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준비(4) (18/218)



〈 18화 〉준비(4)

‘방금 그 말, 다음으로 넘어가달라는 말, 맞지? 맞는 거지?’

최후의 이성을 발휘해 그걸 굳이 육성으로 되묻는 짓은 참아냈다. 내가 지금 그렇듯, 아마 카야도 인생 최대의 용기를 내고 있을 수도 있으니… 괜히 안전하게 돌다리를 두드린답시고 돌이 침몰해버릴 수도 있었다.

아니 씨발 이미 분위기도, 진행 상황도 이미 떡각 제대로 탔구만 뭔 개소리야!

누군가가 준엄하게 꾸짖는 것 같았다. 내 안의 음습한 자아라도 있었나. 이십 몇 년 동안 발휘될 일 없는 어떠한 부위로부터 탄생한 제2의 자아가, 마침내 거사를 앞두고 폭발한 것일 수도 있었다.

‘믿는다.’

사실,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신과는 별개로 내 눈은 여전히 카야의 눈과 마주하고 있었고….

쮸웁-

내 뒷머리를 그대로 더 잡아당긴 카야가 이번엔 자기가 먼저 어설프지만 끈적한  키스를 해오자,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툭- 끊어지고 말았다.

카야, 네가 먼저 스킨십을 했다는 건, 이제 스스로의 몸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더, 완전히 바꾸어줄게.

원래의 목적과 내 몸이 원하는 목적이 완전히 합치되는 순간. 나는 상체를 살짝 일으켜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카야의 한쪽 가슴을 확 움켜쥐었다.

“흐읏…!”

‘씨, 씨발…?’

 말캉함과 부드러움과 탄력이 황금비율로 공존하는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은 대체 뭐지? 어째서 이런 감각을, 평소의 다른 것에선 느낄 수가 없는 거지?

움켜쥔 순간, 그 감각에 홀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중독됐다. 반대쪽 손도, 남은 가슴을 마구 움켜쥐었다.

크기? 모양?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지금 이 감촉이 개쩐다는 거랑, 내  때문에 마구 뭉개지고 이지러지는 그녀의 가슴 모양이 지독하게 야했다는 점이었다.

“…흐읍.”

“…카, 카야?”

“아, 아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뒤늦게 발견한 카야의 표정과 이어진 신음이 나라는 폭주기관차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녀의 표정과 신음은 아까와 명백히 달랐다. 고통을 참는 표정이었다.

수녀복이 형편없이 구겨졌고, 살짝 드러난 그녀의 피부가 완전히  손자국으로 엉망이 된 걸 본 후에야… 내가 얼마나 세게 그녀의 가슴을 쥐어짰는지 깨달았다.

“미, 미안! 미안, 정말 미안!”

“아, 아닙니다… 대장… 계속, 증명해 주십시오….”

부드럽게 애무를 하기는커녕 흥분이 모조리 날아갈 정도로 거칠게 다뤘으니, 싸대기를 맞아도  말이 없었다. 그러나 카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다시 이끌었다.

“조금, 아팠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놀란 게 더 컸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약하게 하면 될  같습니다….”

“그, 그래. 고마워.”

고마워? 말이야 방구야.

차라리 난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나저나 카야는 수녀가 아니라 성녀 아닌가? 이런 병신에게도 자애를 베풀어주다니.

그녀의 자애심에 감동하며, 아직은 얼얼할지도 모르는 가슴을 다시 만지는 대신 먼저 옷을 벗기기로 했다. 이 단순한 절차를 거치기 위해, 마시멜로를 10분 간 먹지 않고 참아야하는 5살 어린이의 심정이 되어야만 했다.

가슴! 저 야하기 짝이 없는 가슴을  만지라고! 지금 당장!!

- 옷을 벗기는  먼저지! 옷 위로 느낀 감촉이 그럴진대 맨몸으로 느끼는 감촉은 어떨지, 상상하면서인내하라고.

