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48화 (948/1,497)

EP.948 2부 9장 05 이중공략

클램하우스.

"말이 클램하우스지, 사실은 뷰빔하우스 아닌가?"

석하랑의 말에 나는 차마 신라의 편을 들 수 없었다.

"오빠야, 어떻게 생각하는데?"

"조개하우스라잖아. 그럼 140%지."

"글체? 오빠야가 생각해도 그렇제?"

신라는 헤벌쭉 웃으며 인게임 속에서 자신만의 큥큥하우스를 만드는 것에 푹 빠져있었다.

"점마 지금 서울 수복하고 난 뒤에 누구를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 거 보이나?"

"음."

"오빠야. 그럼 점마는 게임 속 애들이랑 섹스하는 거니까, 섹스는 충분히 만족하겠네?"

"하랑아?"

석하랑은 순식간에 내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럼 내랑 하자."

"또?"

"또라니. 오늘 안 했다 아이가."

"어제는 했잖아."

"오늘은 안 했으니까 노카운트지."

"하아."

어쩌다 이런 일이 되어버린 걸까.

나는 석하랑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그녀의 말랑말랑한 배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서울 되찾는 거 지켜보자."

"저런 거 꼭 봐야되겠나?"

석하랑이 굳이 신라의 게임에 집중하지 않고 내게로 추파를 던진 이유는 게임 속 괴수들에 있다.

"저런 저질스러운 것들을?"

"아, 너는 별로 익숙하지 않겠다."

나는 석하랑이 잘 보이도록 화면을 조정했다.

"여기 나오는 모든 괴수들, 다 서울에 있던 놈들이었어."

"...진짜?"

"어. 전부 알게 모르게 서울에 있던 놈들이지."

게임 속 세상이 현실의 세상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처럼, 게임 속에 나오는 괴수들도 대부분 현실에 존재하던 괴수들이다.

단지 게임에 나오면 너무 그로테스크하고 역겨운 요소들이 많아, 19금 다크 판타지라도 미연시 요소가 있는 게임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그렇지, 유나야?"

"네. 죄다 현실에 존재하던 것들이에요."

"내가 플레이 실황 영상 볼 때는 없었는데?"

"그건 전체 이용가 모드라서 그래요. 저렇게 촉수 달린 괴수들이 나타났다고 실수로라도 히로인이 붙잡히면 어떻게 되겠어요?"

"우욱."

석하랑은 유나의 말에 진심으로 질색했다.

"진짜 싫다."

아무리 게임 속의 자신이 로하랑이 되었다고 한들, 과거의 데이터들은 로하랑이 아닌 성장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한들, 촉수괴수에 의해 강간을 당하는 19금 쯔구루 속 여주인공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괜찮아요. 게임 속에서는 그게 전혀 구현되어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저런 놈들은 나왔잖아?"

"최소한 히로인들은 당하지 않아요. 일반인이나 민간인들은 당하겠지만."

"...하아."

석하랑은 한탄했다.

결코 내게 가슴이 잡혀서 낸 신음은 아니었다.

"오빠야가 기를 쓰고 큐브들 정화하려고 했던 이유가 다 있었네."

"혼돈이 가중될 뿐이니까."

큐브의 힘을 사용하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생기기 마련.

신라는 그것을 큥트로피라고 불렀지만, 실상은 그보다 좀 더 단순한 현상이다.

"아군 레벨이 높아지면 상대 또한 레벨이 높아지는 게 좀 어렵다 싶은 게임들의 법칙이지."

아군은 강해지는데 상대는 무조건 레벨이 고정되어있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푸른 하늘의 데스디나스는 인게임 속에 합법적인 치트키인 큐브를 구현해놓았지만, 무분별한 사용을 하면 반드시 그게 큰 반작용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큐브를 통해 돈을 달라고 하면 은유하에게 뜯기는 돈이 더 늘어난다거나.

큐브를 통해 강제로 이능력자를 양성하게 되면 그만큼 괴수가 늘어난다거나.

특히 신라가 사용한 것처럼 큐브를 적당한 범위 이상까지 사용하면 인게임 속에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온갖 섹괴들이 튀어나오는 법이다.

