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7화 〉2부 4장 14
3월 13일.
이유나, 선겨울, 그리고 김펜릴과 함께 부산에 내려온 나는 셋에게 방을 내어준 뒤 따로 호텔 방을 나섰다. 나를 감시하기 위해 따라붙은 이들은 모두 내가 들어가는 장소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한국의 목욕탕인 것입니까?"
목욕탕. 어지간히 한국 문화에 적응된 외국인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그곳. 나는 부산 호텔 인근의 목욕탕을 방문했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남탕에 들어갔다.
"후우."
물을 뒤집어쓰고, 몸을 깨끗하게 씻고,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목욕탕 한 켠에 있는 냉탕에 들어갔다. 전광판 온도가 영하를 찍고 있는 아주 차가운 물은 이능력자 조차도 견디기 힘든 온도였다.
SS급이 아니면 발을 담그자마자 수족냉증이 걸려 응급실로 실려갈만한 온도. 나는 남자만 거의 30명 가까이 있는 공중 목욕탕에서 홀로 냉탕에 들어갔다.
츄릅, 츄릅.
"......."
들어가자마자 바로 자지가 뻐근했다. 몸은 서늘한 세계에서 자지만 뜨거운 곳에 들어가 참방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팔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머리'를 살포시 붙잡았다.
"결계쳤니?"
츄르릅. 냉탕의 물은 소용돌이로 원을 그렸다. 나는 그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녀의 머리를 안으로 잡아당겼다.
"우읍?! 푸하! 니 미칬나?!"
"남탕에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내가 그거라고 SS급으로 만들어준 줄 알아?"
"......."
SS급 이능력자, 석하랑은 물속에서 나를 지긋이 올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SS+가 되어 반신의 경지에 오른 그녀는 이렇게 물속에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을 터득했고, 그 힘을 이용해 남탕을 습격했다.
"설화공주가 남탕에 출현했다는 걸 알게되면 세상이 뒤집어질 걸? 그리고 거기서 남자 자지를 물고 있다는 걸 들킨다면 말이야."
"뭐래.... 어차피 내보다 밑에 있는 놈들은 내 보지도 못하거든?"
하랑은 벌떡 몸을 일으켜 자신의 나신을 과시했다. 그녀의 몸에 흐르는 물이 참방거리며 아래로 떨어졌으나, 목욕탕에 있는 남자들은 그 누구도 하랑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과감하네. 누구는 이런 거 생각도 못했을텐데."
"누구랑 비교하는데?"
"글쎄, 5년 전의 너?"
"흐흥, 내도 나름 나이가 나이 아이가."
석하랑(26세)는 내 위에 살포시 걸터얹았다. 누워서 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물속에서 섹스하는 건 그녀에게 가장 편안한 곳에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흐읏, 좋다.... 진짜 오랜만에 하네."
"그러게. 부산 내려올 일이 없으면 거의 못하니까."
신서울과 부산. 불과 서너시간이면 다녀갈 수 있는 거리지만, 나와 석하랑 사이의 사회적 거리는 한국과 미국 수준으로 멀었다. 내가 부산에 내려온 것에 행여나 석하랑이 관련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여, 당장 이 목욕탕 안에만 하더라도 내 뒤를 따라온 남자 요원들이 몇몇 존재했다.
"흐읏, 좋제? 한국 유일의 SS+가 위에서 알아서 흔들어주고 있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는 걸. 공주님께서 내 자지에 안달이 나서 남탕에 쳐들어와서 자지 빨아주고 말이야."
"영광으로 알그라. 내가 진짜 큰맘먹고 여기로 온 거니까."
쯔어억. 하랑은 내 위에 걸터앉아, 내 허리 뒤로 다리를 걸며 마주앉았다. 가슴을 내 앞에 딱 붙이며 키스를 하려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 수온을 조정했다.
"아이고...젊은 양반이 이런데."
"하하, 어르신. 안녕하세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아주 천천히 냉탕에 발을 디뎠다. 마력이라고는 일절 없는 민간인이었고, 석하랑이 냉탕에 뿌려둔 얼음결정의 마력에 닿는 순간 심장마비로 사망할 게 분명했다.
"흐끅...!"
석하랑은 자신의 몸에만 결계를 두른 채, 나를 끌어안은 자세 그대로 숨을 죽였다. 유일하게 결계가 닿지 않는 결합부분이 찌걱거리며 신음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참방거리는 물소리에 가려져 들리지는 않았다.
"좋구만.... 젊은이가 부산까지는 무슨일로 왔는가?"
"부산 분이 아니신가요?"
"나야 서울에서 내려왔지. 서울사태 터지고, 남은 재산 싸그리 모아서 부산으로 내려왔다네. 거 625전쟁 아는가? 그 때도 부산은 안전했으니 말이야. 예전에는...."
노인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일장 연설을 펼쳤다. 석하랑은 노인이 심장마비에 죽지 않도록 냉탕의 온도를 조절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그녀의 질속에 들어간 내 자지는 긴장으로 꽉 움츠러든 질근육에 꽉붙잡혀 있었다.
