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514화 (514/1,497)

〈 514화 〉IF Route, Bad Ending # 093

IF Route는 본편과는 관계없는, 본편에서 파생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 불쾌감이 들 수 있으니, 본편을 보실 분은 다음 장으로 바로 넘어가셔도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습니다.

* * *

우리는 도망치기로 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가을 씨. 왜 그렇게 떨어요?"

내 손가락이 천가을의 등 뒤에서 맞닿았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내려오는 그 손길에 천가을이 달뜬 숨소리를 토해냈다.

"하으, 하아."

헐떡이는 숨이 그대로 내 얼굴을 덥혔다.

"흐아, 응. 거기, 아흑!"

등허리를 타고 내려간 골반의 끝. 탐스럽게 익은 두 둔덕으러 나아가는 골의 시작점에는 흐물거리는 촉수가 아홉 가락 꼬리처럼 춤추듯 흔들리고 있다.

"질감만 보정하면 구미호 꼬리 같아 보일 거 같은데요?"

"잠깐! 거긴 민감, 아으응!"

촉수 다발을 움켜쥔 내 손길에 가을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내 어깨에 박았다. 촉수의 뿌리부터 쓸어모으듯 올리는 손길에 가을은 어쩔줄 몰랐다.

"이거, 기분이, 이상...!"

"저도 되게 기분 묘하네요. 이게 촉수꺼비한테는 다 남근 같은 거였거든요?"

남의 좆을 아래위로 흔들어 준다는 게 참 좆같기 짝이 없었지만, 천가을이 이렇게까지 당황하고 헐떡이는 모습을 보는 게 생각보다 재밌었다.

"근데 가을 씨 꺼라고 생각하니까 되게 신기하네요. 사정하려나?"

"그럴, 리가! 아읍!"

촉수 한 가닥을 움켜쥐자 가을이 내 어깨를 물었다. 미안해하면서도 선명하게 새긴 잇자국에 나는 남은 손으로 가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지, 착해."

촉수 끝까지 가지런히 쓸어 당긴 나는 손을 그대로 가을의 엉덩이에 붙였다.

착!

"꺄항!"

"가을 씨 마조에요? 왜 이걸로 느껴."

"하아, 하아. 당신, 너무 잘 하는 거 아냐?"

"가을 씨 상대로 하는데 대충 할 수는 없죠."

손은 계속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 고정하고, 왼손으로 가을의 뒷머리를 움켜쥔 나는 그대로 가을과 입을 맞추었다.

"음, 츄릅. 흐아. 쯥."

[이빨 세우지 마요.]

"읍?! 으급, 츄릅. 푸하아!"

내가 가을의 머리를 뒤로 당기자 가을이 참았던 숨을 격하게 몰아쉬었다.

"코로 숨셔도 돼요. 나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타입이라."

"어떻게 신경은 안 써...! 아니, 그전에 방금 그거 뭐야?"

"뭐긴요. 마력에 의한 의사전달이죠. 입으로 소리 못 낼 때 좋지 않나요?"

나는 다시 가을과 입을 맞췄다. 타액은 마력을 공급하는 좋은 수단이다.

"음, 으구, 츕."

가을의 두 손이 내 허리를 감싼다. 나는 가을이 성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떤 말도 없이 가을을 안았다.

"츄릅, 쯥, 하아, 쓰으읍."

가을이 내게 밀착한다. 탐스러운 두 개의 과실이 내 가슴을 짓누른다. 마치 두 개의 판이 맞부딪혀 빗겨나가듯 가슴이 출렁거렸다.

'이런 느낌 뭔가 진짜 생소해서 이상해.'

인간형의 성별이 여성체인 만큼, 피닉스로 살면서 민달팽이가 교미하듯 여성 간의 섹스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언젠가 남성형의 인간 모습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당장은 이 감각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두근, 두근, 두근.

붙은 유방 너머로 떨리는 가을의 심장 박동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응, 츄읍, 하아. 혀 빼지 마. 하읍."

가을이 더 적극적으로 내 혀를 탐하기 시작했다. 공기 하나 새는 곳 없이 입술을 덮어 내 혀를 빨아낸 가을은 입술을 집게처럼 내 혀를 잡아 핥았다.

가을의 혀는 이름같이 메이플 시럽을 담은듯한 달콤한 맛이었다.

"흡, 쯔읍, 츄."

가을이 내 입술에 짧게 버드키스를 하고 떨어졌다. 흐리멍덩해진 눈이 어딘가 위험해 보였다.

촤륵.

"...가을 씨?"

"흐, 흐흐흐."

