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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74화 (1,369/1,497)

< 1374화 > 1374. 신의 아틀란티스

천마신공(天魔神功) 회천마룡(回天魔龍).

몸을 감싼 천마기를 회전시켰다. 회전한 천마기가 날아오는 천 개의 화살을 모조리 쳐냈다. 부서진 화살들은 먼지로 변해 사라진다.

"겨우 이 정도 화살 따위로 나를…."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천장에서 나타난 불도마뱀이 내게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불의 정령인가!'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불도마뱀의 입에 주먹을 찔러 넣는다. 주먹에서 천마기가 레이저처럼 뻗어 나가 불도마뱀의 몰을 꿰뚫는다. 불도마뱀의 몸이 바닥에 후드득 떨어지더니 불길이 되어 치솟았다.

"그 불은 네놈의 영혼까지 태울 것이다."

엘프 궁수가 말했다. 불길이 내 몸에 달라붙는다.

"뜨겁긴 한데, 못 버틸 정도는 아니군."

방어 대신에 반격을 선택했다. 피부가 불에 타는 정도는 감수한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공간을 뛰어넘어 엘프 궁수의 정면에 나타난다. 기겁한 엘프 궁수가 백스텝을 밟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내 공격이 훨씬 빠르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天魔劍) 구중삼살(九中三殺).

머리, 목, 명치.

세 부위를 동시에 찌른다.

허나 검은 엘프 궁수의 몸을 파고들지 못했다.

「비너스 엔터테인먼트는 특수 공간입니다. 비너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비너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직원은 피해받지 않습니다.」

"경비원처럼 뒤지는 거 아니었나?"

"버림 패와 나를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

엘프 궁수가 화살을 손에 쥐고 내 심장을 찌른다. 화살은 파랗게 빛나며 냉기가 심장에 침투한다.

「프로즌 하트에 당했습니다. 심장이 얼어붙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하락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7% 하락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35% 하락합니다.」

「천마신공이 프로즌 하트에 저항합니다. 능력치 하락 속도가 낮아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36% 하락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37% 하락합니다.」

움직임이 불편해졌다. 나는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엘프 궁수는 감탄한 시선으로 날 바라봤다.

“설마 프로즌 하트를 버틸 줄이야. 놀랍군. 이름이 천마라고 했나? 나는 올란이다. 너를 죽인 남자의 이름이다."

올란이 화살을 시위에 걸고 당긴다.

나는 천마군림보를 밟으며 화살을 피해 건물 밖으로 도망쳤다. 이 건물에서 내 승산은 0%다. 내가 불리한 곳에서 목숨 걸고 싸울 이유는 없었다.

건물 밖으로 나왔다.

'쫓아오면 그때는 완전 회복을 써서라도 죽여주지.'

아쉽게도 놈이 건물 밖으로 쫓아오는 일은 없었다.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개사기 어드밴티지를 버릴 필요는 없긴 하지.'

삐용삐용삐용.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기감을 퍼뜨리니, 못해도 수천 명은 될듯한 경찰들이 나를 잡기 위해 이곳에 모이고 있었다.

'경찰 중에 나도 무시하는 놈들이 제법 있어. 정면에서 싸우는 건 미친 짓이군.'

아까 엘프 궁수에게 찔린 가슴팍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심장을 옥죄는 한기가 아직도 느껴진다.

'이것부터 해결한다.'

잠시 천마신공에 집중한다. 프로즌 하트. 보통 기운이 아니긴 한데… 그래 봤자 천마신공(SSS)에 미치지 못한다.

「천마신공이 프로즌 하트를 녹입니다.」

「하락한 능력치를 서서히 회복합니다.」

'…후우. 기껏 나왔는데 얻은 게 별로 없군. 짜증 나네.'

돌아서려는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비너스 엔터 건물 오른편에 있는 거대한 빌딩이다. 그 입구에 ‘비너스 스튜디오'라고 적혀 있다.

‘개인 스튜디오도 가지고 있는 건가?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긴 섭섭하지.'

