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9화 〉 1039. 신위
약속 장소에서 백지은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여전했다. 이제 30대가 넘은 백지은은 20대 초중반의 세련된 여성으로 보였다.
협회 간부인 그녀는 협회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모델 일을 겸하고 있다. 반쯤은 연예인이란 소리였다. 때문에 백지은을 협회 간부가 아닌 연예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쪽이야.”
자동차 앞에 서 있는 백지은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 하얀 피부와 웨이브 진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과 풍만한 가슴. 털털한 누나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실제로 백지은은 털털한 성격이기도 하고. 히스테리만 부리지 않는다면 더 좋을 텐데.
“연예인 자동차네.”
실내 공간이 넓은 미니밴이었다. 운전석을 포함해서 창문은 모두 짙은 썬팅이 되어 있다. 열린 틈으로 보아하니 안쪽에는 커튼이 설치되어 있어서 어두컴컴했다. 공간이 넓어서 카섹 하기 딱 좋아 보인다.
문제는 안쪽에 다른 사람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무테안경을 낀 단발머리의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안경을 빼면 미녀일 것 같은데, 나를 보는 눈이 영 곱지 않다.
참고로 안면이 있는 여자였다. 백지은의 매니저인 지희영이다. 백지은보다 나이가 5살 더 많고, 굉장히 친한 편이다.
“안녕하세요, 유진 씨.”
“네. 안녕하세요.”
지희영은 의심 어린 눈초리로 날 주시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내가 백지은과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의아할 것이다. 게다가 나를 대하는 백지은의 태도는 지희영을 대할 때와 비교해서 더 친근하니까.
백지은이 내 어깨를 잡았다.
“성유진! 네 자리는 운전석이야. 화보 촬영이 있으니 인천으로 가야 해.”
“뭐? 화보 촬영? 협회 일 때문에 날 부른 거 아니었어?”
“나한테는 이것도 협회 일이야. 내 목적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이미지의 협회 간부야. 그러려면 연예인 일도 빠짐없이 해야지.”
“알았어. 알았어.”
나는 대충 대답하면서 운전석으로 향했다.
솔직히 백지은이 유명해지는 건 나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동경하는 백지은과 섹스할 때면 묘한 우월감이 드니까.
차에는 이미 시동이 걸려있었다. 내가 오기 전에 지희영이 운전했던 모양이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이미 목적지는 설정되어 있었다.
‘설마 며칠 동안 운전기사 노릇만 주야장천 해야 하나? 실적 점수는 제대로 챙겨주겠지?’
나는 백미러로 힐끗 안쪽을 쳐다봤다.
백지은과 지희영은 몇 번 잡담을 나누다가 각자 태블릿을 들고 자기 일을 했다. 그녀들은 대화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였다. 백지은은 간간이 내게 말을 걸어줬다.
“도착했어.”
백지은이 차 문을 열었다. 그녀는 차에 내리기 전에 내게 카드 한 장을 건넸다.
“이건 뭐야?”
“근처에 카페 있던데 가서 커피나 좀 사와. 넉넉하게 30잔 정도면 될 거야.”
커피 심부름이었다. 이게 사회생활이라는 건가.
“알았어.”
어려운 일도 아니니 금방 해오기로 했다. 차를 몰고 가서 아메리카노 주문했다. 핫과 아이스. 어느 것을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날씨도 더우니 아이스로 선택했다.
“어휴,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걸 다…. 안 그래도 더웠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시원해지네요.”
“제가 아니라 백지은 씨가 사는 거예요.”
나는 스태프에게 아메리카노를 나눠줬다. 귀찮았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성유진 씨죠? 제가 헌터계에 빠삭해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왜 백지은 씨의 매니저 일을 하고 계신가요?”
실내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내게 물었다. 듣기로는 화보 촬영 감독이라 한다.
“협회를 통한 아르바이트에요.”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나와 백지은의 관계는 대외적으로 비밀이었다.
“아, 협회.”
협회란 이름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들은 협회를 신비하고 특별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렇게 협회의 이름을 팔면 웬만한 일은 알아서 이해해준다.
