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진심을 담아서(10)*
처음이 맞단다.
처음?
처음.
처음…!
처음이라는 단어는, 고작 한단어에 불과한데 왜 이리 특별한 울림을 가지고 있는 걸까. 딱히 처녀충은 아니지만, 그냥 딱 듣는 순간 찌릿하게 되는 마력이 있었다. 하물며 그 단어를 내뱉는 이가 여신이라면.
“하악….”
지고한 여신님이, 아무리 카야를 돕기 위해서라지만 한낱 필멸자인 그와 몸을 섞는 걸 용인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가벼운 손놀림과 혀놀림에 음탕한 신음을 내뱉는 걸 보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졌다.
라엘라님이지만, 카야처럼.
유진은 라엘라의 젖꼭지를 비틀었다.
“처음이라니, 영광입니다. 라엘라님.”
“앗, 으으응…!”
감도 좋고.
유진은 왼손으론 라엘라의 가슴을 주무르며, 오른손으론 갈비뼈, 복부, 치골 등을 쓰다듬었다. 그럴 때마다 안 그래도 흐느끼던 라엘라가 몸을 흠칫거렸다. 간지럼을 타는 게 아닌, 정말 느끼는 것 같았다.
‘미친….’
굳게 다물린 라엘라의 다리를 살짝 벌렸을 때, 유진은 순간 현기증이 날 뻔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순백의 1자를 고수하던 그녀의 보지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애액이 울컥거리고 있었으니까.
‘못 참겠다.’
아깐 애액이 하나도 없어서 애무를 했던 건데, 애액이 이렇게 나올 정도면 굳이 더 예열을 할 필요가 있을까. 평소라면 여신의 보지를 맛본다며 입을 가져다 댄 다음, 한층 더 게걸스러운 혀놀림을 선보였겠지만….
지금도 잠들어있을 카야를 생각하며, 유진은 진즉 발기한 자지를 붙잡고 자세를 잡았다.
“라엘라님.”
“하으, 아으, 으응…?”
“넣겠습니다.”
“으응…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흣, 괜찮단다….”
사양 않고.
유진은 그대로 자지를 찔러넣었다.
“…………!!!!!”
‘씨발………!’
대물인 그의 자지가, 단숨에 라엘라의 질벽을 긁으며 뿌리까지 들어갔다. 조금의 빈틈없이 딱 들어맞는, 약간 빡빡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움이 공존했다. 정녕 처음이 맞는 건가? 불경한가? 여신의 보지라서, 아, 이게 자애로운 보지……?
인정했다. 단 한 번에 쌀뻔했다. 기둥 중간까지 나왔다가 가까스로 후퇴하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극상의 감촉이었다. 욕을 내뱉지 않은 걸 스스로 칭찬하고 싶었다.
“아.”
조이시면 안 되는데.
허리가 활처럼 휘어진 채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시던 라엘라님의 질이 한 차례 꿈틀하자, 그대로 정액을 배출해버리고 말았다.
“….”
“아, 아, 아, 아아.”
울컥울컥대는 박자에 맞춰 경련하는 라엘라님.
세 명의 여자들 사이에서 나름 경험 좀 쌓였다는 남자를 한 큐에 보내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보지를 가진 여신님은, 정작 자지에 대한 내성 또한 없으셨다.
유진은 순간 목적도 잊고 짙은 현타가 찾아왔으나, 사정한 것도 모르고 끝없이 흥분하는 라엘라의 모습에 삽시간에 재발기했다. 특히 자지와 보지가 맞물려있는 곳에서 하얀색의 끈적한 액체가 떨어지는 걸 본 순간, 유진은 이미 허리를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아, 아, 아, 아앙.”
격렬했다.
침대보에 펼쳐진 라엘라의 은발이 마구 흐트러졌고, 자애로운 가슴이 마구 흔들려 시야를 어지럽혔다. 유진은 양손으로 라엘라의 가슴과 골반을 잡으며 마구잡이로 박아댔다.
“읏, 으읏, 흣, 흐읏!”
고작 필멸자한테 정신을 못 차리며 앙앙대면서도 그를 안았던 팔다리는 더 견고해졌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다는 듯이. 더 거세게 해도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는 듯이.
