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40 2부 8장 24
-우리는 서울을 되찾을 것이다!
서울 지하의 주민들이 서울을 탈환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신서울의 사람들은 정부의 행동에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왠지, 이번에는 서울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나라에서 하는 게 아니라 왜 더 믿음직스럽지?
-역사서에 서울을 수복한 게 3cm라고 적히고 싶냐?
지옥불반도의 역사는 민중이 나라를 구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
이는 특히 권력층이 무능할 때 빛을 발하는 법이었으며, 민중이 나설 때마다 나라는 다시 굳건히 설 수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서울을 되찾는다!
-이왕이면 만주벌판도!
-...?
국민들에게는 믿음이 있다.
서울을 다시 되찾으면 나라가 다시 원래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의 상징인 한강, 서울을 되찾음으로써 한국은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
-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 S급이 두 자리였던 시절로!
- SSSSSSSSSSSSS!!!!
한 국가에 S급이 무려 10명에 이르던 그 시절로.
세계에서 비대칭전력이라고 하는 S급 히어로가 가장 많았던, 한국 자체적으로 원탁이니 십이지신이니 꾸러기 수비대니 뭐니 만드는 게 가능하니 마니 하던 그 시절의 영광을 위하여.
-다른 건 몰라도 서울은 되찾아야지!
아무리 지하에 괴인이 있든, 아무리 서울이 위험한 곳이든.
-석하랑은?!
-석하랑은 부산 지켜야지. 일본이 무슨 수작을 부릴 줄 알고.
-크윽....
모두가 힘을 합하여 서울을 공략해낸다면, 분명 가능할 것이다.
-이거, 광검도 같이 서울로 올라가면 대박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ㅡ잠시 후, 대괴수중앙관리대책본부의 본부장이 나와 대국민 발표를….
낡은 모니터의 너머.
기자들이 잔뜩 깔린 기자회견장이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공중파나 지상파 뉴스 채널이나 인터넷 개인 방송국이나 너나 할 것 없이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건 서울에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라온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마 국가에서는 서울에 대한 지원을 일절 하지 않을 것입니다."
라온은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서울 지하의 사람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던 자들입니다. 저들을 사람으로 인정하면, 저들과 손을 잡으면 그건 자신들의 권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서울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신서울 토호들이니까."
권력은 자본에서 나온다.
서울에 있던 부동산이 괴수들에게 파괴된 이상, 상대적으로 온전한 신서울이나 지방에 자본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득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선의철의 정치적 파트너가 되었다.
"하지만 서울이 돌아온다면…."
"서울에 있던 부동산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재산의 복구를 원하게 되겠지. 부서지면 다시 고쳐달라고 할 거고. 집문서나 땅문서 같은 건 인터넷등기소에 소유권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서울의 재산은 거진 다 살아있다.
집기나 가전제품, 혹은 건물 등이 모두 붕괴되었을 지라도 자기 땅만 살아있다면 재기할 여력은 남아있다.
"서울 땅이 평양처럼 크레이터가 생겨서 증발한 것도 아니고, 그대로 존재하니까 괴수의 위협만 없으면 얼마든지 재건할 수 있어."
땅을 팔든, 아니면 그 땅 위에 컨테이너 하나를 가져다 놓고 재개발 될 때까지 버티튼, 땅에 대한 법적 효력이 일부분 남아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문제는 그 서울 땅도 대부분은 선의철 사람들한테 가있다는 거?"
"예. 서울의 건물과 땅을 헐값에 팔았던 자들이 상당합니다."
서울에서 무일푼으로 지방에 내려온 이들이 살기 위해서 어떻게 했을까.
은행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서울의 본점에 계류되어있는데, 은행들이 제대로 자본을 만들어줄 수 있었을까?
없다.
수도권에 모든 자본이 집중되어있던 제1금융권은 모두 폭발했고, 전국 각 지에 거점을 두고 있던 은행들이 그나마 지점마다 자본금을 가지고 있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아니, 내가 여기를 주거래 은행으로 써야한다고...?
-아 꼬우면 다른 곳 쓰시라고요.
-저기, 큥큥은행 계좌는...?
-죄송하지만 큥큥은행은 파산했습니다. 해당 은행에 있는 돈은 이쪽에서 출금할 수 없습니다.
"저도 원래는 다른 은행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이 점령당한 이후, 강제로 은행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선의철의 가장 큰 정치적 파트너였지. 경제적으로도."
돈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돈이 없는 자들에게 서울의 붕괴는 가히 지옥과도 같은 삶을 남겨주게 되었다.
계좌는 폭파.
부동산은 서울에.
결국 남은 것은 서울에 있는 부동산이 자신의 것이라는 '전산 기록' 뿐.
"신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과 땅을 넘기고 가족 먹일 쌀을 사고 원룸을 임대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자들 중 13년 동안 자신의 집과 땅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다들 그렇게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선의철과 그 세력은 그렇게 자산을 불려나갔죠. 서울의 음마 아파트를 고작 2천만원에 사들였을 정도로."
"서울코인이야 뭐야?"
"언젠가 서울을 수복하고 난 뒤에 재개발 되면 떡상할 거라고 생각했지 않겠습니까?"
땅을 괴수로부터 되찾을 수만 있다면.
죽은 가족으로부터 유산 상속을 받아 땅의 소유권을 되찾기라도 한다면.
