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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05화 (1,400/1,497)

< 1405화 > 1405. 아카데미의 구원자

결국, 안전상의 이유로 낡은 기숙사에 머물게 됐다.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불만을 삼켜야 했다. 안전을 들먹이니 반박할 말이 별로 없었다.

우리에겐 성하리가 있으니 안전성은 보장되어 있다? 성하리의 몸은 하나였다. 혼자인 성하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변수는 마도정. 성하리가 단숨에 처리할 수 있는 상대였다면… 일본이 처리하고도 남았겠지.'

우리는 낡은 기숙사로 들어갔다.

방 배정은 어떻게 하냐는 문제가 있었는데… 기숙사 크기에 비해 사람이 적어서 1인 1실을 배정하기로 했다.

'내부도 좀 낡았네.'

다행히 몇 년 전에 리모델링했는지 생활에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깨끗하긴 하군. 우리가 오기 전에 깔끔하게 청소했겠지.'

공용 식당과 주방도 있다. 식당은 따로 다른 곳에 있는 모양이지만, 여기서 직접 해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실은 원룸 형태지만… 상당히 넓어. 3~4명이 같이 살아도 괜찮을 만큼. 그리고 3층에 대형 목욕탕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드는군.'

나를 비롯한 몇몇은 목욕탕 시설을 찾아갔다. 실내지만 노천목욕탕처럼 꾸며놨다. 벽 한쪽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천장은 5M 이상으로 높았다.

'목욕에 진심이라더니 목욕탕은 마음에 드는군.'

시설을 관리해온 관리자들도 3명 있었다. 그러니 이 정도면 꽤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숙사를 한 번 둘러본 사람들은 1층에 로비에 모두 모였다. 윤희정은 사람들의 중심에서 손뼉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모두 한 번 둘러봤지? 방부터 나누자. 사람이 많다 보니 억지로 나눠야겠지만… 너희들 의견은 최대한 반영해줄게."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2학년 1위이자, 선도부장인 남궁화연이다.

"분란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깔끔하게 방을 배정해줬으면 합니다."

"분란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의견 정도는 들어보고 참고할 수 있지 않니. 정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면 제비뽑기로 방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야."

"…알겠습니다. 스승님의 뜻을 따르죠."

"너부터 말해 볼래? 넌 어느 방을 원하니?"

“저는…."

남궁화연은 성하리를 힐끗 본 뒤 말했다.

“성하리 님의 방과 최대한 가까웠으면 좋겠습니다."

“응? 나?"

성하리가 얼떨떨한 얼굴로 반문했다. 남궁화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성하리에게 인사했다.

"평소 성하리 님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존경해?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니?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아니요.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는… 성하리 님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태, 태어나?"

“과거에 있었던 서울역 참사 때 저희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그때 성하리 님이 나서서 몬스터를 쓸어주시지 않았다면… 저희 부모님은 그곳에서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겠죠."

“아, 그때…. 그패는 나도 모든 사람을 구하지 못했는데…."

"1,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는 참사였습니다. 하지만 성하리 님이 나서주신 덕분에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은 살아남았습니다. 거기에 제 부모님이 포함되어 있고요. 그래서 항상 성하리 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부모님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궁화연은 성하리에게 상체를 숙였다. 완벽한 90도 인사였다.

"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성하리가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누군가의 진심을 다한 감사 인사를 받는 것. 성하리는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남궁화연의 인사를 끝으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누구는 식당 근처를 원했고, 누구는 햇빛을 잘 드는 방을 원했다. 그리고 몇몇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봤다. 내 눈치를 보는 사람이 제일 많았다. 성하리, 이시은, 최다연, 고은하… 심지어 류하나까지 내 눈치를 조금 살폈다.

'내 방 근처를 선택하고 싶은 거겠지. 하, 이 몸의 인기란….'

그녀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나는 벽에 붙어 있는 기숙사 설계도를 바라봤다. 보면 학생들이 선택한 방은 동쪽에 몰려 있었다. 별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동쪽 방들이 채광이 좋고, 최근에 리모델링 되었기에 깨끗했다. 반대로 서쪽은 좀 오래되었고.

나는 서쪽 5층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전 여기 갈게요."

"그럼 난 엄마로서 유진이의 옆방을 선택할게."

성하리가 바로 끼어들어 오른쪽 방을 선택했다.

"전 유진이의 맞은편 방이요!"

이시은은 서둘러 말했다.

"…음. 서쪽 방이 좋을 것 같으니 이쪽으로 하죠."

"다연아. 동쪽 방이 좋지 않겠니? 거기가 더 깨끗하던데."

“어머니. 전 조용한 게 좋아요."

"그럼, 사람이 거의 없는 2층이나 1층을….”

“저보고 낮은 층에 살라고요?"

“아. 그렇지 그건 안 되지. 그럼 난 다연이의 옆방으로."

류하나는 조용히 5층에 있는 방 중 하나를 골랐다.

2학년인 남궁화연은 성하리의 옆방을 골랐고, 고은아는 남궁화연의 옆방을 골랐다.

윤희정은 눈치를 보다가 5층에 있는 끝방 중 하나를 골랐다.

"5층이 인기가 좋네요. 저도 5층으로 갈게요. 사람들이 많으니 제가 있는 편이 더 좋을 거예요. 조무상 선생님은 동쪽이 어떠세요?"

귀찮음이 가득한 조무상은 서쪽 5층을 선택한 사람들을 둘러봤다. 하나 같이 보통이 아니다. 개성들이 너무 강했다. 거기에 성하리와 최정화까지 함께 있다. 조무상은 3초 만에 윤희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지. 이제 방 배정은 전부 끝난 건가? 윤 선생. 이제 쉬면 되나?"

