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3화 〉2부 3장 18
거유, 질싸, 성공적.
가을과의 섹스는 환상이었다. 조금 갈색이라는 것을 비롯하여 남들과 많이 해본 흔적이 엿보이기는 했지만, G컵 전직 배우와 하는 경험은 쉬운 경험은 아니었다.
새근, 새근.
비록 마력공급은 쿨타임으로 인해 하지 못했지만, 나는 가을을 섹스로 재우는데 성공했다. 내가 기절하듯 자버리니, 가을은 적당히 자고 있는 내 위에서 올라타고 혼자서 즐기다가 내 옆에 지쳐서 잠들었을 것이다.
삐빅, 9시입니다.
마도기어의 알람이 내 몸을 강제로 일으켜세웠다. 나는 기계처럼 눈이 번뜩 뜨였고, 가을의 아래에 깔려 올려다보던 천장을 다시 보게 되었다.
새근, 새근.
가을은 내 팔 한쪽을 자신의 가슴 사이에 끼운 채 옆으로 누워있었다. 땀으로 젖었다가 식은 머리카락이 볼에 늘러붙어있었다. 잠든 나를 상대로 얼마나 찍어댔을 지 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음, 역시 천가을. 혼기 꽉찬 여성답게 한 번 물었다 싶으면 놓지를 않는군요.”
-가라, 천가을! 임신공격!
-어우야 가슴 어우야
-야! 자리 바꿔!
"가을이랑 하고 싶으면 여러분도 제일 먼저 납치당하시던가요."
납치당하는 동료는 무조건 가을에게 성희롱을 당하게 된다.
유나의 경우로 치면 속옷만 입혀진 채 가을의 피스팅에 분수를 쏟는다거나, 라온의 경우에는 가슴이 빨린다거나. 누리의 경우에는 마스커레이드도 양심이 있어서 그런지 누리를 벗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슴을 핥게 하는 걸로 괴롭혔다.
이번에는 내가 잡혔으니 내가 섹스로 괴롭힘을 당한 것이다. 이른바, 강간당했다.
"역시 빌런 마스커레이드. 지휘관이라고 봐주는 거 없이 덮쳐서 강간해버렸죠?"
나는 가을의 가슴속에 채워진 손 반대쪽, 마도기어가 착용된 손을 당겼다. 하지만 손은 끝까지 당겨지지는 않았다.
"강간에 구속까지 하다니. 절대로 놔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군요."
- ㅋㅋㅋ손목에 수갑 채워놓은 거 실화냐ㅋㅋ
- 수갑 채웠으니까 안심하고 자는 거잖어~
- 좆 된 거 아님? 저러다 가을이 안 깨어나면 어쩌려고ㅋㅋㅋ
“말씀대로. 그건 문제가 크죠.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니까.”
서울의 밤은 시작되었다.
아마도 지금쯤 우리 팀원들을 비롯한 이들은 모두 자리를 잡고 야영지를 구축했을 것이며, 히어로들의 방문에 괴수와 괴인들도 그에 걸맞는 환영인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만히 누워있으면 배드 엔딩 확정이겠네요."
- Bed Endingㅋㅋㅋ
- 설마 석하랑까지 먹어놓고 여기서 게임오버 각 나오냐?
[괴도졎지아르엘] : 여기가 히로인 잘 따먹는 맛집이라고 해서 왔습니다. 우리 여왕님도 따먹어주시나요?
"물론이죠."
도네 난입이 들어왔다. 8번 히로인, 영국의 여왕이자 히로인 중 한 명인 아르엘을 먹어달라고 이렇게 아우성을 치니, 나는 여기서 순순히 게임오버 당할 수는 없었다.
"천가을까지 한국인은 모두 다 한 번씩 섹스했고, 이제 남은 건 정슈리, 샤오린, 아르엘, 히카리. 외국인들만 먹으면 되겠네요. 푸흐흐."
