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196화 (1,196/1,497)

< 1196화 > 1196. 광명승천도

나와 위유는 폭포 아래 계곡물 위에 섰다.

나는 ‘물의 축복’ 스킬 덕분에 물 위에 쉽게 서 있을 수 있었고, 그녀는 내공을 이용해 물 위에 섰다.

“영천류는 기본 초식을 약간 바꾸고, 영천기공을 뜯어고쳐 영천류의 입문 난이도를 내렸다.”

“이제 누구나 영천류를 익힐 수 있는 겁니까?”

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천류의 입문은 누구나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이상의 경지에 닿으려면 재능이 필요하다. 이건 다른 무공도 다를 바 없으니 단점이라고도 할 수 없지.”

위유는 수정한 영천류를 내게 가르쳐주었다. 영천류 특성을 마스터했기 때문일까. 나는 그녀가 수정한 영천류를 단번에 이해했다.

영천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기본기, 실전기, 고급기. 대부분은 기본기의 자세를 익히지 못해 나가떨어지는데, 그녀가 영천류를 고쳐준 덕분에 많은 사람이 기본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영천류의 실전기는 기본기의 응용이다. 노력으로 실전기를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암영과 뇌광으로 나뉘는 고급기는 재능의 영역이다. 재능이 있는 놈들만이 고급기를 익히겠지.

나는 이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진세영도 그럴 것이다.

“앞서 네게 영천류의 암영을 버리고 뇌광에만 집중하라고 한 적 있을 터다.”

“네. 암영에 대한 미련을 버렸습니다.”

“천단뢰결이 좋은 대안이 될 거다.”

“…천단뢰결과 영천류를 섞은 것입니까?”

“영천류의 초식은 그대로다. 영천기공을 천단뢰결로 보완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요?”

“천단뢰결의 특수성이 가능케 했다. 천단뢰결은 무공이되, 무공이 아닌 무공이다.”

“천단뢰결은 무엇입니까?”

“심법(心法)이다. 정신을 번개와 같이 바꾸어, 마음을 단련하는 수련법이지. 그리고 마음이 바뀌면 육체에도 영향을 끼친다.”

“…호흡법이 아니라요?”

“요즘은 심법을 호흡법과 동일시하는 모양인데…. 심법이 더 고차원적인 무학이다. 물론 제대로 된 심법에 한해서.”

“천단뢰결은 제대로 된 심법이군요.”

위유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내 말을 부정했다.

“천단뢰결은 순수한 심법이 아니다. 심법에 선술(仙術)이 담겨 있다. 천단뢰결은 승천을 위한 무공이다.”

선술.

좁게는 선계의 술법을 말하고, 넓게는 최상위 술법 위에 있는 술법을 말한다.

그리고 승천은 등선과 뜻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승천이란 이 세계의 법칙을 초월해 신이 되는 것을 말한다.

선술이 들어가 있을 뿐만이 아니라, 승천까지 노릴 수 있다?

“…천단뢰결은 엄청난 보물이었군요.”

“글쎄. 겨우 그것만으로 승천에 이를 수 있을 리 없다. 뭐, 그래도 천단뢰결을 대성한다면 승천의 실마리 정도는 갖게 되겠지.”

“스승님은 천단뢰결을 익히셨습니까?”

“널 가르치기 위해 약간만 익혔다. 그 이상으로 익힐 생각은 없다. 나랑은 맞지 않고, 무엇보다 내겐 자격이 없다.”

“자격이라뇨? 스승님께 자격이 없으면 누구에게 자격이 있습니까?”

위유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뇌령(雷靈). 천단뢰결은 뇌령을 가진 자만이 익힐 수 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님. 전 사실 뇌령을 가진 게 아닙니다.”

내가 번개를 잘 다루는 건 뇌전 특성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서 말하는 뇌령과는 엄밀히 말해서 달랐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냐.”

“그저 뇌기를 잘 다룰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가 뇌령이 타고난 줄 알지만, 실제로는 아닙니다.”

“…….”