주먹을 쥔다.

현재 내가 가진 천마기를 모조리 주먹에 밀어 넣는다.

콰직, 콰드드득.

과도한 천마기에 주먹이 버티지 못하고 끔찍한 소리를 냈다.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그럭저럭 버틸만해.'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주먹을 내지른다.

천마기로 이루어진 용이 입을 벌리며 비너스 스튜디오로 날아가 부딪쳤다.

콰콰콰콰콰쾅!

빌딩이 개박살 나며 무너진다.

나는 그 참상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렸다.

고유 특성 기만(SS)을 이용해 육체를 투명화하고 위치에서 벗어났다. 주먹이 좀 아팠다.

데이비드는 중지로 안경을 추켜올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봤다.

그는 어느 주택에 들어와 있었고, 그의 앞에는 12명의 사람이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걔중 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년도 있었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제발. 기존의 영상을 전부 지우고 해명 영상도 올리겠습니다! 가진 재산도 전부 드리겠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저, 저 혼자 죽는 건 괜찮습니다! 제가 잘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가족만큼은…! 가족들은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가장 앞에 있는 남자가 무릎 꿇고 양손을 싹싹 빌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그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했다. 성유진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자신과 닮았다. 그래서 동정심이 생겼나? 전혀 아니다. 데이비드는 이놈과 자신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애초에 데이비드는 남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일이 드물었다.

"팍씨TV."

"네. 네. 팍씨 TV를 운영 중인 박순철입니다."

겁먹은 박순철이 기계처럼 대답했다.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왼쪽 발뿐만이 아니라, 오른쪽 발도 부러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네 가족과 친척, 친구는 이게 전부냐?”

박순철과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공포에 몸을 떨었다.

"전부… 네. 아까도 말했듯이 전부입니다."

「거짓말입니다.」

아까는 뜨지 않았던 알림창이 떴다.

데이비드의 거짓말 탐지기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방이 거짓을 진실로 믿고 있으면 거짓말 탐지기는 진실로 뜬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같은 경우는 상대가 잊고 있다가 뒤늦게 떠올린 것이다.

"거짓말이군."

"아, 아닙니다! 진짜입니다!"

"방금 떠올렸겠지. 떠올리면 떠올리는 대로 말하라고 했을 텐데…."

데이비드는 박순철의 머리를 발로 찼다. 박순철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광택이 도는 구둣발로 박순철의 오른쪽 발을 짓밟았다. 뼈가 완전히 바스라지도록 밟고 또 밟았다.

"누구냐."

"크흐윽, 흐윽, 흑…."

“누구냐고 물었다."

“저, 전 여자친구입니다…! 지금은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전 여자친구.

갑자기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완전히 연을 끊은 게 아니면 친구라 하기엔 뭐한 애매한 사이니까.

데이비드는 박순철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갤러리를 뒤졌으나 여자친구로 보이는 사진은 없다. 그는 저장된 연락처를 뒤졌다. 몇 없는 여자이름. 그 중에 하나.

“…델리아? 이 여자냐?”

"마, 맞습니다!"

"……."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면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델리아라는 여자의 SNS를 뒤진다. 그녀의 SNS에 사진이 나왔다.

데이비드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정장을 입은 그의 부하 2명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너희. 한 여자를 잡아…."

철컥.

현관문이 열렸다. 데이비드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현관문을 향해 바로 무릎을 끓었다. 그의 부하 2명도 다급히 데이비드를 따랐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건 성유진이었다. 짜증 가득한 얼굴을 한 그는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오셨습니까."

"누구 멋대로 인사하래? 뒤지고 싶어?"

“…죄송합니다."

성유진의 시선이 박순철에게 향했다.

“이 새끼야?"

"팍씨TV를 운영 중인 박순철입니다. 정체불명의 사람에게 영상과 의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정체불명은 개뿔. 비너스 엔터겠지. 총 12명이군. 다 모은 거 맞아?"

"예. 친척은 없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을 모았습니다. 다만, 뒤늦게 친구 한 명을 알리는 바람에…."

