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6화 > 1336. 고스트 로맨스
“세미야. 속옷 좀 보여줘."
"뭐, 뭐?!"
“지금 네가 어떤 속옷을 입고 있는지 궁금해. 보여줄 수 있지?"
"네, 네 부탁이라면…."
유세미는 숨을 삼키며 치맛자락을 잡고 들어 올렸다.
나는 유세미의 속옷이 수수할 거라 생각했다. 모범생, 검도부, 엄격한 집안 등을 고려하면, 화려한 속옷과 그녀의 이미지는 잘 매칭되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저번에 봤을 때 그녀의 팬티는 수수한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속옷은 달랐다. 하얀색의 속옷이었는데, 장미 자수가 놓여 있어서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평소에도 이런 속옷을 입어?"
“아니야. 오늘은 왠지 이런 속옷을 입고 싶어서…."
팬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엄지로 팬티 윗부분을 쓰다듬듯이 만지다가 팬티 중심을 옆으로 젖혔다. 예쁜 허벅지가 드러났다. 흠칫 놀란 유세미가 허벅지를 오므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보지에 검지를 갖다 댔다. 말랑하고 보들보들한 감촉이 느껴졌다.
"유진아. 이러면 안 돼. 하으…."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불쾌했어?"
검지를 뺐다. 검지 일부에 미세한 액체가 묻어 있었다.
"그런 건 아니고.… 좀 당황스러워서."
유세미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저번에 보지를 만졌을 때도 거부하지 않더니… 지금 당장 따먹어도 좋아하겠지. 뭐, 유세미한테는 저번 기억이 없겠지만.'
자지가 불끈거리는 걸 느꼈다.
이대로 탈의실에 들어가 따먹어 버릴까?
'아니야. 좀 즐기다가 따먹자.'
속옷을 고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본다. 화려한 속옷들이 많았다. 특히 속이 은근히 비치는 망사 팬티가 많았다. 그리고 끝부분에 전시된 갈라 팬티가 눈에 들어온다. 벌어진 중심 부위에 구슬 한 줄이 있었다.
"세미야. 너한텐 이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어, 어? 이 속옷? 정말로…?"
“그래. 탈의실에 가서 한 번 입어 봐."
유세미를 팬티를 바라보다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각오한 듯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알았어. 한 번 입어 볼게."
유세미가 팬티와 브래지어를 들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브래지어도 꼭지 부분이 갈라져 있었다.
나는 탈의실 앞에서 유세미를 기다렸다. 마음 같아서는 탈의실 안으로 나도 들어가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못 참을 것 같다.
몇 분 지나자 탈의실 문이 열렸다. 유세미는 붉어진 얼굴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었어?"
"입긴 했는데… 좀 어색하네.”
"보고 싶어. 한 번 보여주라."
“어, 그게….”
주위를 살핀 그녀는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짓했다.
"들어와. 네가 골라준 속옷이니… 당연히 보여줘야지."
탈의실에 들어갔다. 유세미는 문이 닫히자마자 치마를 들어 올렸다. 숨소리는 아까보다 거칠어진 상태였다.
“오오."
섹시한 망사 팬티의 중심은 갈라져 있었다. 그러나 보지는 보이지 않았다. 진주를 닮은 하얀 구슬이 아슬아슬하게 보지를 가린 것이다. 그래도 통통한 보짓살은 고스란히 보였다. 나는 손을 뻗어 구슬 줄을 당겼다. 보지가 드러났다. 분홍색의 촉촉한 보지다. 나도 모르게 보지를 만졌다. 손가락에 소음순이 걸리는 느낌이 좋다.
"하악.… 유, 유진아. 여기서 이러면 안 돼…!"
안된다고 말하는 것치고는 보지를 내 쪽을 향해 내밀고 있다. 마치 따먹어 달라는 듯이.
나는 여기서 유세미를 따먹어 버릴까 고민하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보지에서 손을 떼고 그녀의 상의를 바라봤다. 블라우스 위로 블레이저를 입고 있어서 브래지어를 입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세미야. 브래지어도 입었는지 보고 싶어."
"응? 잠시만."
유세미가 블레이저를 벗었다. 하얀 블라우스 아래로 커다란 가슴의 형태가 보인다. 그 중심 부위에 빨딱 선 젖꼭지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블라우스까지 벗자 분홍색 젖꼭지를 전혀 가리지 않는 브래지어가 나왔다.
H컵은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웠다. 나는 툭 튀어나온 젖꼭지를 반사적으로 입에 물었다.
"하으으으….”
유세미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나를 밀쳐내지는 않았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젖꼭지를 쪽쪽 빨다가 떨어졌다. 침에 젖은 젖꼭지에서 간신히 시선을 올려 유세미의 얼굴을 바라봤다. 흥분에 젖은 암컷의 얼굴. 나는 그녀를 덮치려는 마음을 겨우겨우 억제했다.
"잘 어울려. 나가자. 속옷은 마음에 들어?"
".네가 골라준 속옷이잖아. 무척 마음에 들어."
점원에게 속옷값을 치르고 시내를 함께 둘러봤다. 분식으로 배를 채우고, 요즘 유행이라는 카페에도 들렸다.
영화 한 편 보고 레스토랑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소화도 시킬 겸 공원 산책을 하는데 웬 남자 무리가 우르르 몰려오더니, 나와 유세미를 감쌌다. 유세미는 긴장하며 목도가 든 가방을 꽉 쥐었다.
나는 냉정하게 남자들을 살폈다. 수는 15명. 각각 손에는 쇠파이브나 망치 같은 무기가 들려 있다. 작정하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오랜만이다, 성유진? 여자친구랑 데이트라… 팔자도 좋구만?"
