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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214화 (1,214/1,497)

< 1214화 > 1214. 광명승천도

기절한 천유운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그는 관자놀이를 붙잡으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후유증이 남아 있는지 안색이 영 좋지 않았다.

“…여긴 숙소군.”

천유운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주위에 나와 제갈모순, 연예하, 서문소려가 모여 있었다. 1분대 전원이 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깨어나셨군요. 다행입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제갈모순이 그에게 물었다. 천유운은 천천히 호흡하며 대답했다.

“두통이 약간 있군.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

“123번이 당신을 숙소로 데려왔습니다.”

천유운의 시선이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내게 향한다.

“계획 시간이 되었음에도 네가 오지 않아 찾아 나섰다. 우연히 흔적을 찾았고, 흔적을 따라가니 산길에 쓰러져 있는 널 발견했다.”

“…산길에? 내가 산길에 쓰러져 있었다고?”

“그래.”

“정말 산길이었나?”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거냐?”

“그게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렇다. 난 백산에 있는 어느 동공에 있었다. 내가 기절한 곳도 거기서였다.”

“동공은 모르겠고, 어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긴 하더군.”

천유운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허나 그것도 잠시. 냉정함을 되찾은 그는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날 도와줘서 고맙다. 이 빚은 잊지 않으마.”

“언젠간 갚아라.”

“물론이다. 근데 쓰러져 있던 내 주위에 무언가 있지 않았나?”

천유운이 찾는 건 백양화일 것이다. 그건 이미 광명승천도에 넣어 강화 중이다.

“있긴 했지.”

“…있었다고? 그건 어디에 있지?”

나는 제갈모순에게 눈짓했다.

“그 검은 심장은 제가 조사 중입니다.”

“…검은 심장?”

천유운이 눈을 치뜬다. 나는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네 근처에 떨어져 있더군. 특이해서 챙겼다.”

“이겁니다. 혹시 몰라 부적으로 봉인해 놓은 상태입니다만… 아마 의미 없을 겁니다.”

제갈모순이 부적을 덕지덕지 붙여 놓은 검은 심장을 서랍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검은 심장이군. 이게 대체 뭐지? 인간의 심장인가?”

“모양을 보면 인간의 심장입니다. 폭이 짧은 칼에 관통된 흔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술법의 재료인 듯싶습니다. 강시를 만들 때도 이런 비슷한 재료가 들어갑니다.”

“…과연. 누가 어디에서 이걸 만들었는지 추적할 수 있나?”

“인체를 이용한 술법은 보통 사술이라 합니다.”

“사파쪽이군.”

“예. 그리고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습니다만, 신교일 수도 있습니다.”

“…….”

천유운은 입을 다물며 생각에 잠겼다. 습격자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천유운은 내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니까.

“88번. 계획에 대해선 궁금하지 않습니까?”

제갈모순의 말에 천유운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생각에 너무 빠져있었군. 계획은 어떻게 됐지? 설마 실패한 건가?”

“성공했습니다. 당신의 의견대로 목인봉에 술법을 걸어 정해진 장소에 가져다 둔 것이 유효했습니다. 아주 적절한 장소였습니다. 천마신교, 천의맹, 백산금가. 세 세력이 동시에 목인봉을 발견했지요.”

“계획대로 돼서 다행이군. 먼저 나선 건 백산금가겠지?”

“예. 가짜 목인봉에 걸어둔 술법이 진위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주위에 천마신교와 천의맹의 무인들이 있어 초조해진 백산금가는 목인봉을 손에 넣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계획대로 전투가 일어났겠군. 승자는?”

“물론 우리 신교입니다. 애초부터 여기 백산성에서는 천의맹이 전력이 가장 약했습니다. 백산금가를 주의해야 했는데, 다행히 백산금가가 나서면서 천의맹과 천마신교는 동시에 백산금가를 상대하게 됐습니다.”

“천마신교 백산성지부에는 현재 우리 입마소가 와있다.”

“예. 입마소장과 567번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567번이 활약해주지 않았다면, 계획은 실패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이군. 면목이 없다. 내가 기절하는 바람에….”

“괜찮습니다. 일은 잘 풀렸습니다. 지금 해야 할 건 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계획의 마무리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계획을 알고 있는 건 우리뿐이다. 우리가 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건 입마소의 두 번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였다.

겨우 성적 때문이냐고 하기에는 입마소는 앞으로의 인생이 달려 있었다.

“입마소장에겐 내가 직접 보고하겠다.”

“보고해도 쉽게 믿겠습니까?”

“이미 입마소장에겐 떡밥을 던져 놓았다. 믿을 거다. 당분간은 우리가 할 일이 없으니 푹 쉬면 된다.”

“좋은 말이군요. 계획은 성공했고 88번도 괜찮은 듯하니 여기서 해산하도록 하지요.”

이견은 없었다.

모두 적당히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당연히 도양문으로 향했다. 나가기 전에 천유운의 얼굴을 힐끗 봤다. 바위처럼 굳은 얼굴은 근심이 많아 보였다.

•••

나는 자정 무렵에 연예하의 방에 들어갔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위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내가 찾아오리라는 걸 예측한 것이다.

그녀가 내게 시선을 돌린다. 나는 복면을 쓰고 있었다.

“오늘은 몸이 투명해지는 술법을 사용하지 않으셨군요.”

“술법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손에 들고 있던 안대로 눈을 가리고 언제나처럼 점혈을 짚어 그녀의 내공을 봉인했다.

손을 묶을까 하다가 관뒀다. 오늘 하려는 건 강간이 아니다.

“질문 10개에 진실 1개.”

“……질문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질문 5개로 하죠.”

“싫으면 됐다.”

