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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592화 (592/1,497)

〈 592화 〉2부 1장 22

라온이 우리 스쿼드에 합류한지도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의 일과는 라온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 크게 달라질만한 것이 없었다.

"마음에 괴인 바이러스가 있을 것 같은 분이네요. 죄송하지만 당신은 저희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면접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내 앞에 마주앉아있던 여자는 빽 소리를 지르며 내 얼굴에 음료를 뿌렸다. 나는 끈적한 딸기라떼를 얼굴에 뒤집어 썼다. 뒤에 있던 유나와 라온은 어쩔 줄 몰라하며 난감해했다.

"흥, 뭐가 어쩌고 저째? 남자 잘못 만나서 파산하다가 괴인이 될 인상이라고? 피했으면 인격모독으로 고소했을 거야!"

여인은 씩씩거리며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섰다. 나는 입술에 흐르는 딸기라떼를 핥고 물티슈로 얼굴을 닦았다.

"사장님, 그걸 왜 맞고 계셔요."

"민트초코라떼를 줄 걸 그랬나봐. 그랬으면 그냥 피했을텐데."

"...딸기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녜요?"

"뭐 어때요? 사실 저 한국에 온 이유도 여기 딸기가 맛있어서 온 겁니다. 푸흐흐."

나는 딸기라떼에 젖은 여인의 입사지원서를 들어올렸다. 스펙도 제법 좋고 학벌도 준수하고 마력도 E급으로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헬조선의 취직난에 아무 곳에나 원서를 찔러보다가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것이다.

"저 스펙을 가지고 여기에 면접을 보러오다니. 저 사람한테 아까워서 그러죠."

"사실은요?"

"키워봤자 어디 중국계 자본이 잠식한 길드의 막대한 자금 러시에 배반하고 도망갈 사람 같아서?"

"그러면 됐어요. 그 사람 키워줄 바에는 저희 키워주세요."

"물론."

하나 둘 조건을 거르고 나니 딱히 뽑을 인재도 없었다. 사실 인생의 막장에 몰려있다 싶을 정도로 힘든 라온 수준이 아니면 찾아오는 이들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에 원서를 집어넣는 이들은 대부분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장님, 오늘은 어때요? 지금까지 7명 왔다갔는데. 다 되돌려보냈잖아요."

"음, 방금 그 분 빼고 3명은 선의철의 호국청년단. 1명은 유성 직원. 1명은..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헌터 길드에서 온 사람. 또 한 명은 제법 장래성이 깊은 전직 C급 히어로였죠."

"뒤의 두 명은 제가 압니다. 전자는 헌터 길드 연합회에 찍혀 막공을 전전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제 지인입니다."

"둘 다 남자니까 탈락."

여자였어도 딱히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이들이기는 했다. 방금전에 왔다간 괴인 바이러스 보유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조만간 빌런이나 괴인이 될 예정인 자들이었다.

'어떻게 하나같이 다들 그런 놈들만 꼬이도록 코딩해놨는지 원.'

진흙 속에 묻힌 진정한 동료를 찾아라. 초기 히로인 셋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동료를 영입하다가 피똥을 싸도록 만들어놓은 악랄한 함정이다.

- ??? : 오늘 면접장에서 사장 얼굴에 라떼 뿌린 썰 푼다.

- 와 쟤도 괴인임? 키우다가 버렸는데ㄷㄷㄷㄷ

- 아 씨발 나 쟤 A급까지 키웠는데 여기서 스포당함ㅋㅋㅋ

그로 인해 피를 보고 있는 이들은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었다. 특히 내가 입사 거부의 이유로 말하는 것들을 들을 때마다, 이미 해당 이능력자를 받아들인 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유나팬티보라색> : 히로인 말고 전부다 스킵허쉴?

"괴인 안 돼. 호국청년단 안 돼. 빌런 안 돼. 유성 스파이 안 돼. 이 쓰레기 더미 속에 묻힌 진짜 보석을 발굴해내야 하는 겁니다. 100명의 쓰레기를 거르고 한 명의 S급을 구하면 그 때야 대박나는 거죠."

나는 방송을 보고 있는 이들과 내 옆에 있는 이들에게 동시에 말했다.

"지금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나중에 모든게 드러나면 다들 식겁할 걸? 유명한 스카우터들이 왜 유명하겠습니까. 유망주들을 귀신같이 뽑아내고, 실패한 케이스가 없으니까 유명해지는 거죠."

딸기라떼를 다 닦아낸 나는 둘을 소파에 앉혔다.

"검사 결과가 E급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전산 오류로 S급이었더라. 코어가 깨졌지만, 오랜 재활훈련과 기적적인 환골탈태로 A급으로 귀환하고 다시 S급이 되었더라. 완전 무능력자인 줄 알았는데 검사 이후에 마력을 각성하고 선천적 S급으로 판명났다더라. 그런 케이스가 하나 둘 모이게 되었을 때, 내가 대놓고 떨어뜨려도 뭐라고 생각할까요?"

