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청산(8)
“라엘라님!”
“쉬잇. 진정하렴. 콜록. 대가를 치르는 중이니까.”
“그 대가라는 건 도대체 어느 정도인 겁니까! 얼마나 오래 가는 거고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고열 증상을 보이는 것도 심각한데 피를 토하는 건 그걸 넘어서는 것이었다. 일행 중에 치유 수녀가 없는 것이 이렇게 뼈아플 수가 없었다. 그나마 치유 능력이 있는 건 카야와 셰이였는데, 셰이는 그게 자가 치유에 몰빵된 느낌이었고 카야는 의식이 잠들어있었다.
그럼 치유 수녀의 힘의 근원이나 마찬가지인 라엘라님이 직접 자힐을 하면 되지 않나 순간 떠올렸지만 아주 멍청한 생각이었다.
‘그게 됐으면 이러고 계시진 않았겠지….’
신의 힘을 잠깐 사용해서 이리 된 건데, 신의 힘으로 치유한다는 건 모순이었으니까.
“결국 시간만이 답이라는 말입니까!”
“진정하렴… 다른 아이들이 깰 수도 있지 않니. 안 그래도 날 위해서 고생한 아이들을 더 귀찮게 하고 싶지 않구나.”
“후우….”
우리 잠 좀 못 자는 것보다, 여신님의 상태가 훨씬 더 중요한데. 여신님이 잘못되면 카야 또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초조해 미치겠는데.
일단은 다물었다. 라엘라님이 진정하라고 두 번이나 말씀하셨으니 이 이상 흥분하는 것도 무례였다.
“미리 말하지만 나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은 처음이란다.”
“그렇습니까.”
“으응. 강림한 적도 몇 번 없고, 해봤자 얼마 안 되서 곧바로 돌아갔거든. 어디까지나 내 아이가 특이한 경우란다. 원인을 밝혀낸 것도 어디까지나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고….”
“그럼 라엘라님께서도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신단 말씀입니까?”
“으응. 더 심해질 수도 있단다. 내 아이의 몸이 얼마나 잘 버티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콜록. 하으….”
안 그래도 불덩이 같았던 라엘라님의 몸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동시에 라엘라님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라엘라님?”
“이상하구나… 갑자기, 추워지는 느낌….”
“라엘라님!”
“헨드릭….”
“예, 라엘라님. 뭐든 말씀하십시오!”
“미안하지만, 내 몸을 닦아줄 수는 없겠니…?”
“…예?”
벌벌 떠는 라엘라님의 얇은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머리로는 그 이유를 이해했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여신의 육체를 터치하는 것도 모자라 손을 대다니?
“내가 지금 앓고 있는 건, 그 누가 와도 치유하긴 힘들 것 같구나. 그러니 잘 견디는 수밖에 없는데….”
“라엘라님. 차라리 셰이나 일루미나를 데려오겠습니다. 라엘라님을 위해서라면 그들도 이 정도 일은 기쁜 마음으로 수행할 겁니다.”
“아까 말하지 않았니. 굳이 나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을 더 괴롭히고 싶지 않다고.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깨어있는 헨드릭, 네게 부탁하는 게 그나마 덜 귀찮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강제하진 않아.”
라엘라님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으셨다. 몸은 여전히 떨고 계셨다.
‘라엘라님도 참,은근 쓸데없는 고집이 강한 편이시네.’
귀찮게 하는 게 미안해서 차라리 지금 깨어있는 내게 부탁하시겠다니. 여신 입장에서 필멸자는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자랑 여자인데.
“그럼, 감히 실례하겠습니다.”
한숨을 억눌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라엘라님의 옷을 벗겼다. 땀 때문에 달라붙기도 했고 라엘라님이 몸을 거의움직이지 못하셔서 벗기기가 쉽지 않았다.
“아….”
라엘라님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눈은 라엘라님의 가슴에 꽂혀있었다. 여신의 가슴이라니, 시선을 한순간에 강탈당한 건 불가항력이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후후… 이렇게 아픈 것도,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하구나. 혹시, 내게서 고약한 냄새가 나진 않니…?”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건 다행이구나. 여신이 이렇게 칠칠치 못하게 쓰러져서, 안 좋은 냄새를 풍기면 어쩌나 했는, 흐읏.”