16명, 그리고 한 명 더 따먹을 때까지, 나라는 폭주 기관차를 멈출 수는 없다. 고작 이런 파출소 수갑 정도로는 지휘관을 막을 수 없다.
“일단 풀고 시작할까요?”
-어떻게?
-김펜릴 지금 미국 가있지 않음?
-빌런에게 잡힌 이상 못 빠져나올텐데....
우둑. 손을 최대한 가운데로 모아 수갑을 강제로 벗겼다. 덕분에 손등의 피부가 다 벗겨지게 되었지만, 피가 철철 흘러내리기 시작했지만, 손의 자유를 찾은 것이 제일 중요했다.
"짜잔. 탈출."
- 미친ㅋㅋㅋ
- 손뼈 부러졌잖아 미친 놈아ㅋㅋㅋ
- 섹스에만 미친 줄 알았는데 그냥 미친 인간이었네.
"뭐 어때요, 게임인데. 일단 밖으로 나가기 전에, 가장 중요한 걸 해야합니다. 가을이랑 섹스하고 나서 애프터 해야돼요.”
-님 손부터 좀 어떻게 해요ㄷㄷ
-아니 무슨 수갑을 무슨 억지로 벗냐고
-천가을한테 다시 수갑채우려고? 소용없을텐데?
-역구속 섹스 가즈아아아
“아뇨, 질싸했으니까 닦아줘야죠.”
나는 방 한 켠에 포개어진 코트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발가벗은 채 잠든 가을의 은밀한 곳에 손수건을 대고 나의 흔적을 닦아냈다. 내 피보다 가을의 질에서 흐르는 정액을 닦아주는 게 더 중요했다.
“게임이라도 하고 나면 꼭 닦아주거나 빼주세요. 특히 천가을은 그런 걸로 되게 많이 찝찝해하는 타입이니까.”
-그걸 어케 암?ㅋㅋㅋ
-아닌데? 지휘관 정액 머금고 임신하려고 정조대까지 차는 히로인인데?
-큥큥학 교수 앞에서 대학원생이 질의를 시작했다!
“...게임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이게 어느정도 현실성 있는 게임이잖아요? 여러분 앞에서는 그냥 지휘관 지휘관 거리면서 질싸 받는 거 좋아하는 척 해도, 다들 속내는 달라요. 이른바 히든 속성 같은 거죠.”
- ???
- 1년 동안 했는데 전혀 몰랐는데
- 클립딴다ㅋㅋㅋㅋ
섹스가 섹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섹스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히로인 별로 서로 다른 성향이 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섹스하고 혹시 한 대 피우러 가거나 바로 샤워하러 가지는 않죠?”
- 현실에 여친이 있는지 묻는 것이 예의 아닙니까?
- 교수님 시작부터 쌍욕박고 시작하시네....
- 여기 대부분 여친이 유나인 사람들인데ㅋㅋㅋ
[라스트지휘관] : 혹시 남편분이 그러시나요?
“아, 그건 아니고. 여러분은 그러지 말라고요. 따지면 제가 그런...흠흠, 아무튼 잊지마세요. 천가을은 마력공급이든 섹스든 하고 나면 같이 침대에 누워있는 상황을 되게 좋아해요. 특히 하고나서 남자가 청소해주는 걸 좋아하죠. 지금까지 자기가 다 닦아내고 치워야 했으니.”
-앗
-숙연…
-생리대도 없어서ㅠㅠ
“그러니까 그런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는 겁니다. 천가을 자고 일어나서 자기 아래에 씻겨진 거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겠어요? 푸흐흐, 섹스 이후의 상황과 대화도 적절히 컨트롤하면서 자지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에게 반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알겠어요?”
지휘관이 지휘관이라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것.
"호감도라는 게 그냥 떡만 친다고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호감도를 조금만 잘 관리하면 히로인의 공략 난이도도 달라진다. 호감도를 올린다고 하여 이능력의 척도인 마력에는 일절 영향은 없지만, 히든 스탯을 관리하는 것에 하렘이 열리냐 안 열리냐 차이가 있기는 하다.
