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6)화 (6/454)



〈 6화 〉2. 누나 그러다 저 죽어요!(3)

인터넷이며 SNS를 보다 보면 정말 이 세상에 나만 못 살고 나만 모자란 것처럼 느껴졌다.

어딜 가든  잘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왜 나만….
취직도 안 돼, X소기업은 사람 부려먹기나 하고 대우는 안 해주지, 공무원 경쟁률은 끔찍할 지경에 다들 인맥이니 혈연으로 한자리 꿰차는 모습까지 보아왔다.
노력? 했다고 생각하지만 에드릭보다 노력한 이들, 잘난 이들은 수도 없이 많았는데, 그들조차도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낙담하는 시대였다.

그에 비하면 나 같은  뭘 할  있을까.

일당직이나 적당 적당 노동,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도전해봤지만 도무지 멀쩡한 직업을 구할 겨를은 안 보이고, 돈을 모은다 쳐도 한계가 너무 명확했기에 결국 다 포기했다.

그러고 적당히 입에 풀칠하며 살다 보니 벌써 30을 눈앞에 뒀다. 한 것도 없고 뭐 하나 제대로 풀린 것도 없이 로또며 복권을 쥐고 때아닌 기대도 해봤지만 매번 꽝.
그야 그러겠지.

그런 식으로 수년을 보냈다.


그리고 30이 코앞에 남은 순간, 이러다 진짜 답도 없겠다 싶어 다시 이력서도 넣고 뭐도 하고 했지만… 젊을 때도 안 됐는데 나이 먹고 경력이며 스펙이랍시고 기재할 게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 개수만 많은 걸로는 안 됐던 걸까.
보란 듯한 자격증, 특별한 기술도 없고.

“후우!”
“왜 그래? 표정이 많이 꿀꿀해 보이는데?”


살며시 다가온 그녀가 에드릭을 꼬옥 안아주었다.


“…음, 그냥 옛날 생각나서요.”

왠지 눈물이  것도 같았지만, 애써 쾌활한 척했다.
정말 간절했었으니까.

“어린 나이에 이리저리 오고 가는 게 쉽진 않겠지.”



문득 물기를 머금은 손과 팔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는 알리샤를 보며, 에드릭은 말  할 감정을 느꼈다.

“괜찮아.  잘  거야. 지금도 잘하고 있어. 나중엔 더~ 잘 될 거야. 누나 믿지?”
“…예. 믿어요.”




차분한 대답에 알리샤는 이전과는 다른, 고요하게 미소 지으며 그러고 몇 분간 에드릭을 꼬옥 껴안은 채 마치 자장가를 들려주듯 어머니처럼 그의 머리를 툭툭 두들겨 주었다.

 뒤로 간단히 비누로 몸을 씻어내고 물기를 닦고는….
왜인지 얌전히 침대로 들어온 우린 알몸으로 서로를 껴안은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따로 랜턴이나 등을 키지 않았기에 해가 떨어지는 것만으로 주위는 곧장 어두워졌다.

달빛이 미치지 않는 곳은, 정말로 한 치 앞도 분간 못 할 정도였으니.
그러나 그녀의 침실은 달빛이 잘 스며 들었기에 제법 야릇하면서도, 한편으론 안정적이고 정적인 기분을 만끽할  있었다.


어제의 그, 서큐버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박력을 보여준 그녀는, 그렇게 한동안 알몸으로 날 품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나, 이쯤 하자며 천천히 눈을 감은 채로 말을 이어갔다.

“음, 기대 많이 했는데, 오늘은 그냥 이러고 자자. 괜찮지?”
“…크흠! 옙! 괜찮습니다!”
“기대 많이 했구나?”



은근슬쩍 귀에 입술을 가져가 그리 물어대는 통에, 아래가 펄쩍 하고 자길 써달라는 양 힘껏 반응했지만, 그녀는 쿡쿡 웃을 뿐 따로  자극하거나 애무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심히 아쉬웠지만, 한편으론 이것도 썩 좋구나 싶었다.

