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4)화 (14/454)



〈 14화 〉4. 다음에 또 할 수 있겠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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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3일도, 일주일도 아닌 4일, 딱 4박 5일이었던 걸까.
막상 출근할 때가 되니 더없이 적절한 일수라는 게 증명됐다.
아니었으면 더 늘어졌을 거고, 웃기게도 부모님 눈치를 살펴야 했을지도 모르니.
그도 그럴게,  달 넘게 숙식한다는 형태로 회사에 붙들려 있었는데, 누가 좋게 보겠나.


그럼에도 처음, 집으로 한우 세트를 들고 갈 때만 해도 이보다 보람찬 일이 없었다.
간만에 어깨 힘 좀 주고 딱 들어가서 묵직한 걸 방바닥에 내려놓으며 “다녀왔습니다!” 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뜻깊은 것인지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루 푹 쉬고 이틀째도 여독이  풀려 늘어지긴 했는데, 어쨌든 3일째 되는  되니 벌써 반이 사라진 터라 뭘 할까 고민하다 통장에 입금된 월급을 확인하며 쇼핑이나 나갈까 싶었다.




‘초봉이 2400 가량 된다 했던가?’




작다면 작지만, 거기서 뭔 일을 하는지를 알기에 태민은 이걸 아쉬워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조금 헷갈렸다.
돈만 보면 아쉽다.


그러나…….


“끙!”



과연 그곳만 한 직장이 또 있을까?


일단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이세계를 탐험, 탐방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무엇보다 배울 점도 많았지만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이 신선하고 색달랐다.
거기다 꼰대에 갑질을 일삼는 윗선을 만난 것도 아닌데다….

무심코 팀장, 윤미라 팀장을 떠올린 태민은 아쉬움인지 초조함인지 모를 감정에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픈 심정이었다.




‘운이 좋은 건지….’



면접 대실패로 낙담한 자신에게 명함을 건네줌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안겨준 그녀.
물론 실질적으로 그녀를 만나게 되기까지는 한참 걸렸고, 인턴 과정을 거친 이후 정직원 된 직후에도 마주친  최근까지 포함해 고작 두 번.

인상 깊은  떠나 일단 엄청난 미인이었고 능력도 대단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선배 말로는 거의 모든 부서를 다 전전했다고 하는데, 전투며 사무, 보조, 영업, 직접 판매 등 아주 안 해본 게 없으시단다.

호객  접객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이번인 인사 담당인 동시에 팀장 직위를 달고 있지만 본래 직급은 과장. 본래는 더 높았어야 했는데 주변 사정을 고려해 스스로 머물렀다는 식으로 선배는 말했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그러나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지.’

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걸 태민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뭐… 당장 내 앞길이 걱정인데 누굴 신경 쓰냐.


백화점은 아니어도 시장에 나가 그럭저럭 옷이며 장거리를 사드리고 들어오니 날이 저물었다. 저녁을 먹고 대충 앉아 tv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벌써 3일째 컷.


마지막 날은 몇 없는 친구들을 불러 회포나 풀까 했는데 다들 바쁘다 해서  놈하고 독대하는 걸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하긴 언제는 친구랍시고 부르긴 했나. 새삼 처지가 나아졌구나 싶었다.

과거엔 밥 한 끼 먹는 것도 서로 각출한다 쳐도, 2~4만원 깨지는 것조차 부담이라 매번 거절하기 일쑤였는데, 그 대가를 지금 치르는  싶었다. 그냥 술 안 마시고 국밥 정도로 해결하면 안 되나?  자꾸 서민 음식 코스프레 하고 자빠진 족발이나 보쌈 등을 먹자고 그러는지 원. 그럴 바에 치킨을 먹고 말지. 요즘 싼 곳 많아서 5천원에 한 마리, 8, 9천원에 2마리 이상 주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였을까.


 생각 때문에 무심코  한 마리가 2만원에 근접한, 평소라면 절대 안 시켰을 법한 업체에 주문을 시켜봤는데, 역시 비싼 이유가 있었다.




‘…이것도 다 바가지인데.’

그러나 굼벵이 정신, 거지 근성은 어디로  가는지, 맛있게 먹으면서도 막상 다 먹고 나니 보람보다는 후회가 빗발쳤다.
…이거 한 마리면 싼 곳에선 닭이 3마리에 양념 무에다 탄산까지 추가 가능한 가격인데!

“…….”




역시 사람은 돈이 있어야 한다는  다시 한번 실감하며, 나는 내일 무사 복귀를 위해 일찍 잠들기로 했다.


