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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16화 (1,411/1,497)

< 1416화 > 1416. 아카데미의 구원자

"에이리스!"

레이카가 외쳤다. 중급 바람의 정령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정령은 바람이 되어 레이카의 레이피어에 스며들었다.

'정령을 무기에 빙의시켰군. 제법이네. 쉽지 않은 정령술인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레이카가 내게 대련을 신청한 이유 중에는 내가 그녀와 같은 정령사인 것도 있을 것이다.

“모카."

파지지지직!

전격과 함께 천둥부엉이가 나타났다. 모카는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레이카를 바라봤다.

"꾸욱!"

모카가 오른쪽 날개를 휘둘렀다. 전격이 레이카를 향해 쇄도한다.

레이카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레이피어를 가볍게 휘둘러 전방에 바람 장막을 펼친 것이다. 모카의 전격은 바람 장막에 막혀 흩어져 사라졌다.

'아무리 모카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 쉽게 막는군. 기본적인 실력은 된다는 거지.'

평범한 아카데미 학생은 모카의 전격에 반응조차 하지 못한다. 전격에 반응하고 대응한 것만으로도 레이카는 평균 이상의 실력을 증면한 것이다.

레이카가 레이피어를 휘두른다. 바람의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내게 날아왔다. 나는 스텝을 밟으며 바람의 검기를 피해낸다. 느껴지고, 눈에 보이는 이상 피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모카. 우리도 쟤처럼 싸워볼까?'

연습용 검을 들어 올렸다. 검에 빙의하라는 뜻이었다.

"꾸욱. 꾹."

모카가 고개를 내젓는다. 검에 빙의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억지로라도 강요할까 하다가 관뒀다. 모카는 어지간해서 내 말을 잘 들어준다. 그런 모카가 거부감을 표시했다는 건 정말로 하기 싫다는 뜻이다.

‘그럼 레이카 주변에 번개를 뿌려. 이 공간을 번개의 영역으로 만들자고.'

"꾹!"

모카가 훈련실 내부를 날아다녔다. 모카가 움직일 때마다 번개가 사방으로 뻗는다. 레이카는 번개가 자신에게 닿지 않도록 바람으로 몸을 감싸는 결계를 만들었다. 그녀의 녹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낀다.

'마나에도 한계가 있으니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거야. 바람이 잠잠해지는 순간 찰나를 사용해 접근한다.'

레이카를 감싼 바람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바람의 크기가 커지며 사방을 휩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큰 거 한 방으로 대련을 끝낼 생각인 것이다. 꽤 화끈한 사고방식이었다.

‘그럼 나는 정면 돌파다.'

검을 앞으로 내세우며 레이카를 향해 질주한다.

뇌천류(雷天流) 뇌강인(雷彊刃).

검날에 번개의 칼날을 덧씌우고 앞을 막아서는 바람의 장막을 벤다. 너무도 쉽게 베어지는 바람 장막에 당황한 레이카가 뒷걸음질 쳤다가 레이피어를 들어 올려 내 검을 막아내려 한다.

"에이리스!!"

그녀가 정령의 이름을 외친다. 직후, 우리 주위에 있는 바람과 공기가 농축되어 내 몸을 짓누른다.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무겁기 짝이 없는 발을 앞으로 내밀며 검을 휘두른다. 검은 그녀의 상체를 갈랐다. 전용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기에 상처를 입는 일은 없다. 대신 레이카의 트레이닝복 상의가 부서지며 하얀색의 수수한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윽…!"

레이카가 재빨리 팔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그래봤자 이미 스캔은 끝났다. 신보 레이카는 E컵이다.

"내가 졌어. 전에, 네가 날 구해줬을 때도 느낀 거지만… 넌 나보다 강해. 저기, 미안한데 계속 대련해줄 수 있을까?"

빤히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내 대답을 가리키고 있다.

"좋아. 시간은 많으니까.”

“고마워. 잠깐만 기다려줘. 새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올 테니까."

멀어지는 그녀의 뒤태를 보면서 호감도를 확인했다.

『레이카의 호감도: 55」

대련 한 번 했을 뿐인데 레이카의 호감도가 1 올랐다.

그녀의 성향을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마 호감도 60~63 정도까지는 대련만으로 무난하게 오를 거야. 당분간은 방과 후에 레이카와 계속 대련해야겠군.'

