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4화 〉Game Over # 018-1
DLC 발매 이후, 게임 구매 수요자 중 여성 플레이어의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오로지 남자를 위한-혹은 극소수의 레즈비언을 위한-미연시 게임은 지독한 성상품화에 대한 비난을 들었고, 제작사에서는 심심한 사과와 함께 성평등의 일환으로 새로운 기능을 대거 만들어냈다.
여성 지휘관.
그리고 기존 히로인에 대응하는 남자 히로인의 추가.
수많은 없데이트 가운데에서도 제법 특이하다고 평가받은 해당 패치는 초기에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입으로는 'TS 미소녀가 되어 퍽퍽 박히고 싶다'고 네트워크에서 말하던 이들도 차마 실제로 성별을 바꾸어 플레이 할 용기를 내지는 못했고, 설령 진짜 가능을 외치며 시도하려고 하던 이들도 행위 직전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결국 여성 지휘관으로 플레이를 하는 이들은 본인의 성별이 진짜 여성이거나,
아니면 여성 지휘관으로 기존의 여자 히로인들을 상대로 가위를 딱딱 부딪히겠다고 하는 이상성욕자거나,
그도 아니면 여성 지휘관으로 새로운 남자 지휘관들에게 따먹히고 싶다는 진성 이상 성욕자거나 하는 케이스가 전부였다.
하지만 남녀의 성비가 7:3, 6:4에 이를 정도로 여성 플레이어들은 제법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남성 지휘관으로 매력적인 히로인들을 구해 그들의 마음을 산다는 것도 하나의 어필요소였지만, 여자 지휘관으로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미남 히어로들에게 둘러쌓여 공주님 생활을 즐기기에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스트리머가 여자 지휘관으로 플레이를 하다가 전설이 되었다. 비록 그는 돈고춘이라는 멸칭을 받게 되었지만, 그가 보인 모습에 회사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사원 여러분. 지금부터 여성 플레이어 분들의 구매력을 한층 끌어올려주신 전설적인 영상을 시청하겠습니다."
이른바, 여자 지휘관 3:1 갱뱅 사건.
그 날의 스트리밍 이후로, 게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 * *
'여긴...어디지?'
의식을 차린 그녀는 어두운 시야에 의아함을 느꼈다. 눈을 뜨고 있음에도 앞은 암막이 쳐진 것 마냥 어두컴컴했고, 전신에 뭔가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여인은 스스로의 이름을 되새겼다.
'시안.'
지휘관의 디폴트 영어 네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그녀는 촉감으로 자신이 놓인 상황을 면밀히 살폈다.
반듯하게 누워있는 몸. 침대처럼 푹신한 매트리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안대, 혹은 눈 가리개. 그리고 배 위에 살포시 포개어진 채, 딱 달라붙어 움직일 수 없게 구속된 두 팔.
"......!!"
시안은 화들짝 놀라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의 왼쪽 발목에는 절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쇠사슬이 묶여있었다.
'망했다.'
시안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미 시야는 어둑어둑했지만, 그녀는 앞으로 격게 될 끔찍한 상황에 스스로 눈을 감아버렸다.
- ㅋㅋㅋㅋㅋ
- 게 임 오 버
- 시안쿤 강간가즈아아아아
'미친 놈들아, 이거 진짜라고!'
시안은 진심으로 후회했다.
여자 지휘관으로 1장 클리어 시 10만원이라는, 왠지 모르게 가능성이 보이는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일부러 성별을 바꾸어 접속했다. 다행히 위대한 제작사 덕분에 여체의 몸도 어색함 없이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구속되어있는 건 단 하나의 상황만을 의미했다.
'미션 끝이네요. 게임오버 당했으니까 이제 끕니다. 시바.'
- 빤스런??
- 이걸 튄다고?
- 리트 ㄱㄱㄱㄱㄱ
'무슨 리트에요, 지금 리얼로 따먹히고 끝나게 생겼는데!!'
시안은 호모가 아니다.
지휘관의 이능도 피를 이용해 아군 동료들의 마력을 늘렸을 뿐이다. 결코 여체로서 남자와 한 침대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 유나 상대로 레즈플 할 때는 잘만 하더니
- 이대로 게임오버 장면 달리면 20만원!
- 미친 생방으로 게이 인증할 일 있냐ㅡㅡ
- 하지만 시안쿤이 진짜로 여자라면?!?
- (ㄷㄹㄷㄹ)
저마다 반응이 갈린다. 시안은 속으로 고뇌하기 시작했다.
시청자가 얼마 되지 않는 하꼬방이라, 설령 이대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계정을 폭파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방송을 열면 그만이다. 설령 진짜로 강간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의 정신 보호 기능이 활성화되어 자신도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아니 근데 님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방금 전까지 플레이하던 여자 지휘관 강간 당하는 거 재생하는 건 에바 아닙니까?'
- 아닌데?
- 지가 실수해서 당해놓고는
- 너 때문에 게임오버 당했으니까, 책임져!