안 된다. 맛탱이가 갔다. 더 큰 문제는 지금 내 손과 다리를 결박하고 있는 네 개의 촉수다.

"가을 씨, 지금 큰 실수 하는 거예요? 저는 박는 쪽이지 박히는 쪽이 아니라고요."

"아까 말했지? 이거 사정하는지 궁금하다고."

가을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촉수 너머로 떨리는 가을의 마력 움직임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촉수 변형까지? 가을 씨, 끝 형태가 너무 이상한데요?! 꼭 귀두같이!"

"시끄러워."

푹!

"으브브브븝!"

촉수 하나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갈고리 같은 귀두 모양의 촉수에 나는 발언권을 잃었다.

[놔요! 안 그러면 가을씨 진짜 후회하게 만들 줄 알아!]

"이제는 마력으로...후우. 진짜 시끄러워. 아무래도 말이야."

가을이 촉수 두 개를 움직여 내 허리를 휘감았다. 각기 다른 루트로 내 배를 오른 촉수는 내 밑가슴에 닿아 가슴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정말, 나보다 더 스타일 좋은 주제에...."

[저기요? 천가을 님? 셋 셀 동안 이거 안 풀면 저 진짜 화낼 거에요?]

"괜찮아."

가을이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 인자한 표정이 꼭 무언가를 저지를 것 같아 나는 몹시 불안해졌다.

촉수고 뭐고 다 태워버릴까. 그냥 키스에 의한 점액 교환으로 마력공급을 끝냈어야 했는데, 괜히 분위기 타서 서로 나체로 끌어안고 장난치던 게 화근이었다.

촉수꺼비. 음욕의 화신 같은 그 두꺼비의 핵을 심장에 박은 촉수녀는 지금 그 성욕에 미쳐서 주인을 결박하고 있다.

"말도 못 할 정도로, 하아. 보내버릴 테니까."

"읍읍?"

입을 틀어막은 촉수의 첨단이 좌우로 열리며 쏟아지는 꿀렁한 액체. 달콤쌉싸름한 단풍나무 수액을 그대로 마시는듯한 느낌에 나는 저도 모르게 그걸 삼켜버렸다.

"!!!"

젠장. 최음성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다른 핵으로 괴인을 만들걸.

"하아, 하아, 하아."

가을은 촉수로 나를 붙잡으면서 제 손을 음부에 손을 넣고 자위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를 세워 촉수를 끊어버리려다 멈칫했다.

내 입에 박힌 것 하나.

사지를 결박한 넷.

목을 압박하는 하나.

내 몸을 휘감고 가슴을 희롱하는 하나.

[이 시발!]

절로 욕이 나온다. 아직 두 개 남았다.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나는 박는 쪽이지 박히는 쪽이-

푸욱.

[아아아아아아아악!!!]

* * *

몽롱하다. 의식이 날아갈 것만 같이 행복하다.

가을은 손을 움직여 푸른 여인의 몸을 탐했다. 손으로 여인의 목을 조르고, 가슴을 떡 주무르듯 만지고, 사지를 결박해, 구멍을 뚫었다.

여인은 그 개통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무어라 의사를 표현할 생각을 못 하는 듯했다. 가을은 그 모습을 보며 헤벌쭉 웃었다.

- 촉수는 그렇게 쓰는 게 아닙니다. 아가씨.

가을의 마음속에서 악마가 깨어났다. 악마는 어딘가 두꺼비를 닮은 인상으로 연기를 지시하는 감독처럼 가을에게 속삭였다.

악마가 메가폰을 잡았다.

- 1번, 2번. 손목을 잡고 띄우세요.

두 개의 촉수가 여인을 허공에 높이 들어 올렸다. 여인의 작은 몸이 촉수 두 개에 띄워졌다.

■■■■■■■!!

여인이 무언가 소리쳤다. 신경질적인 목소리마저 사랑스러웠지만, 악마는 그 목소리를 더욱더 사랑스럽게 만들 방법을 제시했다.

- 3번으로 목을 조르세요. 그리고 4번은....

촉수가 여인의 목을 휘감는다. 두 세 겹으로 감긴 촉수가 여인의 목을 끊어낼 듯 강하게 옥죄였다.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인은 강하게 숨을 토해내며 고통스러워했다.

- 지금입니다, 박으세요!

악마의 지시와 함께 촉수가 여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음, 읍읍! 으으읍!

여인이 괴로움에 발버둥 친다. 5번, 6번 촉수가 재빨리 날아가 여인의 발목을 휘감았다.

찌걱.