목과 허리부근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가뜩이나 빨랐던 유진의 피스톤질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있었다.
부풀대로 부푼 유진의 자지가 라엘라의 질을 파고들 때, 더 들어오라며 살짝 열어주고.
자지가 질을 빠져나갈 때, 어딜 가냐며 벌써 가냐며 꽉 붙잡아주고.
박으면 박을수록 더 거세게 더 빠르게 박고 싶은, 첫 방문에 바로 단골 등록까지 해버린 보지에 유진의 자지는 광속으로 마일리지를 쌓고 있었다.
“아, 아! 헤, 헨드릭! 이건, 이거언.”
감각의 폭풍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라엘라가 약간 정신을 차렸는지 허둥지둥대며 유진을 말려보려 했지만.
“아! 아! 앙! 아앙!”
어느새 라엘라의 구속을 풀고 그녀의 다리를 들어올린 채 거세게 내리찍는 유진 때문에, 아까보다 더 큰 신음을 지르며 애액을 흘려댔다.
“조, 조금마안, 처, 처언처허니이이잇.”
“큭!”
첫 사정 후 불과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사정감이 차올랐다. 참을 수 없었다. 이 감각을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그래서 참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뿌리까지 박은 자세 그대로 내보냈다.
지치지도 않고 아까와 비슷한 양의 정액을 뭉텅이로 내보내는 흉폭한 자지에, 라엘라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꺾은 채 전신을 부들거렸다.
‘어… 이, 이 정도라고?’
몇 분 사이에 빠르게 두 발을 빼서 그런지 유진도 이성을 약간 되찾았다. 유진은 아주 살짝 지쳤을 뿐이었지만… 라엘라는 아니었다.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돌아간 눈.
눈물인지 침인지 모를 액체에 범벅된 얼굴.
파르르 떨리는 귀와 입술.
목부터 발등까지 흰색보다 붉은색이 더 많은 피부.
잔뜩 벌어진 채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걸 뻐끔뻐끔 뱉어내는 보지.
목과 허리가 꺾인 채 바들바들 떨어대고 있는 전신.
좋게 말해서 갔고, 까놓고 말해서 맛이 갔다.
아. 불경한 말 금지 금지.
유진은 다급히 라엘라의 어깨를 흔들었다.
“라, 라엘라님?”
“….”
“라엘라님!”
“…….”
“라엘라님! 괜찮으세요!? 라엘라님!”
“아…?”
다행히 라엘라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과연 치유를 담당하는 자애의 여신의 회복력인가 싶었다. 물론 회복된 것 치고는 정상이 아니었지만.
‘좀 짧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완전히 만족… 만족하신 거겠지? 만족하셔서 저리 되신 거겠지? 그럼 카야는, 카야는 깨어났으려나?’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유진은 라엘라의 입을 주시했다. 라엘라에겐 미안하지만, 그녀에게서 카야의 이름이 나오길 기다렸다. 여신을 덮친 자세로 내려다보며 할 생각은 아니긴 했지만.
“아… 으응. 흣, 괜찮다. 괜찮단다. 으응, 괜찮고말고.”
허나.
“이게, 신기하구나. 으응, 명색이 신이라면서, 자애의 여신이라면서, 흣. 사랑도 제대로 모르고, 살아왔네. 으응.”
아니, 자애에 사랑 애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 사랑이 이런 사랑이었나?
“라엘라님…?”
“헨드릭.”
“예, 라엘라님.”
“아직….”
라엘라에서 나온 말은 유진의 생각에서 벗어났다.
“아직, 부족한 것 같구나.”
“…예?”
유진은 자기 귀가 잘못됐나 싶었다. 그렇게 가버렸으면서, 부족한 것 같다고? 진심을 다해서 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다고?
그런 유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엘라가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직… 아직이야. 조금 더 필요할 것 같구나. 네 사랑이.”
꽈악-
흐물흐물해졌던 그녀의 다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느새 유진의 온몸을 올가미처럼 옭아맸다.
‘아니… 허허.’
유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라엘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아까처럼 요동치지 않았다. 대신 사랑과 기대와 흥분감으로 가득차있었다.
유진은 라엘라의 가슴을 꽉 쥐며 말했다.