그녀의 크고 넓은 가슴에 안겨 그녀의 싱그러운  내음을 맡은 채 나는, 그제야 내가 많이 지쳐 있다는  깨닫곤 자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품에 안겨 그대로, 눈 감은 채 편히 잠들었다.


“한  할 때 제대로 해야지. 후후. 여유 날은 아직 많으니까.”

왠지, 그런 소리를 들은 거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거니 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렸지만, 잠결에 그녀가 내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마녀처럼 소리 죽여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지만… 착각이겠거니 했다.

음, 꿈이겠지. 암, 꿈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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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날 죽이려 환장한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안녕.”


무덤덤한 어조로 그녀가 인사말을 건네왔다.
에우리에 씨?! 누나가 왜 여기 있는데요?

발가벗은 채 식사를 하던 우리는, 뜬금없이 난입한 그녀에 의해 혼란을 맞이했다.
아니, 혼란에 빠진 건 나 혼자뿐.
오히려 알리샤 누님은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뭐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에드릭은  수 없는 불안과 말 못 할 기대감이 공존하는, 기묘한 혼란에 빠져 식은땀을 흘렸다.

무심코 드는 불순한 상상들.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3P가 불쑥 떠올랐지만,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초면에 그러는 건 좀 아니잖아!

덕분에 아랫도리가 힘차게 발기하려는 걸 억지로 양 허벅지를 조여 감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지만, 이미 적당 크기를 부풀린 덕에 허벅지로 감추기엔 에로사항이 꽃피었다.

아, 거시기가 큰 게 단점일 수도 있구나.
여성들 가슴이 컸을  하는 불평불만이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되려 했다.


‘그보다….’

다시 보게 된 에우리에 누님. 기분 탓인지 어제보다 훨씬 예뻐 보이는 건… 아!
머리 스타일이 변했구나!

…사실 변했다기보다는 머리를 감고 잘 빗어 말린 정도로 보였는데, 그것만으로 이미지가 대단히 이지적이며 고혹적으로 뒤바뀌었다.

매끄러움은 덤.
이전도 좋았지만 이건 이것대로 좋았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옷은 여전히 착 달라붙은 검은… 투명도가 미묘한 그 차림은 여전했지만, 차이가 있다면 고깔모자가 추가된 정도. 쓰고 있다 벗으니 더욱 시선이 쏠렸던  같은데, 역시 무언가를 강조하기 위해선 연출이 중요한가 보다.


“거봐. 에리. 얘 너한테 반했다니까?”
“바, 반하다니요?! 그, 그게 무슨…!”
“보라니까?”



알리샤 누님의 짓궂은 부채질에 에드릭의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
아니, 왜?! 이게 부끄러워할 일인가?!
여성에게 면역이 전무한 동정은 이래서 귀엽다.
 그런 표정으로 싱글거리며 웃는 알리샤였다.


“…….”



반면 무심하게 에드릭을  채로 내려보는 에우리에.
미세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드리우기까지.




“왜? 안 반했어? 관심 정말 없다고 이 누나한테 장담할 수 있겠어?”
“아, 그거야…….”
“인정 안 하면 좋은 거  해준다?”
“컥!”
“누난 다 알아.”

이상하네. 인정하고 와! 반했어요! 너무 예뻐요! 아름다워요! 하고 아부성 멘트를 치면 그만인데… 왜 이리 낯부끄럽지?
아니, 그보다!

“무심코 까먹었는데 저희 왜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알몸으로 밥 먹고 있는 거죠?!”



경악을 담아, 당혹감을 담아 그리 외치자.


“에드,  원래 저래. 변태니까 네가 이해하렴.”
“변태라니! 이게 편하니까 그런 건데!”
“혼자선 안 저러거든? 이상하게 누구 올 때만….”
“그런 거 아냐!”



에우리에는 무심하면서도 친근한 어조, 이게 참 미묘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며 내 쪽으로 다가와 내 어깨를 짚었다.
차갑게 식은 손이었는데, 느낌이 색달랐다.