"...그래서 부산으로 내려왔단 말이지.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그 분이 있지 않은가?"
"그 분이요?"
"설화공주님 말일세. 크으, 내가 그 분 팬클럽 부회장이라네. 크흠."
"......."
나는 하랑의 엉덩이를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엉덩이에 글씨를 써서 물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냐고.
끄덕.
하랑은 보지를 조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팬클럽 부회장이라는 아는 사람 앞에서, 발정나는 바람에 남탕까지 쳐들어와 모습을 숨기고 섹스를 하는 걸 들킨다면 아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개꿀.'
물론 나는 그런 하랑의 반응이 생생할수록, 긴장으로 조였다 풀어지는 보지의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물속에 가려진 하랑의 엉덩이를 주물주물하며 물었다.
"설화공주 님이 뭐가 좋으세요?"
"미인 아닌가. 미인이 S급이기까지 하고, 그 누구보다 히어로답지. 딱 하나 부족한 게 있다면 말이야, 좋은 남자 만나서 빨리 결혼을 해서 애를 낳아야 해."
"흐끗?!"
하랑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떨궜다. 노인이 말을 한 마디씩 할 때마다, 부끄러움과 긴장감의 스릴에 보지가 꾹꾹 조였다. 특히 애만들기를 하고 있는 도중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노인의 말이 크리티컬이었다.
"정말 좋은 아가씨인데, 너무 높은 곳에 계셔서 그런지 다들 절벽위의 꽃처럼 생각한단 말이야. 크으, 내가 30년만 젊었어도...."
"그렇죠. 매력적인 여자에요. 밤새도록 따먹고 싶을 만큼."
"뭐라고?"
"......? 아, 이 말이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제 한쿡인 지인이 알려준 말인데...."
나는 그 말을 가르쳐준 장본인의 애널을 검지로 가리켰다. 물속에서 파고드는 손가락에 석하랑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전신을 떨었다. 냉탕의 표면이 점차 참방거리기 시작했다.
"크흠, 잘못배웠구만. 그런 말은 어디가서 하지말게. 크게 경을 칠 말이야. 나야 자네가 외국인이라서 이해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아."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간도 크군. 설화공주를 상대로 그런 농을 지껄이는 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는 혀를 낼름 앞으로 뻗어 그 말을 한 장본인의 유두를 가볍게 훑었다. 노인이 보면 허공에 혀를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일테니, 아주 짧게 한 번만 혀를 쓸어올렸다.
"흐, 으으읏, 하아아."
하랑은 풀어진 얼굴로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이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걸리지 않는 것 까지는 좋아했지만, 그로 인해 플레이에 제약이 되는 것이 뭇내 아쉬워보였다.
"하앙, 하아, 하아...."
하랑은 내 얼굴에 자신의 가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유두가 내 볼을 위아래로 쓸고다녔고, 그녀는 일부러 내 입술에 자신의 블루베리 꼭지를 비비며 나를 희롱했다.
"자네, 혹시 어디 안 좋나? 너무 오래 있었던 거 아닌가?"
"괜찮습니다. 얼굴 근육이 굳어서 지금 풀어주고 있습니다."
"냉탕에 너무 오래 있다보면 그럴 수도 있나...?"
"오래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라서요. 하하, 가라앉지를 안네요...."
노인의 시선이 물 속을 향해 내려갔다. 나는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그냥 몸을 벌떡 일으켰다.
"히이익?!"
"하하. ...서는 바람에 식히려고 들어왔는데, 좀처럼 식지를 않네요."
"크, 크흠."
나의 자지는 빳빳하게 서있었다. 당연히 남들의 눈에는 '투명화'된 것처럼 보이는 석하랑 때문에, 나의 자지는 물기에 젖은 상태로 하늘을 향해 분기탱천하여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역시 금발양아치...."
"저것이 백형의 위엄...!"
목욕탕에 방문했던 이들, 그리고 나를 감시하기 위해 왔던 이들도 나를 보며 감탄과 탄식을 동시에 내뱉었다. 순수하게 거대한 나의 물건을 보면서도, 목욕탕에 와서 발기한 걸 냉탕에서 20분 넘게 식혔는데도 가라앉지 않는 것에 안쓰러워했다.
"오."
내 자지가 아래로 쓱 내려갔다. 발기가 풀렸다기 보다는 삽입 각도가 변했다. 석하랑은 남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이용해, 내게 안겨있던 자세에서 빠져나와 전신에 결계를 치고 남탕 밖으로 달려나갔다.
"뭐여, 씨벌! 아까 닦았는데 어떤 놈이여!"
바닥에는 물기를 머금은 발바닥자국이 진하게 나있었고, 성질을 부리는 점원의 성난 대걸레질과 함께 증거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크응. 어...? 냉탕에서 왠 블루베리 냄새가...? 오늘 약탕은 블루베리인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나는 몸을 닦고 목욕탕을 빠져나갔다. 나는 편의점에서 딸기우유와 블루베리 라떼를 산 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길래 그냥 얌전히 호텔로 오지 그랬어?"
"으으...."