“카야 어머니 아니랄까봐, 더 해달라 조르는 말도 비슷하십니다.”
“읏, 으응…?”
“다리 푸십시오.”
“왜, 왜 그러니. 내가 뭘 잘못한 거니?”
“아뇨. 아닙니다.”
다리를 풀라는 말에 라엘라는 ‘사랑’을 그만두자는 것으로 이해했는지 당황하며 유진을 더 조였으나, 그가 그녀의 꼭지와 보지를 동시에 문대자 신음소릴 내며 다리를 벌리고 말았다.
그 틈에 유진은 라엘라의 골반을 잡고 뒤집은 다음 엉덩이를 잡고 들어올렸다. 당황한 그녀가 고갤 들어 유진을 바라보려는 찰나, 엉덩이가 우악스럽게 벌려지더니 거대한 자지가 보지를 꿰뚫었다.
순식간이었다.
“아앙!”
그리고 라엘라의 머릿속엔 또다른 번개가 몰아쳤다.
“아, 아, 아, 아, 자, 자암.”
그야 이번 사랑을 위해 격을 최대한 눌러놓고, 힘도 거의 다 내려놓았다. 제아무리 유진이 공포를 무찌른 용사라 하더라도, 그녀는 여신이었다. 그저 사랑만 나누는 거라면 모를까, 이 아이들의 목적은 임신이었다. 여신으로서의 격을 갖추고 있으면, 제 아이와의 확률보다 더 낮을 게 뻔했다. 그뿐이랴. 임신했다 가정하면, 아기도 무사히 낳아야했다. 이러나저러나 카야와 공존해야 했고, 카야가 느낄 감정을 최대한 카야와 비슷한 조건에서 미리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처음이라지만 몇 분 만에 여신으로서 못 볼 꼴을 보인 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최초의 다짐을 살짝 깨고 자기 몸에 아주 은밀하게 회복을 걸었다.
그리고 몇 분뿐이었지만, 경험이 생겼으니 아까 전처럼 추한 꼴을 보이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이거언…!’
자세가 바뀌었을 뿐인데.
얼굴이 안 보일 뿐인데.
“이래도, 이래도 부족합니까?”
“응, 앙, 아앙.”
“말씀을, 해주십, 시오, 라엘라, 님! 앙앙대지만, 마시고!”
“앙! 아앙! 앙!”
틀렸다.
카야, 그 아이는 매번 이런 감정, 이런 감각을 느끼고 있었던 건가?
도무지 진정되지가 않는다. 제어되지도 않는다. 적응되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 새로운 감각이 전신을 지배한다. 여신이 되고 나서, 아니, 승천하기 전에도 이런 꼴을 보인 적은 없었는데. 자기 목에서 저런 망측한 목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지금이라도 여신으로서의 격을 끌어올려야하나 싶었지만, 1초에 한 번 이상 찔러오는 거센 감각에 쉽사리 흩어졌다. 애초에 그런 생각이 확고하지도 않았다.
이 감각.
나쁘지 않았으니까.
‘더.’
카야, 그 아이가 깨어나기 위해서.
‘더.’
그 아이에게 아기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서.
‘더.’
아무리 격을 낮췄다 해도, 다섯 번, 아니 열 번.
‘더.’
아니, 열 번씩 열 번은 해야 가능성이 있지 않겠니?
“더, 더, 더.”
“헉, 허억, 헉.”
침대에서 엎드리고 있었는데, 왜 창가에 기대고 있는 거지?
축축하구나. 침대고 뭐고 안 젖은데가 없구나.
등이 차갑구나. 아. 이런 자세는 또 처음이구나.
무겁지 않으려나. 그나저나 힘도 좋구나. 몇 번째 하는 중이었지?
필멸자처럼 굴기로 해서 그런지, 정말 필멸자다운 생각이 많이 드는구나.
온몸이 정액으로 범벅이 된 라엘라가 제 가슴을 거칠게 빨아대는 유진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렴.”
“…예?”
“열 번으로 안 되면 스무 번, 스무 번으로 안 되면 백 번을 하면 되지 않겠니?”
“…….”
“힘내자꾸나.”
라엘라를 들고 있던 유진의 팔이 덜덜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