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0화 〉2부 6장 04
부산.
나는 김펜릴의 도움을 받아 남들의 이목이 끌리지 않게 부산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집어치워라. 으디서 요요거리는데? 마, 니 원래대로 안 카나?"
석하랑은 나를 만나자마자 볼을 쥐어뜯었다.
나는 석하랑의 자연스러운 제스쳐에 몹시 당황했지만, 애써 진정하며 답했다.
"아니, 원래대로 하는 건데요?"
"속 시꺼먼 머시마 새끼가 겉으로 여자처럼 보인다고 그 카는 거 아니다. 마, 니 그딴식으로 할 거면 좆 떼라."
"좆 떼면 괴인 만들어서 큥큥전용으로 만드는 거 어떠냥?"
"오, 그거 좋네. 암컷처럼 존대나 하는 머시마는 냅두고, 우리는 자지랑 놀면 되겠네. 야, 니 선택해라. 고추떼고 암컷처럼 굴래, 아니면 원래대로 지낼래?"
[푸하하하!]
내 머리 위의 미니피닉스가 날개를 펄럭이며 웃는다.
[이제 입장이 반대가 되었네?]
"...쳇."
잊지 않겠다, 제작사.
나는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깔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따라 말투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오, 역시 이게 좋아. 잘하네."
"남자 목소리면 더 좋겠지만, 역시 이게 더 좋다냥."
"........"
말투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피닉스에게는 피닉스의 존댓말이 있지만, 백청화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플레이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틀이 있는 만큼, 백청화는 존대보다 반말이 더 어울리는 남자다.
설령 큐브에 의해 태양빛이 빛나는 낮에는 여자가 되었다고 해도.
[네가 그런식으로 말하고 다니니까 또 느낌이 새롭군. 네가 나를 연기하다니.]
나는 그를 연기해야만 했다.
여신이 여자답게 행동하겠다고 하는데 암컷소리를 듣는다니.
이 얼마나 굴욕인가.
'빨리 피닉스 레이프하고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해야지.'
평범한 말투를 되찾기 위한 그의 여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이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본론.
"...그래서 한 번 말해봐라.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피부에 맞게 변형하는 마력 슈트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마력 슈트라...."
나는 둘에게 간단히 내가 바라는 형태의 슈트를 알렸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신 타이즈에 가변형 로브.
"타이즈는 목부터 손발목까지 몸에 딱 달라붙는 형태가 되어서 안이 흔들리지 않았으면하고, 웃옷은 로브 형태로."
사제복과 같은 형태.
어디서 따왔냐고 한다면, 그가 사들인 스킨 복장 중 사제복으로 선택했다.
그 옛날, 그가 입고 다니던 옷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근데 이걸 우리가 어떻게 만들면 되냥?"
"별 거 없어. 마력으로 이루어진 팩으로 내 몸을 덮는다고 생각해. 머드팩 같은 그런 느낌? 그러기 위해선 우선 김펜릴, 너부터 해야한다."
지휘관은 딱히 속성을 타지 않지만, 풍속성 위에 수속성을 덮어야 내가 심리적으로 편하다.
외형적으로 더 아름다운 것도 있고.
"하랑, 내가 지난번에 주문해둔 거 있지?"
"...그거 꺼내라고?"
"지금 당장."
"......."
석하랑은 김펜릴의 눈치를 보다가 펜트리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AV에서 자주 볼 법한 물침대 키트가 있었고, 석하랑은 바로 안에 마력을 이용해 물을 잔뜩 밀어넣었다.
출렁.
나는 물침대의 감촉을 확인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형태와 촉감이었다.
"그럼 잘 부탁한다."
나는 옷을 훌러덩 전부 벗어던졌다.
석하랑과 김펜릴의 앞에서 여자의 몸으로 알몸이 된다?
'나'는 대 환 영 이다!
그가 만약 내 몸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면 옆에서 손가락만 빨며 안타까워하고 있었겠지만, 플레이어는 나다.
금발벽안 피닉스가 물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엎드려있다?
'못 참지.'
과연 이들은 여자의 몸이 된 백청화를 상대로 성욕을 참을 수 있을까?
남자인 상태보다 더 무방비인데?
[너 탑 아니었나?]
'마사지에요, 마사지. 푸흐흐.'
그는 어처구니없어했지만 그 이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마사지를 받는 사람도 여자.
마사지를 해주는 사람도 여자.
정작 해주는 사람들이 받는 사람의 속 내용물을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웃픈 일이지만, 그게 더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과연.
이들은.
'보빔 타락의 길을 걸을 것인가?'
나는 확인했다.
주인공, 백청화가 티에스 된 이후.
그 누구도 여자 백청화를 상대로 성적으로 뭔가 하려는 생각이 없어보였다.
즉, 이들은 남자x여자는 많이했을 지언정 여자x여자는 해본 적이 없다는 말!
'이게 게임이지.'
인간을 타락시키는 건 언제나 재미있다.
김펜릴과 석하랑이 나를 상대로, 금발양아치가 아닌 여자 백청화를 상대로 결국 보빔까지 허락한다?
'지금까지의 나는 만족하지 못했을 뿐.'
자지는 그저 기구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니, 니 지금 뭐하는데?!"
당황했다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석하랑은 나를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다, 당장 옷 안 입나?!"
"뭐하냐니. 마력을 전신에 발라야 할 거 아니야. 김펜릴, 시작해."
"...와오. 진짜 건드려도 되냥?"
"마음껏. 아, 그렇네."
나는 남자가 되었을 때를 상정했다.
"하랑아, 얼음 딜도 스트랩 하나 만들어봐."
"이게 진짜 돌았나...!"