"하랑이는 잘 모를 거야. 청화단이 처음 서울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한 게 저런 괴수들을 서울에서 지워버리는 일이었거든."

"그 때도 저런 놈들 많았나?"

"당연하지. 서울의 필드보스가 촉수 두꺼비인 것부터 그 증거인데."

히로인을 제외한 여성 동료들을 데리고 들어간다?

그리고 일부러 게임오버를 당한다?

바로 19금 다크 판타지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촉수씬의 시작이다.

메인 히로인들은 게임 속 시스템이자 미연시의 기본인 '히로인 보호법'에 의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괴수나 범죄자들에게 범해진다거나 더럽혀지지 않는다.

차라리 깔끔하게 살해당하면 살해당했지, 결코 성적으로 유린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메인 히로인이 아닌 캐릭터라면?

경우에 따라서, 큥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속이 거북해지는 짓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큐브를 여러 개 쓰면 그 때는 상황도 바뀌게 돼. 괴수들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인간을 죽이라는 목소리가 울리게 되는데, 이게 큐브를 사용한 역치가 늘어나게 되면 인간을 '범하고' 죽여라라는 식으로 바뀌게 되어버리거든."

"무상으로 얻는 힘을 없는 법이죠."

"그래. 지휘관의 마력공급마저도 반대급부가 존재하는 법인 걸."

"뭔데?"

"여자가 지휘관이랑 섹스하고 싶어지는 거."

말캉.

나는 석하랑의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돌핀팬츠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은 매끈하고 말랑한 둔덕 위를 슥슥 따라 움직였다.

"하랑이, 팬티는 어디갔어?"

"어차피 섹스할 건데 뭐하러 입음?"

"그럼 이것도 입지 말지 그랬어?"

"그럼 벗을까?"

"좋은 생각이에요, 언니."

유나가 바로 거들며 옷을 벗었다.

"신라 님이 서울을 수복하는 동안, 우리는 섹스로 응원하죠."

"그게 뭐야."

"점마가 게임 클리어하고 벗는 순간, 오빠야가 우리 다 따먹고 신라를 따먹어주는 거지."

"그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신라는 조용히 엄지를 척 들어올릴 뿐이었다.

"...하아."

뷰빔 하렘을 위해 게임을 하는 아내를 두고 뒤에서 두 여자를 동시에 범하라니.

'이게 하렘의 업보인가.'

큐브를 쓰지 않았지만, 내 곁에는 섹스를 원하는 여인이 둘이나 있다.

아니.

"오빠야, 아래쪽에 단단하게 선 건 뭔데?"

"뒤에서 등 마사지 해드릴게요."

앞뒤로 달라붙는 하랑과 유나를 꽉 붙잡으며, 나는 셋과 함께 신라의 게임을 즐겁게 관찰했다.

* * *

인게임.

"나도 하랑이 불러서 유나랑 같이 섹스나 할까."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니야."

히카리는 내 말에 기겁을 했다.

이들은 모르겠지만, 현실의 내 뒤에서는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열심히 사랑나누기를 하며 염장을 지르는 중이었다.

"안 되겠어. 빨리 서울 전역을 정리해야겠다."

지금 당장 긴급 중도 세이브를 하고 게임을 종료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끼어들어봐야 한창 쌩쌩한 하랑과 유나를 상대로 손가락만 빨아야 할 상황.

석하랑과 이유나가 최소한 다섯번 씩 질싸를 받고 난 뒤, 둘은 나가떨어지고 체력이 조금 떨어진 그를 상대해야 본격적으로 재미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참자.'

좀더 격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섹스를 위해서.

"...흐흐흐."

"지휘관 님, 혹시 끝나고 섹스할 생각에 그러시는 건 아니죠?"

"맞는데?"

"와오."

히카리는 혀를 내두르며 놀랐다.

"누구랑 할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지금 장난 아닌 거 아시죠?"

히카리는 다섯 팀의 데이터를 뽑아 내게 건넸다.

"지금 다들 자기들끼리 경쟁하고 난리예요."

