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4)화 (4/454)



〈 4화 〉2. 누나 그러다 저 죽어요!

이번 상행?
아무튼 의뢰를 무사히 끝내면 선배는 여러 가질 알려준다 장담했다.
구체적으로 뭐냐고?



“네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 아, 그게 우리한텐 필요하거든. 접대 업이라는  우리 본업  하나라서.”




그리 말해서 나는 술 마시는 거나 아부성 멘트  치거나, 막연히 그런 걸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끄응.”



등가죽이 침대에 들러붙은 것처럼 느껴졌다.
끔찍할 정도의 탈력감 덕에 의식은 눈을 떴어도 물리적으론 눈꺼풀이 열릴 기미를 안 보인다.


아, 그냥 눈 뜨기가 싫은 느낌?
그렇다고 이게 또 힘드냐? 불쾌하냐?
노우, 전혀 아니올시다.

겉은 이래도 어쨌든 원판은 30대를 눈앞에 둔 몸.
거기다 운동하고는 거리가 먼 생활에 전념했기에 이런 강행군이 익숙할 리가….
인턴  규칙적으로 자고 깨고 하면서 운동에 식사에 뭐 그랬다지만, 어디 체력이란 게 2, 3개월 박차게 한다고 확 느는  아니지 않나.
…운동만 죽자 살자 하면 또 모르겠지만.

아, 그래서 어제 동정   후회하느냐?
그래, 많이 했으니 힘들어서 더 이상은  하겠다?

‘응 아니야. 계속할 거야! 그놈에 질린다는 것 좀 제대로 알고 싶다!’




더 이상 기만자 쉑들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좋은 걸 왜 피해? 기만자 쉑들!


아무튼 그는 답을 얻었다.
천국은 실재했다.
바로 여기에!



“흐음.”


근데 옆구리가 시리다는 감각을 본의 아니게 실감했다.
옆이 대단히 허전했다.

같은 침상에 알리샤가 없는 게 조금 쓸쓸했지만… 아니, 많이 쓸쓸했지만… 응?
벌떡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살피니 어느새 우리가 어제 격렬하게 흔적을 남긴 이불 등이 모조리 새것으로 변해 있었다.

몸에서 나온 땀과 애액과 뭐가 아주 침상을 가득 매운 터라… 솔직히 기력이 쇠진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누워서 잠들기 좀 애매한 상태이긴 했다.
나야 혼절했으니 그렇다 쳐도 알리샤는 어땠을까 싶다.
음, 마주치면 누나라고 꼬박 불러주는 거 잊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불 밖을 빠져 나왔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발가벗은 거야 그렇다고 칩시다.
근데 주위를 아무리 살피니 어째 걸칠 옷이 안 보였다.
겉옷은 그렇다 쳐도 속옷까지도.


“어쩌지?”


일단 화장실을 가고자 했는데… 이대로 나가자니 좀 그렇지 않나?



“음, 상관없나.”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아, 그래도 부끄러운데?
오만가지 상념에 빠진 나는 아무튼, 화장실로 향해야만 했다.

어제 혹사(?)당한 덕에 뭔가, 내 주니어의 참을성이 대폭 줄어든 터라, 당장 주체가 안 될 것 같은 기분? 너 어제까지만 해도 마음 놓고 싸대더니 정작 참아야 될 걸 잊어먹으면 어쩌냐?!
급한 마음이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문을 열고 나서자 웬걸.




“에드릭, 식사해야지?”

마찬가지로 발가벗은 그녀가 나무로 된 접시를 들고 인근 책상에 식사 거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알몸 에이프런? 뭐 이런 로망은 들어본 적 많은데 알몸 나체로 요리하는 건 조금….

아, 물론 보기 아주 좋다.
그냥도 아니고 엄청.
언제 이런 광경을 코앞에서 접해보겠냐.
아침 생리 현상 때문도 그랬지만, 어쨌든  물건은 더할 나위 없이 힘차게 발기한 상태.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맨몸을 목도하자 잠들어 있던 성욕과 본능이 오! 대박! 하고 기회를 만난 듯 더 격렬하게 성기를 부풀려 자신의 존재감을 적극 피력하기 시작했다.