서울의 땅이, 다시 내 것이 된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곳은, 서울이니까.
"지휘관. 제가 유성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만."
"수도권에 있는 땅들을 전부 사들인 거?"
"예."
유성, 은유하는 서울에서 도망쳐 내려온 이들로부터 많은 땅을 사들였다.
아파트 한 채는 커녕 자동차 한 대 값 나올 헐값에 사들여 많은 욕을 먹기도 했다.
수도권 난민들의 피묻은 돈을 갈취한다고 더 욕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그런데 정말 유성의 회장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응. 서울에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모두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더라. ...여의도 빼고."
그건 지휘관과의 관계가 아주 나쁜 은유하의 이야기고, 지금 이 게임 속 은유하는 상황이 다르다.
'20년의 지구에서도 많이 도와줬지.'
20년의 유하도 수도권의 땅을 모조리 사들였다.
하지만 나와의 거래를 통해 그녀는 땅을 괴수들로부터 되찾은 뒤, 12년도의 원래 시세만큼 값을 쳐주거나 합당한 경제적 지원을 해줬다.
-고객님. 당연히 고객님이라면 현재 가치가 아닌 미래 가치를 가정하여 계산해주시겠죠?
...부족한 만큼 피닉스가 코어로 값을 치뤄 벌충했다.
20년의 지구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이 그렇게 욕을 하던 피닉스가 사실은 악덕 기업 유성으로부터 자신의 땅값을 대신 지불해주고 건물도 황토방 한옥으로 재건축까지 해줬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인게임에서 내가 그처럼 해야할 때가 왔다.
피닉스는 사상 최악의 빌런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내게는 다른 이름이 있지 않은가?
독재자조차 모독하는 신의 권위가.
-말씀드리는 순간, 지금 막 대괴수중앙관리대책본부의 본부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머리가 벗겨진 정부 측 인사, 선의철에게 충성을 다하는 대가로 장관급 위치에 오른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회견장에 나섰다.
-에…. 스스로를 서울의 주민들이라고 부르는 폭도들의 성명에 대한 대통령 각하의 말씀과 정부의 입장을 전합니다.
"그래도 서울을 수복하는 건데."
-정부는 폭도, 테러범, 빨갱이와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비협조적으로 나와야 빌런이지."
역시나.
* * *
서울의 주민들은 폭도다.
정부의 발표가 널리 퍼지자, 신서울은 난리가 났다.
-서울에 우리 아버지가 지금 살아계신데, 우리 아버지가 지금 폭도라는 거냐?
-진짜 빨갱이들 섞여있으면 어떡함?
-고작 13년 떨어져서 지냈는데 누가 누군지 모를 리가 있음?
-선의철이 주민등록말소했잖아. 제작년에 무슨무슨법이 통과되어서 서울에서 죽은 사람들 다 정보 소멸됐음ㅇㅇ
-용의주도한 3cm새키….
-주민등록증 가지고 있으면?
-고딩들도 담배 사려고 민증 위조하는 나라인데, 빨갱이들도 위조할 수 있지! 아니면 죽은 사람 거 가지고 있거나.
-얼굴은?
-성형.
서울의 주민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자.
서울의 폭도들을 경계하는 자.
신서울은 두 부류로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은, 설령 선의철의 실체가 폭로되었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폭로가 전부 사실이라고 하자. 근데 그거 맞다고 하면 나 공구리 당하는 거 아님?
아직은, 모두가 선의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있는 곳이 신서울이기에.
신서울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없는 이야기는 아니기에.
폭로 중에는 선의철이 신서울에서 불순하거나 불온한 자들을 실제로 잡아가서 감옥에 처넣어 강제로 노동을 시키거나 죽인다는 내용이 있었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두 군데.
-정부 입장은 알겠고, 그러면 협회에서는 어쩔 건데?
지옥불반도에서 협회라고 하는 것들은 전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가득했지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협회-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믿어야 하는 협회가 아직 하나 남아있었다.
-그래도 S급 괴수 레이드인데 히어로 협회가 마냥 모른 척 해도 되는 거임?
과연, 한국의 히어로 협회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모두의 관심사는 협회에 쏠리게 되었다.
* * *
<그 시각, 대괴수중앙관리대책본부.>
"그래서 정말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겁니까?"
"그렇다니까. 지금 서울이 중요해? 선의철 대가리가 날아가게 생겼잖아!"
"대가리가 아니라 아래에 있는 좆대가리가 아니고요?"
"날아갈 좆대가리는 있나? 그거 잘라내다가 부랄이 먼저 잘리겠다! 아오, 미치겠네."
관료들은 자리에 없는 선의철을 욕하며 이를 갈았다.
"밖에 시위하고 난리났는데, 선의철은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창밖.
몇몇 이들이 대로에 모여 마도기어의 빛을 밝히며 시위를 펼치고 있었다.
서울에서 폭로한 수많은 비리가 사실인지 아닌지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었고, 선의철은 서울의 이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젠장...."
본부장은 유독 눈에 띄는 문구에 마음이 불편해질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광검을 뭘로 협박했길래 광검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아?"
광검.
신서울의 수호자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국민 앞에서 여자가 된 꼴을 보이라는 겁니까?"
"이슈는 이슈로 덮는 거다. 희생해라, 광검."
광검.
허윤환은 허윤화가 되어, 선의철을 독대하고 있었다.
DB61-39UCT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