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87 [현실외전] 황금연휴를 지내는 방법 No.16 환룡
소꿉친구라는 말이 있다.
남녀 사이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정말 우연하게도 내게는 소꿉친구 한 명이 있다.
원수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엄마라고 해야 할까.
서울에 상경하여 서울 살이를 하겠다며 야심차게 지방에서 올라온 것 까지는 좋았지만, 현재 이 년-이 인간은 도무지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않고 있다.
[네가 좀 가서 봐줘.]
"...예, 아주머니."
[얘는, 호호, 어머니라고 부르라니까?]
"......."
오죽하면 이 인간의 어머니조차도 나를 본인 대신 돌봐달라고 청하고 있다.
20대 건장한 청년이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는 일인데, 마치 사위마냥 생각할 정도로 편하게 내게 요청하고 있다.
어찌하랴.
비록 생활력은 개판에 귀차니즘으로 무장한 녀석이지만, 내가 최소한 관리해주지 않으면 분명 집 어딘가에 곰팡이가 나타날 것이다.
삐빅.
나는 문을 열고 도어락을 닫은 뒤, 바로 옆집으로 향했다.
삐빅.
내 집이 아니지만, 나는 이 집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
그도 그럴게, 이 옆집은 내 소꿉친구의 집이니까.
"야, 환아. 나 왔다."
나는 소꿉친구를 '환'이라고 불렀다.
어려서 그냥 부르던 별명 같은 것이 어느덧 고착화 되었고, 이제는 환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해져버렸다.
"윽...."
들어가자마자 코를 찌르는 강렬한 냄새에 나는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냄새도 냄새였지만, 왠지 모르게 몸에 닭살이 돋을만큼 공기가 차가웠다.
마치 무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미친년이 진짜."
설거지는 내가 어제 하고 갔으니 하수구 냄새도 아니고, 화장실도 청소해뒀으니 화장실 냄새도 아니다.
밤에 뭔가 음식을 시켜먹지도 않았으니 먹다가 대충 식탁에 던져둔 치킨 냄새도 아니고, 땀에 절어 씻지 않아 나는 냄새도 아니다.
"야!!"
나는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환을 향해 달려갔다.
"냉동실 문은 닫아놔야 할 거 아냐!"
나는 급히 냉동실 문을 닫았다.
냉동실 안에 욱여넣은 온갖 음식들이 문이 열려있는 바람에 냉기를 뿜어냄과 동시에 냉동실 특유의 비닐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분명 냉장고에서 '띵동'하는 소리가 계속 울렸을텐데, 침대에서 일어나서 세 발자국만 움직이면 되는 일인데, 환은 일어나지 않고 계속 침대에 누운 채 이불을 덮고 있었다.
"야, 일어나. 벌써 정오야."
나는 발로 환을 꾹꾹 눌렀다.
번데기마냥 이불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어서 좀처럼 꺼내기란 쉽지 않았고, 나는 이불을 꽉 붙잡았다.
"흐읍!"
힘으로 이불을 단번에 당긴다.
마치 TV에서 테이블보를 빼내듯, 나는 온 힘을 다해 단숨에 이불을 빼내는데 성공했다.
"후, 후후...."
만화에서는 이불에 착 달라붙어있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도, 여기는 현실이다.
"야. 안 일어나?"
환은 분홍색 니트를 입은 채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누워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치마는 분명 어제 벗고 바지로 갈아입으려던 흔적일 터.
"팬티바람으로 이게 뭐하는 거야."
나는 이불을 주섬주섬 정리하며 환의 엉덩이를 발로 꾹꾹 눌렀다.
일어나라는 신호였지만, 환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이게 진짜?"
이불을 옆으로 둔 뒤, 치마를 정돈하며 나는 환에게 다가갔다.
"......."
내가 방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환은 조용히 자고 있었다.
너무나 깊게 자고 있어서 이대로 납치를 해도 정말 깨어나지 않겠다 싶을 정도였다.
"너무 잔다."
인간이 아무리 잠이 많아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자면 내가 다 무안해지지 않는가.
"...밥 먹여야 하는데."
냉장실을 잠시 살펴보니 어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라고 플라스틱 통 안에 넣어둔 덮밥도 그대로다.
전자레인지가 있으면 뭘하나?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돌리는 것도 귀찮아서 냉장고에 있는 우유 조금 마시고 그걸 식사라고 떼우는 걸.
귀찮아서 적게 먹는 것 치고 이런 신체를 가지고 있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지만, 그래도 역시 밥은 제 때 먹어야 한다.
"야, 진짜 안 일어날 거야?"
나는 다시금 환의 엉덩이를 발로 눌렀다.
탱글탱글해서 밟는 감촉이 조금 재미있었지만, 성희롱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환은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야."
나는 환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이대로 있으면 나 너 따먹어버린다?"
"......."
환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환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만큼, 그녀가 지금 '깨어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10초 안에 깨어나면 가만두고, 아니면 진짜 따먹을 거야. 10, 9, 8...."
카운트를 하면서, 나는 내 스스로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인간이라면, 어쩌면 내가 건 조건이 반대가 되어야 깨어나는 게 아니었을까?
안 깨어나면 이대로 두고 가고, 깨어나면 따먹는다고 해야 했던 거 아닐까?
"...0."
환은 기어이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 지금 콘돔도 없어."
"......."
"밖에 사정하기는 할 건데, 혹시나 안에 싸면 임신각인 거 알지?"
"......."
환의 생리 주기를 따지면 오늘이 가임기의 절정이다.
소꿉친구가 어떻게 남의 생리 주기까지 알고 있냐고 묻는다면, 생리대조차도 제대로 구비해놓지 않아 내가 이 인간의 생리대를 챙겨주고 있는 입장이라고 변명하리라.
