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황도에서 자리잡기 2 (42/85)



〈 42화 〉황도에서 자리잡기 2

기절하듯 잠이 든 레아를 침대에 눕혀놓고 우리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너  얼마나 있어?”

“굉장히 많아.”

“아니,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얼마나 되냐고.”

“당장? 그렇게 많진 않은데.”

“그럼 내일부터는 너도 일해라. 물고기 황실에 납품한다며? 그거 내일부터 시작하면 되겠네.”

당장 급한 일부터 생각해 보자면 건물을 창관으로 개조하는 것과, 사제가 될 창녀들을 모으는 것. 이 두가지가 있겠다.

어느 쪽이든 돈이 왕창 깨질 예정이므로 무언가 수입원이 필요했다.

“거래하려면 메이가 필요하지? 메이를 데려가고 가는김에 브래드와 피트도 데려가.”

“그러면 너랑 레아밖에 안 남는데?”

“그걸 노린거야.”

양아치들이 얼마나 우리를 주의깊게 관찰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와 레아만 남았다는걸 알게 되면 분명히 접근해  것이었다.

그런 족속들은 동료가 어디서 얻어맞고 오면 본을 보여준답시고 복수하러 온다.

저번엔 살짝 눈이 뒤집혀서 적당히 밟아댔으나 그러면 안 됐다.

노예가 될  있는 인력들을 적당히 밟고 끝내다니!

대충 열댓 명쯤 됬으니 그놈들 전부에게 매료를 걸거나 세뇌를 걸었으면 충실한 노예 16명이 생기는 거였는데!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자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엔 놈들이 접근해오면  놈도 놓치지 않고 매료시켜서 내가 뒷골목을 장악할 생각이었다.

귀찮은 일이 계속되는  보다야 확실하게 하는게 좋지.

겸사겸사 어둠의 조직에서 나오는 단물은 내가 다 빨아먹으면 되고.

아~ 벌써부터 달달~하다.

곧 닥쳐올(지도 모르는)행복한 미소에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이든이 초를 쳤다.

“그런데…너희 둘만 있다고 습격하지 않으면 어떡해?”

“뭐 언젠간 오겠지.”

“영영 안오면?”

“아 온다니까?”

“내가 볼땐 아예 안 올 가능성이 높아. 그 정도로 박살을 내 놨는데 굳이 올까?”

“내기할까? 나는 온다. 넌 안온다에 걸고.”

“좋아. 기한은 창관이 오픈할 때까지. 그리고 보상은…진 사람이 이긴사람 소원 들어주기.”

“콜! 나중에 딴말하기 없다!”

이든에겐 미안하지만 이든이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조건이 창관이 오픈할 때 까지라고? 그럼 나나 레아가 밖을 나다녀도 된다는 거잖아?
물론 레아를 그렇게 위험하게 둘 생각은 아니지만.

어쨋든 중요한 건 내가 빈민가를 그렇게 쏘다니다 보면 싫어도 마주칠 테다.

그렇게  마음속 우선순위에 ‘뒷골목 양아치 조직 낼름하기!’ 가 추가되었다.

다음 날부터 이든과 메이, 브래드, 피트는 상인으로서 일을 시작했다.

저택 안에는 나와 레아만이 남아 있었다.

“심심해…”

구아아악! 심심해!

괜히 다 나가라고 했나?

혼자서 시장이라도 둘러보고 싶지만 레아를 혼자 두면 안될 것 같아서 집에 남아있다.

그런데 레아는 아직도 잠만 쿨쿨 자고 있어서 나는 지금 이 넓은 저택에 혼자 딩가딩가 구르고 있었다.

지구였으면 인터넷, 게임, SNS 등 온갖 놀거리가 넘쳐나지만 이런 중세풍의 판타지 세계는 집구석에 쳐박혀서 즐길 수 있는 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

“레아라도 일어났으면 서점이라도 가서 야설이라도 빌려볼 텐데…”

마법도 있는 세상에 왜 스마트폰은 없는지 모르겠다.