 뚝심 있게 인내심을 발휘하는 아이였다. 물론, 여기선 5초 남짓에 불과했지만. 그 대가는 1+1 마시멜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스륵- 사르륵- 하고 풀어헤쳐진 진심 수녀복. 그리고 가장 먼저 드러난 직각으로 멋있게 빠진 어깨와….

“와….”

“대, 대장?”

“와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곳이 울긋불긋 붉게 물들어있는 카야의 가슴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당장의 촉각만을 우선시했던 1분 전의 나를 맹렬히 규탄하게 만들었다. 통렬한 자기반성 시간이 지나고, 어떻게든 분위기를 다시 살린 카야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감상’ 모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단어를 이럴 때 사용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성했다.

옷이 있었을 때는 모르겠지만, 벗기고 나니 오히려 다가가기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몸이, 더럽다고? 천박하다고?”

“…대장?”

“이렇게 예술인데? 깨끗한데? 계속 보고싶은데?”

“흐읏….”

입을 다물기로 다짐한 게 불과 조금 전이건만, 평을 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예술적이었다. 내 의식의 흐름이 뱉어낸 말에 카야는 민망한 듯 몸을 비비 꼬아댔지만, 내 몸에 구속되어 있어서 도망갈 수는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내가 그녀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카야의 숨이 점점 가빠졌다. 그러다 내 눈과 마주치고는 흠칫하더니 팔을 들어 제 가슴을 가렸다.

왜?

 가리는 거야?

나는 밥을 먹다가 갑자기 쫓겨난 손님이  기분이었다. 참을  없었다. 먹고 있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이었다. 카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으읏.”

그리고 양팔을 양쪽으로 크게 벌렸다. 그러자 가슴이 거세게 출렁거렸고….

말캉-

“큭…!”

“읏!”

참을 수 없었다.

여러 의미로 참을  없었다.

맨가슴의 감촉은, 그 전에 느꼈던 감촉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두 배? 아니, 제곱이었다.

고양시키다 못해 대기권을 돌파해버린 감각은, 날 완전히 과감하게 만들었다. 이때만큼은 누가 봐도 날 모태솔로 아다새끼라고 보지 않으리라.

걱정 마, 카야. 내가 처음이지만, 수많은 교보재가 있었어. 어떻게든 될 거야.

순식간에 진심 수녀복을 완전 탈의시켰다. 그러자 마침내 드러난 그녀의 완전한 나신은 장관이었다.

“홀-리….”

TV나 인터넷에서만 봤던 탄탄한 11자 복근, 잘록한 허리, 발달된 골반과 탄력적인 엉덩이에 각선미와 건강미가 공존하는 긴 다리까지.

타고난 선천적 아름다움과 후천적 신체 단련의 조화는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폭발시켰다.

“너무, 아름답다… 진심.”

“그, 그런 말은.”

“내가 감히, 손을 대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격이 맞지 않는 미녀에게 순간 압도되어버렸다. 마치 1-2에서 턴을 강제로 빼앗긴 것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그 이상의 예술이 없을 것 같았던 가슴은, 사천왕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카야의 나신은 그 자체로 엄청난 폭력이었다.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대장… 전 어느 때보다도 지금 이 순간, 대장이 제가 틀렸다는  증명하고 있는  순간 오히려 진짜 저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대장이 있는 그대로의 절 봐주고. 만져주고. 온 몸으로 느껴주고. 좋은  해주고. 그 모든 것들이….”

그때 카야가 팔을 뻗어 굳어있는 날 끌어안아 등을 토닥여주며 속삭였다.

“모두헨드릭, 당신의 존재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운명이리니.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요.”

행복해요.

처음 듣는 그녀의 부드러운 어휘가, 귀를 간지럽혔다.

[관계도]
카야 : 4

‘저리 꺼져.’

꼴사나운 꼴은 여기까지.

나는 고갤 돌려 그녀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박아주었다. 그새 제법 익숙해졌는지, 그녀의 호응 또한 만만치 않았다.