“…….”
“…….”




그녀의 시선이 위험천만하게 번뜩이는데, 기분 탓이겠지요?




“아니, 저기… 화장실을 좀….”
“조금 늦게 가면 안 될까?”
“안 돼요!”


천만다행으로 그녀는 아쉬운 얼굴로, 상처 입은 듯 훌쩍였지만 이쪽 사정을 잘 고려해줬다.
아니, 저도 그쪽 충동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이쪽이 더 급했다고요! 크흠!



“일단 먹자.”


알몸이라 나무 의자에 닿은 엉덩이가 제법 써늘했다.
그걸 불편함으로 느끼기도 전, 막상 차려진 녹색 바탕의 샐러드에 굵직하고 딱딱한 바게트빵과 이와는 대조적인 부드러운 모닝 빵.  외에는 계란프라이, 베이컨, 버터며 우유 등을 차례차례 입에 넣기 시작하자 그때야 공복감이 눈을 뜬 듯 미친 듯이 퍼먹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저녁도  먹고 계속했잖아? 그러다 혼절했고? 배가 안 고픈 게 이상한 거지.
꿀맛을 느끼며 먹는데 한창 집중했다.
그러다 살짝 알리샤를 보니



“저, 그런데….”
“응,  처리해놨어.”

몸을 서로 부대낀 것만으로 생각이 이리도 잘 통할까. 내 물음을 즉각 캐치한 그녀가 지금은 사라진 항아리 쪽을 일견한 날 보며 그리 답해줬다.




“죄송해요. 일어나서 좀 도왔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



갑자기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가 폭삭 얼굴을 붉히더니.


“진짜… 너무 귀엽다 너. 에드릭, 너! 내 거  할래?”
“…….”



옙 하고 진심 어린 대답을 내놓고 싶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이를 버텨냈다.

회사 규정 하나.
절대, 현지에 정착할 어떤 여지를 두지 말 것.
예컨대 눌러앉을 상황을 만들지 말라 이거다.


사랑을 하든 관계를 나누는 거까지는 터치 안 하고 오히려 장려하지만, 절대 거기에 정착하거나 눌러앉을 생각은 말 것.
너희는 이곳 세계 사람이 아니다. 그 점을 절대 잊지 말도록.
왜 그 점을 계속 강조하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고작 한  맺어진 것만으로 나는, 진짜 동정답게 그녀에 대한 무한에 가까운 관심과 사랑, 아무튼 그런 부류의 감정에 휩싸인 상태였다.
이성적으로는 충분히 자각하고 다짐도 수십 차례 해왔던 거지만, 진짜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게 바뀌었다.

당장 여기 눌러앉아 그녀와 이러한 나날을 계속 보내고 싶다는… 그런 욕망이 맹렬하게 내적 갈등을 일으켰기에. 선배가 왜 괜히 거듭 강조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호들갑이라고, 걱정 말라 그랬는데 참….



‘함정이라면 함정이잖아.’



정직원 되자마자 퇴출, 쫓겨날 생각 아니라면… 절대, 절대 안 되지.
애초에 그녀와 이런 식으로 맺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본사 정직원이 됐기에 가능했던  아니냐?

‘마음을 잡아라, 에드릭.’




회사 규정 두 번째, 이곳 세계에 오면 저쪽 세계의 자신은 잊을 것.
절대 본 세계의 지식, 정보에 대한  누설하는  없도록.
이를 어길 시, 그에 합당한 대가가 따를 것이다.



‘선배는 출신부터 경험까지도 속이라 했었지.’

심지어 과거 일을 비슷하게나마 각색해서 말하는 것조차 자제하라 일러뒀고, 매뉴얼 및 설정대로 정한 과거, 현실만을 무조건 입에 담으라 일축했다.
아마 초반엔 이게 가장 어려울 거라 했던가?