“……망할.”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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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뜰 때쯤에야 잠깐 눈 붙인 정도로 결국 다시 출근해야 했던 태민은 부모님의 배웅과 함께 빌라를 나섰다.

역세권에서 한참 떨어진 덕에 대중교통으로는 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그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 만도 10분 이상 걸어야 했다.

어렸을 적은 이곳이 세계의 중심이었는데, 커서 보니 여긴 서울 안에서도 촌구석. 산을 밀고 재개발이 들어가고, 터널이 뚫리고 아파트가 세워지고, 초등학교 옆에 고등학교가 세워지질 않나. 한참을 또 올라가면 바로 옛 약수터며 산길이 나오고, 거기서 또 올라가면 심지어 절간도 튀어나온다.


…진짜 촌구석 맞다니까.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10시 경이라 인파가 비교적 적은 편.

아무튼 그런 온갖 과정을 거쳐 배 타고, 지도에 표시는 됐지만 크게 신경 쓸 요소가 없는 섬에 도착했을 때쯤엔 벌써 몇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거기서 졸면서 갔기에 체감상으론 순식간이었지만 아무튼….

섬에 도착한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평범한 동사무소? 아무튼 그런 느낌의 건물에 들어선  어느 입구를 지나자 허름한 건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세련된 건물로 뒤바뀌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금 가고 허름했던 건물 벽들이 모두 반듯하게 번쩍이는 형태로 변했으며, 무엇보다 단순 출입 시설임에도 내부는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줄줄이 들어오는 이들을 검사하듯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을 보며 나는 자켓  주머니에서 목걸이처럼 내걸린 사원증을 걸고 마치 공항 탐색기처럼 서 있는 공간을 지나, 이번엔 탐지기를 든 경비원들을 거쳐 내부로 들어섰다.


“…올 때마다 헷갈리네.”



출입 시설을 지나 다시금 내부로 들어서자,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회사 느낌이 나는 넓디넓은 로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번 헤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1층에 내려 사원증을 찍고 잠금 장치를 푼 다음, 내부로 들어서서 한참을 걸어 도달한 곳은….

[외적 지원 탐방 보조 및 해결 부서]


라는 뭘 하는 곳인지 분간이 안 가는 내용의 부서였다.
…솔직히 이걸 보고 누가 여기서 뭘 하는지 짐작이나 하겠는가.



‘명목상이라고는 했지만.’

어쨌든 생긴지 얼마 안 된 곳이라는데 선배 왈, ‘개꿀 빠는 곳’ 이란다.
투명하지만 내부가 안 비치는 문을 사원증으로 잠금을 열고 들어서자 내부는 비교적 단출했다.

일단  공간에서 데스크 형태로 칸이 나눠진  여섯 자리. 아마 사람이 채워지면 더 비좁아질 테지만 당장은  여섯 자리조차 안 채워진 상태다.
그 외에 회의실 프레젠테이션까지 겸할  있는 공간, 그 다음으론 탕비실을 겸하는 비품 창고. 나머지는 수면실과 흡연실, 그리고 윤미라 팀장이 홀로 쓰는 독실까지.



‘이렇게 보면 반듯하긴 한데.’



선배 말로는 규모가 적다 보니 지원이 어설퍼 굉장히 허름한 편이라는데,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아무리 봐도 반듯한데?
그때, 자동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섰다.


“뭐야? 벌써 도착했어? 빠르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려.”



본래였으면 그가 사수, 내가 부사수이고 선배님 선배님이라기보다는 주임님이라 불러야 했는데, 그는 한사코 그럴 필요 없다 그랬다.

[우린 어차피 업무 때 같이 동행하거나 하는  거의 없으니까. 그냥 여기선 군대로 치면… 음, 아저씨? 그렇게 생각하면 돼.]

예컨대 직속 선임이나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닌 형태로 받아 들이라  이야기인가?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러나  익숙해질 거라 그랬다.


[여기는 구색이야, 애당초 우리 근무지는 여기가 아니잖아?]


그래서 그런지 여기선 아저씨 취급을 해도 막상 저쪽 세계로 가면 선배가 아닌 상사로 대하라고 하는데, 이조차도 그때그때 달랐다.

[아바타에 맞는 각 역할 군이 있으니까. 연기자는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지만 우린 그냥 현실이 연기 그 자체니까. 아니, 연기라고 할 것까지도 없나.]

그리 말하며 씁쓸하게 커피를 훌쩍였던 철영을, 태민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팀장님 곧 오신다니까 회의실에 차 좀 준비해두자. 아, 팀장님은 커피  드시니까 다른 거 타고. 말차를 좋아하시는데 너  타잖아? 그냥 가루로 된 말차라떼 같은  타도 되니까….”