석하랑은 몸에 하얀 원피스를 두른 채 쪼그려앉아있었다. 그녀의 원피스는 어디서 산 물건이 아닌, 자신의 마력으로 빚어낸 특별한 옷이었다.
즉, 석하랑은 지금 알몸이나 마찬가지. 나는 그녀에게 블루베리 라떼를 건넨 뒤, 옆에 쪼그려앉았다.
"결계쳤지?"
"당연하지."
"걱정마. 아무도 눈치못챘어. 지나가던 고양이가 봤다면 모를까, 안에 있던 사람들 하나 눈치 못챘다고."
"......."
석하랑은 빨대를 쪼르르 빨며 입술을 뾰루퉁 내밀었다. 한 두 차례 가벼운 절정은 일어났지만, 불완전연소가 된 것에 그녀는 명백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와 그만두는데? 니 내 못 믿나? 혹시나 내가 가버리면서 흐아아앙 거리면서 결계 해제될까봐 겁먹은 기가?"
"아니. 나야 하랑이 믿지. 근데 하랑아, 조금만 더 있었으면 진짜 싸버릴 뻔 했거든?"
"그래서."
"허공에 내 정액 두둥실 떠다니게 될텐데."
"......."
하랑은 침묵했다. 아무리 반신의 결계라고 한들, 지휘관의 마력이 담긴 정액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빨딱 선 자지를 중심으로 하얀 정액이 여성기의 안에 끈적거리고 있다면, 백이면 백 모두가 의심할 것이다.
저 새끼, 지금 투명인간 이능력자랑 야외노출 플레이를 하고 있구나.
"투명화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가 드러나는 것도 바라지 않고, 그게 너라는 것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으으.... 알았다. 내가 잘못한 거니까 뭐라 안 할게."
발정난 반인반령은 내가 몸을 씻고 간다는 것조차 참지 못하고 목욕탕을 급습했다. 바다든 온천이든 목욕탕이든, 석하랑을 공략하고 나면 발생하는 <수중 큥큥>이라는 이름의 랜덤 이벤트였다.
"그래서 니는 또 와 부산에 내려왔는데?"
"너한테 부탁 하나 하려고 왔지."
"뭔데. 대주라고?"
"그건 부탁이 아니라 당연한 거고, 내 부탁은 이런 거야."
소곤소곤.
나는 정슈리를 공략하기 위해 그녀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했다. 음료를 쪼르르 빨던 하랑은 입꼬리를 비틀며 내게 중지를 날렸다.
"니 똘개이가? 내가 니 딴 여자 꼬셔서 쎅스하겠다는 거, 내가 들어줄 것 같나? 빙시제?"
"아아, 보인다! 오라클이 예언한 불행한 미래가!"
나는 슈리가 겪게 될 배드엔딩을 적당히 각색하여 언급했다. 이번에 우리 팀원이 되지 않으면 헌터 길드의 못된 졸업생들에게 윤간 살해를 당할거라는 말에, 그녀는 표정이 굳어졌다.
"으으으...."
"오라클의 예언은 절대적인 거 알지?"
"젠장.... 그거 괜히 미리 해결하려고 깝치면 더 좆되는 거 아니가? 그것도 네가 아니면."
"맞아. 그러니까 내가 슈리를 구하려고 하는 거야."
정해진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건 오직 주인공 뿐. 지휘관이 아니면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니까 도와주라. 꼭 그게 아니더라도, 한국에 S급 히어로 하나 늘어나는 건 괜찮잖아? S급이랑 대련하다가 깨달음을 얻어서 S급으로 각성했다. 얼마나 보기 좋아?"
"그리고 니는 나중에 걔를 침대에서 따먹을 생각이제? ...알겠다. 하아."
하랑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좌우를 둘러보며, 슬쩍 원피스 앞을 들어올렸다.
"니, 오늘은 내한테 전부 다 써야할 기다. 내가 니랑 같이 온 사람들 있는 거 모를 줄 아나?"
"그럼 이렇게 하자, 하랑아."
나는 하랑을 안아들었다. 마도기어를 통해 부른 자율주행택시는 바로 나를 호탤로 인도했고, 하랑은 또다시 수증기의 결계에 몸을 숨겨 내게 안긴 채 호텔 침대까지 이동했다.
"미리 팀원들끼리 친목을 다져야하지 않겠어?"
"친목...?"
"유나야."
짝. 나의 방 샤워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유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은 익히고 있었지만, 침대에서 인사하는 건 처음인 하랑은 입술을 오므리며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야, 니...?"
"안녕하세요, 언니?"
유나는 내 지시대로, 하랑의 배에 걸터앉았다.
"이렇게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데, 이거 다 오빠가 시켜서 그런 거예요."
"유나랑도 약속했거든. 앞으로 모든 3P는 일단 유나가 먼저 파트너 하기로."
"뭐...!"
하랑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나를 통해 숱한 키스를 연습한 유나는 하랑의 얼굴을 붙잡고 설육을 섞었다.
"으읍?!"
"아, 역시 이게 3P의 기본이지. 푸흐흐."
꼭 더블 마력공급이 아니더라도, 3P는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