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59 2부 9장 16 미라클 서울 그레이트 어게인
7월 4일, 낮 12시.
"이야, 서울이 완전 쑥대밭이 되어버렸구만."
서울에 올라온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이라는 장소에서 이렇게 안도감이 들었던 적이 있을까.
그들의 품에 있는 마도기어에는 서울에 빼곡히 자리잡고 있던 붉은 불빛이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오직 사람들의 흔적 뿐.
레이더 상에는 괴인을 나타내는 표시도 존재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울 시민'들의 것일 뿐이었다.
"이쪽은 출입금지입니다."
"오, 오오...."
괴인인 서울 시민들은 지하철 안으로 통하는 입구를 막았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그들의 외형과 체구 때문에 기가 눌릴 수밖에 없었고, 서울 시민들이 무슨 권리로 길을 막냐고 따져도 옆에 있는 협회 측 사람들에 의해 제지될 수밖에 없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지하 괴수를 마저 정리하는 중입니다. 군사 작전과 마찬가지니, 뒤로 물러나주시길."
"군사 작전? 선의철이 지금 하야하니 탄핵당하니 마니 하는데, 지금 무슨 군사작전 운운하고 있어?"
"지휘관이 지휘하는 작전입니다."
"죄송합니다."
괴인도 협회도 두렵지 않았던 이들은 지휘관이라는 이름 앞에 발길을 돌렸다.
지휘관.
S급 한 명만 있어도 나라에서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를 무려 다섯 명이나 데리고 있는 존재.
하지만 과연 다섯 명 뿐일까?
"야, 이번에는 안 나왔지만 '바나르간드'도 있겠지?"
"바람을 다루는 SS급 히어로 말이지? 그...가슴 존나 크고 섹시한 정장 누님?"
"분명 지휘관 덕분에 강해진 걸 거야. 크으...나도 지휘관이랑 섹스하고 싶다."
"마법소녀들이랑 섹스하고 싶다는 게 아니고?"
"왜? 지휘관이랑 섹스를 해야 마력이 늘어나는 거 아니냐."
지휘관 아래에 또다른 S급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굳이 S급이 아니더라도, 다른 등급인 이들이 S급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지휘관에게는 힘이 있으니까.
그리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힘이 있는 자에게 사람들은 몰리기 마련이다.
"지휘관 근처로 가자!"
"지휘관 근처에 가면 우리를 챙겨줄 거야!"
"서울 외곽으로 가는 것보다 지휘관 근처에 가면 더 안전하겠지? 그래서 지휘관, 지금 어디에 있는데?"
여의도!
사람들은 여의도 인근에 모였다.
이능력이 세상의 모든 힘 중 갑이 된 시대.
사람들은 당연히 강한 자에게 이끌리기 마련.
과거 광검이 온전한 힘을 가지고 있을 때는 신서울에 모였다.
하지만 그 광검마저도 지금 의식을 잃고 여의도에서 긴급 치료를 받고 있는 지금, 일단 서울에 모인 시민들은 모두 여의도 인근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니, 왜 못 들어가는 겁니까?"
"젠장, 도로가 다 붕괴되었어. 이대로는 차로 못 들어가."
"저거 그냥 공원으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저기? 물살이 저렇게 세차게 흐르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여의도에는 그 누구도 쉽게 들어갈 수 없었다.
정치인도 들어갈 수 없었고, 방송국 관계자도 들어갈 수 없었고, 심지어 이능력자를 비롯하여 여의도에서 지휘관과 함께 싸운 서울 시민들도 여의도에 들어갈 수 없었다.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다리가 끊어졌다.
직접 발로 공원을 넘어 가려고 했으나, 물길에 가로막혀 넘어가지 못했다.
"하하, 나는 가능하지롱!"
이능력자들은 허공을 뛰듯 물길을 넘어 여의도에 도착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은 지휘관과의 만남이 너무나도 절실했다.
그러나.
"이게 뭐야?"
"크윽, 결계인가."
"장난치지 말고. 크악?!"
"아니, 진짜 결계 있는데?"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물의 결계.
마치 여의도를 중심으로 철옹성과 같이 펼쳐진 물의 결계는 그 어떤 사람도 여의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니,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여의도가 개인 땅이야?!"
"미친. 여기다가 전세 냈어? 아무리 지휘관이라도...으읍, 으읍!!"
여의도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지휘관을 향해 성토하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황급히 그들의 입을 막았다.
"너 미쳤어?! 당신 때문에 헬조선 좆같아서 이 나라 떠나겠다고 하면 어쩔 거야?!"
"S급 애들이 애국심 때문에 이 나라에 남겠어? 지휘관 좆 따라서 외국으로 넘어가지!"
"여의도 정도만 챙기겠다는 거 아니야. 여의도에 뭐 꿀발라놨어? 씨발, 노른자 땅이긴 한데 여의도로 만족하겠다는 사람을 왜 자극하고 그래? 당신도 그렇잖아. 서울을 내가 구했는데 여의도 정도는 내가 먹을 수 있지!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걸?"
지휘관의 여의도 점거.
"어어, 저기 지금 여의도가?!"
구구구구.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여의도에 펼쳐진 네오 여의도의 모습에 또 혀를 내둘렀다.
"저게 다 뭐래."
"이게...이능력의 힘?"
"여의도가 순식간에 복구되다니."
모두가 지휘관의 힘에 깜짝 놀랐다.
지휘관보다는 지휘관 아래에 있는 이능력자의 힘이겠지만, 폐허가 된 도시가 단숨에 마치 대한제국이 대체역사에서 세계관 짱을 먹고 전통과 혁신을 유지하며 신도시를 건국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듯한 모습이 되었다.
삐빅.
