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5화 〉 1055. 신위
영상 속의 박수호가 외쳤다.
내 앞에 앉은 박수호의 얼굴은 경악을 넘어서 뭉크의 절규하는 얼굴로 변했다.
“아니야아아아아아악!!”
박수호가 고함쳤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남자 놈이 필사적으로 소리치니 기분만 불쾌해졌다.
“뭐가 아니야. 이거 누가 봐도 너잖아.”
“아니에요, 형. 저거 진짜 저 아니라고요! 누가! 누군가가 절 음해하기 위해 만든 합성 영상이에요!”
연기를 했다. 눈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척 내리깔았다.
“네 문신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나 정도잖아. 설마 내가 이딴 영상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거냐?”
기분 나쁘다는 표시를 내주자 박수호가 당황했다.
“그, 그 말이 아니에요. 형이 이럴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어쩌면 제가 모르는 사이에 누가 제 문신을 봤을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면 다른 특별한 능력으로 누군가가 이 영상을 만들었거나…! 어쨌든 이 영상 속의 남자는 제가 아니에요!”
놀리는 건 이쯤 하기로 했다.
“알아. 네가 이런 문란한 짓을 할 리 없잖아.”
“맞아요. 제가 이럴 리 없어요. 제가 말하기 뭐하지만… 저 진짜 바르게 살아왔어요.”
“난 널 믿어.”
“고마워요, 형.”
박수호가 피로한 기색으로 울먹였다. 감동한 모양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박수호의 얼굴을 후려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네 심정은 이해해. 하지만 상황이 위험할수록 차분해져야 하는 법이야. 넌 평범한 일반인도 아니고 헌터잖아.”
“형의 말이 맞아요.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잠시 정신이 나갔었어요. 형, 이 영상 어디에서 찾았어요? 이미 커뮤니티에 나돌고 있는 건 아니죠?”
“섹스넷이라고 알아?”
박수호가 흠칫 놀랐다. 눈동자를 굴리고 얼굴을 붉혔다. 섹스넷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다.
“아, 알고 있긴 한데…. 저 진짜 그런 사이트 이용 안 해요.”
확신할 수 있다. 지금 그의 말은 100% 거짓말이다.
섹스넷.
한국의 불법 사이트 중 하나. 온갖 음란한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는 사이트. 경찰이 몇 번이나 사이트를 폐쇄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손을 놓아버린 대한민국 남자들의 성지. 한 번도 들어가지 않은 이는 있어도, 한 번만 들어가 본 이는 없는 사이트.
‘요즘은 중학생들도 섹스넷에 대해 알고 있다는데 박수호가 모를 리 없지.’
박수호도 남자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성욕이 쌓이는 생물. 장담할 수 있다. 박수호는 섹스넷을 이용했을 거다. 어쩌면 지금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섹스넷에 그 영상이 올라왔어.”
“조, 조회수는 어느 정도 되는데요?”
“글쎄. 내가 봤을 때는 3,000 정도였는데. 한 번 들어가 볼까.”
태블릿으로 섹스넷에 들어갔다.
“형은… 섹스넷 자주 사용하세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 요즘 대한민국 남자 중에서 섹스넷 이용 안 하는 사람이 더 드물지.”
“그, 그렇군요.”
박수호는 섹스넷 사이트를 보며 창피해 했다. 참고로 지금 사이트에 접속한 내 계정은 부계정이었다. 진짜 본 계정인 ‘좆귀’는 박수호에게 보여줄 순 없다. 좆귀는 워낙 유명하니까. 지금 야동 랭킹 1~3위 전부 내 동영상이다.
“어… 레벨이 50이네요?”
“고등학생 때 사용한 계정이라 그래. 근데 레벨부터 보냐? 너도 이용해?”
섹스넷에는 계정 레벨이 있다. 활동하면 경험치가 쌓인다. 레벨 50은 70만 원 이상 결제하거나, 2년 이상 로그인 한 수준이다. 레벨은 큰 의미 없다. 레벨이 높다고 해서 특혜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저 고인물인지 아닌지 알려주는 정도가 전부다.
“아, 아니요. 그냥 레벨이 눈에 들어와서요.”
박수호가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했다. 나는 굳이 꼬투리 잡지 않았다.
“하여튼 이 동영상인데… 실시간 5위네?”
“미친. 조회수가 30만이라니…!”
박수호는 머리를 쥐어뜯었고, 나는 감탄했다.