그래, 나는 구레아 상회의 에드릭.
…근데 왜 구레아지?



“입맛에는 맞고?”
“예! 성찬이 따로 없네요.”
“어머, 성찬이라니. 그냥 가벼운 아침 식단인데. 이러면 점심이나 오후엔 힘  써야겠네?”
“그러면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겉은 소년인데 말투는 참 어른스럽단 말이야. 그 갭이 참….”
“예?”
“아니야. 장하다고.”



저기요, 다 들렸습니다만?
나로선 짐작 못 할 무언가가 그녀의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하는 모양이다.
역시, 잘 생기고, 멋지게 생기고, 어쨌든 잘 생긴 게 갑인가?

이세계 전용 아바타를 처음 만들 때도 그랬지만, 이건 대체 어떤 원리인지 짐작도 안 간다.
본 세계의 몸은 30대를 앞에  아재…의 문턱을 눈앞에 둔 몸이지만, 지금의 나는 완전무결해 보이는 소년 그 자체.




“음, 지금 당장에라도  부비부비 안아주고 이렇고 저렇고  해주고 싶은데….”


나무로 된 식기를 정리한 그녀가 기습적으로 날 확 끌어안고는 몸을 부대끼며 그런 소리를 해대는데, 덕분에 반쯤 늘어질까 말까 간을 보던 녀석이 다시금 존재감을 떨치기 시작했다. 마치 나 불렀수? 하듯 빳빳하게 고개를 들자, 자연스레 그걸 한 손에  그녀.




“저, 저기?”
“괜찮아. 지금은 안 해. 지·금·은.”


그러면서 장사해야 하니까. 영업 하루 쉬고 싶다 하면서 아쉬워하는 그녀.

“약품도 가공해야 하고… 재료도 좀 구하고… 음, 식재료도….”
“도와드릴게요.”
“그러면 고맙지.”

활짝 만개하는 꽃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보이는 그녀.
…이런 소녀가 어제는 서큐버스 못지 않게 날 쥐어짰다 이거지.
심지어 예고로 오늘도  쥐어짠다고 지금, 방금 호언장담한 거 맞지? 어?!

가슴 속에 말도 못할 기쁨이 치밀었지만, 한편으론 초조한 느낌도 들었다.
뭐랄까, 어제 그렇게 하고서도 왠지 지금도 또 하고 싶은… 크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아니, 고기 맛을  스님이… 음, 이건 스님을 욕하는 표현이려나? 커험!

“아 맞다.”




나는 그제야 떠올랐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옷은 어디간 건가요? 아까 찾아도 없던데요?”
“응? 아, 그거…….”



왜요?  갑자기 눈을 피하는데요?

“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어제 제가 술 취해서 옷을 불살랐거나 땅에 묻었거나 이러지 않은 이상! 몽유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설마!

“하, 하! 괘, 괜찮아! 어떻게든 될 거야.”
“아니, 어떻게 라니요?! 대체 제 옷에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새, 새로 사줄게? 아니면 잠깐… 아, 좋아! 대신 내 옷을 입어.”
“…….”

아니, 저기요, 진짜로… 제 옷에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그 궁금증을, 그녀는 도저히 풀어주질 않은 채 애써 시선을 피해가며 자기 방으로 올라가 내가 입을 법한, 여자가 입을 법한 옷들을 잔뜩 골라온 덕에, 나는 본의 아니게 그걸 입어야만 했다.

……거울 보니 잘 어울리네?
자괴감이 솟구쳤다.

혹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러다 여장 취미에 눈을 뜨진 않겠지?


“귀여워!”


…알리샤, 그녀가 자꾸만 칭찬해준 탓일까.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아니, 왜 이리 예쁜데! 역시  생기면 전부 다 커버가 되는 거냐?! 그런 거냐! 마이 아바타?!


…이러다 나르시시즘에 빠지면 그냥 접시 물에 냅다 코 박아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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