후욱- 후욱-

키스를 마치고 몸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무릎을 잡고 양쪽으로 슬며시 벌렸다.

몇 번째인지 모르지만 고여있던 침을 다시 삼키고는, 분홍빛으로 굳게 닫힌 카야의 비원(祕苑)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쩌어억-

가슴과는 다른 종류의 부드러움과 비밀스런 부위를 만진다는 흥분감.

거기에  손가락에 응답하는 카야의 음탕하기 짝이 없는 살소리와 끈덕지게 달라붙는 그녀의 애액과 신음을 참아내려는 듯  손가락을 물고 있는 그녀의 행동은….

극상의 황홀감이라 생각했던 내게 계속 새로운 단계의 황홀감을 선보이고 있었다.

카야,  여자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저곳을 맛본다든가, 손가락으로 미리 긴장을 풀어준다든가 하는… 머릿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교보재들은 어느 샌가 전부 박살났다.

나는 재빨리 속옷까지 전부 던져버리고는 그녀의 양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하.

 어느 때보다 웅혼한 기세를 떨치는 자지새끼는 진작부터 저곳에 자길 쑤셔박으라고 침을 질질 흘리며 안달내고 있었다.

다행히, 여기서까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푸욱-

끝부분이 살짝 들어간 순간.

“하악…!”

카야의 숨넘어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내 모든 감각은 오롯이 신체의 첨단에 쏠려있었다.

‘미, 미친.’

겨우 3cm 남짓 들어갔을 뿐인데.

이 말도 안 되는 압박감은 뭐지? 분명 애액은 충분히 나온  같았는데. 부드러운 느낌이 들면서도 도저히 앞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심지어 좀 아프기까지 했다.

‘내가 이 정도 느끼고 있는 거면, 카야는 더 아플 수 있어. 일단 이 말도 안 되는 압박감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만 어떻게? 나, 이거 처음인데.

카야는 벌써부터 눈을 감고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다. 나보다도 훨씬 긴장했는지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있는 데다가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땀까지 꽤나 흘리고 있었다.

리드를 해야 하는 건 자신이었다.

내가. 내가 증명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지만, 그랬기에 본능이 움직이는 대로 순응했다.

“카야.”

“하아, 하아….”

내 부름에 카야가 힘겹게 눈을 뜨며 숨을 몰아쉬었다. 역시, 그녀는 나보다 더 힘들어보였다. 이 와중에 그녀도 역시 처녀라서 이러는 것 같다고 생각한 내가 참 병신 같았다.

“카야.”

“예에….”

“카야.”

“…예, 대장.”

다른 없이, 최대한 감정을 담아 오로지 그녀의 이름만을 반복해서 불렀다. 상황은 완전히 다르지만, 1-2에서 전투가 끝난 직후처럼.

카야도,  때처럼  번째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온전히 대답해주었다.

분위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게 처음이라서  그런가. 그도 아니면 함께 목숨을  동료를 이런 식으로마주보게 되었다는 상황 자체 때문일까.

날 똑바로 바라봐주는,  행동을 오롯이 받아들여주는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비록, 한순간의 감정일지라도.

“굳이, 넌 내가 증명할 필요가 없었어.”

“…대장?”

순식간에 카야의 표정에 불안감이 깃들었다.

어허, 카야. 자고로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

“누가 널 그렇게 생각하게 했는진 몰라도, 널 정의할 수 있는 건 네 자신을 제외하면 널 제대로 봐주는 사람이야.”

“절 제대로 봐주는 사람…?”

“카야.”

왼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분위기 있어 보이는 이 머리색도, 사연 있어 보이는 네 눈동자도, 평상시엔 무뚝뚝한 것 같다가도 가끔 보이는 미소도.”

뒤이어 파르르 떨리는 눈가와 촉촉한 입술도.

“괜찮은 척 하지만 쫑긋거리는 귀도, 너무 날카롭지 않으면서 도도하게 솟은 콧대도.”