나는 내게 말을 건 남자를 바라봤다. 머리에 붕대를 한 오렌지 머리의 양아치였다. 귀와 코에 피어싱을 했고, 나이프를 든 오른쪽 팔에는 문신이 가득했다.
“저번에 너한테 맞은 머리가 아직도 아프다고. 오늘은 곱게 안 끝날 거야. 팔다리는 부수고… 그래. 벌거벗겨서 산에 갖다 버려주지. 네 여친은 우리가 잘 대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씨발년, 몸매 죽이네."
"크큭. 오랜만에 파티하겠는데."
"거의 연예인 수준이잖아. 아니,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더 예쁜 것 같은데?"
“오늘 로또 맞았네."
놈들이 누군지 기억났다.
신오정이 저번에 내게 보여줬던 사진에 나왔던 놈들이다. 신오정을 괴롭혔다가 내게 얻어터진 놈들. 내 별명이 지옥의 육단봉이 된 원인들.
'근데 그건 내가 한 게 아니라 이 세계의 설정이잖아.'
작정하고 복수하러 온 놈들이다. 뭐라 말해봤자 말은 통하지 않는다.
'어중간하게 패서 이래. 진짜 확실하게 패면 복수는 꿈도 못 꿀 텐데.'
그러니 오늘 확실하게 팬다. 나는 허리춤에서 퇴마봉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깟 양아치들 주먹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내 주먹만 아프다. 쓸만한 무기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복수 따위는 꿈도 못 꾸게 만들어 주마. 살인은 너무 쉽고… 식물인간이 낫겠군."
"뭐라는 거야, 이 병신 새끼가. 그때는 우리가 방심해서 당한 거고… 오늘 뒈지는 건 너다. 뭐해! 저 새끼 죽여버려!"
양아치들이 달려든다. 나는 천천히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지금 내 신체 능력은 평범하다. 일반인보다 조금 더 단련된 수준이다. 15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좀 힘들다.
'다른 놈들이 공포에 질리도록…. 먼저 달려드는 한 놈을 죽일 듯이 팬다. 아니, 아예 죽여버리는 편이 더 편할지도.'
"아아아아악!"
비명은 엉뚱한 곳에서 들렸다. 나와 양아치들은 서로 비명이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양손으로 목도를 쥔 유세미와 어깨를 잡고 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보인다. 남자는 고통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표정으로 유세미를 올려봤고, 유세미는 웃고 있었다.
떨리는 미소, 흐르는 식은땀, 흥분한 눈동자.
유세미는 딱 봐도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씨발! 여자한테 당해? 여자부터 잡아! 병신들아!"
화난 양아치가 버럭 소리쳤다.
빠악! 빡! 빡!
유세미의 목도는 거침없이 양아치들의 머리와 어깨를 때렸다. 처음에는 그래도 조절해서 때리는 것 같더니, 시간이 좀 지나자 명치, 목, 고간 등의 급소를 가리지 않고 때린다.
전투에 취했다.
달리 힘에 취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서 푸른 불꽃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대로 가다간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건 상관없어. 양아치가 죽든 말든 내 알바 아니니까. 문제는 유세미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거지….'
빠악! 빡! 빡!!!
"꺄하하하하하하!”
유세미가 미친년처럼 웃으며 목도를 휘두른다.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진다.
'미리 귀기도를 낮춰둬서 다행이군. 그게 아니었다면… 목도는 이미 칼로 변했겠지.'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결국 그녀의 힘은 더 강해질 테니까.
『1. 유세미를 막는다.』
『2. 유세미를 도와 양아치를 상대한다.』
『2. 유세미를 도와 양아치를 상대한다. V』
정답은 2번이다.
내가 유세미를 막으면 양아치들은?
양아치들이 어부지리를 취하게 놔두라고? 절대로 그렇게 둘 수 없다.
나는 퇴마봉을 휘둘러 양아치들의 뚝배기를 깼다.
빡! 빡! 빡!
손맛은 짜릿했다.
"아아아아악!"
유세미에게 당한 양아치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자빠졌다. 그의 어깨는 피로 흠뻑 젖어 있다. 목도로 낼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 나는 급히 유세미의 목도를 보았다. 귀신의 힘이 서린 목도의 날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유세미의 푸른 눈동자가 내게 향한다. 서 있는 양아치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유진아. 너 싸움 잘하는구나. 나랑 싸우자. 응? 괜찮아. 죽이지는 않을게. 팔이랑 다리만 자를게. 그리고 내가 평생 유진이를 보살펴 줄게. 난 유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똥도 받아 줄 수 있어."
『1. 유세미와 싸운다.』
『2. 유세미에게서 도망친다.』
『3. 유세미에게 살려달라고 빈다.』
유세미는 맛이 갔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1. 유세미와 싸운다. V』
'어쩔 수 없지. 유세미를 쓰러뜨릴 수밖에.'
선택지를 골랐음에도 몸은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알아서 싸우라는 뜻이겠지.
"유세미. 한 가지. 내 질문에 답해줘. 최근에 일어난 살인 사건. 그거, 네 짓이야?"
"응. 내가 했어."
"왜?"
“어쩔 수 없었어. 몸이 뜨거워서…. 죽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어. 그도 그럴게… 이런 힘을 가졌는데 썩혀두면 이상하잖아."
유세미가 섬뜩하게 웃는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달려들었다. 양아치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쉬.
그래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나는 퇴마봉을 옆으로 세워 유세미의 목도를 막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