모두의 마도기어에 문자가 도착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이게 뭐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문자 속 내용을 살펴보며 깜짝 놀랐다.
"서울을...전부 한옥 도시로 재건하겠다고?"
서울 재개발 계획.
흔히들 재개발이라고 하면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서있는 모습을 생각하거나 신도시를 생각했지만, 지휘관의 생각은 아무래도 다른 듯 했다.
-한쿡인 여러분, 전통은 충요해YO.
전통과 멋을 살린 디자인으로 서울을 한옥으로 뒤덮겠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폐허가 되어 건물을 다시 짓기 전에 도로부터 재정비해야 할 서울을 불과 한 시간 만에 네오 여의도로 만들어 견본을 보였으니, 사람들이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설령 현대식 건축물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고 해도, 나중에 다시 지으면 그만.
"에휴. 하필 한옥이라니. 마니악한 것도 정도가 있지. 전기 안 통하고 땔깜으로 온돌 떼워야 하는 거 아니냐?"
아무리 겉으로봐도 한옥 그 자체인 모습에 모두가 걱정했지만, 일부 허락을 받은 이들이 여의도 내부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하나 둘 정보가 퍼지기 시작했다.
"뭐? 지하에 공간이 또 있어? 지하로 통하는 엘레베이터가 있어?"
"위로 건물을 쌓은 게 아니라 아래로 공간을 뻗은 거라고? 그러면 지하가 너무 꿉꿉해서 좀 그렇지 않나? 햇빛 보고 살아야 하는...."
"그거라면 마력이 다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하하하!"
한옥은 말 그대로 '네오'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지하로 3개의 층이 아래로 내려가도 전혀 문제가 없는 구조였다.
1층 지붕에서 태양빛을 모아 지하로 퍼뜨린다거나, 지하 3층으로 내려가도 환기가 잘 된다거나.
"여기와서 이것 봐! 여기...한옥이면서 2층 집이야!"
"외형은 한옥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현대의 공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오리엔탈 샐러드와 같은 동서양의 조화! 아아, 어우러진다...!"
"아니, 여러분. 이런 건물이 한 시간도 안 되서 뚝딱 나타난 거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뭐, 그거야 마력으로 다 알아서 해결했겠지."""
불과 1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여의도를 덮은 한옥의 향연에도 사람들은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괴수 하나에 의해 나라가 멸망하기도 하는데, 이능력자 한 명에 의해 건물 하나가 뚝딱 새롭게 만들어질 수도 있는것 아니겠는가!
"원리가 뭐래?"
"집 한 채에 최소 B급 코어 하나씩 때려박다았다더군."
"와.... 그럼 집 한 채에 돈이 얼마냐?"
"몰라. 근데...저것들 다 누구 주려고 저렇게 집을 지은 거지?"
그 다음으로 궁금해지는 것 하나.
과연 저 한옥들은 누구를 위한 건물인가?
여의도에 펼쳐진 물의 결계가 지휘관이 여의도에는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자 하는 의도라면, 지휘관은 뭐하러 여의도 전체 면적에 달하는 곳에 한옥을 만들었는가.
"잠깐만. 이거 여의도만 해당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서울 전체를 이렇게 만든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여의도를 제외한 다른 곳은...서울 시민들을 위한 것?"
그리고.
또다른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잠깐만. 내가 잘못 봤나? 서울 집값이 다 1억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한 듯한 지휘관의 서울 주택 재생사업 프로젝트에 모두가 경악했다.
"D급 헌터가 막공 뛰어도 일주일이면 1억을 버는데 1억이라고? 미친."
"씨발, 강남 한옥 아파트가 1억이라고? 나는 지금부터 지휘관이다. 지휘관 욕하면 나를 욕하는 거랑 마찬가지다, 씨발!"
자고로 사람들은 돈에 가장 민감한 법.
지휘관이 만들어내는 서울의 한옥들이 고작 1억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모두 '할만한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야, 야! 이것 좀 봐봐!!"
"뭔데?"
"유성에서 공식 발표를 하는 중이야! 어...개망나니?"
사람들은 마도기어를 통해 링크에는 한 명의 금발 여인이 정장을 차려입고 단상에 올랐다.
* * *
안녕하세요, 여러분. 유성그룹의 'M.H.G.A.' 프로젝트 총괄자, 은유하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의도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루 아침에 여의도가 복구되는 모습을 보고 놀라셨을테고, 또 그 모습이 조선이 마치 미래 시대가 된 듯한 모습에 놀라셨을 겁니다.
우리 유성 그룹은 지휘관과 함께 아주 오래전부터 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서울을 재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휘관께서 서울을 탈환한 오늘 이 날로부터, 서울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미라클, 한강, 그레이트, 어게인.
여러분들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강의 기적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괴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집.
B급 괴수의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집.
21세기 대 마도시대, 전통과 미래가 함께하는 신개념 코어 주택.
영상 아래에 있는 링크를 따라오시면, 각 지역구별로 청약이 가능합니다.
집 한 채에 150m2에 이르는 한옥을 말이죠.
여러분.
저희 유성에서 제공하는 20년 무이자 대출과 함께, 서울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보지 않겠습니까?
지금 청약하시는 분께는.
여의도 안에 '특별청약'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참고로.
저희 유성 그룹의 프로젝트에 따라.
제 1호, 서울 시민이 되신 분이 바로 이분입니다.
여의도 주민, 지휘관 님.
톡 까놓고 말하죠.
최소 1억. 최대 3억.
여러분, 3억만 있으면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습니다!!
돈이 없으시다고요?
저희, 유성에서 20년 무이자 대출로 빌려드리겠습니다!
서울로 오세요!
다시, 서울에 한강의 기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