세세하게 일러준 탓에 태민은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회의실은 일전에 상영실을 겸한 곳으로 사실 테이블보단 의자가 더 많았고, 상영기는 어디로 넣어뒀거나 빌렸다 치면 되돌렸는지 보이지 않았는데, 태민이 궁금해져서 철영을 향해 물었다.



“여기 의자가 왜 이리 많나요?”
“이거? 원래 여기 얼마 전까지 그냥 자유 회의실, 휴게실로 써먹던 곳이야. 당장 공간 여유가 없어서 임시로 쓰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차였다.
문이 열리며 윤미라 팀장이 들어섰다.




“다들 잘 지냈어요?”
“옙!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힘차게, 그리고 태연히 아부 멘트를 건네는 철영에 비해 태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는지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회의실의 유일 데스크에 자신의 서류첩을 내려 놓은 그녀는 저번과 같은 차림이었다. 상의 자켓 하의 스커트의 투피스 정장에 연한 분홍색 블라우스까지.

붉게 물든 유광 펌프스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발하는 가운데, 그 사이로 비추는 검은 스타킹으로 감싼 그녀의 매끄러운 다리에 일순 이목이 집중됐다.



“자, 고대하던 시간이지요? 안태민 사원?”
“아, 네!”


최대한 침착하게 답하려 했는데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니 무심코 반응이 살짝 늦춰졌다.


“뭘 그리 긴장하냐? 안 잡아먹으니까 편하게 들어.”




선배가 혀를 쯧쯧 차며 우스갯소리 하듯 격려해줬지만….



‘아, 자꾸 두근대는 걸 어쩝니까?’



이런 환경에 면역이 없는 것과, 저런 절세미인과 마주하는 일에도 면역이 없었음은 물론, 그런 그녀가 하필 내 직장 상사? 거기다 뭔가를 평가받는다는 이 상황까지! 그 모든  종합적으로 태민을 압박하고 있던 덕분에 그는 지금, 솔직히 말해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일단 차나 한잔해요. 철영 씨는 두 달 만의 휴가 어땠어요?”
“그냥 그랬죠. 집에 처박혀서 자고 게임하고….”
“태민 씨는요?”
“아, 저는….”

그런 식으로 잡담을 이어가니 긴장이 조금 풀린 듯 느껴졌다.
물론 그녀가 다시 서류첩을 풀러 서류  개를 끄집어내자 다시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지만.

“으음, 좋아요. 우선 태민 사원은 여기서 계속 근무하게 될 거예요. 다만 저쪽으로 가서는 인사 이동이 조금 있을 텐데,  전에는 아마 자체적인 교육을 실시할 걸로 보여요.”


여기보단 저쪽이 본론.
선배가 말한 것처럼 그녀도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 참고로 교육은  가지로 나뉠 건데, 우선 태민 씨 섹스는 이번이 처음이었죠?”
“예?!”
“야야, 동정 티 너무 내지 마라. 너무 야하잖냐?”



낄낄대며 웃는 선배를 힐끗 노려본 태민은 헛기침을 일삼으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솔직해서 좋아요. 그래서 그걸 좀 해결하는 차원에서, 섹스 테크닉 등에 대한 기초 교육을 이수시키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논의돼서, 그대로 진행해볼까 싶어요.”
“…….”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섹스 테크닉 기초 교육? 뭐지 그건?




“제 입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겪어보는 게 나을 거에요. 아, 이번만큼은 철영 씨가 선도를 해주세요. 잠깐이어도 되고, 아주 구체적이어도 되는데, 교육 장소는 에라힘에서 진행될 거고….”
“어? 진짜요? 거기? 원래 직원들은 거기 못 들어가잖습니까?”
“물론 사용은 불가. 교육 차원에서까지는 허용될 거니 아마 거기서 뭔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는 생각이면 그건 포기해두는  정신 건강에 이로울 거예요.”
“…하아.”

안타깝다는 듯 탄식하는 철영.




“실례가 안 된다면, 에라힘이 뭐 하는 곳인지 알려주실  있을까요?”
“으음, 간단히 말하면.”



그녀는 살짝 고민하다, 이렇게 답했다.



“창관과 하렘을 믹싱한 곳이에요. 남녀 모두, 돈 많은 부호들이나 유명 인사, 명사들 위주의….”




예컨대 그거였다.



“호텔로 치면 7성급 호텔?”


 소리 나게 비싸고, 억 소리 나게 높으신 분들과 잘난 놈들만 간다는 곳에, 교육 삼아 밀어 넣겠다고 들은 건데, 진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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