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5화 〉2부 7장 18 오네쇼타를 위하여
인게임.
S급 히어로, 살라딘은 페도필리아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살라딘의 본국에서는 살라딘의 구속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다.
마치 살라딘을 처음부터 폭로하기 위해 준비되어있었던 것처럼, 누군가 인터넷에 살라딘이 비밀리에 운영하던 '하렘'을 폭로해버린 것이다.
협회의 누군가는 이를 덮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대중에 공개되어버린 이상, 협회는 협회다운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S급 히어로 살라딘의 추악한 면면을 고발합니다.
-아동을 상대로 벌인 행위, 용서할 수 없어.
-S급 히어로 살라딘을 빌런으로 명명, 히어로로서 가진 모든 지위와 권위를 박탈.
협회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협회 산하의 히어로들을 투입하여 살라딘 휘하의 빌런들을 쓰러뜨리고 납치당한 아이들을 구해냈다.
눈이 몽롱하게 풀려서 아무 말도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안겨 구급차로 실려가는 걸 본 이들은 안타까워했으며, 동시에 살라딘을 비롯한 S급 히어로들에게 분노를 토해냈다.
영웅이라는 이름을 달고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
S급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망나니 짓을 해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아직까지 그래도 '인륜'이 살아있는만큼, 사람답게 행동하라.
살라딘의 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했다.
그리고 협회는 이런 살라딘의 악행에 대해 덮거나 숨기는 일 없이, 오히려 협회가 나서서 살라딘의 행위를 파헤친 것으로 둔갑시켰다.
짜잔.
기자 천가은은 사실 히어로 협회의 사람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협회는 살라딘을 잘라내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웠다.
* * *
<신서울, 매지컬 큥큥스 사무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임. 사장님이랑 하랑 언니가 다 한 건데, 왜 협회가 공을 가져감?"
누리는 호구맞은 것에 분노했다.
협회는 천가은이라는 신원불상의 존재가 터뜨린 제보를 자신의 것으로 돌렸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느냐.
천가은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천가은이라는 사람이 앞에서 대놓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도, 이미 여론은 '오오 협회 대단해!'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와서 지휘관의 행동이라고 알린들, 많은 사람들이 협회와 지휘관은 동일 선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일쑤였다.
우리의 공적이지만 우리의 공적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사장님, 억울하지 않으세요?"
"전혀요."
현재는 낮.
나는 석하랑도 없겠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이들의 시선도 있겠다 '존댓말'로 마법소녀들의 말에 대응했다.
"지금은 손해보는 것 같아도 나중에 다 이득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어요. 너무 노여워하지 마요, 다들."
"사장님, 그래도 억울한 건 억울한 겁니다. S급 빌런의 현상금만 하더라도 200억원이 넘습니다. 물론 그 자를 제압한 건 석하랑 님과 가을 언니지만, 사장님의 지분도 있지 않습니까."
"새삼스럽지만 놀랍네요. 가을이 라온보다 언니…."
"사장님, 말 돌리지 마십시오."
라온은 눈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다.
그녀의 품에 안긴 검은털의 고양이도 나를 향해 발톱을 세우며 하악거렸다.
"김펜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단순한 빌런이 아니니까 이러는 거다냥."
김펜릴의 말에 사무실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대외적으로는 살라딘이 빌런이라고 알려지기는 했지만, 살라딘은 엄연히 '괴인'이다.
"뭔가 다들 엄청 심각해보이네. 안 그래, 자기?"
"당신 때문이잖아요."
내 옆에서 하품을 하는 흑발 여인에게 모두의 시선이 꽂혔다.
"아지다하카…!"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마. 그래도 내 덕분에 S급 괴인을 쓰러뜨리는 실적은 얻었잖니."
"당신은 지금 사장님을 독차지하고 있고요."
"흥. 독차지라니. 그냥 애무 좀 받고 있을 뿐이야. 하아앙…."
아지다하카는 내게 몸을 맡기며 갸르릉거렸다.
그녀의 엉덩이 아래로 넣은 내 손이 아지다하카를 여러모로 만족시키고 있었다.
무엇을 숨기랴.
나는 인게임 속 아지다하카도 레즈에 맛들리게 만들었다.
아마 전세계의 여성 히로인들이 아지다하카에 의해 레즈 타락의 길을 걷겠지만, 내가 아지다하카를 따먹었으니까 상관없다.
"사장님, 아지다하카에 집중하지 말고 뭔가 좀 말해봐요. 애초에 악의 조직 간부가 여기에 있는 것도…."
"정액 받으면 내 여자죠."
"네?"
"아지다하카도 우리 팀원이라는 얘기야. 악의 조직 간부가 갱생해서 마법소녀들의 동료가 되는 거, 으레 있는 이야기잖아요? 푸흐흐."
당장 김펜릴만 하더라도 배신을 하고 마법소녀가 되었으니, 아지다하카라고 안 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 한 명 남아있어요. 조작된 실적이 아니라, 진짜 실적이."
히드라의 하수인.
제우스.
* * *
그 시각.
환영과 경계가 절반 정도 섞인 공항 분위기 속에서 금발에 전신을 태닝한 근육질의 거한, '제우스'가 한국 땅을 밟았다.
저벅, 저벅.
하얀 정장을 입은 그는 당당한 걸음으로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회견장에 있는 기자들은 하나같이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천가은은 없다.
하지만 갑자기 누군가가 제 2의 천가은, 제 3의 천가은이 될 수 있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드디어 제우스가 연단 앞에 섰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그리스, 로마 일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S급 히어로, '제우스'라고 합니다. 예, 감히 신화 속 천둥의 신과 같은 이름이지요. 하하."