"에휴."
나는 환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니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다음, 니트를 위로 말아올렸다.
팔은 베개를 향해 엎드리게 만들고, 니트는 팔꿈치에 걸리게 쭉 잡아당겼다.
제법 힘으로 당겼음에도 여전히 환은 깨어나지 않았다.
"브라는 또 벗고 잤네. 너 도대체 자기 전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환은 노브라였다.
자는 사이에 또 그 이상한 디자인의, 한쪽은 검고 한쪽은 하얀 색의 브라는 대충 방 구석에 처박혀있을 것이다.
아니면 화장실 수건 걸이에 걸려있거나.
"깨어날 거면 깨어나라지."
나는 환의 위에 엎어졌다.
성인 남자가 위에 엎드렸는데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사실상 깨어있지만 버티겠다는 의미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나는 환의 고개를 비튼 다음, 그녀의 어깨 위로 얼굴을 묻었다.
손은 침대 아래로 집어넣어 가슴을 살포시 움켜쥐었고, 검지로 천천히 꼭지를 찾기 시작했다.
"섰네?"
"......."
환은 여전히 침묵했다.
그녀의 유두는 단단히 서있었고, 나는 꼭지에 검지를 정확히 붙이고 빙글빙글 굴렸다.
"...으응."
직접 유두를 만지는데 신음이 흘러나오지 않을 리가 없다.
내쪽으로 고개가 돌아간 환의 숨결은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슬슬 오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래도 안 깨어나?"
쪽.
나는 환의 볼을 살포시 깨물었다.
입술이 아닌 볼에 키스를 하며, 입술로 볼을 누르고 혀로 핥으며 볼을 집중적으로 애무했다.
실눈을 뜬 것도 아니고, 계속 눈을 감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원래 더러움이 없는 몸이기는 하지만, 환의 눈에는 눈곱하나 조차 없었다.
"...흐흐."
나는 볼에 키스를 마친 뒤, 손을 조금씩 아래로 뻗었다.
매끈한 복부를 지나 아래로 내려간 손은 기어이 그녀의 가장 은밀한 부위로 향했고, 나는 힘으로 그녀의 하반신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안 깨어나겠다고 아주 시위를 하네, 정말."
어떻게 손을 집어넣다보니 엉덩이만 위로 들어올린 자세가 되었다.
여전히 환은 깨어날 생각이 없어보였고, 나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딸칵.
몸을 일으킨 다음 바지 버클을 벗자마자 뭔가 반응이 왔다.
나는 마치 긴장하는 듯한 환에게 안심하라는 신호로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였고, 속옷을 아래로 내려 허벅지에 걸쳐지게 만들었다.
"역시."
벗긴 팬티와 균열 사이에 투명하고 진득한 실선이 생겼다.
나는 그걸 손으로 훑은 뒤, 환의 둔덕에 슬쩍 문질렀다.
"윗입으로는 대답하기 싫으니까 아랫입으로 대답하겠다는 거야?"
"......."
찌걱.
잠시 열려있던 균열이 굳게 닫혔다.
안에 살짝 들어가있던 검지를 통해 환의 대답을 들은 나는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야, 넣을게."
"......."
나는 환의 엉덩이를 붙잡고 자지를 밀어넣었다.
일단은, 귀두만.
"야, 환아."
아무리 우리가 관계가 깊은 소꿉친구라고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솔직히 처음이다.
"...진짜 해도 되냐?"
아직, 나는 환과 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막상 저질러놓고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귀두를 넣어놓고 묻는 것도 어처구니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우응."
환룡은 잠꼬대를 하듯 몸을 뒤척였다.
고개는 앞으로, 팔은 턱을 받치듯 당기고, 엉덩이는 더 높게 치켜들며 무릎은 침대를 정확히 눌렀다.
야동에서나 보던 완벽한 자세에 나는 침이 꿀꺽 넘어갔다.
'그래, 이런 거 하는데 안해봤을 리가 없지.'
배신감이 조금 들지만, 솔직히 좆같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자지를 뺄 수는 없는 노릇.
'어디서 다른 남자랑 놀고 먹은 거야? 혹시 진짜로 자는 사이에 누군가한테 범해진 거 아니야?'
정말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찌직.
"......!!"
안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나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방 안에 아주 천천히 혈향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는 자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선명한 이물감에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환아, 너...."
환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고통을 참는 듯 정말 가만히 있었으나, 엉덩이에 은근히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후."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는 자지를 밖으로 빼냈다.
그리고는 다시 앞으로 밀어넣으며 환의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제법 뻑뻑하지만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고, 긴장되어있던 환의 엉덩이도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환아. 계속 그렇게 있을 거야? 응?"
"......."
환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자지를 밀어넣을 때마다 계속 자지를 꼭 손으로 움켜쥐듯 조일 뿐이었다.
처음이었지만, 서서히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안에 싼다?"
"......."
나는 환에게 한 번 더 거래를 제안했다.
안에 싼다는 것이 뭔지 아는 환룡인 만큼, 몸이 좀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니다. 계속 말 안하고 있으면 거절인 줄 알고 뺄까...?"
"......."
가만히 있던 환은.
"...그건 안 돼."
나지막하게 한 마디만 내뱉고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일자로 반듯하게 만든 다음, 뒤에서 자지를 최대한 밀착하며 몸을 붙였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에 싸줄게."
"......."
귓가에 속삭이자마자 환은 고개를 돌렸다.
반쯤 몽롱한 눈은 자는 건지, 아니면 가버리는 건지 애매했다.
그러나.
"...평생, 책임져준다고 말하면."
"평생 책임져줄게."
"......흐응♡"
처음으로, 환은 비음을 흘리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사랑해."
뷰르릇.
...처음부터 설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환이 쳐놓은 덫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