'내가 게임오버 당하고 싶어서 당했냐?! 당할 껀덕지도 없었는데 이렇게 돼서 지금 어이가 없는 거지!'
세 명의 히로인들을 무사히 영입했다. 거기에 그 세 히로인에 대응하는 DLC 남자 히로인들도 영입했다.
비록 안의 스펙은 여신인 유나나 태생 S급인 라온, 누리와는 사뭇 달랐지만, 충분히 S급을 넘어 SS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호구틀딱단도 걸렀는데 왜 게임오버냐고요.'
- 어디 잘못 걸린 거 아님?
- 친목도모라면서 남자들이랑 혼자서 술마신 게 잘못ㅋㅋㅋ
- 그건 스타팅 셋이랑도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미쳐버리겠다는 거지.'
억울했다. 게임오버 당할 이유도 없었는데 게임오버를 당하니 오기가 생겼다. 시안은 정신보호 모드를 키고 지휘관의 몸안에서 빠져나왔다.
'내가 꼬와서라도 촬영해서 제보한다. 씨벌, 버그 좆망겜.'
- ㅋㅋㅋㅋㅋ
- 참된 지휘관이라면 안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님?
- 눈떠보니 선의철이 앞에서 딸치고 있다거나
'헐.'
시안의 표정이 굳었다. 동시에 깊은 절망과 배신감이 들었다. 채팅창도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 ㄴㅇㄱ
- ㄴㅇㄱ
- ㄴㅇㄱ
하나같이 다들 게임오버의 원흉을 바라보며, 그들의 상상도 못한 정체에 놀랐다. 가장 놀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시안 본인이었다.
"저, 저기, 형. 진짜로 해요? 우리 이러다가 괜히 지휘관 잘못 건드려서 세계 멸망시키는 거 아님?"
"20대 건장한 청년들 앞에서 흰 와이셔츠에 핫팬츠로 술마시고 있었습니다. 이건 그린라이트입니다."
"...애초에 이렇게 야하게 입고 있던 누나가 잘못한 거지. 그냥 야하게만 했어? 술마시고 섹드립치면서 놀렸다고. 그게 다 자기랑 하자는 신호라니까."
'이, 이 씨발...?'
- 흐흐, 우리 우리 이제 20살이야? 아침에 텐트치고 그러는 거?
- 하온 씨는 군인이셨잖아요. 그럼 막심 좋아하시겠네요? 하하하, 커피 얘기에요, 커피!
- 유아는 이름이 참 예뻐. 아, 혹시 이름값하는 건 아니지? 그럼 이 누나 엄청 실망할 거야. 깔깔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순진한 청년들을 골려먹으려고 했던 멘트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시안은 그들의 설정을 상기하고 말았다.
'20대 아다 새끼들...!'
여자 히로인들이 모두 처녀이듯, 남자 히로인들도 여자 지휘관들의 니-즈에 맞게 동정으로 설정되어 있다. 심지어 호스트 설정을 가진 남자 히로인조차 마음만은 동정이라는 별 해괴한 설정을 집어넣을 정도였다.
20대 동정 자지 셋과 함께 술을 마시는 금발벽안의 D컵 여성.
심지어 하얀 와이셔츠에 핫팬츠만 입은, 노출도가 심한 복장.
심지어 스킨십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시안이 먼저' 적극적으로 했으니, 오해를 하기는 몹시 쉬웠다.
- 이거 시안쿤이 빌미 제공한 거임ㅋㅋㅋ
- 본 법정은 세 명의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 명 판 결
'아니, 씨발 그래도 이건 아닌-'
[큥큥단] : 이대로 계속 가면 50. 직접 들어가면 100.
'.......'
시안이 갈등하는 사이, 시안 (이었던) 여자는 본격적으로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 * *
"우우웁!!"
시안은 몸부림을 치며 악다구니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안에는 매끈한 구슬이 들어있었고, 그 위에 허리띠 같은 것으로 입에 재갈이 물려있었다.
"형, 어쩌죠? 지휘관 님 깨어나신 것 같은데."
"걱정마. 지휘관 님도 여자야. 우리가 이렇게 해주시는 걸 바라니까 여기서 잠드신 거라고."
유아는 침대에 묶인 시안의 위에 걸터앉았다. 60억 분의 1이라는 재능을 가진 여인이라도, 비능력자가 이능력자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유아, 너무 과감합니다."
"하온 형은 그럼 그냥 옆에서 보세요. 나 이제 도저히 못참겠으니까."
유아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시안의 셔츠를 좌우로 뜯어버렸다. 단추가 좌우로 튕겨져나가며, 와이셔츠 아래에 가려져있던 탐스러운 가슴이 파란 브라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꿀꺽.
유아는 브라째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순간 시안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으으읍!"
"이거봐요. 지휘관 님도 지금 기뻐하고 있다니까. 안 그러면 이렇게 반응을 보일 리가 없잖아?"
"형...브레이크 고장난 듯."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갑시다."
하온은 옷을 훌러덩 벗어던졌다. 특전사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에 유아는 피식 웃으며 눈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밑은?"