"아, 나는 S급의 재목이 아니구나?"

"그래. 걸러질 놈들은 알아서 걸러지는 겁니다."

따라서 진짜배기를 뽑아야했다. 면접을 보러 오는 이들 중

<라스트지휘관> : 근데 님 S급 벌써 2명 놓치셨어요ㅎㅎ

"음?"

나는 갑작스러운 스포성 도네에 이전 면접자를 쭉 살폈다. 내가 알고 있던 자들 중 누가 S급 스펙을 가지고 있나 살폈지만, 그런 존재는 없었다.

"두 명 다 잠깐만."

나는 홀로그램으로 된 입사 원서를 앞으로 펼쳤다. 면접까지 본 이들만 추려, 족히 30명이 넘는 수였다.

"이중에서 왠지 괜찮아보이는 사람 뽑아보세요. 여러분 느낌대로."

"...음, 전 이 사람이요!"

"그렇다면 저는 이 친구를 선택하겠습니다."

유나는 느낌대로 아무나 골랐고, 라온은 옛 동료라는 남자를 뽑았다. 내가 단순히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걸렀던 이들이었다.

- 미친ㅋㅋㅋㅋㅋ

- 아 DLC 스포 에반데

- 히로인 찬스 성공!

대충 느낌이 왔다. 이 놈들이 아마도 여자 지휘관을 3:1로 갱뱅할 놈들이구나.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얘들한테서 S급의 냄새가 나는데...."

"안 돼요!"

"안 됩니다. 낙장불입. 한 번 퇴짜를 놓은 이를 다시 들이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유나와 라온이 결사반대를 했다. 이름부터 <이청현>, <백승화>처럼 뭔가 노린 것만 같은 이름에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왜 반대하는 거죠?"

"그거야 사장님의 원칙에 반하는 일이니까요!"

"내 원칙?"

"남자는 안 됩니다."

"......그건 내가 말해야 할 거 아닌가?"

둘이 남자를 영입하는 것에 내가 반대를 하고, 그 이유로 혹시나 썸이 생길까봐 질투가 난다고 해야할 일이었다. 하지만 둘은 선제적으로 내가 남자 S급을 영입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유가 뭐죠?"

"그, 그거야...."

"...지휘관은 남자도 강화시킬 수 있지 않습니까!"

라온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유나는 멍하니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가능합니다! Bl-"

"그만. 저는 분명한 이성애자입니다."

- ?????

- 이(상)성애자

- 양성애자

"흠, 아무래도 둘 다 믿지 못하는 것 같은데...."

둘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 눈치를 보며 둘이서 눈빛을 주고받는 게 눈에 훤히 들어왔다. 마침 시간도 서서히 '때'에 이르고 있으니, 분명 각을 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디서 3P각을 보려고.'

왕따는 좋지 않다. 다 함께 하려면 무조건 4P여야 한다. 그래야 초기 스타팅 멤버들이 서로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

"여기서 확실하게 제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보여줘야겠군요."

"그, 그럼."

"크흠...."

나는 셔츠를 벗었다. 둘은 몹시도 기대하는 눈빛을 보였고, 나는 셔츠를 훌러덩 벗고 샤워실로 향했다.

"씻고 나오겠습니다."

* * *

"...언니, 저희 협정을 맺죠?"

"물론입니다. 저희끼리는 싸우지 말도록 합시다."

대화는 필요없었다. 둘은 서로 가볍게 악수하며 동료의식을 불태웠다.

"월수금."

"화목토."

"일요일은 오빠 쉬게 해주는 거예요."

"하루 쉰 분량이 아쉽기는 하지만 찬 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 유나가 선배니까 유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섹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최대한 공평하게 둘에게 같은 횟수만큼 질내사정을 하려고 노력했다. 섹스는 매일매일 하고 있었으므로, 둘이 정한 건 섹스를 하는 날이 아니었다.

"역시 언니도 느꼈죠?"

"예. ......마력이 늘어나는 순간의 쾌감은 그냥 절정이 아닙니다. 단 한 순간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나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맞아요. 물론 오빠가 그냥 해줄때도 행복하기는 하지만 역시 최고는 마력공급이죠."

"공감합니다."

마력공급. 그가 <지휘관>의 이능을 살려 둘의 마력을 늘려줄 때마다 둘은 인생 최대의 절정을 연거푸 맛보았다. 마약에 중독되어 성감이 몇 배로 높아진 상태에서 섹스를 한다고 해도 이보다도 더 행복감에 빠진 채 절정에 도달할 리는 없을 것이다.