"너무 매력적인 남자라서 여자 열여섯 꼬이는 게 당연한 거라고, 히로인들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거죠."
- 교수님 강의인 줄 알았는데 개쓰레기였네요
- ??? 왜 16명임? 정령 싱크로하면 10명인데
- 6명 큥손실 난다면서 싱크로 안 한다더라ㅋㅋㅋ
[미스트롤가을] : 그래서 가을쟝 말고 다른 히로인들은요?
“흠흠. 간단히 얘기하자면 하고나서 같이 누워있는 거 좋아하는 부류는 천가을, 석하랑, 혼돈환룡. 바로바로 씻는 거 좋아하는 부류는 박라온, 샤오린, 은유하. 질싸하고 닦는 거 싫어하는 부류는 지륜의 히드라, 개천광 카르나. 유나는...본인 희망 없을 때 빼고 질싸 이외의 사정하면 호감도 깍입니다. 자세한 건 플레이로 보시고, 일단 가을이한테 다시 집중하기로 하죠.”
나는 가을의 몸에 있던 나의 흔적을 모두 깔끔하게 닦아냈다. 가을은 내가 수갑을 푼 것도 모른 채 노곤히 자고 있었다.
“현재 시각, 오후 9시 9분.”
약속된 시각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만큼 빠르게 준비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나는 가장 먼저 마도기어를 활성화시켜 나의 팀원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아, 여보야. 들리니? 나야.”
[사장님?! 지금 어디 계셔요?!]
“예정대로 구로 지하에 잠입했어. 빌런들 체포하는 건 잘 되어가니?”
[네, 네! 사장님 말씀하신대로 <윈드시어> 마크가 박힌 사람들 우선 체포하고 있어요!]
나는 납치당한 이후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팀원들이 할 일을 마도기어를 통해 남겼다.
"잘했어. 역시 내가 직접 고른 팀원들이야."
[사장님이 저희 두 달 동안 열심히 훈련시켜주신 덕분이죠. 라온 언니도 겁먹지 않고 전위에서 싸우고 있고, 누리도 과욕 안부리고 적절히 딜하고 있어요. 가온 씨 덕분에 위험도 덜하고, 유은 씨도 마도소총으로 후방지원해주시고요.]
"그리고 내가 가르쳐주는 대로 현장에서 지휘하는 건 유나고 말이지. 잘했어, 얘들아. 그래서 몇 명이나 체포했어?"
[지금 16명이요! E급 10명, D급 5명, 그리고 C급도 1명 잡았어요!]
내가 구로 등대지기의 소규모 집단, 속칭 빌런 클랜의 우두머리를 제압한 것처럼, 주로 ‘절풍’ 마크가 박힌 놈들을 잡아 체포하는 것이 팀원들의 일이었다.
베이스 캠프 구축 이후에 열심히 움직였다면 분명 지금쯤 D급 빌런 서넛은 충분히 잡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이상으로 더 많이 잡았다.
"마크는?"
[전부다 윈드시어 등급이요! 명단 보내드릴게요.]
"응, 잠시만. ...전부다 살인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네. 정상참작 여지도 없어. 자기들 난민들이라고 봐달라고 말할텐데, 절대로 봐주지마. 입에다가 마개 씌워서 구속해버려."
나라의 행정시스템에는 전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 데이터 속에는 전과과 존재한다.
"잊지마. 서울에서 살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 보다, 사람을 안 죽여본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서울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 한 둘은 죽여본 경험이 있는 자들이 바로 서울 지하의 빌런들이다.
몇 년을 성노예로 살다가 이능력을 발전시켜 빌런 조직을 집어삼킨 천가을이 그나마 살인 전과가 없는 존재였으나, <마스커레이드> 조차도 성고문이라는 범죄를 가진 전과자였다. 정도의 차이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서울에 남은 이들은 모두 범죄자였다.
[사장님, 그런데 딸기나 민트초코 마크가 박힌 사람들 말이에요....]