삐죽 솟아있는 귀와 땀이 살짝 맺혀있는 콧등도.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도,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고 뛰어난 몸매도.”

그리고 가슴과 배와 허벅지와 종아리와 엉덩이까지. 천천히, 소중한 것을 아끼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쓰다듬었다.

“다 아름답지만, 그걸 포함해서 카야 에펜젤, 너는 굳세고 성실하고 믿음직하고 신실하고 착한 사람이야. 비록 알게 된 기간은 짧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밀도 높게 널 가까이서 바라본 내가 보증할게.”

어느새 눈가가 붉어진 카야를 바라보며 쐐기를 박았다.

“이런 네가, 처음부터 더럽고 천박할 리가 없다고.”

“….”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눈꺼풀이 닫히자 끝내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고, 동시에.

찌지직-

충차가 마지막 관문을 뚫어냈다.


“흐으윽…!”

“크읍!!”

뭔가를 뚫어냈다는 감각에 전율한 것도잠시, 과장  하고 자지가 끊어질 것 같은 거센 압박감과 그녀의 보지에서 흘러내리는 파과혈이 정신을 아찔하게 했다. 파과혈을 보며 아, 처녀구나 싶었지만 만족감이라든지 정복감이라든지 그런  지금 부차적인 문제였다.

나도 처음이었고, 카야도 처음.

흉악한 침입자를 필사적으로 조여대며 막아내는 성문을, 억지로 뚫을 정도로 충차는 무자비하지 않았고 부드럽게 파고들 정도로 능숙하지 못했다.

너무나 거센 압박에 넣지도, 그렇다고 빼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복부와 허벅지를 비롯한 온 몸에 힘을  주고 눈까지 감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카야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카야.”

“흐윽….”

“카야! 눈 떠! 날 봐!”

챱-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던 두 손으로 그녀의 양 뺨을 잡았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눈을 떴다. 눈물이 가득 고인 그녀의 회색 눈동자가 날 아련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경험이 없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니 내가 어떻게든 리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대답해줘.”

“예….”

“많이 아파?”

“….”

“솔직하게.”

카야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만할까?”

“아니! 핫, 아닙니다! 절대로!”

그녀의 고개가 격렬하게 좌우로 흔들렸다. 어떻게 해서든  행위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처음이라서, 능숙하지 못해. 그래서 더 아플 수 있어. 미안해.”

“아닙니다. 저, 저야말로, 흐윽!”

“그래도 내가 아는 건, 섹스는,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는 거야. 남녀의 궁합이 중요하고, 같이 즐기는  중요하다는… 뭐, 크흠. 그러니까.”

당장이라도 자지가 터질  같은 압박을 견디며,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같이, 힘내보자. 조금씩, 맞춰나가는 거야. 알았지?”

“예, 예에…!”

“우선, 몸에 힘 좀 빼줄래?”

카야는 자신이 이렇게 힘을  주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녀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답이라 생각했다.

“카야.”

“예, 대장….”

츄-

“예뻐.”

“…흐에?”

츄웁-

“아까도 말했듯, 넌 내가 지금껏 살면서  여자들 중에 제일 예뻐.”

“읏.”

츄우웁-

“널 만나고, 지금 널 이렇게 안는 건 내 일생 최대의 행운이 아닐까 싶을 정도야. 봐. 느껴봐.”

쮸우웁-!

버드키스는 점점 딥키스로 발전했다. 카야의 혀가 애달프게  밖으로 딸려왔다. 그녀는 핫 소릴 내며 혀를 회수했지만, 다시 쫓아가서 탐했다. 그녀의 숨이 다시 가빠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손을 내 가슴에 가져다댔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을 그녀도 느꼈는지, 명치 부근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카야가 내 입술과 가슴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나는 나머지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정상에 솟아있는 분홍색 꼭지를 쓸어내렸다.

“으읍?!”

그녀의 신음소리가  입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효과가 아예 없진 않았는지 자지에서 느껴지는 압박이 조금씩 약해졌고, 끈적함이 늘어났다.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보다도 더 느린 속도였지만, 충차는 조금씩 안쪽으로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키스, 키스, 키스.