레이카와의 대련을 끝내고 같이 저녁 식사를 한 뒤에 헤어졌다.

밤 9시. 다른 뭔가를 애매한 시간이었다.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몸을 씻은 뒤에 최다연의 방으로 향했다. 문에 노크하려는 순간, 옆방 문이 열리고 최정화가 나왔다.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팔짱을 끼며 날 노려봤다.

최다연의 모친답게 최다연과 무척 닮았다. 단발머리가 아니라 최다연처럼 장발이었다면 10년 뒤의 최다연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지금도 모자관계가 아니라 자매라고 말하면 별 의심하지 않고 믿을 것 같다.

그녀의 시선에서 적의가 느껴진다.

"성유진. 잠깐 내 방에서 이야기 좀 하자."

"내가 왜 아줌마랑 이야기해요?"

최대한 띠껍게 반문했다. 최정화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날 향한 시선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누가 성하리의 아들 아니랄까 봐…. 그 성격이 판박이야, 판박이."

최정화는 성하리를 싫어하는 건가? 그런 것 치고는 성하리와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아줌마. 용건이나 빨리 말해요. 저, 다연이랑 놀아야 하거든요."

"…논다고? 너, 진짜…!”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떤다. 화내는 모습까지 최다연과 닮았다. 그녀는 이내 한숨과 함께 몸에 힘을 풀었다.

"일단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너도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잖아?"

"다연이랑 같이하면 안 돼요?"

"…다연이에 관한 이야기야. 난 너랑 다연이의 관계를 알고 있어. 우리끼리 조용히 이야기하자."

"뭐, 알겠어요."

나는 최정화의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성숙한 여성 특유의 화장품 냄새가 났다. 슬쩍 본 책상 위에 비싸 보이는 화장품들이 놓여 있었다. 성하리와 다르게 외모 관리에 진심인 모양이다.

그녀는 앉으라는 듯이 의자를 내게 내밀었지만, 나는 무시하고 침대에 앉았다.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바라보던 그녀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분위기를 잡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다연이를 놔 줘. 다연이랑은 앞으로는 말도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

“아줌마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난 다연이의 엄마야. 자격은 충분히 있어."

"다연이가 이 일을 알면 좋아할까요?"

"싫어하겠지. 하지만 난 내 딸이 네게 질질 끌려가는 걸 더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어."

"오해하고 계시네요. 다연이는 저와의 섹스를 좋아하고 있어요."

섹스.

그 노골적인 단어에 최정화의 뺨이 조금 붉어졌다. 섹스에 대해 내성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네가 사진으로 다연이를 협박하는 걸 알고 있어."

“아, 그거요? 다연이도 찍는 걸 허락해줬는데요."

"다연이가 허락해? 그딴 거짓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진짠데. 믿고 싶은 대로 믿으시던가요."

나는 대놓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사진 갤러리 앱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찍은 최다연의 음란한 사진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사진 장수만 따져도 300장이 가볍게 넘는다. 영상은 30개 정도 있다.

"아줌마. 봐요, 이 사진. 다연이도 좋아하잖아요."

최근에 찍은 사진이었다. 밤새도록 따먹힌 뒤에 오줌까지 지리며 헤헤 웃고 있는 사진이다.

최정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대비하고 있던 나는 찰나를 사용해 최정화의 손을 피했다.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흐른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스마트폰을 빼앗겼을 것이다.

이쯤 되니 최정화의 능력치가 궁금해졌다.

「이름: 최정화

근력: A- 체력: B 민첩: A-내구: B- 마나: A+

특성: 고요한 강화(A+)

스킬: 격투(A+), 고속이동(A), 강타(S), 속성내성(B+)

호감도: 7」

'전체적으로 높은 능력치긴 하네.'

하지만 최정화는 스마트폰을 빼앗지 못했다. 그녀가 다시 한번 내 스마트폰을 빼앗으려고 하기 전에 서둘러 말했다.

“한 번만 더 내 스마트폰을 빼앗으려고 하면… 저도 안봐 드려요. 인터넷에 최다연 사진이랑 동영상 올릴 겁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올릴 수 있다는 거 아시죠?"

"…미안. 내가 잠깐 이성을 잃었네. 딸아이의 중대한 문제잖아. 이해하지?"

"네. 이해해요. 우리 엄마도 내가 잘못되면 앞뒤 안 가리니까요."