알리샤 누님은 항상 따스한 손과 따스한 살결… 이렇게 말하면 좀 음란하게(?) 들리겠지만 열이 충만했다면, 에우리에는 반대로 온도가 낮은 듯 느껴졌다.

무심코 손을 올려 그녀의 차갑게 식은 손을 감싸자  위로 차가운 한기가 스며들었다.
이게 그건가? 기분 좋은 싸늘함?

“…….”
“아, 그게! 손 시리실까 봐요!”
“…….”

다급히 손을 치웠음에도 에우리에는 빤히 날 주시해왔다.




“얘가 참 착해.”



알리샤는 우애 좋은 누나처럼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보다… 아침부터 기운차네?”
“?!”




에우리에가  쳐다보는 줄 알았더니 시선을 살짝만 옮기는 것만으로 의자에 앉은  하반신, 꼿꼿하게 존재감을 발하는 물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곤 그리 말하는데.



“…크구나.”
“가, 감사합니다?!”



이상한 치하와 괴상한 답변이 오고 갔다.

“뭐랄까, 좋네.”
“뭐가 좋아요?! 수치심이란 게 없는 겁니까, 누나는?!”




마치 좋은 풍경 봤다는  헤에~ 하며 웃는 그 모습에 에드릭은 기가 막혀 외쳤다.
아, 진짜 여기 좀 이상한데? 내가 그냥 적응  하고 있는 건가?!

2박 3일째 되는 날에도 에드릭은 여전히, 이곳이 어떤 곳인지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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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계획이었다.
…내 계획 말고.


 어제 알리샤는 에드릭을 혹사시키지 않았는가.



“자, 오늘 마실  이거야.”


네모난 유리병, 일명 포션 병에 담긴 검은색 액체의 정체는  물어봐도 뻔했다.

“저번에 시음 끝난  아닌가요?”
“가공한 것도 맛봐야지? 왜? 싫어?”



알몸으로 다리를   검은 포션 병 입구를 쥐고 설렁설렁 흔드는 모습은 사뭇 자극적이었다.

거기다 이번엔… 왜인지 참관하겠답시고 합류한 에우리에 누님(…)께서도 뭔가 기대하는 듯한 시선으로 우릴 지켜보던 터라 별 수 없이 나는 알리샤에게서 그 병을 양도받아야만 했다.
마개를 따서 입안으로 꿀꺽.

“씻고 오렴. 양치도 하고!”

언제나 에드릭보다 최소 1시간 가량 일찍 일어나는 알리샤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친 상황.


아니 근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기대감이 고조되는 반면, 그걸 누가 지켜본다는 생각이 들자 부끄러움이   할 정도로 치밀었다.


그러나 그런 변덕도 잠시.
다 씻고 물기를 닦아낼 때쯤, 역시나 약효가 돌기 시작하자 느낌이 색달랐다.

“어때?”
“음… 뭐랄까. 저번하고는 조금 다른데요?”
“약간 더 기분 좋은 고양감이지? 가공됐을 때와 안 됐을 때의 차이가 이래. 가공 안  효과가 더 좋다는 이들도 있는데, 이건 잘못하면 몸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보존 기한도 짧고.”




확실히 이전보다 안정적이면서도 두근거림, 심박동이 훨씬 편안한 듯 느껴졌다.



“그렇다고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니야. 효과는 그대로면서 이런 초기 증세, 뭔가 최음제 같은 효과를 옅어지게 하면서, 남녀 모두가 즐겁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거니까.”
“여성한테도 효과가 있나요?”
“여자는 뭐 정력 안 필요한  알아? 섹스는 사랑이 반, 체력이 반이란다?”

음, 너무 태연히 그리 말하는데 왜 부끄러움은 내 쪽으로 쏠리는 걸까.
알리샤, 에우리에 누님은 태연자약했지만, 도저히 누구 입에서 저런 소리가 노골적으로 오고 가는 거엔 면역이 없다 보니, 듣는 것만으로 귀밑머리가 붉어지며 열이 몰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때? 궁금한 건 조금 풀렸니?”
“…예, 많이 풀렸어요.”
“그렇지? 자, 그러면 어떻게 시작해볼래?”


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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