나는 품에서 검은색 끈을 꺼냈다. 연예하의 양손을 묶을 끈이다.

“…알겠어요. 질문 10개로 하죠.”

연예하의 앞으로 다가갔다. 답답한 복면과 함께 옷을 전부 벗어 던졌다. 발딱 선 자지는 평소보다 더 흥분해있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전투 때문이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옷을 벗겼다. 스르륵, 스륵. 조용한 방안에는 천과 피부가 스치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녀의 가슴을 압박하는 붕대를 풀고 팬티까지 벗긴다. 그녀가 매일 관리하는 보지 둔덕은 반들반들했다.

“첫 번째 질문은 뭐지?”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내 목소리는 본래의 내 것이었다. 그녀는 염구석의 목소리라 생각하겠지.

“오늘 전투 때 있었나요?”

“무슨 전투?”

“오늘 낮에 있었던 백산 전쟁이요. 천마신교, 천의맹, 백산금가의 무인들이 전투를 벌였죠. 백산성 시민들은 백산 전쟁이란 이름을 붙였더군요.”

“…….”

나는 침묵했다.

연예하의 질문의 의도를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용의자는 대략 7명 정도로 짐작된다. 그 7명 중에 오늘 낮에 있었던 백산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건 나와 천유운 뿐이다.

‘무슨 질문을 할지 짐작가는군. 나와 천유운을 겨냥한 질문들이겠지. 그렇다면… 첫 질문에 진실을 말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고민 끝에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아니. 나는 백산 전쟁 때 없었다.”

이 대답을 연예하가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른다.

‘목표를 바꿔서 천유운을 범인으로 몰고 간다. 연예하는 천유운이 실력을 숨기고 있다고 짐작하고 있을 테니… 여러모로 상황이 맞아떨어져.’

연예하는 천유운의 신분도 알고 있다. 예전에 제갈모순에게 그랬던 것처럼 함부로 천유운을 대하지 못한다.

“…제가 뭘 협조해주면 되나요? 다리라도 벌릴까요? 아니면 침대에 엎드려야 하나요?”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궁금하군. 내 자지를 빨고 싶나? 아니면 내게 개처럼 박히고 싶나?”

“……글쎄요. 생각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군요.”

“일주일 전에는 돼지처럼 울었고, 한 달 전에는 개처럼 짖었지.”

“그랬죠.”

“오늘은 고양이처럼 울어볼까.”

“냐옹. 냐옹.”

“…….”

연예하가 고양이 목소리를 흉내 냈다.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 사실 그녀의 무반응은 예상하고 있었다. 저번에 땅바닥에 엎드려 돼지 목소리를 흉내 낼 때도 그랬으니.

“시시하군. 고양이는 됐다.”

“…….”

내가 입을 다물자 그녀 또한 입을 다물었다.

나로서는 약간 불편한 침묵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아래에서부터 움켜쥔다.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해도 몸은 착실하게 조교된 상태다. 가슴을 조금 주무르자 젖꼭지가 빨딱 섰다.

“오늘은… 그래. 그게 좋겠군.”

“…….”

여전히 무표정한 연예하의 안아 내 허벅지 위에 올렸다. 우리가 서로 마주 보는 자세였다. 물론 그녀는 안대를 차고 있어 날 볼 수 없지만.

나는 연예하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가슴이 내 상체를 누르고, 내 자지가 그녀의 아랫배를 꾹 누른다. 손으로 그녀의 매끈한 등과 탱탱한 엉덩이를 잡았다.

“나를 연인이라 생각해라.”

“…연인?”

“협조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설마 개와 돼지는 흉내 내도 연인은 흉내 내지 못하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알겠습니다. 당신을 연인으로 생각하죠.”

연예하의 보지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별다른 애무가 없었기에 젖어 있지 않고 마른 상태였다.

“그게 다야?”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지금 난 당신을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 내 연인이니까 날 사랑하겠지? 날 사랑한다고 말해.”

“…….”

평소와 달리 연예하의 분홍색 입술이 잠깐 3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열렸다.

“사랑해요.”

보지가 움찔거렸다. 손을 대고 있었기에 확실하게 느껴졌다.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듣기 좋군. 계속 말해. 아, 연인일 때는 날 가가라 부르도록.”

“…사랑해요, 가가.”

“양손으로 내 목을 감싸고… 목소리는 좀 더 부드럽게. 애정을 담아서.”

그녀의 부드러운 팔이 내 목을 감싼다. 그녀의 체온과 부드러운 살결이 무척 기분 좋다.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군요. 당신에게 애정이 없는데 어떻게 목소리에 애정을 담죠?”

“애정이 담긴 것처럼 연기해라. 연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좀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한다.

“사랑해요, 가가.”

듣기 좋은 목소리와 꽤 그럴싸한 감정 연기에 자지가 불끈거렸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계속 말해.”

“…사랑해요. 사랑해요, 가가.”

그녀가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속삭였다.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흥분된다. 나는 그녀의 보지를 덮고 있던 손을 뗐다. 손바닥이 애액으로 젖어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과 다르게 내게 사랑을 속삭이며 성적으로 흥분한 것이다.

자세를 조정했다. 연예하를 살짝 들어 발기한 자지를 보지에 조준한다.

찔꺽. 내 자지에 익숙해진 보지는 내 자지를 쉽게 받아들였다. 길들어진 보지는 내 집처럼 편안했다.

“…흐읏….”

“멈추지 말고 계속 말해라.”

“…언제까지 의미 없는 말을 계속해야 하는 거죠?”

“당연한 걸 묻는군. 내가 만족할 때까지다.”

“…사랑해요, 가가.”

“나도 사랑한다, 예하.”

연예하의 보지가 꽈악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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