"딱히 여의도에 빨리 도착한다거나 괴수들을 더 많이 잡는다고 섹스 먼저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그걸 빌미로 다른 동료분들한테서 먼저 순번을 따낼 수 있잖아요."

"앗."

당했다.

"녀석들, 설마 자기들끼리 내기를 한 거야?"

"후후후, 명확한 데이터가 여기 있는 이상 내기도 몹시 공정하잖아요? 히힛."

히카리는 데이터를 가리켰다.

나오는 수치라고 해봐야 죽인 괴수의 등급, 괴수의 수, 괴수를 소탕한 지역의 범위 등등이 나왔을 뿐이지만, 누가봐도 객관적인 데이터였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설마 자체 큥포인트를 실시하는 건가."

"따로 내기를 한 건 아닐 거예요. 서울을 탈환하는 이런 중요한 작전에 내기라니. 하지만."

히카리는 자신의 가슴을 콕콕 건드리며 나를 향해 엄지를 두 개나 치켜들었다.

"지휘관 님을 위해 누구보다도 많이 노력한 여자를 위해서 섹스 한 번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다들 나랑 섹스 우선권을 따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거지?"

"퍼펙트."

"그렇군. 흐흐, 역시 섹스는 답을 알고 있다니까."

"무슨…."

옆에서 선겨울이 한탄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실제로 섹스가 걸린 만큼 서울은 상당부분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지휘관 님, 유나예요.]

관악산 아래에 있던 유나가 연락을 보냈다.

[저희, 이제 슬슬 앞으로 진격할게요.]

"알겠어. 여의도에서 보자."

[네. 금방 봬요.]

유나가 S대에서 여의도로 내려가기 시작한 사이, 나는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슬슬 우리도 이동하자. 유나가 먼저 길을 열고 있을테니까, 우리는 그 뒤를 따라 이동하면 돼."

"중간에 혹시 괴수를 만나거나 그러면요…?"

"괜찮아. 유나나 히드라가 허투루 길을 닦아놓지 않았을테니."

다른 이도 아닌 유나가 이동해도 된다고 한다면, 그건 무조건 괜찮은 거다.

그리고 설령 앞에 괴수 하나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하유은, 시동 걸어."

부와아아앙.

관악산 정상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5톤 트럭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운전석에 앉은 흑발의 비서, 하유은은 시동만 걸어둔 뒤 바로 조수석으로 몸을 옮겼다.

"저, 저기?! 저희는요?!"

"뒤에 자리 있어요. 타세요."

하유은은 트레일러 뒤쪽을 가리켰다.

히카리는 자연스럽게 트레일러에 올라탔으나, 선겨울은 하유은을 한 번 째려보고는 히카리를 따라 트레일러에 올랐다.

"쟤 너 질투하는 것 같은데?"

"그러게요. 설마 들킨 건 아니겠죠?"

하유은, 아니 은유하는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향해 웃었다.

"정말 인기있는 사람은 고생하시네요. 후후."

"그 덕분에 너 지금 돈 벌잖아."

"그렇죠. 고마워요, 정말."

은유하는 내게로 고개를 뻗어, 내 어깨에 입술을 맞췄다.

"사랑해요, 지휘관. 500조나 벌게 해줘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마음에는 없었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이제는 생길 것 같거든요?"

역시, 은유하는 은유하다.

"지휘관 님께서 유성의 협찬 마크를 어깨 달아주신 덕분에, 지금 저희 난리 났답니다?"

그렇다.

나는 내 코트의 어깨에 유성이라는 마크를 달았다.

"사람들 난리나겠네. 떡경유착이라고."

"그래서 지금 스캔들 내고 있어요. 유성가 개망나니 막내 여자랑 지휘관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나랑 엮이면 비처녀 되는데?"

"음…."

은유하는 담담히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언젠가는 저도 그렇게 될 것 같은데 미리 소문 나는 것도 나쁘진 않죠."

"......."

은유하 루트의 문이 열렸다.

부와아아아아아앙!!

"끼요오오오옷ㅡㅡㅡㅡ!!"

"사, 살살 밟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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