최대한번뇌를 억누르며 수건으로 라엘라님의 손등과 팔부터 닦기 시작했다. 혹여나 피부가 아프실까봐 최대한 부드럽게 톡톡 두드리는 느낌으로 닦아냈다. 그럴 때마다 라엘라님은 그 느낌이 이상한 건지 간지러웠던 건지 작게 신음소릴 내셨다.
그렇게 양 팔과 복부를 닦아냈지만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까는 것만으로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닦아내기 위해서 직시해야만 했다.
“난 괜찮으니까, 계속 해주렴. 잠들어 있는 내 아이도… 분명 기뻐할 것 같구나.”
원래 카야보다도 한 치수, 아니 두 치수는 커진 것 같은 가슴. 그만큼 탄력성은 좀 줄어든 것 같지만 딱 봐도 부드러운 포용력이 급상승한 것 같은 저 가슴, 그 사이에 땀이 번들거리는 걸 보고 고여있던 침을 꿀꺽 삼켰다.
“흐읏….”
‘환자다. 여신이다. 환자다. 여신이다. 환자다. 여신이다.’
부위가 부위라서 그런지 라엘라님은 더 예민하게 반응하셨다. 특히 실수로 꼭지를 스쳤을 때의 신음소리는 정말이지… 이 이상 꼼꼼하게 닦으면 정말로 실수할 거 같아 가슴은 최대한 빨리 닦아내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겨우 위기를 넘기고 목과 겨드랑이까지 닦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상반신은 등이 남았다.
‘지금 이 상태에서는 엎드리는 것도 힘드실 텐데.’
결국 라엘라님을 다시 안아올렸다. 순수하게 등을 닦기 위해서였고 그렇기에 이번엔 정방향이었다. 근데 그게 문제였다.
아까는 기껏해야 옷 너머로 등과 엉덩이가 조금씩 닿았다면 지금은 맨몸이 닿았으니까. 그것도 적나라하게 말이다.
몸매는 지독하게 야하지, 체온은 뜨겁지, 귀 근처에선 계속 뜨거운 숨과 신음이 섞여있고….
‘지금이라도 셰이나 일루미나를 불러오는 게.’
지금 내게 달라붙어있는 이 음란한 육체가 아예 여신님의 것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정말 순수하게 간호 목적으로 몸을 닦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신님의 특징이 일부 섞인 카야의 몸에 여신님의 정신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녀의몸이 얼마나 훌륭하고 맛있는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녀의 알몸을 보고서는 파블로프의 자지마냥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분명 그런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는 여신님인데, 내 자지새끼는 그것도 구분 못하고 침을 질질 흘리며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낄데 껴 씨발 자지새끼야! 선을 넘으면 안 돼! 여신님의 테스트일 수도 있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초인적인 인내력이었다. 눈깔새끼에게 멘탈리티 공격을 받을 때만큼 이를 악물고 있었다. 내 노력이 헛되진 않았는지 상반신은 무사히 닦을 수 있었다.
문제는 하반신이었다.
나는 차마 하의를 벗기지 못하고 일단 상의부터 다시 입히려고 했다. 기존 상의는 땀으로 푹 젖었으니 여분의 옷을 꺼내려 했는데 라엘라님이 말씀하셨다.
“어차피 또 젖을 것 같은데… 날이 밝아 움직이기 전까지는 이대로 있고 싶구나.”
“하지만 라엘라님. 옷이 젖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다 몸상태가 더 악화될 겁니다.”
“헨드릭, 네가 따뜻하게 해주면 되지 않겠니?”
“….”
“나를 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대해도 상관없단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구나.”
“라엘라님.”
“지금은 내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지만 결국은 내 아이의 몸. 내 아이가 깨어있다면 분명 미안해하면서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니?”
‘아니 이 여신님이 진짜. 기껏 번뇌를 억누르고 있는데! 말투나 어조나 성격까지 다 다른데 어떻게 카야 대하듯 대할 수 있겠냐고!’