우스갯소리로 제우스는 포문을 열었다.
그의 옆에 서있는 갈색 장발의 여인은 비서처럼 선 채 기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여러분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압니다. 저도 이 자리에 서는 게 맞나 걱정되었고, 저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히어로로서 꿀리는 게 없다면, 당당히 이 앞에 서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우스는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만약 제가 살라딘 같은 자라면, 저는 이 자리에서 자결하겠습니다."
웅성웅성.
설마 제우스가 대놓고 살라딘을 걸고 넘어질 지 몰랐다는 듯 기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같은 S급 히어로인데.
아니, 같은 S급 히어로이기에 더 큰 상처를 받은 것이리라.
제우스가 정말로 선량한 S급 히어로라면.
"혹시나 폭로할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없으면...제 방문 목적에 대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제우스는 한껏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제 파트너를 찾기 위함입니다."
파트너.
S급 히어로가 공공연하게 파트너를 찾고자 했다.
자연히 어떤 파트너가 머릿속으로 생각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파트너인가?
"평생의 반려. 저와 남은 인생을 함께할 숙명의 짝."
제우스는 두 손을 꼭 모으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선언했다.
"저는 저만의 가니메데스를 찾고 있답니다."
제우스.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커밍아웃을 했다.
* * *
"미친."
나는 절로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아하하!"
신라는 배를 잡고 자지러졌다.
'가니메데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게임을 더는 플레이하지 못하고 배만 부여잡고 웃었다.
"아, 아하, 흐흡, 어떻게 하죠? 이거 제가 플레이하면 전혀 긴장감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하려고. 나보고 하라는 거야, 지금?"
"제우스가 당신을 찾고 있는데, 그러면 제가 플레이해요?"
"아니…."
"오빠야, 무슨 말인데?"
석하랑은 게임 화면 속의 제우스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점마 뭐하는 놈이고, 가니메데스가 뭔데?"
"아...그래. 제우스가 설정상 22년에 나타난 히어로지."
석하랑이 원탁이었던 20년의 지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정확히는 각성하지 않은 히어로였다.
"제우스는 뭔지 알죠?"
"알지. 그리스 신화 대빵 아이가."
"그 자가 얼마나 문란한 존재인지도 알고요?"
"당연하지."
"제우스의 옆에는 아주 예쁜 시동이 한 명 있었다고 해요. 그의 이름이 바로 가니메데스."
"...남자가?"
끄덕.
신라는 빵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어린 아이, 미소년이었다고 해요."
"어, 음…. 오빠야가 지난 번에 한 얘기를 생각하면...저 뽀글이 금태양이 히드라 부하 맞제? 점마도 혹시...히드라 닮은 거가?"
"그런 셈이죠. 그러니까…."
신라는 내게 슥 다가와 손으로 내 엉덩이를 잡고 주물럭거렸다.
"지휘관의 청년막이 위험해…! 같은 상황? 푸흐흐."
"...그런데 나한테 플레이를 시키겠다고?"
"아, 아아…. 갑자기 현기증이."
신라는 옆으로 쓰러졌다.
"게임 중독인가봐요.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저 좀 쉬어야겠어요. 당신, 제가 쉬는 동안 저 대신에 플레이 좀 해주면 안 될까요?"
"그냥 내가 남자한테 따먹힐까봐 조마조마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건 어때?"
"솔직하게 얘기해도 돼요?"
신라는 너무나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혹시나 히드라가 당신을 납치하면, 게임 속에서나마 당신의 쇼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해서."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게 참 웃기단 말이죠. 여자가 어린 상태로 하는 건 여러 모로 아웃인데, 남자가 어려진 상태로 하는 건 또 괜찮다고 한단 말이에요?"
"그거, 남녀 차별이다."
"푸흐흐. 현실이 그렇잖아요. 어차피 다 성인이고, 마법의 힘으로 잠깐 모습이 바뀐 걸 다 아는데도 그걸 모르고 어딘가에 찌르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알고 찌르는 사람들도 있지. 니 좆 돼봐라, 하면서."
신라가 내게 헤드기어를 내밀고, 석하랑이 옆에서 내 다른 팔을 붙잡았다.
"모두가 바라고 있어요. 미니 피닉스와의 섹스를."
"오빠야, 오네쇼타 함 해보자. 응? 현실에서는 안 되니까, 게임 속에서라도. 응?"
"......."
이유나.
그녀는 떠나면서 이 집에 쇼타콘 바이러스를 뿌리고 떠나버렸다.
"...그래서 뭐야. 제우스한테 가니메데스라는 명목으로 납치당하라고?"
"그런 셈이죠. 어차피 제우스는 히드라의 괴인이고, 겉으로 게이인 척 하면서 지휘관을 히드라에게 바치려고 하는 거잖아요?"
"만약에 아니면?"
신라와 석하랑은 고개를 돌렸다.
"히드라의 괴인이 아니라 진짜로 청년막을 노리는 게이 빌런이면?"
"......."
"야."
아무리 쇼타 플레이가 하고 싶다고 한들, 남편을 게이 캐릭터 앞에 내던지는 아내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신라야, 너 진짜…."
"오빠."
신라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고개를 들었다.
"해줘. 하고나면 현실에서 누님 모드로 바꿔서 큥큥하게 해줄게. 응?"
"......."
"D컵 하랑 누님이랑도 같이."
"...마력으로 몸 바꿔서 하면 되는 거제?"
[게임을 재개하시겠습니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