아니, 내가 만들어볼까? 내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면 떼부자가 되는 거 아냐?

이렇게 시작한 망상은 점점 크기를 부풀려서 마침내 레아가 깨어날 때까지 이어졌다.


“저어…”

“흐헤히…어? 어, 언제왔어?”

“방금…”

그 뒤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으흠! 그래. 무슨 일이야?”

결국 어색함을 참지 못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저 감사합니다. 구해주셔서…”

“아니 뭘. 우리 집에서 납치사건이 발생했는데 무시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그래도…”

“부담 가지지 마. 그리고 내가 저번에 말했던 거 있지?”

“아…”

“그래. 내가 열 창관에서 일하면 어떻겠냐는 제안 말이야.”

“저 할게요…”

“안해도 되…어?”

“제가 도울수 있는거라면 하고싶어요.”

“어? 아니…괜찮겠어?”

“…전 끔찍할 정도로 무력함을 느꼈어요. 잡혀갈 때부터 계속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친 다음엔? 어차피 작고 약한 저는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했죠.”

“이티아 님께선 모르셨겠지만 저는 사실 귀족출신이에요. 몰락한 가문이긴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지만 이 타이밍에 말하긴 그래서 조용히 있었다.

“물론 유모가 알려준 거라 저 자체는 전혀 귀족적이지 않지만요. 그럴거면 차라리 어릴 적 버려진 황녀라고 하지. 뭐,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래서 저는 그동안 귀족 손님을 받지 못했거든요.  머리카락 때문에 제 정체가 들킬까봐. 그게 엄청난 패널티 거든요. 창관 입장에선. 그래서 결국 길거리 창녀로 하루하루 근근히 먹고 사니까 돈도 제대로  벌었죠.”

레아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대충 짐작하던 내용이었다.

귀족 여인이  하급 창부로서 구를일이 흔하진 않으니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시켜만 주시면 그 어떤 손님이든 상대할게요. 돈도 필요 없어요. 이티아 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런건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할 테니까요.”

“아니 왜 그렇게 까지야…”

“왜냐하면…이티아 님. 이티아 님은 여신이시죠?”

!?!!!

“어…어떻게 안 거야?”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히 창녀라는 개념을 만든 여신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창녀일을 하다보면 여신님의 전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죠. 그리고 이름도.”

“이름? 설마 이티아란 이름이 유명해?”

“유일한 이름이니까요. 물론 듣기 전까진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데 들으니까 알겠더라고요. 그 여신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외모도 외모지만요.”

“그렇구나… 아니! 그럼 창녀들은 다 내 이름을 들으면 내가 여신이란  알아차린다는거야?”

“글쎄…요? 일단 저는 그렇게 팍! 꽂히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냥 혹시? 하는 생각이었는데. 진짜 여신님이었네요.”

“그으..런가…”

대놓고 내가 여신이라고 밝힐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창녀들이 알아보면  좋은 거겠지?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레아 내 사제가 되지 않을래?”

“사제요?”

“그래.  사제가 되면  아름다워   있어! 그것 말고도…”

회심차게 자기 PR을 시작하려 했으나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매력증가 말고는 딱히 장점이 없는 것 같았다.

“어…예뻐질 수 있고…매력적이게 되고 또…”

이렇게 생각하니 이거 메리트 있는거 맞아?  생각이 들었다.

아니 돈도 많이 줄 수 있는데, 돈은 필요 없다잖아!

“푸핫! 할게요. 아~ 웃겨라.”

다행히 레아는 까르르 웃으며 수락했다.

“뭐가 웃기니?”

“아하아…그야 이티아 님이 너무 귀여우시니까요. 역시 여신님인 걸까요? 살짝 어벙한 게 딱  취향이에요.”

“…”

그니까 내가 멍청해 보인다는 거지?