이윽고 촬영 준비가 끝났다. 옷을 갈아입은 백지은이 준비된 세트장으로 들어왔다. 강렬한 붉은색의 원피스였다. 평범한 여성은 소화하지도 못하는 옷이 그녀에겐 무척 잘 어울렸다.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렸다. 백지은은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감독이 지시하는 포즈도, 애드립으로 취한 포즈도 완벽했다. 백지은은 의상을 갈아입고 사진을 찍는 일을 반복했다. 나는 멍하니 백지은을 바라봤다. 머릿속에는 백지은을 따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유진 씨.”
백지은의 매니저인 지희영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 네. 희영 씨.”
지희영은 주위를 한 차례 둘러봤다. 우리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다른 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는 유진 씨를 조사했어요.”
“저를요?”
“네. 제겐 유진 씨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지은이에게 물었는데… 지은이는 유진 씨에 대해 잘 안 말해요. 지은이가 유진 씨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데도 말이죠.”
[우리 관계는 비밀이다.] 라는 최면 조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백지은은 친하게 지내는 지희영은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나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다.
“지은 누나와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인연입니다.”
“그래요? 근데 제가 조사했을 때는… 왜 지은이와 접점이 하나도 없는 거죠?”
지희영의 눈에는 의심과 경계가 가득했다.
나는 속으로는 제법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마스터한 연기 특성이 도움되었다.
‘이럴 땐 뻔뻔하게 나가야지. 지희영이 내게 직접 물으러 온 건 이렇다 할 정보를 못 얻었기 때문이니까.’
백지은에게 건 최면을 눈치챘다면 이렇게 온화하게 나오지 않았겠지.
“정말 저에 대해 조사한 게 맞습니까?”
“네?”
“적당히 어디 흥신소에 맡겨 조사한 것 같은데…. 저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닙니다. 이래 보여도 대한민국 헌터계에선 최고의 유망주로 불려요. 지은 누나와의 관계는… 제가 말씀드리기 뭐하네요. 지은 누나에게 직접 여쭤보세요.”
“…….”
지희영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악!”
여자의 비명 소리가 울린 직후 쿵하고 무언가가 떨어진 소리가 들렸다. 천장의 조명이 한 여직원에게 떨어진 것이다.
“119!! 119 불러!!”
주변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다. 가까이 다가가니 여성의 왼팔에 조명 파편이 박혀 있었다. 꽤 심각한 상태다. 모두가 어쩔 줄 몰라 할 때, 백지은이 나섰다. 그녀는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파편을 치우고 지혈을 했다.
이윽고 구급차가 나타나 그녀를 데리고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백지은의 얼굴이 유독 안 좋았다.
“지은아. 이건 신경 쓰지 마. 그냥 사고야.”
“…저 여성분… 아마 팔을 못 쓰게 될 거야. 내가 제대로 반응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어쩔 수 없어.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눈이 닿지 않는 곳의 사고까지 대응할 수는 없잖아.”
사고는 백지은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졌다. 아무리 A급 헌터라도 한계는 있었다.
촬영은 계속 이어졌다.
사고가 있었지만, 조명 하나와 직원 한 명만으로 일정을 미룰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씹창났지만.
촬영이 끝난 뒤에는 그녀들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고 지희영을 집 근처에 내려주었다.
“언니. 다음에 봐.”
“…지은아. 너 집에 바로 들어가. 어디 딴 곳으로 새지 말고.”
“에이. 나 바쁜 거 알잖아. 지금도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 협회 일이야. 그리고 유진이는 친한 동생이라니까? 너무 경계하지 마. 그리고 내가 내 앞가림도 못 할까?”
“……하아. 너니까 잘하겠지만…. 그 욱하는 성격이 문제야. 스캔들 터질 일은 하지 마. 알았지?”
“알았다니까.”
백지은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지희영의 잔소리에 살짝 짜증이 난 모양이다. 지희영은 익숙한지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은아. 우리 둘만 남았네?”
“야. 느끼하게 웃지 마.”
백지은이 뒷좌석에서 내 의자 등을 발로 퍽퍽 쳐댔다. 다소 과격한,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백지은의 진짜 성격이었다. 매니저인 지희영도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모를 거다.
“호텔에서 좀 쉴까?”
“흑심이 빤히 보이잖아. 나랑 그렇게 섹스하고 싶어?”
“지은아. 너도 많이 쌓여있잖아.”
“그렇긴 해.”