"......거기까지는 조금 마음의 준비를."
"그럼 먼저 밑에 벗는 사람이 먼저 하는 걸로?"
유아는 킥킥 웃으며 허리띠를 잡았다. 바지를 벗기 위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럼 내가 먼저-"
"......후우, 후우."
우리는 격한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바지와 팬티만 아래로 내린 채 귀까지 시뻘게져 있었다. 막내의 귀여운 하극상에 두 남자는 서로 피식 웃으며 우리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새끼가 어딜. 형들 먼저지."
"선임을 두고 어디서 짬찌가 먼저 하려고 합니까?"
"씨이...먼저 벗으면 한다며!"
바지를 벗은 유아는 시안의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시안은 벌벌 떠는 몸으로 일어섰다.
"이거봐, 저항하지 않잖아. 누나 취향이 이런 거라니까."
"그냥 남자 셋한테 윤간당하는 상황이라 겁 먹은 거 아님?"
"어느쪽이든 이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하온도 군용 버클을 끌어내렸다. 세 남자는 마치 대중목욕탕에 온 것 마냥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건 침대에 선 채로 굳은 시안 뿐.
두근, 두근.
세 이능력자는 시안의 심장소리를 확연히 느꼈다.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 다소 심박은 높아졌으나, 빠르게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규칙적인 박동에 셋은 침이 꿀꺽 넘어갔다.
시안은 겁탈 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평정을 유지하려고 했다.
도망치지도 않았고, 손만 만지작거리며 촉감을 이용해 상황을 살피려했다.
"후후후."
유아는 비릿하게 미소지으며,
부우욱!!
마력이 담긴 손으로 핫팬츠를 찢어버렸다. 좌우로 뜯겨나간 핫팬츠는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어 침대 아래로 던져졌고, 유아는 그리도 바라마지않던 은밀한 부위에 숨이 턱 막혔다.
"이거봐. 누나도 지금 흥분한 거라니까?"
유아의 중지가 시안의 푸른 속옷 위를 가볍게 쓸었다. 선명한 도끼자국 사이로 손톱을 세워 긁으니, 속옷의 위가 점점 짙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누나 젖었어. 이정도면 각 아닌가?"
"......저도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하온이 침대 위로 올라 시안의 뒤로 다가갔다. 하얀 셔츠를 뒤에서 잡아 찢어버렸다.
"아, 형, 그건 에바지. 셔츠만 남겨두고 브라 벗기는 게 대꼴인 거 모름?"
"우리 너는 할 거면 조용히 하고 도와라."
"옛썰."
우리는 키득키득 웃으며 옷장으로 달려갔다. 유아는 잠시 시안의 은밀한 곳에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시안의 손길이 그의 이마를 건드리는 것을 느끼고 화들짝 놀랐다.
"......"
시안의 손길은 다소 어색했지만, 유아를 만지는 순간 떨림이 점점 잦아들었다. 그 손길에 유아는 왠지 모를 흥분과 쾌감이 동시에 들었다.
자신만의 상상일지 모르겠지만, 시안은 손길로 자신의 은밀한 곳을 희롱하는 이가 유아인 것을 느끼고 '안심'한 것 처럼 보였다.
"...못 참겠는데."
이것이 경험 많은 지휘관의 테크닉이라는 걸까. 얼굴도 모르는 숱한 남자들이 이미 이 사랑스러운 여인을 다녀갔다는 것에 배알이 꼴렸지만, 유아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형, 나 먼저 할게."
"유아가 선임이니까 당연합니다. 다만...."
하온은 얼굴을 붉히며 시안의 얼굴에 채워진 혁대를 건드렸다.
"입은...내가 써도 됩니까?"
"...형도 남자는 남자네. 흐흐."
하온이 뒤로 물러나기 무섭게 유아는 시안을 침대에 다시 강제로 눕혀버렸다. 다리를 굳게 걸어잠근 시안은 이전보다는 확연히 안정되어 보였다.
스륵, 스륵.
유아는 팬티를 벗겼다. 팬티의 고간부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실선이 눈에 보이자, 유아는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누나, 나 자지가 너무 아파. 누나 때문에 발기해서 미칠 것 같아."
옆에 다른 이들이 있는 건 중요치 않았다. 유아는 딱딱하게 발기한 자신의 자지를 시안의 젖은 동굴 속으로 밀어넣으려고 했다.
"형, 미침?! 이것도 없이 넣으려고 함?!"
우리가 손을 뻗어 그를 제지했다. 그의 손에는 분홍색 로션과 콘돔이 쥐어져 있었다.
"젤바르고 하고, 뒤에 사람 배려해서 콘돔 껴야 하는 거 모름?!"
"...모르지.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어, 음...그냥 알게 된 거임!"
"흐흐. 알았다. 이건 잘 쓸게."
아직 넣기 직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 유아는 로션-러브젤을 자신의 자지에 듬뿍 부어 펴발랐다.
"누나."
상대가 연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아는 자신의 아래에 깔린 매력적인 여인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넣을게."
찌걱.
유아는 넣자마자 천국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