"타이즈 만들 때 발기까지 감안해야 할 거 아니야. 만약에 이 상태로 만들었다가 남자가 되면? 늘어나는 거 충분히 예상하고 만들었는데도 자지 때문에 앞이 뻥 뚫리면? 나는 사람들 앞에서 전라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협박이다.
"하랑아. 지금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내가 큰 수치를 당하겠지?"
"이...씨발...."
석하랑은 손으로 얼굴을 쥐어뜯으며 내 치골 위에 손을 올렸다.
사아아.
차가운 얼음이 내 하반신을 덮었다.
가슴 사이로 비친 광경을 보니, 그곳에는 그의 모양과 똑같은 자지가 우뚝 솟아있었다.
"우리 하랑이, 자지 모양을 아주 똑같이 기억하네?"
"......니, 남자 되면 줘터질 줄 알아라."
"좆은 터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푸흣, 농담."
더이상 건드리면 진짜로 석하랑이 폭발한다.
나는 석하랑이 만든 얼음딜도를 손으로 잡아 배 위로 당긴 뒤, 몸을 뒤집었다.
"자, 발라."
"......세상 사람들이 놀랄거다냥. A급 코어가 이렇게 사용되다니."
사아아.
김펜릴은 풍속성 A급 코어를 양동이에 넣고 마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아주 끈적한, 마치 초콜릿을 중탕하여 녹인 듯한 모습으로 코어가 액체가 되었다.
"시, 시작한다냥."
김펜릴은 긴장한 목소리로 손에 코어액을 묻혔다.
나는 엎드린 채 눈을 감았고, 내 몸을 둘에게 맡겼다.
찰싹.
"이러면 되는 거냥...?"
"......흐응♥"
천국이 따로 없구나.
마치 전신에 수분크림을 바르듯, 펜릴의 손은 내 맨살 곳곳을 적시기 시작했다.
코어의 마력으로 팩을 한다고 하지만, 그걸 위해선 반드시 마력이 묻은 손으로 내 전신을 훑을 필요가 있다.
"하랑, 당신도 와서 도와요."
"...니, 내 진짜 막 할 거다?"
"얼마든지요, 하아...."
뭉클.
석하랑은 바로 엉덩이를 붙잡았다.
내가 뒤로 눈을 흘겼지만, 석하랑은 나를 비웃으며 손바닥을 비볐다.
"이게 눕자마자 바로 암컷 되는 거 봐라. 니, 말투 제대로 안 하나?"
"...지금 정도는, 꺄흣...!"
찰싹.
석하랑은 코어액을 내 등허리 위로 부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넓게 펼치며 내 전신에 펴바르기 시작했다.
"암컷처럼 소리 낼 때마다 엉덩이 때릴 기다. 니, 남자인 걸 꼭 기억해래이."
"......."
[남자처럼 말하라는데? 어쩌냐, 창염아.]
"......."
나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헤으응...."
신라는 가버렸다.
19금 미연시 게임을 VR로 하다보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뇌파가 일정 이상의 쾌감으로 인해 게임을 지속할 수 없게 될 경우, 게임은 플레이어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일시정지시킨다.
"좋냐?"
"네...."
한껏 달아오른 신라는 리클라이너에 앉은 상태 그대로 숨을 헐떡였다.
"아...."
리클라이너의 아래는 살짝 젖어있었다.
나는 물티슈로 아래를 닦았고, 신라는 얼굴을 붉히며 내 시선을 피했다.
"감도 높이지 말라고 했지."
"하, 하지만.... 펜릴이랑 하랑이가 직접 손으로 팩해주는데 그걸 어떻게 버텨요?"
"자랑이다."
"그럼요. 자랑이죠. 푸흐흐."
신라는 내 볼을 붙잡아당기며 입에 키스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애들이랑 진짜로 보벼보고."
"아직 안했는데?"
"흐흐, 이제 막 시작일 뿐이거든요. 손으로 거기 빼고는 다 만져봤으니가, 이제 하나 둘 공략해나가면 돼요."
"......."
남자인 줄 알았더니 여자 대 여자로 백합 플레이까지 섭렵하는 주인공에게 반하고 반할 게임 속 히로인들에게 애도를.
"비비는 것 까지는 좋은데, 넣지는 마라."
"당연하죠. 제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이것 뿐이에요."
신라는 고개를 숙여 내 바지에 대고 키스했다.
"......."
신호였다.
나는 바지를ㅡ
띵동.
"...누구야?"
"아, 도착한 것 같아요. 흐흥, 잠시만요?"
신라는 리클라이너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밖의 인기척이 사라지고 난 뒤, 그녀는 현관문을 열고 대형마트의 종이봉투를 들고 부엌에 놓았다.
"뭘 그렇게 많이 샀.... 야."
나는 우리의 생필품 아래에 깔린, 수많은 딸기 요거트에 오한이 들었다. 심지어 딸기우유에 딸기잼까지.
"너 혹시...."
"혹시 아까 펜릴이랑 하랑이랑 제가 하는 거, 질투하셨나요?"
딸칵.
신라는 요거트 하나를 능숙한 손길로 뚜껑 껍질을 열었다.
할짝.
"그냥 마사지 팩으로 몸이 만져졌을 뿐인데, 질투하신 건 아니죠? 에이, 설마. 우리 넣는 것 빼고는 다 하기로했잖아요."
신라는 혓바닥으로 핥은 껍질을 옆에 내려놓았다.
"근데 그거 기억해요?"
주륵.
"게임 속에서 했던 플레이, 제가 다 현실에서 해드리기로 한 거."
그리고 자신의 셔츠를 좌우로 젖혀, 가슴골 사이에 요거트를 붓기 시작했다.
"딸기 드실래요? 푸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