섹스넷의 야동이 순위에 들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 절대적인 조건 하나는 여자가 예뻐야 한다는 거다. 그 다음이 화질, 자세, 구도 등등 있다. 허나 아무리 화질이 좋고, 구도가 좋아도 여자가 예쁘지 않으면 순위에 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박수호가 나온 야동이 실시간 순위 5위에 드는 건 무척 드문 일이었다. 나는 영상의 댓글들을 읽어봤다.
-Abcdefuck: 이건 진짜 귀한 영상이네요. 광원교라…. 이게 섹스 포교인가요? 어질어질하네요.
-네울: 모아이, 스핑크스, 돌하르방 삼인방 여자들 조낸 웃기네ㅋㅋ.
-섹4스: 저 남자 문신 잘 보면 움직이는 것 같은데. 되게 신기함.
-탑베인주거: 각성자겠죠. 아니면 마법 같은 거나.
-모기살500배!: 태그에 있는 섹스 포교나, 영상에 나오는 말들을 보면 종교는 확실한 것 같은데… 어디 종교임? 공짜로 섹스하게 해주면 나도 가입할 수 있음.
-풀돌감우풀돌감모스: 시발. 모자이크가 있는데도 알 수 있는 못생긴 와꾸라니…. 저런 여자들 보고 좆이 서는 건가.
-풀돌종려: 멋진 바위들이군.
-풀돌호두풀호마: 하핫.
-1돌소: …….
섹스 포교.
영상을 올릴 때 태그에 넣어 두었던 단어다. 아마 이 태그 때문에 사람들의 어그로를 끈 모양이다.
‘좋은 일이군.’
조회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실시간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섹스 포교라는 게 좀 특이하니 커뮤니티에 퍼지겠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상 속의 인물들을 알아낼 것이다. 그러라고 박수호를 제외한 여자나, 남자들은 모자이크를 굉장히 약하게 하고 올렸으니까.
‘내버려 두면 네티즌들이 광원교에 대해 알아낼 거야. 식을 것 같으면 장작을 더 넣어주면 될 일이고.’
세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이다.
“……형. 이거 삭제 요청 못 하죠?”
“경찰도 못 잡는 불법 사이트야. 네가 삭제 요청해봐도 씨알도 먹히지 않을걸?”
“젠장. 대체 왜 이딴 영상이…!”
박수호가 분노를 느끼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볼 때는 말이야. 이건 포교용 영상이야.”
“포교용이요?”
“섹스 포교라고 적혀 있잖아. 우리 종교에 들어오면 이렇게 섹스할 수 있다…. 뭐, 이렇게 말하는 거지. 실제로 댓글을 보면 어디 종교냐고 찾는 놈들 많잖아. 뇌에 좆만 든 놈들이야.”
아무리 여자가 못생겨도 일단 보지면 다 좋은 남자들. 뇌에 좆만 찬 놈들이다. 나는 그들을 극혐한다. 저딴 석상에도 박고 싶은 건가.
댓글을 다시 한 번 훑어본 박수호는 얼굴을 굳혔다.
“…형의 말도 일리가 있어요. 근데 진짜 어디 종교예요?”
“찾아가게?”
“찾아가서 따져야죠. 이딴 영상 올리지 말라고. 괜히 이 영상 때문에 저까지 피해 보잖아요. 만약, 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오해라도 한다면…. 흐억…. 상상만 했는데도 끔찍하네요.”
박수호의 눈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박수호에겐 사회생활이 걸린 문제였다.
“짐작 가는 곳이 있긴 해. 사실 너한테 오기 전에 조금 조사해봤거든.”
“어, 어딘데요?!”
“진정해. 좀 꺼림칙한 곳이라 말해주기 좀 그래. 그리고 그냥 찾아갈 생각은 하지 마. 세뇌 각성자가 있다고 추정되는 곳이니까. 세뇌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해.”
“세뇌… 라니….”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세뇌 능력. 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일이 보통이 아니란 걸 안 것이다.
“협회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증거가 없어.”
“증거….”
“그래. 증거. 협회를 움직이려면 증거를 찾아야 해. 근데 세뇌 때문에 증거를 찾기도 힘들어.”
“…….”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영상이 계속 퍼질 거야. 박수호,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해.”
“최악의 경우요? 지금도 최악이에요.”
“더 최악은 모자이크가 없는 원본 영상이 퍼지는 거지. 만약, 저 영상 속의 문신 남자가 진짜 네 얼굴이라면….”