"네. 모두가 양보해준 덕분에 쉽게 끝났네요. 오늘 일정은 교류전에 관해 설명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에 끝이에요."

“그렇군. 저녁 식사까지 3시간 정도 남았나. 알아들었으면 모두 해산하지."

“선생님."

고은하가 손을 들었다. 2학년 4위인 그녀는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날라리였다. 요즘은 뜸하지만 나를 성적으로 괴롭히는 여자다. 물론 일부러 내가 당해주고 있고.

조무상은 귀찮다는 티를 팍팍 내며 고은하를 쳐다봤다.

"그래, 고은하. 질문해라."

"지금 방학이잖아요. 설마 우리보고 공부나 훈련만 하라곤 하지 않겠죠?”

"쉬는 시간은 확실하게 줄 거다. 단, 교류전에서 성적이 좋으면 말이다. 이건 한국 아카데미와 일본 아카데미의 자존심이걸린 문제다. 한일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하하. 이기면 된다는 거잖아. 알아듣기 쉬워서 좋네요."

“질문은 더 없지? 해산이다."

아카데미 학생들이 흩어졌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5층을 선택한 사람들도 전원 여자. 다시 말해 본의 아니게 내가 청일점이 된 것이다.

‘아주 좋군.'

나는 만족스럽게 씨익 웃었다.

우리는 다 같이 5층으로 올라갔다. 이 건물의 불편한 점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짐을 들고 모두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일반인이라면 기겁할만한 상황이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인들이다.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것 정도로는 지치지 않는다.

방에 도착했을 때, 성하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뒤를 따라 방에 들어왔다.

"유진아. 엄마가 짐 정리하는 거 도와줄게."

"혼자 해도 돼. 챙겨온 짐도 별로 없고.”

"흐음.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엄마가 우리 아들이 쓸 물건들 전부 챙겨왔으니까."

성하리는 등에 메고 있던 짐을 방에 내려놓았다. 유독 짐이 많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설마 집에 있는 내 물건들까지 챙겨왔을 줄은 몰랐다.

나는 다른 건 제쳐두고 침대로 향했다. 슈퍼 싱글도 아닌 일반 싱글 침대는 상당히 좁았다. 손으로 매트리스를 눌러봤다.

욕이 절로 나오는 촉감이었다.

'쓰레기군.'

다행히도 내겐 인벤토리가 있었다. 기존의 침대를 인벤토리에 넣고 새로운 침대를 꺼낸다.

킹사이즈의 최고급 명품 침대!

침대에 앉은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들. 침대부터 해결하는 거야?"

“침대가 가장 중요하니까."

“침대가 중요하긴 한데…. 네가 말하는 건 엄마가 생각하는 거랑은 다른 의미지?"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는데?”

“그게….”

성하리가 말꼬리를 늘렸다. 그녀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뻔했다.

"엄마도 이리 와서 옆에 앉아봐. 짐 정리는 나중에 천천히 해도 돼. 이 침대 진짜 푹신하고 좋아.”

"좋아 보이는 침대긴 하네. 어디서 구한 거야?"

나는 씨익 웃기만 했다. 다른 세계에서 구했다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성하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내 옆에 앉았다.

"확실히 좋은 침대네."

감탄하는 성하리의 어깨를 잡아 그대로 넘어뜨렸다. 침대에 누운 성하리가 당황하며 두 눈을 크게 뜬다.

"유, 유진아?"

"침대를 제대로 알려면 한 번 써봐야 알지."

"지금? 나중에, 밤에 하자. 응?"

"난 못 참아. 엄마도 그렇잖아."

"아니, 나는… 으응…."

성하리의 가죽 재킷을 벗기고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부드러운 감촉이 얼굴을 통해 느껴졌다. 티셔츠 너머로 가슴의 체온과 냄새가 온전히 느껴졌다. 내 손은 그녀의 청바지로 향했다.

커다란 골반에 꽉낀 청바지를 천천히 허벅지까지 내린다. 살짝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손을 넣었다. 음부에 손바닥이 닿는다. 팬티 안쪽의 탱탱함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지금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유진아. 조금만이야. 조금만…."

성하리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서린다. 그녀의 팬티를 잡아 아래로 내리려 할 때였다.

쿵쿵쿵.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들겼다.

“성하리! 이 방에 있다며? 다 알고 왔으니까, 나와! 할 얘기가 있어!"

나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대놓고 무시했을 테지만…. 최정화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성하리의 친구이기도 했으니까.

성하리는 내가 옆으로 일어나자, 서둘러 청바지를 끌어 올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성하리는 아쉬움 반, 미안함 반 담긴 표정으로 내게 웃어 주고는 현관문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야?"

성하리가 현관문을 열었다. 성하리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이 담겨있었다. 최정화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교류전 일정 확인해야지. 우리가 여기에 놀러 온 줄 알아? 일 안 할 거야?"

"…꼭 지금 해야 해?"

“지금 안 하면 언제 할 건데? 당장 내일부터 일정이 잡혀 있어. 강지영과 약속한 건 해야지."

"…하아. 그렇긴 해."

"근데 네 아들 방에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유진이 짐 풀어주고 있었어. 일단, 밖으로 나가자."

"흐음."

문이 닫히기 전에 최정화와 시선이 마주쳤다. 최정화는 흥미 가득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최정화가 내게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건 알겠군.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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