“한 명 빈다는 말이잖아."

"…네. 죄송합니다."

"일 대충 하네. 뒤질래?"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데이비드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이마가 바닥에 닿는다. 그는 지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천마'가 성유진이란 걸 확신한다. 처음에는 이 정보를 이용해 도망칠까 했지만… 빌딩을 무너뜨리는 천마의 힘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천마에게서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한 명은 누군데?"

"박순철의 전 여자친구입니다."

"예쁘냐?"

"…이렇게 생겼습니다."

공손히 스마트폰을 바친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박순철의 전 여자친구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성유진은 화면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귀엽게 생겼네. 앤 봐주자. 그럼, 시작해볼까."

성유진은 우선 고통에 떨고 있는 박순철에게 포션을 부었다.

그날 자정. 팍씨TV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어두운 화면 속의 박순철은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등 뒤로 무언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사람이다. 11명의 인간이 천장에 목이 매달려 죽어 있었다. 목 매달린 시체들의 하반신은 오물로 젖어 있었다.

"허억… 헉. 허억…."

화면의 중심,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박순철이 거친 숨을 내쉰다. 공포로 가득한 그의 눈은 감히 정면을 보지 못하고 땅바닥을 노려보고 있다.

화면이 갑자기 바뀌었다.

박순철의 위치가 조금 틀어졌고, 그의 상의는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나 얼굴은 멀쩡했다. 다만 머리가 분홍색 액체로 젖어 있었다. 여기서 눈치 빠른 자들은 분홍색 액체가 포션이란 걸 알아차렸다.

“저, 저는 팍씨TV를 운영하고 있는 박순철입니다. 저는 영상을 악질적으로 편집하고 올리는 일을 해왔습니다. 저 때문에 피해를 본 배우 카이테 님, 가수 텔레미아 님, 아이돌 그룹 씽걸즈 님, 포비츠 님에게 사과 인사드립니다.. 흑, 흐윽…. 모, 못 하겠어. 제발 살려."

화면이 순식간에 또 바뀌었다.

박순철의 오른쪽 눈은 텅 비어 있었다. 그의 입술에는 토를 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화면 옆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가 났다. 박순철은 두려운 눈으로 카메라 옆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더니 정면을 바라봤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편집한 영상으로 인해 피해를 본 많은 분께 사과드립니다. 특히 카이테 님은 제가 영상때문에 우울증 약까지 먹었다고 들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저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사죄의 뜻으로 저의가, 가족과 친구들과… 하, 함께 목, 목을 매달고 죽겠습니다. 지옥에서 죗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박순철은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다리로 의자 위에 올라선다.

그는 카메라를 바라봤다. 아니, 카메라를 쥐고 있는 누군가를 바라봤다. 그러다 두려움에 가득 질린 표정으로 천장에 걸린 밧줄에 목을 걸었다.

팍!

스스로 의자를 발로 찼다.

"꺼억, 꼭, 끄흐으윽!"

고통스러운 발버둥은 몇십 초간 계속되다가 끝났다. 그의 하반신에서 더러운 오물이 떨어지는 것을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사람들은 그가 살해당했음을 바로 알아차렸다. 애초에 자살한 사람이 직접 영상을 올리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스너프 필름.

본래라면 사이트에 업로드 되자마자 삭제되어야 할 영상은 사이트가 해킹되면서 3시간 동안이나 게재됐다. 실시간 영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그 짧은 시간 만에 동영상 조회수는 무려 300만이 넘어갔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진 것까지 합치면 6,700 구역에 있는 모든 사람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상 이상으로 화제가 된 것은 영상 제목이었다.

'다음은 너다.'

섬뜩한 제목.

누구에게 말하는 말일까.

박순철과 똑같은 짓을 하며 돈을 벌던 유저들은 겁에 질려 자신이 올린 영상을 모조리 삭제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대부분은 사과 영상까지 바로 올렸다.

대중들은 모를 것이다.

영상 제목은 그냥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반쯤 장난식으로 적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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