레아의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다.

예전에 아티에게 들었는데, 나는 다른 사람의 취향에 맞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행한다고 한다.

근데 난 원래 이런 성격인데…

“어쨌든 저는 여신님의 사제가 되고 싶어요.”

“…당장은 네게 뭘 해줄수는 없지만 내 사제가 된다면 적어도 그런 양아치들에게 납치당할 일은 없을거야.”

나는 레아에게 신력부여 권능을 사용했다.

휘오오-

[신력 부여]

[레아(인간 순혈)에게 신력을 주어 사제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신력이 100 소모됩니다.]

보통 이 다음엔 예, 아니오로 상태창 같은게 나올텐데 그런 건 없었다.

그냥 머리속으로 응. 이라고 생각하자 자연스레 다음 상태창이 나왔다.

[레아(인간 순혈)과 주종 관계를 맺었습니다. 레아의 직급은 하급 사제입니다.]

[사제 목록: 레아(인간 순혈)-하급 신관]

[신관이 된 피조물들은 성교를 통해 신력을 얻을 수 있으며, 신관이 얻은 신력의 50%는 신에게 전달됩니다. 정산되는 비율은 신관의 직급에 따라 다르며, 신관은 직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의 수가 늘어납니다.]

다행히 사제를 만들 땐 신력이 그리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신력 100? 이 정도면 레아가 200번정도 손님을 받으면 다시 회수가 되겠군.

하급인데 정산 비율이 50%면 막 대신관 정도 되면 1% 밖에 안되고 그런가?

신관은 하급-중급-상급-대신관 순으로 있으며, 대신관은 내가 직접 임명하고 그 아래는 신력이 쌓이면 자동으로 직급이 오르는 굉장히 편리한 시스템이다.

근데 권능은 어떻게 되는 거지?

“레아 어때? 뭔가 달라진 게 느껴져?”

“어…뭔진 모르겠는데 매력증가?  권능을 받았어요. 아직은 lv.0 이라는데 신력을 사용해서 올릴 수 있대요.”

“너도 막, 그 상태창이 보여!?”

“상태…창이요?”

“눈앞에 불투명하게 글씨 써진거 있잖아.”

“아뇨? 그냥 원래 알고있듯이 생각났어요.”

“그럼 신력은? 한번 써봐.”

신관은 신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음…신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안돼요.”

“그래? 음…원래 섹스하면 신력을 얻을 수 있는데…”

“섹스하면요?”

“남자가 사정하면 신력이 들어오거든. 사람은 10씩 들어오고 강한 종족들은 100씩 주기도 해.”

“어…그럼 여자는요?”

“여자? 여자도 가버리면 신력이 들어오긴 하는데…”

“여자도 똑같이 들어와요?”

“응. 근데 여자는 직접 몸을 절정에 이르게 해야 해.”

“그럼 여성전용 샵이 더 신력을 모으기 편하지 않나요? 여자는 절정하는 절정하는데 횟수제한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렇긴 한데…남성도 정액만 몸에 사정하면 신력이 들어와서 게다가 여러 명이랑  수 있다면 더욱 효율이 좋은건 남자지.”

“그렇군요…그러면 일단 신력을 모아봐야겠어요.  도와주실래요?”

“도와달라고? 아직 창관이 준비가 안 되서 오픈때까지  걸릴텐데?”

“아뇨아뇨. 창관에서 손님을 받는 거 말고요.”

“그럼?”

“…짓궂으시네요. 에잇!”

“아…어?”

레아가 몸을 날려서 내 몸을 잡고 침대로 다이빙했다.

순식간에 내동댕이 쳐져,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레아는…

“이런 맹한 반응도  취향을 반영한 모습이겠죠? 이티아 님은 저 같은 것보다야 훨씬 능숙하실 테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레아? 레아야! 꺄악!”

내 위에 올라탄 레아가 단숨에 내 옷을 잡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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