여인은 어떻게든 다리를 붙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무릎까지 휘감은 촉수는 여인의 다리를 들어 올리며 강제로 다리를 벌렸다. 여인의 하반신이 공중에서 M자를 그리며, 자연스레 닫혀있던 균열이 벌어졌다.

읍, 읍읍!!

여인이 이를 세워 촉수를 깨물었다. 마력이 실린 깨물기에 4번 촉수의 끝이 잘려나갔다. 아팠다. 하지만 가을은 여인의 시끄러운 입을 잘려나간 단면으로 그대로 틀어막았다.

으으읍! 으붓, 프하아.

여인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입안의 잔여물을 뱉어내려 했다. 하지만 4번 촉수는 여인에게 복수하듯 벌려진 입을 틀어막았다.

박으려던 것을 깨물어 잘라낸 쪽이 이제는 뱉어내려 한다. 촉수의 잔해는 여인의 입에서 최음 성분이 담긴 진액을 흩뿌리며 여인의 입안을 범했다.

으브으으으으읍!

여인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허리가 높이 들어 올려져, 사지를 결박한 촉수가 순간 휘청일 정도였다.

투명한 액체가 여인의 동굴 속에서 분수처럼 튀어나왔다. 점성조차 없는 맑은 물을 몸으로 뒤집어쓴 가을은 제 손으로 온몸을 적셨고, 혀로 핥았다.

"하으윽!"

향기롭다. 핥는 것만으로 가버릴 뻔했다. 여인이 뿜어낸 조수에는 마력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한 방울 마신 것만으로 마력이 채워지는 고양감에 가을의 정신은 더욱 혼미해졌다.

촉수의 최음성분이 싸구려 발정제라면 여인의 조수는 인간의 엑스터시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극상의 마약이었다.

더 맛보고 싶다. 가을은 두 무릎을 꿇어 여인의 사타구니에 머리를 박았다.

할짝. 츕. 할짝.

강아지가 물을 마시듯 혀로 여인의 음부를 빨았다. 불덩이 같은 동굴 속으로 차디찬 가을의 혀가 쑥 들어가 벽을 긁었다.

콰륵, 콰르륵!

다시 온몸을 경련하며 조수를 뿜었다. 두 번째의 사정. 가을은 여인의 둔덕을 입으로 틀어막고 그대로 제 입천장을 적시는 조수를 꿀떡 삼켰다.

전신에 마력이 돈다. 생기가 돈다는 말이 체감될 정도로 마력이 전신에서 들끓는다.

악마가 놀고 있는 촉수들을 지적했다.

- 7번. 그대로 둘겁니까? 저기 탐스러운 과실이 있는데.

가을은 고개를 들었다. 눕다시피 들려있으면서도 탄력을 잃지 않는 물방울 같은 유방. 그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은 선홍색 꼭지.

만지려면 만질 수 있다. 하지만 가을의 두 손은 이미 그와 비슷한 둔덕을 주무르느라 바빴다.

짝!

앞으로 얼마든지 만질 기회가 있으리라. 가을은 두 손으로 여인의 엉덩이를 올려치고 혀를 놀렸다. 물론 7번째 촉수는 여인의 가슴을 감싸고 그 골짜기 사이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뺐다.

읍! 으으응, 흐읍!

이미 두 번의 사정 덕분일까. 아니면 최음성분 때문일까. 촉수에 틀어막힌 여인의 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비음에는 쾌감이 섞여 있었다. 가을은 그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뿌드득, 뿌득.

사지를 결박한 촉수들이 끝을 비비기 시작했다. 손목을 잡은 촉수는 손바닥을 타고 흘러가 끝을 문댔다. 달뜬 여인의 손이 드디어 촉수의 끝을 손가락으로 휘감아 위아래로 흔들었다.

찌걱, 찌걱. 두 개의 촉수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가을은 주저앉을 뻔했다. 골반 끝에서 무언가가 촉수로 타고 흐르는 아찔한 감각. 대소변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배설하는 쾌감이었지만, 가을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배설감이었다.

뷰릇! 여인의 핸드잡에 촉수의 끝에서 회백색의 점액질이 튀어나왔다. 끈적한 점성을 가진 액체는 여인의 배꼽 아래로 흘러내려 제 사타구니로 흘러갔다.

가을은 그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푸른 여인은 상기된 얼굴로 무언가를 재촉하고 있었다.

가을...씨....

여인은 주인이고, 가을은 그 종복인 괴인이다. 가을은 본능적으로 여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았다.

남은 촉수는 두 개.

두꺼비 악마가 손뼉을 치며 고개를 숙였다.

- 마침 남은 구멍도 두 개입니다. 그럼 제 역할을 여기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십시오.