위유는 손바닥을 펼쳤다. 내공이 그녀의 손바닥에 모여들더니 전류가 되어 파직거렸다.

“유진, 뇌기(雷氣)를 일으켜라.”

나는 잠자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파직.

손가락을 타고 전류가 흐른다.

“너와 나의 차이점을 알겠느냐?”

“어, 모르겠어요.”

속이지 않고 말했다. 이럴 때 아는 척하면 피곤해진다.

“나는 내기를 끌어내 뇌기로 바꾸었다. 반면에 너는 바로 뇌기를 끌어냈지. 알겠나. 이게 네가 뇌령인 이유다.”

“그러니까. 제가 진짜 뇌령이라고요?”

“스승의 안목을 무시하는 거냐? 못된 제자로군.”

“아, 아닙니다! 스승님을 믿습니다!”

“나는 천단뢰결과 영천기공을 합쳐 하나의 기공을 만들었다. …음. 어폐가 좀 있군. 천단뢰결이 섞인 이상 기공이라 하기도 뭣하니… 그냥 뇌천류라고 하지. 이 뇌천류를 익히면 너는 영천류의 암영을 얻을 기회를 영영 잃고 만다. 그래도 뇌천류를 익히겠느냐?”

“천단뢰결을 익히려면 뇌천류를 익혀야 하는거 아닙니까?”

“따로 익히면 된다. 효율은 별로고 성과가 나올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난 네 선택을 존중하마.”

“……제 대답은 이전과 같습니다. 전 영천류의 암영을 버리고 뇌광을 선택했습니다. 미련은 없습니다.”

“좋다. 구결을 알려주마.”

위유가 성큼 다가왔다. 그녀의 오른손이 내 머리에 올라왔다. 정수리. 더욱 정확하게는 백회혈을 통해 그녀의 진기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가 천천히 뇌천류의 구결을 말하며 진기를 움직인다.

나는 구결과 진기의 움직임을 외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내 머리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결은 한두 개가 아니다. 한자로 따지면 2,000자가 넘어간다.

하지만 내겐 천강성 시스템이 있었다.

『새로운 무공을 발견합니다.』

『사용자가 익힌 영천류의 상위 무공으로 판단됩니다.』

『승천의 편린을 확인했습니다.』

『뇌천류(雷天流)를 최적화합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적화까지 남은 시간 : 알 수 없음』

알림창이 떠오른다.

나는 입을 꽉 깨물었다. 머리에 두통과 함께 천단뢰결의 구결, 뇌천류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다.

위유는 어느새 뒤로 물러나 팔짱을 끼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대로군. 네겐 뇌천류가 무척 잘 어울린다. 여기서 뇌천류를 익혀라. 주위에 널린 수기(水氣)가 도움이 될 거다.”

나는 본능적으로 계곡 중심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흐르는 계곡물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최적화까지 남은 시간 : 1428일 14시간 25분 7초.』

나는 눈을 감았다.

이건 기연이었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그래도 1428일은 너무 긴데….’

애초에 최적화란 무엇을 말하는 거지? 현재 나는 오기 7단의 경지다. 경지에 이른 만큼 육체 또한 뛰어나다.

‘이 육체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내 몸에선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내단을 중심으로 기(氣)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뒤통수가 가려워졌다. 손을 움직이려고 했는데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최적화를 그만두시겠습니까?』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알림창은 선명하게 보였다.

‘불안하군. 가만히 있어야겠다. 그래도 영문을 모르겠는데….’

아무리 고민해봤자 내 머리로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10초 동안 천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천재의 시간을 종료합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

‘…알겠다. 천강성 시스템은 지금 뇌천류를 이용해 내 안에 우주를 만들고 있다. 내단과 내 의지는 우주의 중심이고, 뇌천류는 우주 그 자체다.’

천재의 시간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다.

내 의지에 우주가 반응한다.

『최적화까지 남은 시간 : 981일 11시간 37분 44초.』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는 내 의지로 우주의 완성을 도왔다.

