랑이 공격부터 막자."
"칫."
창염은 석하랑보다 환룡을 더 경계했다. 정확히는 얻어맞아도 환룡에게 맞는 것은 싫어했다. 그렇다면 말은 그렇게 했어도 실제로는 환룡의 공격에 집중해야했다. 내가 창염의 손 위에 손을 포개며 잠시 집중하는 사이, 창염은 위를 주시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불의 고리."
창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개의 위로 거대한 푸른 고리가 만들어졌다. 무한(∞)을 그리는 고리에 얼음꽃이 낙하했고, 고리는 그물망처럼 꽃을 받아냈다. 아래부터 얼음이 녹아내리고 꽃잎이 타오르기 시작했지만, 그 무게는 섬 하나가 통째로 내려박히는 것만 같았다.
"저 말린 블루베리가 진짜!"
- 터져라, 설화 !
얼굴에 철판을 깔고 본격적으로 기술명을 외치기 시작한 석하랑의 앞에는 적수가 없었다. 석하랑의 외침과 함께 꽃잎이 산산조각 나며, 날카로운 얼음조각들이 비처럼 고리를 통과해 우리에게 날아왔다. 날개에 마력을 강화한 덕분에 얼음조각은 날개에 닿기도 전에 녹아내렸다. 증발시키지는 못했고, 녹였을 뿐이었다.
푸스스스.
깃털에 얼음조각이 녹아내린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창염이 마력 자체를 태워버린다면, 설야는 마력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얼려버린다. 날개가 전부 얼어붙기 전에, 깃털 단위로 퍼뜨려야했다. 그리고 깃털들을 퍼지한 순간, 그 틈바구니 사이로 회색의 무언가가 랜스를 들고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 죽어라----!!
"환룡 저게 진짜!!"
창염은 푸른 불길을 머금은 기병창을 내지르는 샤오린에 악다구니를 썼다. 모든 날개들을 퍼뜨리는 바람에 창염은 환룡에게 대처하기가 난감했다.
"걱정마."
그렇다면 내가 대처할 뿐. 나는 마력을 끌어당겨 환룡의 공격 지점의 실체를 지워버렸다.
부---웅!!
- 앗?!
환룡과 샤오린 페어의 랜스 차징은 피닉스를 꿰뚫었다. 하지만 이미 뚫린 구멍을 통과했을 뿐 데미지는 일절 없었다. 환룡은 낭패한 얼굴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나는 후속 조치를 마친 상태였다.
"플레어!"
날갯죽지에서 막대한 양의 불덩어리가 환룡을 향해 뿜어졌다. 환룡은 급히 영체로 몸을 바꾸었으나, 환룡이 추가적으로 접근할 수 없게 주변을 전부 불로 태워버렸다.
"잘했어요. 믿고 있었어요."
"당연하지."
창염이 신경을 쓰지 않은 게 아니다. 창염은 내가 환룡의 공격에 완벽히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오롯이 석하랑의 공격에만 대처했을 뿐이다.
"잠시만요."
딱.
창염은 손가락을 튕겨 신전의 모습을 바꾸었다. 나와 창염이 앉은 옥좌는 괴수 피닉스를 조종하는 콕피트가 되었다.
"엇차."
찌걱. 창염은 내 매직스틱을 아랫입으로 붙잡았다. 귀두 끄터머리만 물렸을 뿐인데, 이루 말할 수 없는 뜨겁고 아찔한 감각에 나는 정신이 날아갈 뻔 했다. 정신 세계에서의 오르가슴은 곧 사망이나 다름없었고, 나는 행복이 전신을 채우는 듯한 기분과 함께 정신을 되찾았다. 죽었다 살아난 셈이었다.
"가, 갑자기 하는게 어디있어?"
"이래야 제가 잡기 편하니까 그렇죠."
어느새 창염은 자신의 의복을 모두 잔불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내 의복 또한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정신은 코어 속에 갇혀있으니 우리가 이곳에서 무슨 짓을 하게 되더라도 바깥에는 보일 리가없었다. 직접적으로 콧피트를 노릴 수 있는-정신세계에 침투 가능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자, 당신도 꽉 잡아요. 그걸 하는 거예요, 그거."
"설마...!"
"그래요."
나와 창염은 서로 한 번 쳐다본 뒤, 동시에 함께 외쳤다.
""합체!!""
창염은 내 허벅지를 향해 엉덩방아를 찧었고, 나는 두 손으로 창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창염, 개진!"
이름하야, 메카 피닉스.
지금부터는 원작 기출 범위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2페이즈의 시작이었다.
* * *
전장 전역에 꽃이 휘날린다. 석하랑이 일으킨 얼음의 꽃들은 광검의 결계 내에서 수천 송이가 피어나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오, 드럽게 쎄네!"
오직 석하랑만이 공격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었다. 2페이즈로 넘어간 피닉스의 공격은 피하는 곳이 전무하다싶을 정도로 넓었다. 애초에 피하라는 의도도 없었다.
- 다들 100레벨이니까 가감없이 해도 되지?
"아아아악!!"