백지은이 깔끔하게 인정했다.
현재 백지은에겐 최면 다섯 개가 걸려 있다.
[나를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 온 소꿉친구이자, 섹스 프렌드로 생각한다.
내 명령은 그게 무엇이든지 따른다.
내 자지를 빠는 것에 지고의 기쁨을 느낀다.
내 자지를 보지에 넣으면 10배의 성적 쾌락을 느낀다.
우리 관계는 비밀이다.]
여기서 내 명령은 무엇이든지 따른다에서 나는 백지은에게 다른 남자랑은 절대로 섹스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백지은이 섹스할 수 있는 대상은 유일하게 나뿐이다.
거기에 이미 최고의 쾌락을 맛본 백지은이다. 오랫동안 섹스하지 않고 쌓여 있을 테니 욕구불만이 확실했다.
“왜 갑자기 옷을 벗어?”
백미러를 통해 옷을 벗고 있는 백지은이 보였다. 하얀 피부와 검은색 브래지어에 감싸인 F컵 가슴이 드러났다.
나는 군침을 삼키며 괜히 주위를 둘러봤다. 도로를 주행 중이라 이쪽을 보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짙은 썬팅과 창문으로 가려놔서 안쪽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호텔에 갈 시간은 없어. 차에서 하자.”
나는 인적이 드문 갓길에 차를 잠시 세워뒀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알몸 상태의 백지은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보지를 문지르고 있었다. 차를 주차하는 동안 참지 못하고 자위를 시작한 것이다.
“하윽, 하아, 학….
찌긋찌극.
빽보지를 문지르는 손가락에는 투명하고 끈적한 애액이 가득했다. 클리토리스와 소음순 사이를 집중적으로 문지르며 조금씩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녀의 자위를 지켜봤다. 뾰족하게 솟은 연갈색의 유두, 털이 없는 선홍색 보지는 가느다란 손가락에 의해 음란하게 뭉개지고 있었다.
”하응, 앙….“
백지은과 두 눈이 마주쳤다. 백지은이 씨익하고 웃는다.
”보고 있지 말고 빨리 이쪽으로 와.“
”어, 잠깐만.“
그녀는 내 멱살을 잡아당겼다. 반사적으로 저항했는데 소용없었다. 그녀의 힘이 나보다 더 뛰어났다. 순식간에 그녀의 옆에 앉게 되었다. 잔뜩 꼴려있는 백지은은 내 옷을 순식간에 벗겼다. 그리고 내 다리 사이로 들어가 내 자지를 한입에 물었다. 그녀의 뜨끈한 체온과 달아오른 숨결, 끈적한 침이 자지를 통해 느껴진다.
”쭈우웁! 쭙! 츄르르르릅!“
내 자지를 잡아먹을 기세로 빨아댔다. 뺨이 홀쭉해지고 눈이 휘어진다. 얼굴이 조금 망가지긴 했으나 여전히 예쁜 얼굴이었다.
”좀 살살 빨아.“
”츄우우우우웁!“
내 말을 아예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원인은 [내 자지를 빠는 것에 지고의 기쁨을 느낀다.] 라는 최면 때문이겠지. 내가 건 최면이긴 했지만 지고의 기쁨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찌걱찌걱찌걱!
아래쪽에서 격렬한 물소리가 들린다. 백지은이 쪼그리고 앉아 내 자지를 빨면서 보지를 쑤시는 소리였다. 집중하면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까지 들린다. 어지간히도 발정 난 모양이다.
”쭈우우웁! 후웁! 츠큽… 쭈웁!“
이토록 격렬한 펠라치오는 오랜만이었다.
”지은아… 쌀 것 같아.“
백지은이 내 사타구니 사이에 코를 박았다. 자지가 그녀의 목구멍을 넘어갔다. 목구멍이 마치 보지처럼 자지를 조인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잡고 사정했다. 백지은이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그녀의 눈이 황홀해지는 걸 보니 오르가즘을 느끼는 모양이다.
‘펠라치오를 하면서 오르가즘을 느낄 줄이야. 재밌네.’
백지은은 재주 좋게도 정액을 흘리지 않고 전부 받아냈다. 자지에 묻은 정액까지 번들번들하게 핥아 먹은 그녀가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쪽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