악마는 검지를 치켜들고 조용히 사라졌다. 가을은 몸을 일으켜 여인과 눈을 마주했다. 여인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여 입을 막은 촉수를 빼냈다.

"하아, 피닉스. 나 이제 더 못 참겠어."

"청화."

피닉스, 청화는 양손에 쥔 촉수를 사랑스러운 듯 쥐었다. 청화의 두 눈동자 속에는 그의 꼭지와 같은 선홍색의 하트 모양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이름도 버릴 거니까, 이제 청화라고 불러줘요."

청화가 부끄러운 듯 웃었다. 무언가가 크게 뒤바뀐 것 같았다.

불끈. 촉수들이 모두 꿈틀거렸다. 특히 아직 재미를 보지 못한 8번째, 9번째 촉수가 더욱 거세게 꿀렁거리며 제 먹잇감을 찾을 준비를 마쳤다.

가을은 청화를 결박한 상태로 침대 위에 올렸다. 이불에 청화의 몸과 촉수가 파묻혔다.

"이제...어떻게 해?"

남녀상열지사에 대해서는 알아도 동성 간의, 그것도 인외의 요소가 가득한 성교에 대해서는 가을은 듣거나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쑤시고 박으면 되는 걸까.

"......잠시."

청화가 마력을 움직였다. 주인으로서 언제든지 가을을 멈추게 할 수 있었지만, 청화는 가을이 주는 쾌감에 굴복했다. 손아귀 힘으로 촉수를 모두 짓이겨버릴 수 있었음에도, 청화는 세상 소중하게 촉수를 앞뒤로 흔들었었다.

"아."

가을의 남은 촉수 두 개가 가을의 고간 아래로 움직였다. 세로로 겹쳐 가을의 음부 위로 솟은 촉수는 마치 남성기의 그것처럼 천장을 향해 우뚝 솟아있었다.

가을은 입꼬리를 씩 들어 올렸다. 당연히 이 뒤의 방법에 대해서는 가을도 훤히 꿰뚫고 있다.

"그런데 왜 두 개야? 응?"

가을의 능글맞은 물음에 청화가 고개를 돌렸다. 붉어질 대로 붉어진 청화는 들리지도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왕 하는 거.... 마저 뒤에도...."

꿀렁, 꿀렁! 가을의 촉수들이 격하게 꿈틀거렸다. 촉수들은 그 모양처럼 가을의 흥분에 따라 점점 더 굵어지고 강직해졌다.

특히 아직 한 번도 점액질을 토해내지 않은 두 촉수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화야."

가을의 두 손이 청화의 양쪽 골반을 눌렀다. 촉수에 의해 벌려질 대로 벌려진 다리 사이의 균열은 이미 촉촉히 젖어있었다. 가을의 촉수가 장막을 열어 헤치려다, 입구에서 멈췄다.

"언니라고 하면, 박아줄게."

"읏!"

청화는 입술을 깨물며 가을을 노려봤다.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려는 모양새였지만, 가을은 대답을 재촉하듯 항문을 촉수로 두드렸다.

"......니."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가을의 고개가 내려갔다. 청화가 아주 낮게 속삭였다.

"해 줘. 가을 언니...."

손이 자유로웠다면 아마 제 얼굴을 바로 덮었을 것이다. 청화는 가을과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가을은 그대로 촉수를 두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팔뚝보다 더 굵은 촉수가 뱀처럼 땅굴을 파헤치듯 질 속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온천 속에 들어간 듯한 따스함이 반겨주는 듯한 온기에 가을은 저도 모르게 점액을 사정할 뻔했다.

하지만 참아냈다. 상대는 이미 촉수가 들어온 순간부터 허리를 튕기며 가버렸다.

"아흐아아악!"

날카로운 교성. 가을은 그 소리를 너무나도 즐기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혹시나 다른 누군가가 들으면 아까우니까. 다시 4번 촉수가 청화의 입을 틀어막았다.

"으으읍!!"

청화의 눈이 동그래지며 놀란다. 가을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자세를 바로 했다.

푹.

가을이 강하게 허리를 앞으로 튕겼다. 자연히 촉수들은 그에 따라 안쪽으로 깊게 쑤셔박혔다. 촉수의 끝이 질벽을 위로 크게 누르자, 청화의 배가 불룩 부풀어 올랐다.

이미 청화는 인간의 언어를 잃었다. 이성을 모두 가을에게 맡긴 청화는 촉수를 가을의 입처럼 핥고 빨며 애무했다.

빠직. 가을은 제 손으로 제 촉수를 뽑아내고는 청화의 목을 잡아당겼다.