"응, 어떻게 됐어?"
[적당히 시간벌다가 괴수들이 나타나서 괴수들 잡는 걸로 선회했어요. 다들 패색이 짙으니까 도망치더라고요.]
"그래. 그 사람들은 내버려둬. 걔들은 '만들어진 범죄자'거든."
서울의 모두가 전과자기는 하지만, 선의철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서울에 온 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민트초코 마크가 박힌 애들은 조심해."
[네. 진짜 말씀하신대로 딸기 마크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한 둘 있을까 말까하지. 서울에서 범죄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건 말이야, 딱 두 가지 경우 뿐이야. 배고픈 인간이 되어 굶어죽기 직전이거나, 미쳐버려서 괴인이 되거나."
그게 서울의 현실이었다. S급 괴수 둘이 박혀있고, 큐브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서울의 환경은 쉽게 변할 수 없었다.
"그보다 유나야, C급은 어떻게 잡았어?"
[음...애매해요. 사장님 분류는 C급인데, 전투력 수준은 그냥 D급인데요? 남자구요, 마도수갑으로 마력 쓰지 못하게 묶어놨어요.]
"...음."
구로에서 전투력 D급의 C급. 나는 바로 한 명이 떠올랐다.
"혹시 선글라스 끼고 있어?"
[네.]
"선글라스 벗기면 혹시 눈깔이 뒤집혀있지 않아? 흰 자위랑 검은 자위가 바뀌어있다거나."
[아,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 새끼가 한 명 뿐이라서."
<등대>. 천가을이 나와 섹스를 하는 사이, 어찌된 영문인지 지상의 우리 팀원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등대지기 조직의 수장인 천가을이 내 옆에서 알몸으로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명 등대보고 앞으로 나서라는 명령은 안 내렸을텐데.'
애초에 등대 본인도 밖에 나설만한 타입은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잡은 걸까. 나는 등대를 잡은 경위를 물었다.
[어, 음, 저랑 가온 씨가 화장실 갔는데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가온 씨랑 같이 추적하다 보니까...모니터 엄청 많은 방에서 저희가 갔던 곳 화장실 CCTV로 보고 있더라고요....]
"내가 얘기했던 관음증 변태가 걔야."
그리고 천가을을 강간하고 수 년간 성노예로 삼았던 빌런이기도 하다.
"......."
그에게 있어서,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김지화>라는 존재는 유능한 부하였었다. 하지만 게임 속 빌런 <등대>는 다르다.
'그래도 옛 정을 생각해서 죽이는 건 보류.'
등대를 죽일 지 살릴 지 선택하는 건 내가 아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니고, 가을이 행할 것이다.
'설마 가을이랑 떡치러 온 걸로 등대가 붙잡힐 줄이야.'
세계선을 거스리기는 커녕 세계선을 따라가려는 흐름에 편승하니 가을이랑 섹스도 하고 등대도 붙잡았다. 역시 쓸데없이 흐름을 거스르는 건 머리가 아프기만 할 뿐이다.
"푸흐흐, 그러면 우리 실적 좀만 더 늘려볼까? 다른 지역 애들이야 B급 A급 잡겠지만, 우리는 딱 우리가 이름 날릴 수 있을 정도로만 빌런들 잡아보자. 여기 구로 애들로."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나는 '1장 보스'를 연기해줄 배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나랑 앞으로 섹스하고 싶으면, 협조를 해주셔야겠어."
"......흐, 흥. 약속해."
천가을은, 마스커레이드는 얼굴에 가면을 쓰며 표정을 숨겼다.
"신분세탁, 확실하게 해주는 거지?"
"당연하지."
신난다, <마스커레이드>가 동료가 되었다! 나는 가을에게 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첫 임무야. 너는...연기를 해줬으면 해."
"풋."
마스커레이드는 몸을 으쓱이며 가면을 터치했다.
"그건 또 내 전문이지. 내가 연기로 구로를 점령한 여자야."
어째서일까, 갑자기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