석하랑은 히스테리를 부리며 하늘 높이 팔을 치켜올렸다. 석하랑의 손에서 퍼져나간 마력은 백영도 인근의 바다에 닿았고, 바다가 지진해일마냥 하늘 높이 일어나더니 섬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바다는, 물은 백영도를 뒤덮는 보호막이 되었다.
"이제 이것도 얼마 못 해!"
"역할 재배분! 하랑, 유나 방어! 나머지는 다 공격!"
백희아는 백영도 근처의 바닷물의 양을 보고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언제까지고 수세에 몰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언제까지 일방적으로 당할 수는 없었다.
"유나!"
"걱정마세요. 막고는 있어요."
이유나는 스태프를 바닥에 꽂고 마력을 아래로 계속 방출하고 있었다. 상성상 유리한 석하랑을 제외하면 가장 활약할 가능성이 높았던 이유나였지만, 그걸 피닉스도 아는 만큼 피닉스는 이유나가 공세에 나서지 못하도록 철저히 봉쇄했다.
화륵!
결계의 바닥으로 흘러들어간 피닉스의 마력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이유나는 화산처럼 폭발하는 피닉스의 마력을 자신의 힘으로, 지륜의 힘으로 억눌러야했다.
백영도, 전장 자체를 날려버리려는 피닉스의 전술에 따라 이유나는 전장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얼음판 위에서 싸워야 할 지도 몰랐다.
"......아직, 전장은 유지할 수 있어요. 안심하세요!"
이유나는 입술을 깨물며 백영도를 더욱 단단히 만들었다. 바닷물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이유나는 피닉스와 치열하게 마력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백희아는 마도기어의 홀로그램 전장을 통해 이유나의 분전에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백영도와 동기화를 하면 이유나가 공세에 나설 수 있지만, 아직 앙그와 그 정도로 합을 맞추지는 못했다. 자신의 암속성 페어는 무늬만 SSS지, 실제로는 SS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니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전열 재정비!"
지휘. 백희아는 피닉스에게 일격을 날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그리고 그 길은 딱 하나 뿐이었다.
"카르나, 궁극기 준비!"
"기다리고 있었다!!"
카르나가 비쟈아의 활시위를 전방으로 놓았다. 바다 우산 위의 피닉스는 오연하게 한 자리에서 계속 체공하고 있었다.
"준비시간 7초!"
"하랑, 버텨주세요!"
"당근!"
카르나가 궁극기를 준비하기 무섭게, 메카 피닉스의 관절부에서 푸른 레이저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바닷물을 모두 증발시켜 석하랑의 보호막을 꿰뚫어버릴 듯한 공격이었고, 석하랑은 모든 힘을 쥐어짜내 방어막을 유지했다.
"7초만, 이제 4초만!"
"다른 사람 준비시간까지 10초!"
"으아아악!!!"
석하랑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이미 흐른 몇 초 만으로도 무릎이 강제로 꿇려질 것처럼 피닉스의 마력은 무거웠으나 다시 10초를 버텨야했다.
"펜릴!"
"맡겨달라냥!"
상성상 지금까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유일한 존재, 펜릴은 카르나의 등 뒤에 섰다. 카르나는 영 미덥잖아 했으나, 피닉스에게 한 발 먹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기회는 한 번!"
"그래."
카르나는 비쟈야를 수평으로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는 환룡이 금빛으로 빛나는 화살-바샤비 샤크티의 위에 올라타있었다.
"나는 준비 끝났다!"
"하랑! 타이밍은 네게 맡기마!"
"그냥 지금 바로 갈겨!!"
석하랑은 창백한 낯빛으로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한순간에 돔 형태로 백영도를 감싸던 해수 전체가 얼어붙었고, 카르나로부터 피닉스를 향한 직선 궤도에는 사람 하나가 빠져나갈 만큼의 작은 구멍이 있었다.
화르륵!
침투 가능한 공간이 생기기가 무섭게 불꽃이 얼음 구멍을 넓히며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석하랑은 잠깐이나마 마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고, 다른 이들은 궁극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따라서 나머지 인원이 해결해줘야했다.
"가웨인, 벨로보그, 루살카!"
"흐아앗!"
"...커흑!"
두 명의 검기가 X자로 교차하며 하늘로 날아갔다. 피닉스가 쏘아낸 불꽃은 검기와 부딪혀 얼음 벽으로 튕겨나갔고, 그 사이를 향해 루살카가 손가락을 겨눴다.
"준비...!"
타--앙!
루살카의 검지에서 쏘아진 작은 물방울이 길을 열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루살카도 한 때는 설야-수속성 정령이었던 만큼, 석하랑이 흘리고 남은 정령의 힘을 갈무리 하여 단 한 발의 탄환을 만들어냈다. 탄환은 피닉스의 갑주에 닿지도 못하고 증발했지만 단 한 순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피닉스까지 이어지는 길이 생겼다.
"윈드시어!"
펜릴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태풍이 바람의 길을 만들어냈다.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닌, 공격의 발판을 위한 바람의 길이 만들어졌다.
"바샤비 샤크티, 사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