우리들의 첫 키스는 거듭될수록 길어졌다.  키스의 풋풋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빨아먹어버리겠다는 집요함마저 느껴졌다.

“카야, 카야, 카야.”

“대장, 대장, 대장.”

서로가 서로를 향한 부름은 간절했다.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애타게 불렀다.하나가 되어가는 중인데도, 더 달라붙고 싶다는 욕망이 담겨있었다. 당신에게 증명 받고, 당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있었다.

쯔브븝-

전진속도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카야의 안쪽은, 더 이상 침입자를 밀어내기를 포기했다. 아니, 침입자를 더 이상 침입자로 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을 준비했다.

“카야….”

“대장….”

하나로 이어진 우리는 바로 그 조짐을 바로 파악했다.

“갈게.”

“네….”

카야가  다리를 내 허리에 교차시키며,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내게 속삭였다.

“와주세요….”

내 심장에 치명적인 일격!

푸우욱-

“하으으윽---!!”

“허억!”

마침내 뿌리 끝까지 들어갔다. 그녀와 진짜 하나. 완전한 하나가 되었다. 평생 처음으로 겪어본 이 충만한 감각과 황홀함은… 어떻게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내가 카야의 처음을…유진이었을 적이라면 사귀기는커녕 만날 확률조차 0에 가까운 이런 심신이 모두 예쁜 여자를 내가 안았다는 것이. 그것도 내가 그녀의 첫 상대라는 것이.

만족감을 동반한 지독할 정도의 쾌감이, 파과 순간 미처 느끼지 못했던 정복감까지 함께 마구 솟아올라 전신을 물들였다.

나는 몸을 낮춰 카야를 덮듯이 껴안고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씨, 씨발. 위험한데 이거…!’

“흐읏…!”

섹스는, 넣을 때만 좋은  아니었다. 뺄 때도 만만치 않게 좋은 것이었다! 지금 피스톤질이 엄청 느려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녀의 안쪽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지고 또 기분 좋게 압박해서 당장이라도 안쪽에 싸버릴 것 같았다.

‘아무리 아다새끼가 경험 없어서 금방 싸버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빨리 싸버리고 싶지 않은건 만국공통 남자의 자존심이 아니던가.

나는 오로지 빨리 싸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피스톤질은 그만두고, 그녀의 보지에 깊숙이 박은 채 엉덩이에 힘을 빡 주며 버티고 있었다.

“대장….”

“어, 어어?”

그러나 그런 내 얄팍한 집념은.

“절 배려해주셔서, 읏,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아니!그냥 내가 벌써 싸고 싶지 않아서야!!’

“참지, 않아도 돼요… 헨드릭… 하으으---!”

“크윽!”

카야의 속삭임 몇 번에 무참히 깨져버렸다.

생애  섹스, 그   사정의 결정적 원인은 카야의 목소리에 의한 귀르가즘이었다.

‘저 꼴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저런 식으로 말하는데, 어떤 남자가 참을 수 있냐고!’

“허억, 허억, 허억!”

“읏, 흐읏, 읏,대, 대자하앙?!”

잔꾀를 부렸지만 소용없이 바로 싸버렸다는 쪽팔림과 귀에 다이렉트로 꽂히는 카야의 꼴리는 신음소리, 그리고 조금씩 풀려서 그런지 한층 더 기분 좋아진 그녀의 보지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져 나는 사정 직후 자지가 예민해진 것도 무시하고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  싸버리자 거리낄  없어졌다.

“읏, 흐읏, 저, 전, 여기 있으니까, 흐윽, 그렇게, 서, 서두르지 않아도…!”

“허억, 그런 거, 아니야, 크윽, 그냥, 기분,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

“으읏!”