“아악! 씨발!!”
“진정해! 박수호! 형이 도와줄게! 진정해!”
“형! 이거 진짜 어떡하죠?!”
“우리가 그 종교에 들어가서 증거를 찾자. 덤으로 원본 영상도 지우는 거야. 하지만 그전에… 세뇌에 대한 대비부터 해야 해. 너 혹시 정신 방벽 아이템 같은 거 없냐?”
“그런 비싼 게 있을 리 없잖아요.”
“세뇌 걸리면 말짱 도루묵이야. 문신 세계에 가서라도 한 번 찾아봐.”
“그냥 바로 거기로 쳐들어가면 안 돼요? 세뇌 능력이야 정신만 바짝 차리면 안 걸리잖아요.”
“네가 세뇌 능력을 몰라서 그래. 나야 B급 헌터고, 정신력은 알아주니 괜찮지만… 넌 아니잖아.”
박수호는 내 말에 고민에 빠졌다가 답을 냈다.
“……문신 세계. 거기에 답이 있을지 몰라요.”
박수호의 능력은 문신 세계다. 문신 세계로 갈 수 있고, 문신 세계의 영지가 부강해질수록 신체 능력이 강해진다. 문신 세계에 사는 주민의 능력을 빌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문신 세계의 성벽이 강화되면 육체의 내구력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인구수가 많아지면 체력과 마나가 많아지고, 도서관을 지으니 기억력이 소소하게 좋아졌다고 한다. 치료소를 짓고 나서는 회복력이 올라갔으며 마구간을 지으니 다리가 조금 빨라졌다고 한다.
박수호가 문신 세계를 기를 쓰며 발전시키려는 이유였다. 버는 족족 문신 세계에 투자하니 옥탑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정신 방벽을 얻으려면… 마법으로 성벽을 강화해야 할까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아. 네 영지에 신전이 있었나?”
“아뇨. 제가 무교라서요. 그리고 거긴 종교가 정치에 많이 간섭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배제했어요.”
“신전을 만들어. 어쩌면 네 정신력이 강해질지도 모르지.”
“…영 안 끌리는데.”
“한 번 만들어봐. 거기 종교가 뭐 있더라?”
“하나밖에 없어요. 셀교단. 신성 왕국 셀브라의 국교죠. 아니지. 셀 교단이 만들어서 국가의 성격을 띤 종교라고 해야 하나?”
“여신 셀브레티나를 모시는 종교?”
“네. 의외로 형도 알고 계셨네요?”
“저번에 들었어. 어쨌든 신전 하나 만들어. 그래야 셀브라랑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 아니야.”
“마도 왕국의 눈치가 보이는데….”
“작게라도 만들어. 영지민들이 원했다. 뭐, 대충 그런 핑계를 대고 말이야.”
“알았어요.”
“며칠 걸려?”
“3~4일 정도요? 드워프들이 있으니 작은 건물은 진짜 빨리 지어요. 근데 문제는….”
“문제는?”
“예산이 없어요…. 하아.”
“……빌려줄까?”
“아니에요. 대출받으면 돼요. 그렇게 너무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실 필요 없어요. 저한텐 익숙해요.”
“익숙하다고?”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하고 있거든요.”
“이런저런 일이라니? 말 못할 일이야?”
“몬스터가 나타나고, 갑자기 근처 마을에서 홍수가 나거나…. 뭐, 그런 일이에요. 그리고 현실에서도 시비 거는 작은 길드가 있었긴 한데…. 그건 저번 주에 해결했어요.”
“너도 파란만장하게 사는구나. 근데 빚이 얼마야?”
“5억 정도요. 이 정도면 2~3개월이면 갚아요. 그때 가서 또 대출받고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수호가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박수호는 문신 세계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종의 사업이다. 문신 세계가 발전할수록 강해지고, 강해지면 헌터로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니까.
그리고 지금 박수호는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
“그럼. 난 가볼게. 신전 완성되면 연락해.”
“형. 바로 가게요? 점심이라도 먹고 가요. 근처에 맛있는 짜장면집 있어요.”
“나중에 먹자. 지금 내가 좀 바빠서.”
“많이 바빠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무슨 일이에요?”
“넌 네 일 하기 바쁘잖아. 오지랖은 넣어둬. 그리고 어려운 일 아니야. 여러 가지 준비하는 거지.”
“형! 태블릿은 가져가셔야죠!”
“그거? 너 가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