츕. 입술과 입술이 다시 얽힌다. 가을은 만족할 만큼 청화의 입술을 탐하고는 다시 청화의 입에 촉수를 쑤셔 넣어 입을 막았다.

꿀렁. 질벽을 어루만지듯 나아가던 촉수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아주 미세하지만 두꺼운 세포의 막. 가을은 눈대중으로 그 막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촉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아욱, 큽! 우우웁!"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청화가 격하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가을은 촉수로 강하게 사지를 압박했고,

쿵!

엉덩이 속으로 들어가 장내를 탐하던 촉수를, 마치 주먹을 휘두르듯 아래에서 크게 눌렀다.

" "

청화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저항을 멈췄다. 이를 세워 촉수를 물고 손바닥을 비비던 촉수를 꽉 움켜쥐었지만, 그 장내의 충격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찌짓.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촉수가 넓은 공터로 들어왔다. 가을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에 골반을 잡고 촉수를 앞뒤로 흔들었다.

푹, 푹, 푹! 촉수 끝은 갈고리처럼 머리를 더욱 부풀렸다. 들어갈 때보다 더 부푼 나머지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청화의 전신에 힘이 풀리며 눈에 찔끔 눈물이 흘렀다.

"아...."

가을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제 성욕에 취해 너무 심하게 대한게 아닐까. 하지만 청화의 눈꼬리가 살짝 휘었다.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청화야!"

가을의 촉수가 더욱 앞뒤로 움직인다. 청화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손에 쥔 촉수를 소용돌이치듯 움직여댔다. 꿀륵. 가을은 골반 끝에서 타고 흐르는 사정감에 정신이 까마득해졌다. 지금까지 간신히 막아온 둑이 범람하듯, 점액이 촉수 안을 타고 흐르며 넘실거렸다.

"아아아아!"

해방감. 정복감. 청화의 온몸에 뿌려지는 백탁액에 가을은 이루 말 못할 쾌감을 느꼈다. 입, 목, 양손, 양발, 가슴. 전신을 제 비릿한 흔적으로 채우는 것에 가을마저 균열 사이로 봇물이 터졌다.

"하으응."

청화는 두 눈을 감고 배를 가득 채우는 점액의 감촉을 즐겼다. 촉수를 타고 직접 자궁에 흘러들어온 점액 덕분에 청화의 배는 임신이라도 한 것 처럼 살짝 부풀었다.

촉수들이 모두 힘을 잃고 침대 위에 축 늘어졌다. 엉덩이 구멍을 막고 있던 촉수도 가늘어져 맥없이 빠져나왔다.

가을이 청화의 위에 철퍼덕 쓰러졌다. 촉수로 빼낸 점액은 모두 가을의 마력이 변환된 것으로, 가을의 마력은 텅텅 비어버렸다.

청화가 가을을 감싸 안았다. 입안의 점액을 꿀꺽 삼키고 혀로 입술을 핥은 청화는 살포시 가을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고생했어요."

청화는 어딘가 시원섭섭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무언가를 상실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또 무언가가 채워졌다는 만족감. 청화는 저 자신을 버린 대신 가을과의 행복을 택했다.

"...아."

가을이 손을 들어 청화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가을은 정말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만족 못 했니?"

청화가 낮게 웃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짧은 웃음. 청화는 가을을 아이 다루듯 등을 토닥였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요. 저 엄청 좋았어요. ...언니."

"어."

불끈. 질벽 속에 아직 남아있던 촉수가 꿈틀댔다. 다른 형제들이 죽었어도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듯, 비록 굵기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단단했다.

청화 또한 제 몸속에서 굳어가는 촉수에 표정을 굳혔다. 약간의 한숨과 함께 청화는 가을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우웅.

청화에게서 흘러나온 마력이 가을에게로 넘어갔다. 가을은 텅 빈 마력이 다시 채워지는 충만감에 몸을 떨었다. 가을이 모든 촉수를 되살리려던 순간, 청화가 검지를 들어 가을의 가슴을 찔렀다.

"딱 하나만 쓰세요. 알겠어요?"

"왜?"

청화는 대답 대신 가을을 꼭 끌어안았다. 가을은 두근거리는 청화의 심장 박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러고 하고 싶어서."

"......청화야."

가을이 청화와 입을 맞추며 웃었다.

"나를 사랑해 줘. 그러면 앞으로 영원히 사랑해줄게."

펜트하우스의 침대 위. 두 여인은 서로 몸을 겹치며 긴 밤을 함께 지새웠다.

그날 새벽.

태양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펜트하우스 꼭대기 층에서 사람의 온기가 사라졌다. 사람이 떠난 침대시트에는 회백색 점액질만이 남아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