“…성하리는 네가 이러는 거 알고 있어?"

“당연히 모르죠."

최정화는 건수를 잡았다는 듯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성하리가 알게 되면 크게 실망할 거야. 나는 네가 다연이를 놓아주고, 앞으로 다연이에게 접근하지 않는다고 약속만 한다면 비밀을 지켜줄 수 있어."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흘렸다.

“아줌마. 나를 아주 빙다리 핫바지 개병신 새끼로 보네? 엄마한테 말한다고? 말해. 어차피 좀 혼나면 그만이야. 근데 댁딸은 어떻게 될 것 같아? 창녀가 되는 거야. 창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연이 보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연이가 느낄 때의

표정을 전부 알게 되는 거라고. 금화 그룹의 망신도 이런 망신도 없지. 내 장담하는데 금화 그룹 주가가 땅에 처박힐 거야. 그렇지?"

최정화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너, 너, 너…! 이러고도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내가 확 돌아서 널 죽일 수도 있어! 금화 그룹은 그럴 힘이 충분히 있어!"

"날 죽이면 우리 엄마도 확 돌겠지. 그리고 날 여기서 몰래 죽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걸?"

딱!

손가락을 튕겼다.

내 옆에서 천둥 부엉이가 나타났다.

"꾹!"

최정화에게 인사한 천둥 부엉이는 다시 영체가 되어 사라졌다. 최정화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영감이 없는 아줌마는 모르겠지만, 내 정령은 이 방 안에 있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엄마한테 달려가 이르겠지."

"미, 미안해. 아줌마가 잠시 이성을 잃었었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할 말이 있으면 더 해봐. 없으면 여기서 관두고, 아, 다연이 보지에 좆 박고 싶다~”

뿌득.

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제, 제안이 있어. 돈을 원하지 않니? 아니면 원하는 영약이나, 아티팩트가 있다거나….”

"필요 없어. 웬만한 건 내가 다 구할 수 있거든."

“회사는? 내가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가 하나 있어. 그걸 네게 줄게. 매출은 200억이 넘고, 직원은 300명 정도 있어. 어떠니? 사장님 소리 듣고 싶지 않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연이에게 주인님 소리 듣는 게 더 좋은데."

"……."

"……."

나는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다. 최정화는 내가 원하는 게 따로 있음을 알아차렸다.

“…뭘 원하니?"

"일단 돈이지. 50억 정도? 이건 편하게 카드로 줘. 겸사겸사 잘 빠진 슈퍼카 한 대도."

“……그리고?”

“성욕. 다연이가 내 성욕을 안 풀어주니 다른 누군가가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 창녀는 삶싫어."

"…너랑 잘 어울리는 여배우가 있어. 이쪽에도 출혈이 심하겠지만… 네 마음에는 쏙 들 거야.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배우니까.”

"성 접대? 크크. 금화 그룹도 갈 만큼 갔구나."

"성 접대가 아니야. 정당한 금액으로 그 여배우의 인생을 사는 거지."

"그게 성 접대지, 이 아줌마야. 근데 난 그런 게 마음에 안 들거든. 그리고 내가 원하는 여자는…."

“원하는 여자는?"

비열한 미소를 입에 걸고 최정화를 노골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최정화가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 미친! 지, 지금 나를 원한다는 거야?!"

“아줌마. 지금부터 내가 제안 하나 할테니 잘 들어봐. 여기 있는 다연이의 사진이랑 동영상들 보이지?"

스마트폰을 양옆으로 흔들었다. 최정화의 눈동자가 스마트폰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아줌마가 여기 사진이랑 동영상에 나오는 다연이를 따라 하는 거야. 그럼 그 동영상이랑 사진은 지워줄게. 물론 인터넷에 있는 것까지. 동영상은 10개 정도고, 사진은 300개 정도야. 아줌마가 1~2주 정도 고생하면 사진이랑 동영상을 전부 지울수 있어. 어때?"

"나, 나보고 거기 사진에 찍힌 짓거리를 하라고…?! 너랑?!"

“싫으면 말고. 기분 나빠졌으니 이대로 다연이 사진이랑 동영상 인터넷에 올려버릴 테니 그렇게 알아. 오늘 밤이 금화 그룹 무너지는 날이겠네."

침대에서 일어났다. 미련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간다.

“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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