『최적화까지 남은 시간 : 978일 7시간 5분 53초.』

『최적화까지 남은 시간 : 974일 14시간 56분 5초.』

『최적화까지 남은 시간 : 969일 2시간 28분 26초.』

조금씩 조금씩.

내가 우주의 완성을 도울 때마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었다.

•••

폭포 앞에 선베드를 가져와 앉은 위유는 칵테일을 조금씩 삼키며 계곡 중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그를 지켜봤다.

벌써 보름이 지났다. 성유진의 엉덩이는 수면 위로 10cm 정도 떠 있었다.

파직, 파지직.

그의 몸을 중심으로 뇌기가 번뜩인다. 오늘 낮부터 있었던 변화였다.

‘성공적이군. 설마 뇌천류의 구결로 깨달음을 얻고 삼정(三頂)의 경지를 엿보려고 할 줄이야.’

성유진은 삼정의 경지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엔 준비가 부족했다.

‘이번 기회에는 불가능하더라도, 다음 기회가 오면 손쉽게 삼정의 경지에 오르겠지. 그 준비가 지금 진행 중이니.’

이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에선 간혹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지.’

그녀가 생각하기에 성유진이 깨달음을 얻은 요인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천단뢰결과 성유진의 궁합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녀석은 이미 번개를 깨달은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번개를 뇌전이라고 불렀지. 번개에 대한 깨달음만큼은 나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르겠군.’

두 번째는 천강성(天罡星).

별 중에서도 으뜸인 천강성의 기운을 타고났다.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별의 기운이 성유진에게 작용한 것이리라.

칵테일을 한 잔 비운 그녀는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무수히 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시대에 따라 바뀌는 천리를 읽을 줄 모른다. 그렇기에 저 반짝이는 별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 허나, 저 어딘가에 천강성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천리를 읽을 줄 아는 누군가는 천강성의 존재를 알아차렸겠지.’

세상은 변할 것이고, 그 중심에는 성유진이 있을 것이다.

호기심이 불쑥 머리를 치켜든다.

위유는 고개를 저어 호기심을 찍어 눌렀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서방님은 아직 수련 중이시네요. 언제 끝날까요?”

위유의 뒤로 미령이 나타났다. 그녀의 전이술을 미리 감지했던 위유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끝날 때가 되면 끝날 것이다. …배가 고프군. 양고기 스테이크를 대령해라.”

“전 햄버거가 먹고 싶은걸요.”

“양고기 스테이크.”

“양고기 없어요.”

“냉장고에 있는 걸 확인했다.”

“…그거 시간이 꽤 지나서 맛없을걸요?”

“네겐 좋은 술법들이 있지. 난 네 재주를 믿고 있다. 참고로 나는 미디움 웰던이다.”

“예에…. 준비 할게요. …위유 님. 혹시 요리 배울 생각 없어요?”

“없다.”

“쳇. 너무하시네.”

전이술을 사용해 돌아가려던 미령이었으나, 밤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벼락은 정확히 성유진의 정수리에 꽂혔다.

“서방님?!”

“진정해라. 내 제자는 무사하다.”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서 번개가 계속 내려쳤다.

“…맙소사.”

번개 맞은 성유진은 사방에 뇌전을 뿜어댔다. 뇌전 줄기가 계곡물에 파고든다. 물의 흐름이 바뀐다. 폭포가 역류하고, 번개가 물에 반사된다.

“저 폭포에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저건 그저 번개가 기뻐하며 놀고 있을 뿐이다.”

“아니, 잠깐만요. 번개가 기뻐하다뇨?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충분히 말이 되는 소리다. 번개라고 해서 의지를 가지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으니.”

미령은 위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금방 원인을 찾아냈다.

“서방님이군요. 서방님의 의지가 번개에 담긴 거예요.”

“…그래. 내 제자는 번개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번개는 날이 밝을 때까지 날뛰었다. 그리고 성유진이 눈을 떴다.

•••

며칠 뒤, 나는 낙월산에서 천마신교로 떠났다.

가슴 속에서 천마신교를 지배해 진정한 천마가 되겠다는 야망이 꿈틀거렸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v천†마v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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