"천국이 있다면 분명 오빠 품일 거예요."

"여자로 태어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여자라서 할 수 있었다. 둘은 함께 마력공급을 받는 처지로서 의지를 다잡았다.

"그런데 언니, 오늘은...."

"예. 마침 일요일. 비어버린 날입니다."

극적인 동맹을 맺은 것도 잠시. 둘은 의지를 불태우며 서로를 노려봤다.

"유나는 내일부터 하는 거니까 제게 양보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미 유나는 저보다 몇 번이고 더 하지 않았습니까."

"고작 한 자리 수만큼 더 했을 뿐이에요. 언니는 상냥하니까 하루 정도는 양보해주실 수 있죠? 가슴 크잖아요."

"가슴크기와 마음씨가 비례하는 거면 없는 사람은 싸가지 밥 말아먹었습니까? 유나 양, 이건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합시다."

"싫어요. 언니 동체시력으로 제가 내는 거 보고 바꿀 거잖아요."

"칫. 그럼 동전 던지기로 하도록 합시다."

"언니 마력으로 자기 거 나오게 할 거면서. 제비뽑기로 해요."

"싫습니다. 유나를 상대로 순수하게 운으로 싸우는 건 무조건 지는 게임 아닙니까?"

"그럼 순수하게 운으로 승부해야지 이상한 짓 하려고 했어요?"

둘의 언쟁이 점점 격해졌다. 다행히 그는 샤워실에서 딸기라떼를 씻어내느라 한창 바빴다.

"언니, 오늘 잘하면 그거 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우리끼리 이렇게 얼굴 붉히면 되겠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미리 정해놓아야합니다. 첫 발을 받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유나도 알지 않습니까. 셋이서 하다보면 분명...."

"뭘 셋이서 한다는 건가?"

"히익?!"

라온은 갑작스레 나타난 후안에 화들짝 놀랐다. 진한 커피향을 풍기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테이블 위에 음료를 올렸다.

"저희 주문 안 했는데요?"

"시안 군이 주문했는데? 15분 전에."

"...샤워하러 들어가기 직전이었습니다만."

"샤워를 해? ...흠, 알겠군."

후안은 게슴츠레 눈을 뜨며 씩 웃었다.

"나는 지금부터 문을 닫고 외출할 생각이네. 좋은 커피 콩이 들어왔다고 해서 받으러 갈 예정이거든."

후안은 한쪽 눈을 윙크하며 사무실을 나가려했다. 유나는 번쩍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저, 저희 이상한 짓 안 해요!"

"누가 뭐라고 하던가? 그보다 둘 다 들어두시게."

후안은 엄한 목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그가 나오면 분명히 전하게. 방음부스 좀 설치하라고. 알아서 설치하지 않으면 설치비용 만큼 보증금에서 제하겠다고."

""죄송합니다....""

둘은 고개를 떨궜다. 넌지시 전한 말은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었다.

"뭘 죄송한가. 젊은 나이에 그럴 수 있지. 다만 내가 1층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영업 시간 중에는 가끔 곤란하다 이 말일세. 특히 유나 양 자네는-"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렇게 소리가 높을 때가 가아아아끔 있으니 좀 양해해주시게. 그럼."

후안은 자리를 떠났다. 둘은 얼굴을 손으로 덮으며 좌절했다.

"앞으로 카페 못 가...."

"주의하도록 합시다."

"무슨 얘기를 하는 겁니까? 아, 왔네요. 역시 샤워 후에는 딸기우유죠."

그는 트레이에 놓인 딸기우유를 들어올리며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데 왜 그렇게 죄지은 사람마냥 있는 겁니까?"

"그게 실은...."

유나는 우물쭈물하다가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음부스라...확실히 필요하겠군요. 좋습니다. 주문하도록 하죠. 마침 잘 됐네요. 나갈 참이었는데."

"예? 나간다고 하셨습니까...?"

"예. 그러려고 씻었는데요?"

"네?"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려고 하는 겁니다."

그는 코트 주머니에서 분홍색 명함을 꺼내들었다.

"S급 여자 헌팅 하러 갑시다."

"......."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기, 사장님. 저희 나간 김에...."

"신서울에 있는 어지간한 모텔이나 호텔에는 몰래카메라가 있어서 안 됩니다. 방음부스 설치되기 전까지는 격한 플레이는 지양하도록 하죠. 특히 유나. ...너 혹시 요즘 서양 쪽 야동으로 신음 공부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지?"

"......."

유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코트를 챙겼다.

"나갑시다. S급 헌팅하러."

"허, 헌팅? S급 여자? 이게 도랐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사장님. 그런데 아까는...?"

"아, 윗층 사무실 잠깐 다녀왔습니다. 주문하신 블루베리 요거트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죄송하지만 테이크 아웃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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