내가 한 차례 싸지른 정액과 홍수처럼 쏟아지는 그녀의 애액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만들어진 하얀 거품이 결합부에서 흘러내렸다. 이미 파과혈은 다른 체액에 뒤덮인 지 오래였고, 그녀의 보지는 새로운 정액을 달라며 꾸욱꾸욱 사정없이 조여댔다.

‘씨발 이건 미쳤어. 미쳤다고!’

허구한  섹스를 외쳐대던 인터넷 상의 수많은 미친놈들, 섹무새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이건 게임으로도, 소설로도, 영화로도, 맛있는 음식으로도,  어떤 걸로도 대체될  없는 쾌락이었다.

“대장… 대장…!”

애타게 날 부르는 카야에게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그녀는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내 목을 붙잡고 입술을 탐했다. 나는 체위를 바꿀 생각도  하고, 그저 그녀의 안쪽을 박고 또 박았다. 내 자지를 끌어당기는 그녀의 보지는 흡사 늪과 같았다.  목과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팔다리는 끊어지지 않는 족쇄였고,  입술을 잡아먹고 있는 입술은  봉인하는 도장이었다.

나는 직감했다.

나는 결코 카야라는 여자에게서 빠져나갈 없겠다고.

‘오히려 좋아.’

애초에 빠져나갈 생각 따윈 없었다. 오히려 그녀도 내게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으면 했다.

스스로의 생각에 흥분이 가속했다. 안 그래도 투박하고 빠르기만  피스톤질이 더욱 빨라졌다. 덩달아 카야의 입술도, 족쇄도, 보지도 더 세게 압박해왔다. 강해진 압박은 더한 쾌락을 이끌어냈고, 더한 쾌락은 더 강한 압박으로 돌아왔다. 내게 정신없이 박히던 카야는 마침내 내 입술에서 떨어져 신음소리를 마구 뱉어내기 시작했다.

“아, 흐, 흣, 흐윽, 흣, 흣, 흐으읏…!”

“카야, 카야, 카야…!”

깊게, 더 깊게. 이미 끝까지 박고 있지만 더 깊게.

잔뜩 흥분한 상황에서도 신음 소릴 대놓고 크게 내는 게 부끄러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신음소리는 상당히 억눌려있었다. 그게 섹시하게 들리면서도, 한편으론  솔직한 신음소리를 듣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처음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동시 자극을 위해서…!’

나는 살짝 힘을  공간을 확보한 다음, 그녀의 귀와 가슴을 동시에 공략했다.

“아앙! 핫, 하아악! 대, 대자앙, 이, 이건, 하응!”

성공적이었다.자지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때가 임박했다. 라스트 스퍼트를 감행했다.

“아, 아, 아, 아, 아, 아하아악-!”

“크으읏!!!”

절정의 순간,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딱 달라붙은  카야의 안쪽에 다시 한 번 파정했고… 어처구니없이 싸버렸던 첫 번째보다 몇 배는 기분 좋은 쾌락을 맛 볼 수 있었다. 사정 후 탈력감이 이렇게 기분 좋을  있다는 것도 처음 깨달았다.

그렇게 삽입 자세를 유지한 채 서로의 심장 박동을 맞닿은 맨 가슴으로 느끼며,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던 우리. 가만히 눈을 감고 얌전히 후희를 즐기고 있던 카야가 반쯤 눈을 뜨더니 쪽- 버드 키스를 날리며 물었다.

“증명… 끝난 것입니까?”

그녀의 어조와 눈빛에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랬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듣고 싶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의 보지랑 다리가 이렇게 조여댈 리가 없지 않은가. 이런 시그널은, 오늘 섹스가 처음인 나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명백했다.

“아니. 내 증명 실력이 미숙해서, 어쩌면 꽤 오랫동안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빙고.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말에 카야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다시 한 번 내 심장에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다.

“저도, 온전한  바라봐주는 헨드릭 당신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하읏?!”

그래서, 체력이 다할 때까지 계속 자지로 되갚아주었다. 교환비는 내 쪽이 압도적인 열세였지만…절대 후회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평생 잊을  없는, 역사적인 열락의 시간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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