“그리고… 헨드릭 너와의 신체적 접촉이 잠들어있는 내 아이를 일찍 깨울 수도 있을지도 모른단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후후… 다른 아이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 이유도 있었기에 굳이 너에게 부탁했던 거란다. 헨드릭, 네 손길이라면내 아이가 좋아하지 않겠니. 내 아이라면 네 손길이 익숙할 것이고, 네 손길이 그리워서라도 빨리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단다.”
분명 라엘라님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 했다. 하지만 라엘라님은 여신이었다. 감이라 할지라도 한낱 나 따위의 감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카야가 빨리 깨어날 수 있다.
그 말 한마디에 수많은 고민이 사라졌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하의를 벗겼다. 하의는 상의보단 상대적으로 덜 젖어있은 것도 있고 상체에 비해 하체는 다리뿐이라 비교적 벗기기 쉬웠는데, 속옷이 문제였다.
속옷은 안 젖은 부분이 없었다.
게다가 카야가 입던 속옷을 입고계셨는데,예전보다 골반과 엉덩이가 커지는 바람에 속옷이 상당히 괴로워보였다.
꿀꺽-
하얗고 두툼한 둔덕에 잡아먹힌 저 얇은 천조각을 보면고자도 좆을 세울 게 분명했다. 수건을 움켜쥔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분명, 땀을 닦는 게우선이었지만 내 시선은 줄곧 라엘라님의 음부에 쏠려있었다.
저건 블랙홀이 분명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는데도 어느새 다시 괴로워하는 속옷을 눈에 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사건의 지평선 안쪽으로 빨려들어간 것인가? 발등을, 종아리를, 무릎 뒤쪽을, 허벅지를 닦으면서도 내 머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그렇게까지 보니 조금은 부끄럽구나….”
“라엘라님.”
“으응…?”
“정말로, 카야를 대하듯 하면 카야가 더 빨리 깨어날 수 있다는 것. 그 말을 믿겠습니다.”
“미, 믿어줘서 고맙구나.”
“그러니 지금부터는 다소 당황스러우시더라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응? 당황이라니, 무엇을… 하악!”
속옥 너머로 뻔히 그 음란한 자태를 드러내는 보지에 손댔다. 라엘라님의 음성엔 당황스러움이 잔뜩 들어있었다. 마치 이건 예상 밖이라고 말씀하고 싶은 것 같았다. 허나 불을 지르고 기름을 두르고 부채질까지 한 건 라엘라님이었다.
이미 나는 눈앞의 여자를 라엘라님이 아니라, 라엘라님 흉내를 내는 카야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 생각하니 감히 불경을 저질러 좆될 수 있다는 억제기가 박살났다.
“헤, 헨드릭! 이, 이건!”
“왜 그러십니까, 라엘라님. 카야 대하듯 대하고 있습니다만… 불쾌하십니까?”
“아니, 그런 것이 아니란다. 하, 하지만.”
“이곳이 많이 괴로워보여서 말입니다. 땀도 많이 흘린 것 같고….”
속옷을 옆으로 젖혔다. 그러자 푹 젖어있는 보지가 뻐끔 고갤 내밀었다. 살 냄새와 땀 냄새, 보짓물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내 후각을 자극했다.
- 여신의 보지… 스읍.
손가락으로 스윽 훑었다. 상당히 질척거렸다. 장담하건데 이건 땀이 아니었다.
“아흣….”
라엘라님이 부르르 떨었다. 순간 오한이 재발했나 싶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단 한 번의 손짓이었는데 보지가 물을 왈칵 쏟아냈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라엘라님.”
“으응… 왜, 왜 그러니…?”
“여기, 땀을 너무 많이 흘리시는 것 아닙니까?”
찔꺽-
“아읏…! 그, 그건, 땀이 아니라….”
“땀이 아니라? 땀이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이건.”
찔꺽- 찔꺽-
검지 한마디를 살짝 집어넣었다. 물이다 빠져나오지 못해 이상한 소리까지 났다.
‘맙소사.’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속옷이 이리 젖은 건 모든 걸 흡수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젖었는데도 미처 흡수하지 못해서였음을.
라엘라님 엉덩이 밑부분의 텐트 바닥엔… 엉덩이보다도 더 큰 얼룩이 있었다.
“여기도, 닦아드리겠습니다.”
목표는 정북.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